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쌤의 수업놀이 - 수업 종 쳤다 얘들아 놀자! 수업이야 놀이야?!
허승환 지음 / 꿀잼교육연구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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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환 선생님의 야심찬 새 책이 나왔다. 나 같은 사람이 한두명이겠냐마는, 나는 허승환 선생님의 열렬한 팬이다. 대구에서 근무하던 시절, 인디스쿨 운영진을 하며 선생님을 모셨을 때, 처음으로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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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그저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뿐인데, 내가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허승환 선생님이 목소리가 들뜨고 상기되어 있었고, 그 따뜻하면서 설레는 느낌. 연수를 들을 뿐인데 막 두근거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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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된지 만으로 12년이 지났다. 수업에 자신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숨고 싶을 지경으로 부끄러워진다.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연륜이 쌓여갔냐고 묻는다면 그런 부분보다는 열정이 소멸된 게 더 눈에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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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다니던 시절, '좋은 수업은 무엇인가?' 같은 깊고도 철학적인 질문에 머리를 맞대고 좋은 답을 찾기 위해 친구들과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여전히 그 질문을 내 교직생활 중심에 두고 있는지 물으면 의문이다. 생활에 매몰되어 칼날이 무뎌졌다고 말하는 게 맞다. 부끄럽지만 인정하고 지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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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음성을 알기 때문이겠지만, 서문을 읽는데도 내 마음이 막 달뜬다. 특히 이 부분에서 눈이 번쩍 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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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에서 하루에 한번이라도 '수업은 정말 재미있어!' 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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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그리 좋아하는 줄을 알면서도 거친 반응이나 승부욕에 사로잡힌 모습에 기분이 상해 다시 조용하고 통제된 교실로 회귀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래 선생님은 매일 실패하는 사람입니다. 혹시라도 학생들과 수업놀이를 하다 막히는 상황이 되면, 얼른 ESC를 떠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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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날들, 아이들이 지겹게 견뎠을 수업시간들을 생각하면 후회가 밀려오지만, 지금이라도 신발끈 다시 묶고 눈 크게 뜨고 헤실헤실 웃으면서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책이 나와서 초판을 손에 넣는 행운이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아닐테다. (난 샀으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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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살펴보니 정확히 77개의 놀이가 수록되었다. 수업일수가 190일이라고 가정했을 때, 2~3일에 1개씩 새로운 놀이를 도입해도 차고 넘치는 정도의 엄청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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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인 내가 선호하는 것, 학생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놀이를 하다 하나 둘 바꿔 응용하는 것까지 하면 평생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풍성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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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당장 월요일엔 '두근두근 교실 복권' 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긴 말 필요없다. 일단 해보자. Just Do it. 환상적인 책을 만들어주신 허승환 선생님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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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식물 - 백은영 식물 드로잉 산문집
백은영 지음 / 북노마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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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날 위한 책이라고 외치며 얼른 사 버린 책. 새로 만든 나의 독서모임 '다가오는 책들' 이라는 이름은 이 책에서 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가오는 식물. 영어 제목은 The plant is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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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저자인 백은영씨가 한 점 두 점 그려낸 식물 드로잉들과 짧은 글을 모아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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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아 롱기폴리아라든지, 에키놉스 등의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나와서 책의 신비스러움을 더했다. 책 크기가 화장품 파우치만해서 예쁘고 더욱 사랑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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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식물 드로잉, 직접 구입해서 꼭들 보셨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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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쁜 구절 몇 줄은 이 곳에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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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좋은 것은 사람에게도 좋지. 따뜻한 햇빛, 시원한 바람, 쏟아지는 비, 맑은 공기. 그리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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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북이는 의뢰로 빨리 헤엄친다에 등장하는) 스파이 요원인 라면집 아저씨는 늘 맛없는 라면도, 맛있는 라면도 아닌 어중간한 맛의 라면을 만들어왔다. 그것도 14년째. 너무 맛있게 만들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눈에 띄기 때문이란다. 그의 소원은 언젠가 자신의 실력대로 정말 맛있는 라면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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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기쁨은 언제 시작되는 걸까. 행복이나 즐거움이 누군가를 통해서가 아닌 나로부터 시작되었으면. 내가 그런 좋은 기운을 가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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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무빙 - 소설가 김중혁의 몸 에세이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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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아기의 돌잔치 (난 조카라고 부르는 걸 안 좋아한다. 조카라고 부르면, 그게 동생의 자식인지, 언니의 자식인지, 오빠의 자식인지 모르지 않는가.) 때문에 울산 내려간 김에 여동생 집에서 발견하여 "빌려도 돼?" 하고 냉큼 빌려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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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빌려봐야 안 본다. 빌려서 몇 년씩 안 보고 책장에 꽂아두기 일쑤다. 예니의 책 여러권, 알굴언니 책, 페타님 책, 윤미 책 주렁주렁 책장에 다 꽂아두고, 다른 책을 한달에 수십권씩 사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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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고약한 성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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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에 출간된 책이다. 출간된 건 알았지만, 어영부영하다가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책. 영원히 놓쳤으면 아까웠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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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언젠가 어떤 종류든 책을 꼭 내고 싶다고 생각을 한 이후로, 작가들의 글을 유심히 관찰하며 읽는 습관이 생겼다. 단어 하나하나 허투루 보이지 않아, 낱말을 수집하며 메모장에 적으며 책을 읽는다. 