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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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의 제목이자 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한 문장..

"당신은 채집되었습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채집했다는 걸까... 수많은 궁금증과 수많은 예상을 안고 책을 펼쳤다. 장르는 당연히 SF일 것이며 채집의 주체는 아마도 외계인?? 뻔한 상상력에서 나온 비루한 예상들은 그럴싸하게 들어맞는 듯 하다가 여지없이 뒤통수를 친다.

누군가에게 채집되어 반복되는 하루를 지켜보며 똑같은 시간을 한없이 보내다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그사이 실제 시간은 훌쩍 지나버렸고 주변 이들은 변해버렸다. 그 속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연우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들을 지켜보며 따라가는 여정은 단순한 관찰자에서 점차 공감하고 응원하는 동조자로 변해간다. 연우 주변의 친구들과 어른들의 사연 역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인듯 깊은 공감을 불러온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알게 된 연우의 진실은 많이 아프고 씁쓸하다.

끝까지 읽고 난 후 다시 살펴 본 표지 그림은 새롭게 보인다. 이제야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뜬금없이 놓여있는 것만 같던 젤리곰들... 하나하나 뜯어보며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 책을 읽을 미래의 독자를 위해 생략한다.

결국 연우가 선택한 길이 무엇일지 상상하며... 그 모든 것은 결국 마음이 하는 일임을 새삼 느끼며... 이 시대의 모든 학생들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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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안아 주는 말 - 마음을 조절하고 표현하는 말하기 연습
이현아 지음, 한연진 그림 / 한빛에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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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아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그림책들, 추천하는 그림책들 또 직접 쓰신 책까지 늘 믿고 본다. 직접 글을 쓰신 책이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감정을 안아주는 말'... 제목부터 포근하다. 어떤 내용일까, 어떤 이야기로 내 감정을 안아주려나...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기대감에 부풀었다.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그림책들을 아이들과 나누었었다.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기도 하고, 내 감정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전하는 멋진 말을 건네 보기도 하고, 친구들의 감정을 살피며 공감해보기도 하고... 수많은 감정 그림책들 중에 이 책은 또 어떤 멋진 매력을 보여주려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찬찬히 살펴보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선물(?)은 '무드미터'이다. 애매한 감정들을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고 지금 내 감정이 어떤 건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더불어 그런 감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면 좋을지 알려준다.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자세히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거나 감정의 폭발로 난처한 상황에 처할 때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나쁜 것 같이 느끼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볼 기회를 갖지 못하고 숨기게 되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의 영역을 선명한 색으로 구분하여 아이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준 점에서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살펴보고 이해하는 데 서툴기에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펼쳐가고는 있지만 사실 어른들에게도 감정에 대한 성찰은 쉽지 않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알면서도 외면하는 경우도 많으며,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으로 인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다독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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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모몬 스토리 1 - 어둠의 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 이야기친구
공윤희 지음, 박민주 그림 / 창비교육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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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상당히 당황? 난감? 충격? 이었다. 쨍한 분홍빛이 가득한 표지는 전형적인 어른의 시선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으며 제목은 무슨 포켓몬이나 디지몬을 연상시킨다. 괜히 읽으려 했나 잠시 망설여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막 막상 책장을 넘기고 보니 이야기 속으로 쏙 빠져들었다.

주인공은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발랄하고 호기심이 넘치며 게임 좋아하는 우리 주변에 어디에서라도 만날 법한 그런 초등학생 세민이가 새로운 게임을 접하고 미션을 해결하던 중에 게임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속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게임 속 캐릭터인 에모몬은 사람의 나쁜 감정에서 생겨나는 요괴이다. 에모몬이 생겨나기 전에 빨리 사냥해야 성공하는 게임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나쁜 감정에 둘러 쌓여 괴로워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고민을 해결해야한다. 게임 속으로 빠져 들어가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동화로만 생각했는데 그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고민이 결코 가볍지 않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품고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어서 아이들에게는 깊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성적이 최고라고 여기는 아이, 나의 절친이 진정한 친구인지 고민하는 아이, 넘치는 식욕과 통통한 체형으로 고민하는 아이, 무례한 손님들로 인해 괴로워하는 편의점 직원까지 흔히 들어봤던 주변의 고민들이 게임 속 미션으로 주어지며 주인공 세민이의 시선에서 나쁜 감정들을 해결해 주기 위한 노력이 펼쳐진다.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며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때마다 이 책의 정체성은 판타지 동화가 아닌 인성 동화나 감정 동화가 되어간다. 비슷한 고민으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에게 묵직한 조언이나 해결책이 아닌 조금은 가벼우면서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어린 아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내년에 2권이 나올 예정이라는 작가의 말에 아쉬움이 가득해지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다음에 펼쳐질 사연들과 세민이의 여정이 너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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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날개
에이데르 로드리게스 지음, 아라테 로드리게스 그림, 유아가다 옮김 / 다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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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들, 특별히 가족끼리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사랑이 어느 순간 '당연함'이 되어 소중함과 감사의 의미를 잊고 지내기 쉽습니다. <엄마의 날개>는 한 가정의 식탁 풍경으로 우리가 잊고 있는 누군가의 사랑과 배려를 생각해 볼 시간을 선물합니다.'

