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심리학 -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알려주는 설득과 협상의 비밀
표창원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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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을 때면 여러 가지 이유로 감탄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해리 보슈가 용의자를 심문하는 대목이다. 증거가 부족한 경찰이 용의자(또는 증인)를 구워삶는 장면에서 누구나 한두 번쯤은 쾌감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표창원 의원(당시에는 교수)의 책 『숨겨진 심리학』을 기대하며 펼쳐든 이유였다. 이 책을 통해 범죄자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는 기대에 더해,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읽는 내내 실망하면서 읽었다. 용의자를 대할 때 벌어진 일화나 그들의 심리를 묘사한 대목에서는 흥미가 일었으나, 대부분 ‘소개’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론에 딸린 에피소드에서 프로파일러들은 너무나 쉽게 자백을 이끌어내고 있었으며, 때문에 ‘소개를 위한 소개’에 그친다는 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의 목적이 이론 소개이기는 하지만, 에피소드들을 좀 더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면 좀 더 이론을 실감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하나, ‘자기계발서’라는 포지션 또한 아쉬운 대목. 저자는 자신이 연구하고 실천했던 범죄자와의 협상을 바탕으로 기업 협상에 대해 설명하는데, 솔직히 기업 협상에 대해서는 그리 밝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협상’이니만큼 두 분야를 관통하는 대목이 있겠지만, 엄연히 다른 설명이 필요한 대목에서도 무리하게 범죄 협상의 원리를 적용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해야 한다’는 서술이 그래서 자주 등장했던 것 같다. 저자의 전작(『한국의 연쇄살인』)에 비하면 많이 지루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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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미니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
M. J. 알리지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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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포일러가 지뢰처럼 널렸습니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이 장르의 기본은 훌륭히 해낸다.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들었고, 진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헬렌과 주변 인물들이 겪게 될 위험 또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대표적으로 헬렌의 부하 경찰인 마크와 찰리가 겪는 위기를 들 수 있겠다. 또한 이만한 분량의 소설에는 ‘진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 외에도 ‘곁가지 서스펜스’가 있어야 지루하지 않은데, 휘태커와 해나 마커리의 관계와 그들의 범죄를 적절히 포함함으로써 여기에 성공한다. 맥거핀 또한 적절히 사용하고 있었다.

단,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범인이 철저히 이야기의 바깥에서 등장한다는 점이다. 물론 사이사이 등장하는 범죄 시퀀스를 통해 범인을 이야기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범인이 주변 인물 가운데 하나일 거라고 짐작했던 입장에선 범인의 뜬금없는 등장에 충격을 받기 보다는 조금 허탈했다(그 바람에 헬렌의 기행 또한 너무나 뒤늦게 납득시켰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범인을 꽁꽁 감추려다 보니 리얼리티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아무리 소도시에서 일어난 범죄라고 해도, 이토록 흔적 하나 남기지 않을 수가 있는 건가? 현장 조사나 수색을 묘사할 때 사용한 ‘이 잡듯이 다 뒤졌지만’, ‘빠뜨리지 않고 샅샅이 뒤졌지만’ 같은 표현들이 구차해 보였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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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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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닌데, 기대 없이 읽은 것 치고는 좋았다는 말은 못 할 듯하다.

일단 이 소설 속 유진이 ‘프레데터’라고 불릴 만큼 악인인지 모르겠다는 점에서 그렇다. 『7년의 밤』의 오영제가 스펙터클이었던 건, 그가 평균적 이해의 틀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기 때문이었다. 예측이 안 되니 행동도 더욱 극적이었고, 그래서 순수한 악에 가깝다는 인상을 전해주었다. 반면에 이번에는 초반 1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을 할애하며 유진의 내면을 설명한다. 게다가 서사 대부분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것 또한 유진이라는 사이코패스의 내면을 설명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렇게 작가가 설명에 공을 들이다 보니, 유진은 자연스럽게 ‘납득 가능한 캐릭터’가 되어버리고 만다. 누구나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인 것처럼.

설익은 추리 과정 또한 읽는 내내 불편했는데, 이를테면 MP3 재생시간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행적을 추리하는 과정이나 해진과 이모와의 연관성을 짐작하는 과정이 그렇다. 물론 신분이 신분이니만큼 여타 범죄물의 주인공들처럼 ‘때깔 나는’ 추리 과정을 밟을 순 없었겠지만, 어쨌든 이 추리들은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기엔 빈약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방식은 『7년의 밤』에서도 오영제를 통해 경험한 적이 있는데, 이걸 답습하는 느낌도 들었다. 『7년의 밤』과 『종의 기원』 사이에 여러 장르물들을 접한 이라면, 더욱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부디 즐겨주었으면 감사하겠다”는 당부와 달리 즐기기만은 어려운 소설이라는 것이다. 작품을 가로지르는 어두운 분위기 때문이 아니다. 그 가운데 ‘작가적 욕망’이 있다고 본다. 이전까지의 그녀의 장점은 일단 의미는 젖혀둔 채 독자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마는 그 박력이었다. 인간의 추악한 면을 들추고 비판하고자 했던 『28』에서도 그 박력만큼은 잃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진을 탐구하는 데 더욱 집중했고, 그 박력은 휘발되어 버리고 말았다. 능숙한 문장에서 비롯된 흡인력은 여전하지만, 이야기가 독자를 떠밀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아직까지는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가 나에게는 이 작가의 최고작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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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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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소설을 읽을 작정이라면, 읽지 않는 게 나을 듯합니다.)

<파기환송>을 다 읽고 생각했다. 이렇게 완벽한 소설은 또 어디에 있을까.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는 또 어디에 있나. 내 과문함에서 비롯된 편견이라 해도 좋다. 마이클 코넬리는 그냥, 뭐랄까, 말이 필요 없다. 범죄소설, 아니 소설에 기대할 모든 게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처음 읽을 때만 해도 풀어내기 쉬운 소재는 아닌 듯했다. 이 소설의 주된 줄기는 ‘24년 만에 유무죄를 다투기 위해 재심을 청구하는 제소자(제이슨 제섭)와의 법정 싸움’인데, 사건이 이 제소자를 중심으로 일어나리라 짐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랬고. 게다가 미키 할러와 해리 보슈의 분량을 기계적일 정도로 반반씩 배분한 상황도 이야기를 풀기 좋은 조건은 아닌 듯했다.

그런데 이 작가는 자신이 핸디캡처럼 덧씌워놓은 조건을 어떻게든 해결한다. 이미 결론이 정해진 듯한 법정 공방 장면조차 대단한 긴장감이 서려있는데,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틀어버리면서 읽는 이를 놀라게 한다. 그리고 이 방향전환이 대단히 매끄러운데, 서사를 자연스럽게 흘리면서도 방향전환을 위한 단서를 곳곳에 심어놓기 때문이다. ‘총이 등장했으면 반드시 쏴야 한다’는 아무개 씨―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의 격언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이 소설이 좋은 건 긴장감 때문만이 아니다. 던지는 질문도 개인적으로는 꽤나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야기 초반 미키 할러는 어떤 선택을 하고, 이 소설 전체가 이 선택에 따른 비극이라 해도 좋을 정도인데, 과연 그는 옳은 선택지를 골랐던 걸까? 물론 이야기 초반에는 타당한 선택이었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강한 의문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각설하고 결론은 이 소설을 ‘범죄 소설’, ‘엔터테인먼트 소설’로 굴레만으로 덧씌우기에는 꽤나 묵직하면서도 좋은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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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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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기대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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