연필로 밑줄을 긋고, 책에 더럽게 메모하며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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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도 느낀다. 아, 이렇게 재미있는데 남다르게, 유연한데 분명하게 쓸 줄 알려면 어느만큼의 세월이 걸려왔던 것일까. 참 유쾌하게 우아한 김중혁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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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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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쓴 몸 에세이가 바로 바디무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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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책을 빌리는 바람에 밑줄을 그을 수 없어 꽤나 고통(?) 스러웠지만, 아이폰 메모장에 적어가며 기록을 했다. 인상적인 구절 몇 개만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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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실에 대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보다 상실을 상상하게 하는 이야기가 더 좋다.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보다 이미 많은 걸 잃어버린 사람의 이야기에 매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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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힘들게 마친 회사원들의 팔은 아래로 축 처져 있지만 승리를 거둔 사람들의 팔은 위로 뻗어 있다. 팔을 위로 뻗는다는 것은 중력데 대항할 만큼 힘이 넘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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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렇게 적었다. "목숨이 유한하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나는 죽음이 무서워 견딜 수가 없었다. 15세의 내 자아는 세상이 평화롭고 내 행복이 튼튼할 때에도 언젠가 정해진 날에 덮쳐올 철저한 비존재 상태, 나의 철저한 비존재 상태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한 사멸을 생각하면 너무나 두려워서 초연하게 맞선다는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용기' 라고 부르는 것은 뭘 모르는 멍청한 소리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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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플레인 같은 단어가 있다면 '우머내레이션womanarration' 같은 단어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여자들처럼 좀더 이야기에 익숙해져야 하고, 소설을 더 많이 읽어야 하고, 더 많이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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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나가지 않고도 우주 감각과 유사한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하나 알고있다. 우주에서처럼 시간이 휘고, 중력이 달라지며, 몸무게가 가벼워지고,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응시할 수 있는 곳을 한 군데 알고 있다. 바로 책 속, 특히 소설책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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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나가면 시간이라는 개념은 완전히 달라진다. 시계도 소용없어진다. 우주선은 지구와 계속 통신을 해야 하는데 대체 어떤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전 세계의 시계는 동일한 시간에 다른 시각을 가리킨다. 미국에만 네 개의 표준시가 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리니치 표준시라는 것도 의미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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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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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읽은 어린이 책, 날 기다리는 책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가운데,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는 책이 있어서 골라보았다. 사실, '어린이 책이 가득한 방, 책가방' 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에 책 리뷰를 올리기 위해서 그 그룹의 추천 도서가 학교 도서관에 있는지 여쭤봤지만 10권 중에서 딱 한 권, 이 책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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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이구나 헤헤. 내 친구 원아가 20대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수상했었는데. 왠지 모르게 더욱 반갑다. 글에 김성진, 그림에 김중석. 김중석? 설마 내가 아는 그 김중석님인가? 김중석님은 올해 3월에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라는 그림에세이를 내셨다. 그것 외에도 거의 100권에 달하는 어린이책에 삽화를 그린 분이니, 엄청난 베테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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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짧은 이야기에 어떻게 이렇게 따스하고, 걱정되고, 두근거리고, 떨리고, 긴장되고, 행복해지는 모든 것을 담을 수가 있는걸까?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서 탄탄한 이야기 구성에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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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를 매는 것에 능숙하지 않아 쩔쩔 매는 아빠가 마치 덩굴이나 뱀처럼 보이는 넥타이에 칭칭 감겨서 땀을 흘리는 삽화부터 내 맘에 쏙 들었다. (역시 중석님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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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면 표지도 정말 예쁘다. 프라모델을 사서 하나씩 똑, 똑 뜯어낼 수 있는 그 구성. 바로 그거다! 처음엔 책 내용에 빠져서 몰랐다가 다 읽은 뒤 표지를 가만가만 들여다보니 그거다. 여러모로 센스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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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너무 갖고 싶어서, 새로 출시된 엄마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라댔던 현수. 정성껏 조립한 엄마가 깨어났다. 이렇게 전개되는 동화, 정말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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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드는 생각이지만, 꼭 동화책 쓰고 싶다.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아주 짧은 단편부터 연습해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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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말을 내뱉어야겠다. 월요일부터 1챕터씩 내 다람쥐들에게 읽어줘야지. 이 책을 알게 해 준 페북 책가방 그룹의 유새영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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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삶을 다시 한번
도다 세이지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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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심상치 않은 표지를 보고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만화. 이 삶을 다시 한번. 작가 도다 세이지는 1999년부터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한 단편 만화를 모아 <이 삶을 다시 한번>(生きるススメ)를 출간했다. 원제를 보니 이키루 스스메. 사는 것 추천 정도가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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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편의 단편이 실려있지만, 놀랍게도 2페이지짜리 단편도 무척 많았다. 더욱 놀랍게도, 2페이지만에 눈물을 왈칵 쏟게도 하고, 가슴을 부여잡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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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도, 아주 정교하다거나, 예술적으로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았는데 이상하게, 이상하게 옷자락을 휙, 날리면서 훅 지나간 어떤 사람의 한 마디가 며칠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던 그런 경험과 비슷하고 하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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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이므로, 인상적인 구절을 옮겨적는 것보다는 한편이라도 직접 보는 게 나을거라는 생각이다. 원하시면 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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