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상당히 도전적이다. 한국의 이공계를 전부 긁어모아서 '네 글쓰기 두렵지?'하고 말하는 것 같이 들리니까. 제목을 아주 주의깊게 읽어야 된다. '이공계는 글쓰기 두렵다'가 아니라 '한국의 이공계는..' 이다. '한국의'라는 건 우리의 것이다. 사실 생각에는 '한국 사람들은 글쓰기가 두렵다'라고 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인문계열은 글쓸 기회와 동기가 이공계와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제한한 것 같기도하다. 책 내용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토론을 하는 문화가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고, 당연히 말이 안되는 상황에서 글을 논리적으로 쓰는 사람은 아주 드물게 되어버렸다. 테크니컬 라이팅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당연하게 존재해왔다. 이공계의 글쓰기는 자신들이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하는 일을 전혀 모르는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 점이 테크니컬 라이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Element of Style을 읽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권하지 않는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비슷한 크기의 Element of style에 비해서는 내용도 알차지 못하다. 글쓰기를 이야기 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 이공계는 글쓰기를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주지시키는 내용도 상당부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이공계사람들에게 글쓰기를 이야기한다면, 이 책의 방식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공계사람들이 익숙한 체계적인 접근이나, 단도직입적이면서 적확한 설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공계는 글을 못써서 형편없이 취급당하는구나류의 이야기를 한번 되새김하고 싶거나, 도대체 얼마나 기술에 관심이 없으면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도 못알아듣는지 궁금한 사람, 이공계열인데 왠지 심심한 사람:) 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