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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심리학 -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알려주는 설득과 협상의 비밀
표창원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을 때면 여러 가지 이유로 감탄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해리 보슈가 용의자를 심문하는 대목이다. 증거가 부족한 경찰이 용의자(또는 증인)를 구워삶는 장면에서 누구나 한두 번쯤은 쾌감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표창원 의원(당시에는 교수)의 책 『숨겨진 심리학』을 기대하며 펼쳐든 이유였다. 이 책을 통해 범죄자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는 기대에 더해,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읽는 내내 실망하면서 읽었다. 용의자를 대할 때 벌어진 일화나 그들의 심리를 묘사한 대목에서는 흥미가 일었으나, 대부분 ‘소개’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론에 딸린 에피소드에서 프로파일러들은 너무나 쉽게 자백을 이끌어내고 있었으며, 때문에 ‘소개를 위한 소개’에 그친다는 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의 목적이 이론 소개이기는 하지만, 에피소드들을 좀 더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면 좀 더 이론을 실감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하나, ‘자기계발서’라는 포지션 또한 아쉬운 대목. 저자는 자신이 연구하고 실천했던 범죄자와의 협상을 바탕으로 기업 협상에 대해 설명하는데, 솔직히 기업 협상에 대해서는 그리 밝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협상’이니만큼 두 분야를 관통하는 대목이 있겠지만, 엄연히 다른 설명이 필요한 대목에서도 무리하게 범죄 협상의 원리를 적용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해야 한다’는 서술이 그래서 자주 등장했던 것 같다. 저자의 전작(『한국의 연쇄살인』)에 비하면 많이 지루하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