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우는 아무도 못말려 - 영국 아름드리 어린이 문학 3
앨런 밀른 지음, 조경숙 옮김 / 길벗어린이 / 1996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이 책 번역에 대한 성의가 엿보이는 책이다. 가장 쉽게 느끼는 대목은 일만이천봉을 찾아 떠나는 <타멈대>의 이야기다.

원작에서 크리스토퍼 로빈과 <타멈대>가 찾아 떠나는 것은 <북극>이었다. 영어로 <North Pole>이라고 쓰기 때문에 <pole=막대기>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말장난을 하는 것이 본래의 내용이다. 푸우가 발견한 막대기를 북극(pole)으로 인정한다. 사실 이 때문에 이부분은 번역하기가 어렵다. 우리 말로는 <극>과 <막대기>를 연결하기가 어렵다. (한자어 극(戟)에는 막대기라는 의미도 있다... 여포가 쓰는 창 방천화극도... 하지만 이건 북극이 영어로 북쪽 막대기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설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책에서는 <일만이천봉>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봉에 대해서 설명을 붙이기 위해 손오공의 여의봉까지 등장한다. 어쩌면 이런 것이 원작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작에서 주고자 하는 본래의 뜻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밀른이 바랬던 것은 이 대목을 읽으면서 빙그레 웃음을 띄는 것이었지, 영어 단어의 의미를 파헤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점은 무척 중요하다고 본다. 어려서 푸우를 읽고 엄청나게 감명(!)을 받았던 나는 몇년 전에 이 책을 찾아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시공사에서 번역본이 나온 적이 있었다. (현재는 절판이다) 시공사의 번역에서는 등장인물들을 모두 원어로 그대로 쓰고 있었다. (가령 토끼를 바니라고 쓰는 식이다) 이 점이 마음에 걸려 책을 사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니 다른 문제도 보인다. 디즈니의 만화 시리즈를 통해서 푸우는 어린이들한테 무척 친숙해졌다. 만화에서는 호랑이(이 책에서는 호랭이로 번역했다)를 티거라고 부른다. (티거는 타이거를 아이들이 잘못 읽는 발음으로 표기한 것이다) 티거무비라는 만화영화도 나와 있다.

만화를 번역하는 분들이나 동화를 번역하는 분들이나 모두 다른 문화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염두에 둬주면 정말 좋겠다. 가령 그 유명한 해리포터, 그 책과 영화에서도 고유한 단어들이 다르게 표기되는 것을 보면 당황스럽다. (해리포터와 같은 경우 책이 먼저 나왔으니 책에 있는 표기대로 따라주는게 좋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부분 말고는 정말 좋은 번역이고 아이들한테도 재미있게 읽힐 수밖에 없는 책이다. (아홉살 된 내 딸이 보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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