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 한 사회생물학자가 바라본 여자와 남자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3년에 출간된 책이긴 하지만,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그 당시 국어 선생님께서 읽어볼 만한 도서목록을 주셨는데,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읽었으면 더 좋았을 걸 싶었다. 약간 큰 활자에, 줄간격도 널찍하고 사진과 시가 매우 많아, 읽기 쉽고 재미있다.
다윈의 진화론과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같은 잘 알려진 생물학 이야기에서부터, 다양한 동물들, 식물들, 곤충들이 짝짓기 하는 법, 후손을 낳는 법, 키우는 법이 다양한 사례로 소개된다. 이를 통해 과학적인, 사회생물학적이고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인간 여성이 남성만큼 존중받아야 할 생명체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다분히 가부장적 논리가 내포된 호주제 폐지(당시에 호주제 존폐 논란으로 떠들썩했던 기억이 난다.)의 과학적 논리, 법원에 제출한 그의 소견서가 책의 마지막을 꾸미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최근에 남자친구와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쩌다가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남자친구는 '원칙적으로는' 가는 게 맞다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그 예로 미군 부대를 들었다. 미군은 지원제이고 여성도 몇몇 있는데 여성이 있음으로 인해 군대 문화가 한결 부드러워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여성이 군대를 간다면 군대문화가 변화할 것이고, 나아가 군대문화를 답습하는 직장문화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했다.(물론 미군 부대에서는 여성은 힘든 보병은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구체한 사항은 조정한다는 가정하에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나는 머리로는 이 논리를 받아들였지만, 여성인 '나'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사실이 감정적으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의 군대문화가 여성이 군대에 간다고 해서 변화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과 함께 그동안 군대에서 청춘을 썩힌 수많은 남성들이 갑자기 불쌍하게 느껴지고 내가 얼마나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국방 제도에 대해 무심(=무지)했던가, 반성하게 되었다.
진정한 남녀평등은 대한민국의 남성에게도 해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은이 역시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 가장들은 처자식을 먹여살리는 경제적 부담과 짐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고 한다. 이런 압박에서 벗어나, 남녀 모두 함께 일하고(사회와 가정 모두에서) 함께 자식을 키우는 사회를 지은이는 희망하고, 곧 그러한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