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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날개
에이데르 로드리게스 지음, 아라테 로드리게스 그림, 유아가다 옮김 / 다봄 / 2024년 5월
평점 :
'가까운 사람들, 특별히 가족끼리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사랑이 어느 순간 '당연함'이 되어 소중함과 감사의 의미를 잊고 지내기 쉽습니다. <엄마의 날개>는 한 가정의 식탁 풍경으로 우리가 잊고 있는 누군가의 사랑과 배려를 생각해 볼 시간을 선물합니다.'
책을 받으며 처음 읽은 소개글... 읽는 순간 직감했다...
이건 나를 위한 책이다...
가족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고, 맛있게 먹는 가족들을 지켜보며 남겨진 부위-닭 날개-를 먹는 엄마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나의 엄마, 우리 아이들의 엄마, 그 모든 이들의 엄마가 아마도 각각의 식탁에서 그런 모습일 것이다. 날개만 먹던 엄마의 등에 돋아난 날개... 그 날개는 진짜 날개가 되어 엄마에게 혼자만의 여행을 선사한다. 자유로움... 그 누구도 챙길 필요 없고, 그 무엇도 책임질 필요 없는 나만의 여행... 나만을 위한 음식이 눈 앞에 있고 지켜보며 기다릴 필요도 없이 나만을 위해 만끽하는 시간... 그 시간을 즐기는 동안 엄마를 기다리는 가족들과 남겨진 식탁의 모습에서 엄마가 짊어져 왔을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선명한 색과 다양한 표정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이미지와 디테일한 소품의 묘사로 전해지는 일상의 평범함이 묘하게 어우러져 엄마의 이야기에 대한 공감이 배로 깊어지는 것 같다.
나만의 여행 끝에 결국 돌아와 반겨주는 가족들 사이에서 먼저 집어든 닭다리가 왠지 흐뭇하다.
'엄마'라는 자리는 참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익숙해지면 조금은 더 편안하고 나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참으로 큰 오산이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또 다른 어려움이 생겨나고 가족을 위한다고 생각했던 노력들은 어느새 당연한 듯 여겨졌다. 그림자 같은 삶.... 엄마의 삶이란 언제나 빛의 한 켠에 존재하는 '그림자'같은 게 아닐까...
이 책에서 엄마는 날개를 달고 자신만의 여행을 떠났던 것처럼 그림자 같은 엄마로서의 삶이 결코 불행하거나 슬픈 것은 아니다. 언제라도 날개를 달고 나를 찾아 떠날 수 있으며, 같은 자리에서 엄마를 기다려줄 가족들이 있고, 돌아와서 함께 나눌 풍성한 식탁이 있다. 잠시나마 엄마의 삶을, 엄마로서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 준 이 책을 감사히 읽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