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대단한 발명품 마음속 그림책 27
애슐리 스파이어스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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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내는 아이는 '엄청나게 대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온갖 재료를 모아 작업에 돌입한다. 만들기를 끝내고 살펴본 완성품은 대단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엉망'이었다. 다시 시도해본 결과물들 역시 그리 대단해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칭찬했지만 아이의 마음에는 전해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이는 너무 화가 나서 폭발했고 결국 그만 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고 화가 가라앉으면서 자신이 만들었던 결과물들이 잘못된 부분도 있지만 아주 잘 만든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아이는 '엄청나게 대단한 것'을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알게 되었다. '엄청나게 대단한 발명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하는 활동은 대부분 아이들이 떠올린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엄청난' 아이디어를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해낸다. 결과물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다지 마음에 차지 않는다. 그 순간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고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다. '난 안 돼.', '어차피 안 될 거야.', '난 원래 못해.'.... 바로 그 때가 이 책이 필요한 순간인 것 같다. 수많은 실패들이 사실은 실패가 아니었음을, '엄청나게 대단한' 것을 만들기 위해 거쳐가야할 중요한 과정이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설령 그 완성품이 어른들이 보기에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아이들에게는 '엄청나게 대단한 발명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임을 깨닫고 스스로가 만족하는 수준에 다다르기까지의 길고 긴 과정에서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실 한 켠에 잘 챙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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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토끼!
마리카 마이얄라 그림, 토베 피에루 글, 기영인 옮김 / 블루밍제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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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조금 낯선 스웨덴의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다. 특유의 북유럽 감성(?)이 묻어나는 초록빛깔 표지가 시선을 끈다. 제목만 들었을 때 내가 그려본 내용은 토끼를 갖고 싶어하는 아이의 투정어린 이야기일까, 부모와의 다툼일까, 토끼를 갖게 되기까지의 기발한 과정을 담은 이야기일까... 했었다. 하지만 예상은 단번에 깨져버렸다. 책을 소개하는 문구들은 하나같이 '친구', '관계', '거짓말'...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걸까...

단숨에 읽어 나간 책 속에는 정말 내게 없고, 갖고 싶고, 함께 이야기나누고 싶은 '토끼'가 있으며, '친구'와 함께 '토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아이와 '토끼'를 공유하며 '관계'를 쌓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린 '거짓말'이 등장한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내게 '거짓말'이란 지적의 대상이며, 고쳐야할 나쁜 습관이며, 진심을 가리는 잘못된 선택이다. 분명 이런 이야기로 누군가 내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나는 아마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친해지고 싶은 너의 진심을 진솔하게 이야기해보라'고 조언할 것이다. 이렇게 틀에 박힌 사고를 가진 내게 이 책의 결말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정말 이대로 끝이라고?

너무나 당황스럽게도 이야기 속의 아이들에게 '토끼'와 '거짓말'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책을 덮고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이상한 건가? '관계'에 있어서 어떤 매개체나 거짓말이 미치는 영향을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친구가 되는 과정을 정말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내가 얼마나 편협하고 틀에 박힌 생각을 가져왔는지 반성해야했다. 이 책과 함께 받았던 관계자(?)님의 편지에 있었던 그 말.... 그 말이 내 마음에 받아들여지기까지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나보다.

친구 사이엔 사건과 무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가 중요한 거구나!!

나는 그동안 친구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들을 지도했었나보다. 사실 아이들에겐 그저 함께 부대낀 '시간' 자체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텐데 말이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이 유독 더 친한 것도, 같은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끼리 더욱 돈독해 지는 것도, 같은 동네 살며 등하교길에 늘 함께 하는 아이들이 친한 것도 생각해보면 모두 '시간'에 그 답이 있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나는 다른 방법으로 우리 아이들과 친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친구를 만드는 방법'이 아닌 '친해지는 시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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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놀러 와 스콜라 창작 그림책 58
엘리자 헐.샐리 리핀 지음, 대니얼 그레이 바넷 그림,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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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며 처음으로 만나게 된 책은 '우리 집에 놀러와'이다. 제목부터 '우리 집', 표지에 가득한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 활짝 열린 문과 반기는 표정 등으로 미루어 보아 이 책은 '가족'이나 '집'의 따뜻함과 사랑 등을 써내려간 책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막상 책 표지를 열고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겨갔다. 이 책은 너무나 따뜻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너무나 부담없이 장애에 대해 보여주는 책이었다.

