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 - 한 외로운 천재의 이야기 데이바 소벨 컬렉션
데이바 소벨 & 윌리엄 앤드류스 지음, 김진준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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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남자주인공이 차가 떠나기 전에 극적으로 창밖의 여주인공을 발견하고 감격적인 포옹을 하거나, 007이 폭발직전의 건물에서 간신히 탈출하는 것은 보는 사람에게 긴장과 해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커피를 처음 마시면 쓰고 아무맛이 없고, 담배를 처음 피우면 기침만 난다. 하지만 익숙해지고나면, 그만큼 맛있는 것들이 없다고들 한다.

이 책은 결코 제일 처음에 말한 것과 같은 감정에 호소하거나, 근본적인 긴장감에 의한 감정변화를 유발시키는 책은 아니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혹은 최초로 달에 발걸음을 딛거나 아주 높은 봉우리에 오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것은 커피나 담배처럼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구분된다고 생각된다. 결코 그 중도에서 끝에 다다랐을 때의 성취감 같은 것은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와 닿을 것이다.

내 생각에 다른 사람들의 리뷰처럼 감동적인 어떤 것을 원한다면 차라리 소설이나 강렬한 삶을 산 사람의 전기정도가 좋을 것 같다. '경도'라는 어떻게 생각해보면 전혀 자연적이지 않은 단위, 별로 쓸모도 없어보이는 단위, 가장 과학적이지 않은 단위를 위해서 사람들이 힘썼던 모습의 나열은 물론 글쓴 사람의 취향인지 강렬한 생각을 들게 하지는 않지만(광고문구는 심했다고 생각한다.) 나름의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경도덕택에 꽤 많은 것을 얻었던 것 처럼,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경도'라는 책에서 의외의 것을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덤으로 '절판'이라는 단어는 늘 이런 책은 쉽게 절판되어버리는 한국의 출판사정이나 약간은 치우친 책읽는 경향이 왠지 불편함을 느끼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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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임재춘 지음 / 북코리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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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당히 도전적이다. 한국의 이공계를 전부 긁어모아서 '네 글쓰기 두렵지?'하고 말하는 것 같이 들리니까. 제목을 아주 주의깊게 읽어야 된다. '이공계는 글쓰기 두렵다'가 아니라 '한국의 이공계는..' 이다. '한국의'라는 건 우리의 것이다. 사실 생각에는 '한국 사람들은 글쓰기가 두렵다'라고 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인문계열은 글쓸 기회와 동기가 이공계와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제한한 것 같기도하다.

책 내용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토론을 하는 문화가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고, 당연히 말이 안되는 상황에서 글을 논리적으로 쓰는 사람은 아주 드물게 되어버렸다. 테크니컬 라이팅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당연하게 존재해왔다. 이공계의 글쓰기는 자신들이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하는 일을 전혀 모르는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 점이 테크니컬 라이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Element of Style을 읽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권하지 않는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비슷한 크기의 Element of style에 비해서는 내용도 알차지 못하다. 글쓰기를 이야기 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 이공계는 글쓰기를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주지시키는 내용도 상당부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이공계사람들에게 글쓰기를 이야기한다면, 이 책의 방식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공계사람들이 익숙한 체계적인 접근이나, 단도직입적이면서 적확한 설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공계는 글을 못써서 형편없이 취급당하는구나류의 이야기를 한번 되새김하고 싶거나, 도대체 얼마나 기술에 관심이 없으면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도 못알아듣는지 궁금한 사람, 이공계열인데 왠지 심심한 사람:) 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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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 사우루스 기르기 - 한다면 한다! 시리즈 1
비일상연구회 지음, 정성호 옮김 / 한승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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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부러웠던 것은 개인이 가진 흥미를 어떤 식으로든 만족시키면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비일상연구회', 말 그대로 아주 일상적이지 않은 경우를 상정하고 그 상황에 대처하는 연구를 하는 모임이다. 물론 경제적인 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소모임일 것이고. 이런 비생산적인 모임이 유지된다는 것 자체로 우리는 너무나 재미없는 세상에 사는 셈이다.

