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없어 토끼!
마리카 마이얄라 그림, 토베 피에루 글, 기영인 옮김 / 블루밍제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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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조금 낯선 스웨덴의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다. 특유의 북유럽 감성(?)이 묻어나는 초록빛깔 표지가 시선을 끈다. 제목만 들었을 때 내가 그려본 내용은 토끼를 갖고 싶어하는 아이의 투정어린 이야기일까, 부모와의 다툼일까, 토끼를 갖게 되기까지의 기발한 과정을 담은 이야기일까... 했었다. 하지만 예상은 단번에 깨져버렸다. 책을 소개하는 문구들은 하나같이 '친구', '관계', '거짓말'...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걸까...

단숨에 읽어 나간 책 속에는 정말 내게 없고, 갖고 싶고, 함께 이야기나누고 싶은 '토끼'가 있으며, '친구'와 함께 '토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아이와 '토끼'를 공유하며 '관계'를 쌓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린 '거짓말'이 등장한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내게 '거짓말'이란 지적의 대상이며, 고쳐야할 나쁜 습관이며, 진심을 가리는 잘못된 선택이다. 분명 이런 이야기로 누군가 내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나는 아마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친해지고 싶은 너의 진심을 진솔하게 이야기해보라'고 조언할 것이다. 이렇게 틀에 박힌 사고를 가진 내게 이 책의 결말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정말 이대로 끝이라고?

너무나 당황스럽게도 이야기 속의 아이들에게 '토끼'와 '거짓말'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책을 덮고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이상한 건가? '관계'에 있어서 어떤 매개체나 거짓말이 미치는 영향을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친구가 되는 과정을 정말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내가 얼마나 편협하고 틀에 박힌 생각을 가져왔는지 반성해야했다. 이 책과 함께 받았던 관계자(?)님의 편지에 있었던 그 말.... 그 말이 내 마음에 받아들여지기까지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나보다.

친구 사이엔 사건과 무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가 중요한 거구나!!

나는 그동안 친구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들을 지도했었나보다. 사실 아이들에겐 그저 함께 부대낀 '시간' 자체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텐데 말이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이 유독 더 친한 것도, 같은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끼리 더욱 돈독해 지는 것도, 같은 동네 살며 등하교길에 늘 함께 하는 아이들이 친한 것도 생각해보면 모두 '시간'에 그 답이 있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나는 다른 방법으로 우리 아이들과 친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친구를 만드는 방법'이 아닌 '친해지는 시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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