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통감 1 - 한나라 전기 편
사마광 지음, 권중달 옮김 / 푸른역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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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순히 중국 역사라는 의미만으로 <자치통감>을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들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이 살던 조선시대에는 <사기>나 <한서>, <자치통감>을 읽는 것은 오늘날 우리들이 <개그콘서트>를 보거나 <인어아가씨>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문화 행위였다.

이렇게 조상들의 삶과 닿아있던 책이 번역되어 나온 점에 치사를 드린다. 나도 사고나서야 알긴했지만 이번에 나온 3권의 책은 첫 시작부터가 아니다. 저자 서문에서는 애매하게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바 있다라고만 되어 있는데, 세화 출판사에서 나온 <사마광의 자치통감 1>이 그것이다. 중국 역사의 시작에서부터 진시황까지의 이야기는 이 책에 있다.

역시 사고나서 알게 된 사실 또 한가지는 이 책이 한나라 역사 전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한> 즉 유방이 세운 때부터 왕망의 <신>까지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수 광무제의 <후한> 이야기는 다음 편이 나올 것을 기대해야 하겠다.

궁금한 것은 푸른역사 쪽에서 이 앞의 책도 다시 낼 의향이 있는지의 여부다. (후속 번역이 계속 출판될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책 안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저자는 계속 작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출판사의 의지다)

까치 출판사에서 <사기> 완역본을 내고 열전 부분 이외에는 잘 팔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치통감 역시 어려운 책이라는 인식 때문에 잘 안나가는 책이 될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충실한 주석 작업과 지도들이 들어가 있어 로마인 이야기 읽듯이 읽어나가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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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우는 아무도 못말려 - 영국 아름드리 어린이 문학 3
앨런 밀른 지음, 조경숙 옮김 / 길벗어린이 / 1996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이 책 번역에 대한 성의가 엿보이는 책이다. 가장 쉽게 느끼는 대목은 일만이천봉을 찾아 떠나는 <타멈대>의 이야기다.

원작에서 크리스토퍼 로빈과 <타멈대>가 찾아 떠나는 것은 <북극>이었다. 영어로 <North Pole>이라고 쓰기 때문에 <pole=막대기>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말장난을 하는 것이 본래의 내용이다. 푸우가 발견한 막대기를 북극(pole)으로 인정한다. 사실 이 때문에 이부분은 번역하기가 어렵다. 우리 말로는 <극>과 <막대기>를 연결하기가 어렵다. (한자어 극(戟)에는 막대기라는 의미도 있다... 여포가 쓰는 창 방천화극도... 하지만 이건 북극이 영어로 북쪽 막대기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설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책에서는 <일만이천봉>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봉에 대해서 설명을 붙이기 위해 손오공의 여의봉까지 등장한다. 어쩌면 이런 것이 원작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작에서 주고자 하는 본래의 뜻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밀른이 바랬던 것은 이 대목을 읽으면서 빙그레 웃음을 띄는 것이었지, 영어 단어의 의미를 파헤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점은 무척 중요하다고 본다. 어려서 푸우를 읽고 엄청나게 감명(!)을 받았던 나는 몇년 전에 이 책을 찾아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시공사에서 번역본이 나온 적이 있었다. (현재는 절판이다) 시공사의 번역에서는 등장인물들을 모두 원어로 그대로 쓰고 있었다. (가령 토끼를 바니라고 쓰는 식이다) 이 점이 마음에 걸려 책을 사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니 다른 문제도 보인다. 디즈니의 만화 시리즈를 통해서 푸우는 어린이들한테 무척 친숙해졌다. 만화에서는 호랑이(이 책에서는 호랭이로 번역했다)를 티거라고 부른다. (티거는 타이거를 아이들이 잘못 읽는 발음으로 표기한 것이다) 티거무비라는 만화영화도 나와 있다.

만화를 번역하는 분들이나 동화를 번역하는 분들이나 모두 다른 문화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염두에 둬주면 정말 좋겠다. 가령 그 유명한 해리포터, 그 책과 영화에서도 고유한 단어들이 다르게 표기되는 것을 보면 당황스럽다. (해리포터와 같은 경우 책이 먼저 나왔으니 책에 있는 표기대로 따라주는게 좋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부분 말고는 정말 좋은 번역이고 아이들한테도 재미있게 읽힐 수밖에 없는 책이다. (아홉살 된 내 딸이 보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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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의 모험 현대지성신서 23
하워드 파일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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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려서 읽은 동화가 완역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나오면 다시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생기곤 한다. 완역본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 용으로 만들어진 책을 사는 것은 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완역본이라는 것은 내 아이가 읽기에는 아직 어려운 것을...

