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내 친구 - 신나라 그림책
신나라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할로윈을 맞아 얼굴을 감추고 특별한 파티를 열게 된 아이들 사이에서 지우는 묘한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며 어린이집에 간다. 그리고 겪게 되는 기묘한 일들.... 짝이 맞지 않고, 간식이 모자라고, 누군지 알 수 없는 아이와 마주치기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친구와 마주친 후 지우의 행동은 예상 밖이다.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경계하고, 거리를 둘 법도 한데 그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알 수 없는 친구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다음 날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헤어진다. 집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의아해 하면서도 이내 돌아선다.

아이들은 편견이 없다. 끊임 없이 의심하고 경계하고 거리를 두는 어른과는 매우 다르다. 때로는 숨길 때 더 드러나는 친구들이 있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다가 특정한 상황에서 유독 눈에 더 들어오는 아이들도 있다. 오싹한 그 친구는 아마도 그런 친구가 아니었을까? 지우가 자신을 감추면서 더 설레고 편안했던 것처럼 어쩌면 그 친구도 자신을 숨긴 그 순간에 더 드러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등장한 그 친구에 대해 호들갑 떨며 정체를 알아내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 또한 아이들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보는 내내 흐뭇하고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교실에나 존재하는 '오싹한' 그 친구들이 다가올 할로윈(?)을 통해 보다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어우러지길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염 동물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 대상 수상작 파란 이야기 14
김시경 지음, 장선환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0% 독자의 선택으로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다!!!


이 책이 나의 시선을 끌었던 결정적 한 문장이다.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에서 진행한 판타지 문학상 어린이 부문 대상작으로 어린이들이 직접 읽고 선정한 최고의 작품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에 흥미를 보인 걸까?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최고로 뽑은 걸까? 궁금했다. 그리고 단숨에 읽어내렸다.
제목이 자극적이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로 인해 질병과 감염에 대해 예민해진 시기에 제목부터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매력으로 기대감이 충만하여 이야기가 너무 장황하고 오히려 그로 인해 더 불만족하지 않을까 약간의 걱정도 있었지만 막상 읽기를 시작하니 내려놓을 수 없었다. 판타지 문학이라는 장르적 특징에 부합하게 설정부터 개성넘치고 전개는 빠르며 결론도 예상밖이다. 이 작품을 뽑은 아이들의 수준이 그 어떤 심사위원보다 뛰어나게 느껴졌다.

동물이 말을 하고 지능이 높아지는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알려지고 그 과정에서 살처분되는 동물들과 동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동물연합, 환경오염으로 인한 인류의 암울한 미래까지 정말 많은 메세지를 담고자 한 것 같은데 그게 전혀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함께 고민하고 실천을 꾀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인 것 같다. 함께 읽고 여러 가지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고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마구 생겨난다. 최근 학교 현장이나 아이들의 생활을 담은 이야기를 주로 접하다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참신한 이야기를 읽고 나니 환기되는 기분에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난다.

입버릇처럼 아이들에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하면서 그 대상을 인간이 아닌 것들로 확장시켜보지 않았을까 반성이 되기도 한다. 인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대상들의 입장에서 함께 이야기나누는 기회를 한 번 마련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함께 : 나 혼자도 잘할 수 있다는 착각을 깨 주는 책
네드 하틀리 지음, 스튜디오 무티 그림, 권은정 옮김, 이정모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 혼자도 잘할 수 있다는 착각을 깨 주는 책'

표지에 쓰여진 짧은 부제가 이 책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책을 받기 전 읽은 짧은 설명과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의 그림으로 이 책이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한 함축적 메세지가 담긴 그림책일 거라 생각했다. 그 다음 보게 된 소개의 한 마디는 '논픽션'.... 몽글몽글 예쁜 그림책이 아니라라 '논픽션'이라고?? 대체 이 책의 정체는 뭐지?

그렇게 받아든 책은 강렬한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기게 했다. 그렇게 접한 38가지 협력의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과학과 기술, 의학 분야의 이야기는 다소 어려운 내용임에도 최대한 쉽게 서술되어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도 충분하게 느껴졌다. 스포츠와 문화 분야의 이야기들을 통해 보다 쉽게 협력과 그 가치에 다가갈 수도 있었다.

