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 분식 - 우리 동네 냠냠 쩝쩝 으라차차 할미 분식 1
할미잼 지음 / 트리앤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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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이미 게임 끝이다. 할머니에 분식이라니....

아프고 다친 마음을 달래주는 데 이만한 게 있을까...

푸드트럭을 몰고 나타난 할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회사에서 저지른 실수로 낙담한 곰에게 비법소스를 뿌린 떡볶이 한 그릇을 내어주시는 할미... 어린 시절 엄마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떡볶이 한 그릇에 힘들었던 마음이 녹아내린다. 할미 분식을 찾아 온 또다른 친구 토끼에게는 비법 가루를 뿌린 갓 튀긴 바삭한 튀김 한 그릇을, 피곤한 다람쥐 사장에게는 비법 간장을 떨어뜨린 어묵과 따끈한 어묵 국물 한 그릇을 내어주며 저마다의 이유로 지치고 힘든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고 녹인다. 거기에 따뜻한 위로의 말과 진심어린 조언까지 덧붙는다.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한 기운이 맴돈다. 사소한 것으로도 고민하고 힘겨워했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분식집의 추억 하나쯤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친구들과 함께 몰려가 사이좋게 나누어 먹던 떡볶이와 튀김, 어묵 한 그릇...속상하고 복잡했던 일도 학교 앞 분식집에서 매콤달콤 떡볶이에 수다 한 판이면 모두 씻겨나갔었다. 여기에 만국 공통의 힐링 그 자체... 할머니... 배고프면 몸도 마음도 더 아프다며 그저 한 입이라도 더 먹으라고 계속 접시를 내어주신다. 할머니의 '약손' 한 번이면 모든 아픔이 사라지고 스르르 눈이 감기는 마법같은 순간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는 또 몇이나 될까... 그 따뜻했던 순간들이 어제 일인듯 떠오른다.


 "배고프고 고민이 있다면 할미분식에 오세요"


힘들고 지친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최고의 선물을 받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하고 푸근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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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통신문 시 쓰기 소동 노란 잠수함 15
송미경 지음, 황K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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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통신문 소동과 비밀편지 소동에 이은 송미경 작가님의 세 번째 이야기라는 소개 글을 보았다. 전작들을 읽어보지 못한 터라 책을 받아보기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빼먹지 않고 보는 것을 선호하는 나에게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만을 보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라는 소재는 일단 도전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야기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전의 이야기에선 낯선 형태의 가정통신문이 아이들과 각 가정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것 같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여기에 '시'가 더해진다. 새로 등장한 땡땡이 선생님이 인도하는 시 쓰기의 세계는 평소 어렵게만 생각하고, 그저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시'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한다. 요리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이 그대로 시가 되고,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니 새로운 시가 떠오르고, 냄새를 통해 떠오르는 기억이 한 편의 시로 탄생하는 과정이 너무나 순수하고 행복하게 펼쳐진다. 아이들이 쓴 시는 동심을 그대로 드러내며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으로 웃음짓게 하고, 어른들이 고민하며 써낸 시는 같은 어른의 입장에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무슨 시를 쓰냐며 투덜대던 이들도 어느새 무슨 시를 쓸까 고민하며 시의 세계에 푹 빠져드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주변의 모든 것이 시로 탄생하는 순간들을 지켜보며 '나도 시를 한 번 써볼까?'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에 젖어드는 시간.... 그 마법같은 시간을 이 책을 읽으며 경험하게 되었다. 비둘기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동심 가득한 시를 보며 우리 반 아이들이 써내려갈 시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조만간 우리 아이들과 시를 쓰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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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대단한 아이디어 마음속 그림책 28
애슐리 스파이어스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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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대단한 발명품'과 함께 받아본 이 책은 겉표지만 봐도 짝이 되는 책이다. 처음엔 함께 발행된 책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몇 년의 간격을 두고 발행된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등장인물이나 모티브, 내용의 흐름 등이 너무나 비슷하다. 엄청나게 대단한 발명품을 만들기 위해 실패를 거듭하다 각각의 실패작에서 찾아낸 장점들을 활용하여 만족스러운 완성품을 만들어낸 것처럼, 늘 넘치던 아이디어가 어느 순간 막혀버리고 '엄청나게 대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결말도 비슷하리라 예상했는데 내겐 다소 의외였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한 하나의 지침서가 아닐까 짐작했던 내게 던져진 결론은.... "그럴 수도 있지!!"

