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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청년 논객 한윤형의 잉여 탐구생활
한윤형 지음 / 어크로스 / 2013년 4월
평점 :
취직을 하면서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왔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알라딘 포인트가 소멸되어 간다는 메일을 받고 오랜만에 알라딘 서재에 들어왔다가 깜짝 놀랐다. 1년이 지난 케케묵은 글들인데도 매일 들어오는 사람들이 10명 정도 있다는 사실에. (물론 마우스 클릭하다가 손이 미끄러진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다시 블로그에 느리게나마 글을 올려볼까 한다. 읽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 낮은 글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대학교 동아리 사람들 몇 명이 모여,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담 없이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 더불어 맛난 음식을 먹는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처음 만나서 읽기로 한 책은 한윤형의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다. 한윤형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 트위터를 팔로잉하기 시작했지만 나보다 약간 나이를 먹은 인터넷 논객이라는 이야기를 접했을 뿐,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책이 혹여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며 출근길에 펼쳐 들었는데, 걱정과 달리 매우 재미있어서 지하철에서 내리기 싫을 정도였다.
일단 책 앞부분에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용어 및 자주 회자되는 필자들에 대한 설명이 내 시선을 끌었다. 또한 나보다 나이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같은 나이 또래만이 공감할 수 있는 어릴 적 읽었던 책 이야기(판타지, 무협지물), 게임 이야기 등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면서 책을 붙들게 만들었다.
이어지는 세대론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이어서 공감이 가는 한편 슬프기도 했다. 우리 부모 세대 때는 일단 대학교를 졸업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현저히 적기도 했지만, 그래도 대학교에 들어가면 취업 걱정이 없었다고 들었다. 오히려 대기업에서 대학교 졸업반 수업에 찾아와 우리 기업에 들어와 달라고 사정했고, 골라서 취업을 할 수 있는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에 대학교는 대기업 및 공기업 등 소위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되었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모두 이런 자격증, 저런 공모전에 학점관리, 봉사활동, 해외연수 등을 위해 아등바등 하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해서, 편안한 삶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거기서도 빡시게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해야 한다. 이것이 소위 “엄친아”들의 삶이고, 엄친아가 아닌 사람들은 중소기업에서 적은 월급을 받으며 살고, 이도 아니면 더욱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하든가 또는 백수로서의 삶을 살기도 한다.(거칠고 대략적인 정리이고, 자영업, 대학원, 귀농 등 다른 대안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어느 쪽으로 보나, 우리 세대에서 부모의 뒷받침 없이 수도권에서 자립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되었다고 본다. 똑같은 노력을 해도 부모 세대에서는 손쉽게 이룰 수 있었던 일들이 우리 세대에서는 어렵게 되었다. 취직을 하는 것도 어렵고, 그나마 취직을 해서도 우리 부모 세대가 받는 월급보다 훨씬 못 미치는 봉급을 받게 되기 때문에 땅값이 치솟은 우리나라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결혼을 하게 되면 결혼 당사자보다 부모 세대의 재력을 더 중요시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젊은 세대가 노력을 안 하고, 더 편하고 좋은 삶만을 추구한다는 질책의 소리도 있다. 또는 젊었을 때 힘든 것은 당연하며, 아파야 청춘이라는 말도 한다. 더러는 짱돌을 집어 들고 연대하여 이러한 삶을 타도하자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강연, 저술 활동과 같은 대외 활동 이외에 다른 어떤 행동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저자인 한윤형은 이런 점을 꼬집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이십 대 젊은이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우리 모두 계속해서 해결책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인데, 잉여인 나로서는 내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기에 우리의 문제에 당면해서는 그저 고개를 돌리고 말 것 같다. 그래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십대로써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며 공감하는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또래 뿐 아니라 여러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