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횡단 특급
이영수(듀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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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서 채널을 수동으로 맞춰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런 기능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일지도. 결국 온통 최신 TV로 가득차버린 동네에서는 게릴라 방송이 뜬다고 해도, 수동 채널 조정을 할 수 없어서 들을 수도 없게 된다. 한국에서도 작은 주파수 대역이지만 SF방송을 시작하고 있다. 이 채널에 주파수를 고정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들으면서 기뻐하겠지만, 채널을 맞추지 못한다면 의미없는 노이즈일 뿐이다. 그들은 여전히 메이저 방송국의 정제된 화면을 볼 뿐이다.

듀나의 SF는 결코 외국의 메이저급보다 강한 임펙트를 주지 못한다. 게릴라 방송이 가지는 일탈의 느낌과 약간의 혼란함, 메이저에서 보여줄 수 없는 암울함을 보여줄 수는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최신TV 처럼 선택을 하지 못하는 SF독자에게는 그 조차 받아들이기 어렵다. 듀나의 채널은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섞여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역시 그렇겠지만, 좀더 근접한 채널의 사람들이 읽기에 편한 글이다.

게릴라 방송의 장점은 새로움이다. 기존의 메이저가 할 수 있다면 게릴라는 필요없어진다. 듀나의 SF는 처음에서 크게 바뀌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글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보여준 듀나의 글에서 받은 만큼 새로움을 계속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신선하지 못한 게릴라 방송처럼 답습을 시작하는 시기라면, 창작의 고통과 대중에게 새로움을 주는 일은 무척 어렵겠지만, 서서히 게릴라 방송을 그만두고 메이저로 바꾸거나 사라지거나 둘중에 하나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듀나가 집단이건 개인이건 어느정도 안정화의 길에 접어들어버린 것같다. 그것이 진정한 안정이 아니라 안주가 아닐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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