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를 좋아라 하는데, 궁금한데, 80쪽밖에 안되는 책 양(단편소설 두 세 편 정도의)에 그림이 반이라 꼭 소장할 책이 아니라면 책값이 아까울거 같아 걍 편하게 e북으로 구입해서 읽었다. 이래저래 삼분의 일값으로 구입. 보고나니 역시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 개인적 삶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어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늘 신간만 읽어오다가 갑자기 문득 옛 정취 그때의 어휘가 그리워 박완서 단편을 읽었다. 책을 읽는다는 게 재미나 스토리로도 읽지만 내가 미처 모르는 새로운 어휘를 발견한다는 기쁨도 있기에. 요즘 작품에 쓰이는 어휘는 다 거기서 거기, 단어나 문구도 살아 변하는 것이기에 사라지기도 하고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박완서 작품은 거의 70년대 물질주의 세태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은데, 지금 생각하면 그땐 그저 인간미와 정으로 뭉친 시대 같은데 박완서 눈썰미는 늘 날카롭다. <이별의 김포공항>도 당시 미국을 동경하며 이민을 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굉장히 신랄하다. 맘에 쏙 든다.ㅎ지청구: 까닭없이 남을 탓하고 원망하는 짓금시발복: 어떤 일을 한 보람으로 당장 복을 받아 부귀를 누림서발막대 거칠 것 없는: 서 발이나 되는 긴 막대를 휘들러도 아무 것도 거칠 것이 없다는, 집이 가난하여 세간도 없다 지금은 사라진 이런 표현들이 재밌다. 이젠 옛 말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해서 집 책장 한 줄을 차지할 만큼 그의 책이 많다. 그래서 <유리문 안에서>와 <나의 개인주의>는 이미 읽기도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내가 접하지 못한 나쓰메 소세키의 글을 한 편이라도 만날까 싶어 구입했다. 생각보다 의외로 좋았다. 글에 앞서 나쓰메 소세키가 언제 어떤 일이 있어 이런 글을 쓰고 어디에 발표했는지 상세히 소개되어, 글의 전후 사정을 알 수 있어 훨씬 집중도 높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