주라기공원을 신나게 보거나 읽었다면, 자기 안마당에 티라노 사우루스가 뛰어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충분히 넓어야 된다!!) 그런 경우를 상정하고, 사료와 수입을 고려한 책이 있다면 아마 이 책이 유일한 책일 듯. 생각해보면, 정말 쓸데없는 일이 아닌가하고 넘겨버릴 수 있지만, 작은 면에 대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는 그런 면이 우리에게는 부족하다. 정말 티라노사우루스가 마당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보다는 '있다면 어떨까?'가 훨씬 재미있지 않은가.

여기까지에 동조하지 못한다면, 이 책은 어린이 낙서장에 불과할 것이고, 약간 흥미가 생긴다면 진짜로 한 번 즐겨볼 만하다. 약간의 과학적인 상식만 있다면, 머리속에서 자신만의 주라기공원을 건설하고 (먹이값을 조달하기 위한 수익사업까지 제안해준다. 멋지지않은가?) 즐길 수 있을 것이고 그 즐거움은 책의 가격을 충분히 상쇄할 만하다. 적어도 노래방에 가서 소리지르는 것이 괴로운 독서광이라면 도전해보시라.

가볍게 읽는 사랑 타령의 시집보다는 가볍게 읽는 과학(물론 몇몇 사실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농담책이 훨씬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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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횡단 특급
이영수(듀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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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서 채널을 수동으로 맞춰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런 기능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일지도. 결국 온통 최신 TV로 가득차버린 동네에서는 게릴라 방송이 뜬다고 해도, 수동 채널 조정을 할 수 없어서 들을 수도 없게 된다. 한국에서도 작은 주파수 대역이지만 SF방송을 시작하고 있다. 이 채널에 주파수를 고정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들으면서 기뻐하겠지만, 채널을 맞추지 못한다면 의미없는 노이즈일 뿐이다. 그들은 여전히 메이저 방송국의 정제된 화면을 볼 뿐이다.

듀나의 SF는 결코 외국의 메이저급보다 강한 임펙트를 주지 못한다. 게릴라 방송이 가지는 일탈의 느낌과 약간의 혼란함, 메이저에서 보여줄 수 없는 암울함을 보여줄 수는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최신TV 처럼 선택을 하지 못하는 SF독자에게는 그 조차 받아들이기 어렵다. 듀나의 채널은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섞여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역시 그렇겠지만, 좀더 근접한 채널의 사람들이 읽기에 편한 글이다.

게릴라 방송의 장점은 새로움이다. 기존의 메이저가 할 수 있다면 게릴라는 필요없어진다. 듀나의 SF는 처음에서 크게 바뀌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글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보여준 듀나의 글에서 받은 만큼 새로움을 계속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신선하지 못한 게릴라 방송처럼 답습을 시작하는 시기라면, 창작의 고통과 대중에게 새로움을 주는 일은 무척 어렵겠지만, 서서히 게릴라 방송을 그만두고 메이저로 바꾸거나 사라지거나 둘중에 하나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듀나가 집단이건 개인이건 어느정도 안정화의 길에 접어들어버린 것같다. 그것이 진정한 안정이 아니라 안주가 아닐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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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x와 yacc - 개정판
더그 브라운 외 지음, 임백준 옮김 / 한빛미디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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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x, yacc은 오픈소스 계열이라서 온라인 문서가 많은데, 그것들을 찾아서 읽기 싫거나, 게을러서 찾기 조차 안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최고의 선택이겠지만, lex/yacc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꽤 적어 보인다. 책 내용은 무난해 보이긴 하지만, 다른 오레일리 책에 비해서 유독 가독성이 나빠보이는 (기분일지도) 면도 있고, lex,yacc 자체를 설명하기에는 분량의 문제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이 책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에 있다. 다른 출판된 책이 (내가 아는 바로는) 없기에 어쩔수 없이라도 보게된다. 물론 온라인 문서로 충분히 극복가능한 사람은 제외해야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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