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모자 씌우기 - 제2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시 부문 수상작
임수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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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글로 태어나는 순간!!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떠오른 말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어른의 시점에서 이 책의 첫 장을 열고 읽어나가면서 참 많은 질문을 던졌다. 왜 코뿔소한테 모자를 씌워? 그림자는 해가 지면 당연히 사라지는 거 아닌가? 코끼리가 날아다닐 리가 없잖아? 공룡이 지금 있을리가 없잖아? 이건 뭘 비유한 거지? 이 시에 숨어있는 의미는 뭘까? 이 동물은 사람을 빗대어 표현한 건가?
동시를 읽으며 정답을 찾으려 하니 동시 안에 빠져들어갈 수가 없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어려워만 지고 있었다. 이 책의 맨 마지막에 수록된 아동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읽기 전까지....
전문가의 해설이라면 나에게 어떤 해답을 줄 것 같았다. 그런데 결론은.... 상상은 상상 그 자체로, 그것을 글로 썼다는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입시 교육의 폐해인지 무언가 정답이 딱 떨어지지 않으면 막연히 불안했던 것 같다. 이 책은 그 불안함을 떨치고 시를 그저 시로서 온전히 즐길 줄 아는 자세를 가져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시선을 바꾸고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니 그제야 깨알같은 재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뿔소에게 정말 모자를 씌워주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고, 모자를 씌워주기 위해 진심으로 고민하는 대화 속에서 나도 모르게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쳐버렸을 수많은 '만약'에 어느새 진심으로 대답하고 싶어졌다. 정말 우리 집에 공룡알이 온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잠시 상상에 빠져보기도 했다. 말놀이의 재미에 빠져 가오리가 가오리 가요 간다 가오리 반복하다보니 정말 바다를 '날고'있는 가오리가 내 머릿속에 떠돌았다. 그렇게 한참을 상상 속에서 서성거렸다. 정답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상상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시간이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아닐까... 어른인 내게는 동심으로 가득 찬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면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기분일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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