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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으로 걷는다 ㅣ 웅진책마을 8
오카 슈조 지음, 다치바나 나오노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04년 9월
평점 :

<우리 누나> 한 권으로 나를 단번에 팬으로 만들어버린 오카 슈조의 또 다른 작품을 읽었다. 이현아 샘이랑 한 번 만나 글쓰기에 대해서 침 튀기며 얘기한 적이 있었다. 어떤 작품을 읽을 때 우리가 가지는 기대치가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지 보면 참 흥미롭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때 현아샘이 언급한 작품이었고, 궁금해서 단 번에 주문해서 읽었다.
오카 슈조는 도쿄 도립 특수학교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 경험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줄곧 써 오셨다.
제목은 <나는 입으로 걷는다>이고 원제는 <口で歩く>. 뜻 그대로 해석하면 ‘입으로 걷는다’이다. 주인공의 소개를 책에 있는 그대로 가져와 보자....
“다치바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습니다. 스물 몇 해를 줄곧 누워서 지내고 있습니다. 다치바나의 머리맡에는 항상 1.5 미터쯤 되는 막대기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막대기로 멀찍이 있는 물건을 끌어당기기도 하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을 끌어내리기도 합니다.”
몸이 불편한 다치바나는 이 막대기 (엄마의 표현에 따르면 ‘게으름봉’)를 가지고 살아간다. 침대에 누워 옴짝달싹도 못하는 다치바나가 오늘은 산책을 간다고 한다. 엄마는 집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어떻게? 어떻게 산책을 한단 말인가?
이동식 침대에 누워 하염없이 하늘을 보며 기다리면서 다치바나는 어떻게 산책을 하겠다는 걸까? 입이 근질거리지만, 읽을 분들을 위해서 오늘도 꾹 참을 뿐이다.
산책길에서는 별별 사람을 다 만난다. 몸이 불편하다고 무턱대고 동정하는 사람, 겁 먹어서 안 오려고 하는 사람,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 누워서 꼼짝 못하는 다치바나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다치바나의 재치있는 말주변에 줄곧 키들키들 웃으며 읽었다.
오카 슈조가 아니면 대체 불가능한 이야기, 독특한 전개로 연결되지만 이야기에 빠져 들게 만드는 힘. 그대로 판박이처럼 닮고 싶다. 이 책을 아는 사람과 이야기 맘껏 나누고픈 금요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