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의 도전 - 뉴 스페이스 시대 어린이를 위한 우주 과학 교양
정화영 지음, 하루치 그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획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V로 누리호의 발사 장면을 보며 짜릿함과 경이로움, 자부심과 존경심을 함께 느끼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도 이제 항공우주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자랑스러움이 가장 먼저 나를 사로잡았던 것 같다. 엄청 대단한 기술의 집약체인줄 당연히 알지만 주요 관심 분야가 아니기에 그 자세한 내용에 대해 알아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새로운 사실들은 정말 놀랍고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우주발사체 연구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기까지의 시간대별 진행 과정이 매우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각 시간대별로 중점적으로 살펴봐야하는 항목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실제로 발사에 참여한 박사님들로부터 듣는 생생한 인터뷰 내용도 매우 유익했다.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된 부분은 어려운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발사 전날부터 발사 이후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까지의 짧다면 짧은 그 시간동안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평소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임에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선뜻 권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과학이나 우주 항공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책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더욱 깊고 넓게 연구될 분야이기에 지금 교실에 앉아있는 너희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책 소개를 마쳤다. 그 순간 아이들의 표정에서 더 밝은 우리 과학의 미래를 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렌스의 수집품 딱따구리 그림책 35
매튜 파리나 지음, 더그 살라티 그림, 황유진 옮김 / 다산기획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에 슬며시 웃음부터 난다.

자신의 수집품을 소개하라는 선생님의 과제에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아끼고 모아온 것들을 이야기하지만 로렌스는 고민에 빠진다. 특별한 것을 보여주고 싶은 로렌스는 자신만의 수집품을 찾기 위해 숲으로 가고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만의 수집품을 모아오는 데 성공한다. 과연 그 수집품은 무엇이었을까? 스포 방지를 위해 답은 직접 읽어보시길...

살면서 경험하는 그 모든 순간들 중에 유독 오래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담은 것이 '수집품'이 아닐까 싶다. 나는 무엇을 애써 모으고 있나 한참 생각해보았다. 특별히 모으는 게 없다고 여겼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가장 티나게 모으는 것은 여행지에서 구입한 마그넷이다. 여행을 가면 그곳을 기억할만한 마그넷을 꼭 구입한다. 냉장고 한 쪽을 가득 채울만큼 붙어있는 마그넷들을 보며 여행지를 추억하기도 하고 다음에 가고 싶은 곳을 구상하기도 한다. 어쩌면 단지 마그넷이 아니라 여행의 추억을 수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로 모으는 것은 (모은다기보다는 모아지는 거라고 해야할 것 같긴 하다) 대부분 선생님들이 그러하듯 아이들이 전해준 편지이다. 왠지 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한 켠에 보관한 게 제법 많아졌다. 이사할 때마다 짐이 되는 것 같아 매번 고민하면서도 그대로 담아두고 넣어두게 된다. 가끔 새로운 편지를 넣으며 이전 것들을 보게 되면 그 때를 떠올리며 빙긋이 웃곤 한다.

마지막은 앨범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 매년 앨범을 제작했다. 컴퓨터나 핸드폰에 보관된 사진은 생각보다 잘 보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매년 두 권씩 (한 권은 그냥 찍은 사진들, 또 한 권은 여행 사진만 따로 모아서) 포토북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만든 앨범이 벌써 스무 권을 훌쩍 넘었다. 한 번씩 꺼내서 보면 아이들과 이야기할 거리도 생기고 잊고 있었던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매번 볼 때마다 뿌듯하고 참 잘했다 생각하게 된다. 다른 것들보다도 훨씬 더 집착하는 수집품인 것 같다.

로렌스의 수집품도 결국은 시간과 추억과 감정을 담은 어떤 것들이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주변에 흔히 있는 것, 하지만 내게 특별한 것... 수집품의 의미와 지나가는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담은 따뜻한 감정이 함께 어우러진 말랑말랑 예쁜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저마다의 수집품에 대해 함께 이야기나누어 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본인의 주관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그 친구와는 말이 안 통할까? - 우기기 선수들 때문에 부글부글 끓는 너에게
매슈 사이드 지음, 아쉬윈 차코 그림, 백지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그 친구와는 말이 안 통할까?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평생의 숙제로 따라다닐 법한 질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마음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사이가 있다. 인간 관계에서 서로간의 거리를 좁히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감정적 동요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지, 넘쳐나는 가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꽤나 명쾌하고 쉬운 답을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은 어린이이다. 자기 표현에 미숙하고 상당히 감정적이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 의사소통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나열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주의해야할 점이나 대처 방법을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알려주고 있다. 굉장히 유머러스한 말투와 실제 사례를 곁들인 설명은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내용에 보다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책의 삽화 또한 너무 현란하거나 난잡하지 않으면서도 경쾌한 분위기를 내고 있어 독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게 한다. 책의 제목부터 각 장의 소제목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되어 있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지극히 어른의 시선으로 읽으면서 자꾸 꼬투리를 잡았던 것 같다. 서술이 너무 가볍고 집중력이 자꾸 흐트러지며 삽화의 통일성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좀 더 깊이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쌓였었다. 그런데 독자층을 바꾸어보니 아이들에게는 적절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처럼 sns나 웹을 통한 정보가 넘쳐나는 때에 그 중에서 가짜 정보와 진짜 필요한 정보를 구분하고 자신의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이 책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끊임없이 주변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협동해야 한다.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부터 내 생각을 바르게 전달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계속 겪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잘 설명한 멋진 교본을 만나게 된 것 같아 왠지 든든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 길로 가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피터 H. 레이놀즈 그림, 마크 콜라지오반니 글, 김여진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터 레이놀즈 작가님의 신간이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망설임없이 선택할만한 책이다.