특히나 이 책의 매력이 돋보인 것은 보호와 구조, 정치와 사회운동 분야의 이야기들이었다. 함께 힘을 합쳐 기적과 같은 생존을 이끌어낸 광산 사고 현장의 광부들의 이야기, 기후변화로 인해 드러나고 있는 지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가는 이들의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진정한 협력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마지막 사례로 제시된 BTS의 이야기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너무나 적절한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이 너무 길지 않고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각자의 관심 분야에 맞는 텍스트를 선택하여 읽고 함께 그 의미를 나누기에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보다는 자기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요즘, 우리 아이들과 꼭 함께 나누고픈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성 : 백 년이 넘은 식당 - 2023 뉴베리 아너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리사 이 지음, 송섬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이자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의 태 켈러 작가님이 추천사를 써주셨다는 소개글만으로 책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꽤 두꺼운 책인데도 속도감있는 전개와 쉬운 문장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게 만들었다.

100년도 더 된 과거에 살아남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와 목숨의 위협을 이겨내고 정착한 중국인의 이야기와 주인공 메이지 가족들의 이야기, 현재 황금성 주변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중국인의 경우임에도 많은 부분에서 공감되었다.

중국인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종이 아들'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종이 아들'이라는 말을 접한 순간 난 왜 '사진 신부'가 떠올랐을까? 머나먼 타국에 사진 한 장 들고 찾아가 그 곳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야했던 우리의 조상들도 결국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지할 곳 없는 '종이 아들'들이 유일하게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던 '황금성' 같은 곳이 '사진 신부'들에게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잠시 해본다.

메이지의 가족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인종차별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당당히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메이지의 엄마와 늘 그녀를 자랑스러워했던 조부모의 이야기가 따뜻함을 전한다. 할아버지의 병세로 인해 함께 지내면서 진심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살피고 배려하는 메이지의 마음이 내게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특히나 정성스레 쓴 포춘 쿠키 속 메세지는 마지막까지 짙은 여운을 남겼다. 조금은 억지스러웠던 '미스테리한 사건'을 제외하면 당차고 꿋꿋하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하며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내가 황금성을 방문한다면 메이지가 어떤 메세지를 포춘쿠키에 담아 줄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결국.... ??

사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읽고 보니 다른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는 기대감을 안겨주는 제목이다. 더불어 그 결론이 무엇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사물에 대해 쓰려고 했지만 결국 사물에 대해서는 쓰지 못하고 다른 무언가에 대해 쓰게 되었나? 막연한 잠시의 상상을 접고 책을 펼치면서 만나는 목차는 각 장의 제목부터 감이 잡힌다. '식탁 위의 얼굴', '울타리 너머의 얼굴', '길 건너의 얼굴'... 가족에서 이웃, 동네, 고장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이렇게 시작된 만남이었다.

이 책의 작가님에 대해서 사실 난 잘 모른다. 전작을 읽어보지도 못했고 그저 뉴스로, 칼럼으로만 접하고 넘어가는 분야의 작가님이어서(라는 핑계로) 이 책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다문화 청소년, 결혼 이주 여성, 북한 출신 이주민으 만나며 이들을 돕는 활동가이자 연구자'라는 소개글을 보며 조금은 생소하거나, 왠지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언제나처럼 난 참 지레 앞서간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다지 길지도, 어렵지도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는다. 다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나는 내 주변에 그와 비슷한 인물을, 그와 비슷한 사연을 자꾸 찾고 있었다. '맞아, 나도 그랬지', '그래, 그 때 그 사람이 그랬었어', '아, 그때 내 마음이 어랬었나보다'라고 자꾸 나의 이야기를 찾아서 덧붙이고 있었다. 나와는 많이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결국 주변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어디에나 있는 사물, 거기에 얽힌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외국인과 결혼하여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 엄마의 생활도 한국인과 결혼하여 한국 땅에서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나의 생활과 그 결이 많이 다르지 않다. 예전에 친정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을 내 손으로 차려 먹으며 엄마를 떠올리는 마음, 뒤늦게 담그기 시작한 김치를 여기 저기 나누어주며 혼자 뿌듯해하는 마음.. 가볍고 작은 책 한 권에서 수많은 공감을 발견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따뜻한 시간을 갖게 한다.

특히나 '돌봄'의 가치를 찾게 해주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핸드폰 속 일정표에 빼곡하게 들어찬 내 돌봄의 흔적을 보며 한 번도 그에 대해 스스로조차 가치를 매겨보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너무나 명쾌하게 돌봄을 '전문직'으로 격상(?)시켜주고 그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해주어 진심으로 감사하다. 돌봄으로 분주한 나의 시간들에 매일 새로이 가치를 매겨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