하지만 완역본을 보면서 오히려 좋지 않은 경우들도 있다. 아라비안 나이트(범우사)의 완역본은 지루함의 연속이었고 그림동화 완역본(한길사)의 경우에도 아이들이 보기에 썩 좋다는 느낌이 없었다. 안데르센 완역본의 경우도 지나치게 기독교적인 내용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었다.(너무 나쁜 이야기만 쓴 것 같다. 완역본으로 꼭 읽어볼만한 책도 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경우는 완역본으로 보아야 복수와 복수에 따른 고뇌가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러나 로빈후드의 모험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어려서 계몽사에서 나왔던 50권짜리 세계동화전집에서 읽었던 그 내용과 그 삽화들을 다시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역시 아이들이 보기에는 어려운 말들이 많이 있을 것이고 들어가 있는 노래나 시와 같은 경우도 요즘에는 따분하기만 한 장치일 것이다. 하지만 추억을 곱씹으면서 중세 시대의 모험담에 빠져드는 것이 그저 어린이들만 할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고 믿는다면 이 책을 뽑아드는 것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간혹 완역본을 읽으면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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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angel 2004-10-1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에게 읽히고 싶다면 어린이용으로 편집된 책도 많이 있습니다. 완역본은 '어른'을 위한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아동용으로 편집된 고전을 읽은 후 어른이 되서 원본을 보면서 지겹다고 외친다면...고전을 읽는 자세가 안된 거죠.
완역본을 읽는 재미는 역시 '원형'을 볼 수 있다는 것!
중세 모험담이 아이를 위한 것이다? 저런..sf는 만화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식의 고리타분한 생각이로군요.

초록불 2004-10-1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를 잘못하셨군요. 로빈후드의 모험은 아이들에게는 따분한 장치가 들어있다. 그러나 중세모험담은 어린이만 읽는 것이 아니므로 이 책을 뽑아드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인데요? 제가 언제 중세 모험담이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했을까요? 신기한 독해법(?)이시네요.
 
용의 아이들 - 아동 문학 이론의 새로운 지평 현대의 문학 이론 31
마리나 니콜라예바 지음, 김서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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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래 서평을 써주신 분들이 이 책의 장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동화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 책의 번역에 대한 점이다. 김서정 씨는 내가 아는 한 많은 동화를 번역했고 동화에 대한 연구서도 내놓은 만큼 동화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과 깊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동화책 제목에 대해 이런 초보적인 실수가 보이는지 사실 이해하기가 어렵다.

<긴양말 삐삐>로 나오는 책은 마땅히 <삐삐 롱스타킹>이라고 써야 한다. 왜냐하면 롱스타킹은 긴양말이라는 일반명사로 쓰인 것이 아니다. 삐삐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것은 삐삐의 성이다. 이 책의 번역판은 시공사에서 3권으로 나와있다. 첫권의 제목이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삐삐의 번역은 용의 아이들이 나온 이후에 나왔다)

또 동화와 만화(또는 영화) 간에 연계점이 없다는 점을 이 책 안에서 발견하는 씁쓸함이 있다. 가령 <아스트릭스>라고 번역된 불어 작품은 <아스테릭스>가 맞다. 과연 몰랐던 것일까? <위니 더 푸우>를 국내 번역판대로 <곰돌이 푸우는 아무도 못말려>로 하면 안되는 것일까? 더구나 이 번역판은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로 그런 방식의 번역을 시도한 책이다. (번역을 이오덕 선생이 다시 한번 다듬음으로써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역시 참고로 말하자면 푸우의 번역은 용의 아이들보다 먼저 되어 있었다. 다른 출판사의 책들을 달아놓는 것이 광고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이런 예는 계속 댈 수 있다. <틴틴>이라고 나오는 만화책은 <땡땡>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국내 번역도 물론 땡땡으로 되어 있다. 번역은 최근에 나왔지만 이미 오래 전에 국내 잡지에 연재된 적도 있다)

김서정 씨는 이 책 안에서 저자가 내놓는 새로운 개념의 적절한 번역어에 대해서 무척 고민하고 조심스러우면서 성의있는 자세로 단어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 노력이 실제 동화에까지 미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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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7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스테릭스, 황금낫을 찾아랏! 아스테릭스 8
르네 고시니 글, 알베르 우데르조 그림, 성기완.오영주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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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스테릭스가 영화로 계속 만들어지는 호기를 맞아 이 만화책도 절판이라는 끔직한 단어가 걸리지 않고 계속 나와주기를 바란다. 예전에도 한번 나왔다가 절판된 바 있다. (페이요의 걸작 <스머프>도 잠깐 나왔다가 절판되어 있는 상태다...-_-;; 하긴 번역이 엉망이었던 책이니 절판되었다가 어디서 잘 번역되어 나와주는게 나을지도...)

사실 외국의 컬러 만화책을 우리 말로 번역 출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인쇄 일을 했었는데 아스테릭스를 당시에 제작할 때 얼마나 힘든 작업을 했는지 잘 보았다. 4도 판을 프랑스에서 가져와서 핀을 맞추는 작업에 정말 애로가 많았고 인쇄 나온 것을 다시 프랑스로 보내서 색이 맞는지 허락도 받아야 했었다.

꾸준히 아스테릭스 시리즈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판매도 잘되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책이 원작의 순서대로 나오는 것 같지가 않은 점이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3권은 2권보다 앞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3권에서 아스태릭스 일행이 처음 해적선을 만나 뒤집어 엎어버린다. 2권에서 바다에 나선 아스테릭스 일행과 만난 해적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은 3권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중요하다면 중요한 문제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이것이 별 5개를 못 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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