여느 가정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쭉 펼쳐진다. 우리를 초대하는 아이들의 유쾌한 설명이 없다면 나는 이들의 다른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따뜻하고 정감있는 그림체와 단편적인 한 장면만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주인공들과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휠체어를 타는 뇌성마비 아이, 청각장애인 엄마와 함께 살며 수화로 이야기하는 아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부녀, 시각장애인 엄마와 안내견이 함께 생활하는 아이, 왜소증 아빠, 지적장애를 가진 엄마, 한 팔을 잃은 아빠를 둔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집으로 놀러오라며 유쾌하게 우리를 초대한다. 그들에게 장애는 부끄러운 것도, 슬픈 것도, 단점이나 부족한 것도 아닌 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 수록된 작가님들의 이야기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장애는 나쁜 말이 아니다. 특별하다, 불리하다, 능력이 다르다고 말하는 대신 "장애가 있다"고 말하라'는 그들의 말에 여전히 조금은 어렵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이 책을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하는 때에 만났더라면 아이들과 조금 더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행인건 다음 주에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체험 이후에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꼭 가져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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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3 - 그 애와 함께 창비아동문고 328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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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3의 출간 소식을 처음 접한 그 순간부터 바로 사 보아야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출판사의 서평단 모집 소식을 며칠만 늦게 들었어도 나는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만나보게 된 호진이의 세 번째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기다리며 지난 이야기들을 떠올려보았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고학년 아이들 대상의 온 책 읽기 도서로 매우 유명하다. 6학년 아이들을 처음 가르쳤던 그 해 온 책 읽기 도서를 고민하던 중 알게 된 이 책은 내게 동화의 재미를 처음 알게 해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전까지는 수업을 위한 교재 정도로 동화책을 읽어왔다면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접한 후로는 스스로 좋은 동화책을 찾아보고 사서 읽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책을 함께 읽은 아이들 중에는 학업에는 영 뜻이 없고 그냥 저냥 억지로 등하교만 하다가 사이클선수라는 큰 뜻(?)을 품고 진로를 선택해 다른 지역의 중학교로 진학한 아이들도 있을 정도였으니 내겐 정말 의미있는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책의 세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는데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며칠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린 끝에 책을 손에 쥐고는 단숨에 읽어내렸다. 중간에 쉬어가며 읽으려는 생각도 물론 없었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한 책은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의 구성과 흐름이야 말할 것도 없을 뿐더러 제주의 풍경도 눈 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했다. 흘러가는 바람 한 점, 때로는 거세고 때로는 잔잔한 파도 소리, 아름다운 저녁 노을, 멋드러진 산등성이, 크고 작은 오름들, 바다에 우둑 선 성산일출봉...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제주의 풍경들이 글만으로도 살아서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 곳을 굴러가는 자전거의 행렬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리속에 스쳐가는 경험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이런 멋진 배경에 자칫 가려질 수도 있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적당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1, 2권을 통해 심각한 갈등을 해결하고 이제는 더욱 돈독하고 끈끈해진 가족애를 선보이는 호진이의 가족들은 한 마디로 감동적이다. 성장하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가장 화려해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외롭고 힘들 은찬이와 그런 은찬이를 옆에서 변함없는 우정과 사랑(?)으로 지켜보는 지우가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함께 하며 조금씩 단단해져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스럽다. 초등학생들이 모의한 제주여행이라는 다소 어이없는 설정임에도 너무 억지스럽지 않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어른보다 더 속 깊고 성숙하게 느껴질만큼 현명하고 따뜻한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불량한 자전거 여행 1~3권 모두를 통틀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도전'이다. 그 누구도 도망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당당히 맞서 나아가길 선택한다.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 자신을 구속하는 주변의 모든 굴레와 장애물, 가족의 불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 자신에 대한 불신과 의심 등등 끊임없이 발목을 잡는 수많은 어려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와 발전을 위해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덮으면서도 앞으로의 호진이와 은찬이, 지우, 삼촌과 치연 누나, 호진이 부모님의 미래가 찬란히 빛날 것을 기대하고 또 믿게 되는 듯하다.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될 호진이가 어떤 청소년으로,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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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 모자 씌우기 - 제2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시 부문 수상작
임수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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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글로 태어나는 순간!!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떠오른 말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어른의 시점에서 이 책의 첫 장을 열고 읽어나가면서 참 많은 질문을 던졌다. 왜 코뿔소한테 모자를 씌워? 그림자는 해가 지면 당연히 사라지는 거 아닌가? 코끼리가 날아다닐 리가 없잖아? 공룡이 지금 있을리가 없잖아? 이건 뭘 비유한 거지? 이 시에 숨어있는 의미는 뭘까? 이 동물은 사람을 빗대어 표현한 건가?
동시를 읽으며 정답을 찾으려 하니 동시 안에 빠져들어갈 수가 없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어려워만 지고 있었다. 이 책의 맨 마지막에 수록된 아동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읽기 전까지....
전문가의 해설이라면 나에게 어떤 해답을 줄 것 같았다. 그런데 결론은.... 상상은 상상 그 자체로, 그것을 글로 썼다는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입시 교육의 폐해인지 무언가 정답이 딱 떨어지지 않으면 막연히 불안했던 것 같다. 이 책은 그 불안함을 떨치고 시를 그저 시로서 온전히 즐길 줄 아는 자세를 가져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시선을 바꾸고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니 그제야 깨알같은 재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뿔소에게 정말 모자를 씌워주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고, 모자를 씌워주기 위해 진심으로 고민하는 대화 속에서 나도 모르게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쳐버렸을 수많은 '만약'에 어느새 진심으로 대답하고 싶어졌다. 정말 우리 집에 공룡알이 온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잠시 상상에 빠져보기도 했다. 말놀이의 재미에 빠져 가오리가 가오리 가요 간다 가오리 반복하다보니 정말 바다를 '날고'있는 가오리가 내 머릿속에 떠돌았다. 그렇게 한참을 상상 속에서 서성거렸다. 정답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상상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시간이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아닐까... 어른인 내게는 동심으로 가득 찬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면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기분일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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