제목부터 매우 직설적이다. 커다란 표지판에 적혀 있는 다섯 글자... '다른 길로 가'

표지부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지금 가는 길이 의심스러워 고민에 빠졌을 때 다른 길로 가면 된다는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게 정말 이렇게 쉽다고? 이러면 다 끝난 이야기 아닌가? 설마 이게 다일리가 없다. 뭔가 더 있을 거다. 그 무언가가 궁금해서 표지를 넘겨보게 된다.

비가 오고 하늘은 우중충하다. 지고 가는 짐은 너무나 많아 나를 짓누른다.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이 길이 아닌 것 같다.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다른 길로 가보기로 한다. 지고 가던 커다란 짐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걱정, 의심, 두려움, 좌절감....

비는 그치고 날씨는 개어가며 짐은 한결 가벼워지고 표정은 한껏 밝아진다. 버리고 간 큰 짐들을 다시 찾아갔을 땐 작아진 좌절감과 조용해진 두려움, 침착해진 의심과 사라진 걱정이 있었다. 한결 가벼워진 녀석을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리라는 깨달음으로 마무리된다.

표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이야기의 흐름과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분명하다. 일관되게 자신에게 주어진 힘겨운 짐들을 내려놓고 다른 길로 가볼 것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면서도 선뜻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 역시 너무나 분명하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이게 아님을 알면서도 대안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변화가 두려워서,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봐,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이 아까워서, 좀 더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우리는 다른 선택을 주저한다. 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선택을 우리는 '실패'라는 말로 평가절하해왔다. 실패하지 않는 삶이 더 가치있는 삶이라고 여기며 실패하지 않기 위해 살아왔던 것 같기도 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그 말이 인생의 명언이라며 아주 중요한 가르침인양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막상 실패를 직면했을 때 그것을 '성공의 어머니'로 생각한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마음에 명쾌하게 답을 던진 것이 바로 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걱정과 의심, 두려움과 좌절감에 잠식되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가는 인생을 살지 말고, 자신의 삶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여 나아가기를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이 전해진다. 특유의 명쾌한 글과 유쾌한 그림체로 전하는 메세지가 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다른 길로 간다는 것이 결코 포기하거나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경험'을 쌓는 일임을 더 쉽게 깨닫고 보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려는 굳은 마음을 갖는데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핑크는 여기서 시작된다 창비청소년시선 44
최설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건 딱 여중생이다.

시집은 잘 읽지 않는다. 문학적 감수성이 바닥을 치는 내게 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길게 늘여 쓰는 이야기를 짧게 줄인 글, 노래 가사처럼 리듬감 넘치는 글, 함축적 의미로 꽉 들어찬 심오한 글... 시에 대한 나의 편견은 이렇다. 아이들과의 수업 활동을 위해 읽는 몇 편의 시를 제외하면 내 손으로 시집을 골라 구매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내가 내 손으로 선택했다. '중학생의 이야기'라는 소개글에 고민없이 선뜻 택했다. 중학생인 큰 아이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이 책을 읽고 나면 중학생 딸에 대한 이해와 교감이 좀 더 용이할 거라는 기대감이 가득 찼다. 책은 쉽게 읽혔다. 시의 특성상 글이 짧기도 하지만 그 내용이 내가 생각하는 딱 그런 중학생들의 이야기였고, 엄마인 나와 중학생인 딸 사이에서 평소에 일어나는 일들이기도 했다. 반면에 드러나지 않는 주변 중학생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펼쳐져 있기도 했고, 상처 받은 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태연하고 당당한 태도로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가 가슴 아리게 전해지기도 했으며, 나이 답지 않게 속깊은 아이들의 마음이 보여 안타깝기도 했다. 첫사랑 선배, 선생님의 이야기로 가슴 떨리는 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여중생의 일상 이야기를 실감나게 시로 표현했다며 공감의 끄덕임을 남발하기도 했다.

혼자만 읽고 덮기엔 너무 아쉬워 기어이 중학생 딸을 불렀다. 인상깊었던 몇 작품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생활이라며 공감하고 신나게 읽어내려가리라 믿었건만 지나칠만큼 무덤덤하고 실상은 이보다 더 하다며 뭘 모른다는 표정으로 무심하게 지나쳐가는 딸의 모습에 당황했다. 글쓴이가 중학교 교사로 오랜 기간 재직하며 지켜봐 온 아이들의 솔직하면서도 천진한 모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따뜻하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게 어른이 원하는, 어른들이 보고싶은 아이들의 모습인 건가 싶어 혼란스러워졌다. 편부 가정에 대한 편견에 맞서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핑크 공주, 다문화 가정을 드러내기 싫어 엄마와 거리를 두면서도 한편으로 늘 미안해하고 신경쓰는 츤데레, 첫 사랑 선생님의 스케줄을 꿰고 있는 천진난만 골수팬까지... 다양한 환경에 놓인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쓰여져 있다. 실제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이야기가 쓰여진 시를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내가 그랬었지 하며 흐뭇하게 웃으려나, 아니면 속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한다고 비웃으려나... 딸아이의 무심한 표정을 본 순간 나 역시 우리 아이에게서 내가 보고 싶어하는 모습만을 잘 포장해서 그렇게 믿고 살아왔던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복잡해졌다. 어른이라는 교만함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단정짓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