책을 받으며 처음 읽은 소개글... 읽는 순간 직감했다...

이건 나를 위한 책이다...


가족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고, 맛있게 먹는 가족들을 지켜보며 남겨진 부위-닭 날개-를 먹는 엄마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나의 엄마, 우리 아이들의 엄마, 그 모든 이들의 엄마가 아마도 각각의 식탁에서 그런 모습일 것이다. 날개만 먹던 엄마의 등에 돋아난 날개... 그 날개는 진짜 날개가 되어 엄마에게 혼자만의 여행을 선사한다. 자유로움... 그 누구도 챙길 필요 없고, 그 무엇도 책임질 필요 없는 나만의 여행... 나만을 위한 음식이 눈 앞에 있고 지켜보며 기다릴 필요도 없이 나만을 위해 만끽하는 시간... 그 시간을 즐기는 동안 엄마를 기다리는 가족들과 남겨진 식탁의 모습에서 엄마가 짊어져 왔을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선명한 색과 다양한 표정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이미지와 디테일한 소품의 묘사로 전해지는 일상의 평범함이 묘하게 어우러져 엄마의 이야기에 대한 공감이 배로 깊어지는 것 같다.

나만의 여행 끝에 결국 돌아와 반겨주는 가족들 사이에서 먼저 집어든 닭다리가 왠지 흐뭇하다.

'엄마'라는 자리는 참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익숙해지면 조금은 더 편안하고 나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참으로 큰 오산이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또 다른 어려움이 생겨나고 가족을 위한다고 생각했던 노력들은 어느새 당연한 듯 여겨졌다. 그림자 같은 삶.... 엄마의 삶이란 언제나 빛의 한 켠에 존재하는 '그림자'같은 게 아닐까...

이 책에서 엄마는 날개를 달고 자신만의 여행을 떠났던 것처럼 그림자 같은 엄마로서의 삶이 결코 불행하거나 슬픈 것은 아니다. 언제라도 날개를 달고 나를 찾아 떠날 수 있으며, 같은 자리에서 엄마를 기다려줄 가족들이 있고, 돌아와서 함께 나눌 풍성한 식탁이 있다. 잠시나마 엄마의 삶을, 엄마로서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 준 이 책을 감사히 읽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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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들썩들썩 보건실의 하루
첼시 린 월리스 지음, 앨리슨 파렐 그림, 공경희 옮김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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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제일 좋은 곳이나 편안한 곳이 어디냐고 묻는 다면 절반 이상은 보건실을 택할 것이다. 보건실은 아플 때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왠지 수업이 듣기 싫을 때, 그냥 괴로울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기대고 싶을 때 핑계삼아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아도 보건실을 다녀오면 그냥 나아진 것 같이 느끼기도 하고 자신에게 생긴 어떤 문제들을 다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을 가지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이렇게 아이들의 참새방앗간 같은 보건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아침 출근길부터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보건선생님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며 일반 교사와 비슷한 듯 다른 일상에 웃음이 나왔다. 정말 아파서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배가 고파서, 이가 흔들려서, 마음이 속상해서 보건실을 찾는다.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치료이자 치유이자 관심이다. 적절한 처치와 관심을 받은 아이들은 만족스럽게 보건실을 나서고 보건선생님도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한다.

학생 수가 많아 교실마다 구급상자가 비치되어 있는 우리 학교는 간단한 상처의 경우 교실에서 직접 처치한다. 아프다며 찾아오는 아이들 중 절반은 밴드 하나만 붙여줘도 다 나은 듯 만족스럽게 돌아선다. 자신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에 충분히 치료받은 것처럼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보건실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마음도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나만을 향한 관심과 손길... 끊임없이 그런 마음을 내어주는 보건선생님께 이끌려 가는 것은 당연하지 싶다.

같은 학교 내에서 생활하면서도 보건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큰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때로는 교실에 비해 여유있고 한가롭다고 여기기도 했던 것 같다. (코로나 이후로 바뀌긴 했지만...) 이 책을 계기로 마음을 바꾼다. 아이들이 찾아오는 곳 어디나 분주하지 않은 곳이 없고, 관심과 사랑이 메마른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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