아이는 어쩌면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아이는 아이디어가 언젠가는 또 생겨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답니다.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을 떠올리고, 매일 매일 성장해나가지 않으면 조바심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괜찮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때로는 이대로 더이상 발전하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한 우리에게 '가끔은 멈춰있어도 큰 문제가 없으며, 언젠가 다시 나아갈 것'임을 담담히 알려주며 위로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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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대단한 발명품 마음속 그림책 27
애슐리 스파이어스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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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내는 아이는 '엄청나게 대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온갖 재료를 모아 작업에 돌입한다. 만들기를 끝내고 살펴본 완성품은 대단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엉망'이었다. 다시 시도해본 결과물들 역시 그리 대단해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칭찬했지만 아이의 마음에는 전해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이는 너무 화가 나서 폭발했고 결국 그만 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고 화가 가라앉으면서 자신이 만들었던 결과물들이 잘못된 부분도 있지만 아주 잘 만든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아이는 '엄청나게 대단한 것'을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알게 되었다. '엄청나게 대단한 발명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하는 활동은 대부분 아이들이 떠올린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엄청난' 아이디어를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해낸다. 결과물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다지 마음에 차지 않는다. 그 순간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고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다. '난 안 돼.', '어차피 안 될 거야.', '난 원래 못해.'.... 바로 그 때가 이 책이 필요한 순간인 것 같다. 수많은 실패들이 사실은 실패가 아니었음을, '엄청나게 대단한' 것을 만들기 위해 거쳐가야할 중요한 과정이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설령 그 완성품이 어른들이 보기에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아이들에게는 '엄청나게 대단한 발명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임을 깨닫고 스스로가 만족하는 수준에 다다르기까지의 길고 긴 과정에서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실 한 켠에 잘 챙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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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토끼!
마리카 마이얄라 그림, 토베 피에루 글, 기영인 옮김 / 블루밍제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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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조금 낯선 스웨덴의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다. 특유의 북유럽 감성(?)이 묻어나는 초록빛깔 표지가 시선을 끈다. 제목만 들었을 때 내가 그려본 내용은 토끼를 갖고 싶어하는 아이의 투정어린 이야기일까, 부모와의 다툼일까, 토끼를 갖게 되기까지의 기발한 과정을 담은 이야기일까... 했었다. 하지만 예상은 단번에 깨져버렸다. 책을 소개하는 문구들은 하나같이 '친구', '관계', '거짓말'...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걸까...

단숨에 읽어 나간 책 속에는 정말 내게 없고, 갖고 싶고, 함께 이야기나누고 싶은 '토끼'가 있으며, '친구'와 함께 '토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아이와 '토끼'를 공유하며 '관계'를 쌓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린 '거짓말'이 등장한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내게 '거짓말'이란 지적의 대상이며, 고쳐야할 나쁜 습관이며, 진심을 가리는 잘못된 선택이다. 분명 이런 이야기로 누군가 내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나는 아마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친해지고 싶은 너의 진심을 진솔하게 이야기해보라'고 조언할 것이다. 이렇게 틀에 박힌 사고를 가진 내게 이 책의 결말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정말 이대로 끝이라고?

너무나 당황스럽게도 이야기 속의 아이들에게 '토끼'와 '거짓말'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책을 덮고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이상한 건가? '관계'에 있어서 어떤 매개체나 거짓말이 미치는 영향을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친구가 되는 과정을 정말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내가 얼마나 편협하고 틀에 박힌 생각을 가져왔는지 반성해야했다. 이 책과 함께 받았던 관계자(?)님의 편지에 있었던 그 말.... 그 말이 내 마음에 받아들여지기까지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나보다.

친구 사이엔 사건과 무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가 중요한 거구나!!

나는 그동안 친구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들을 지도했었나보다. 사실 아이들에겐 그저 함께 부대낀 '시간' 자체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텐데 말이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이 유독 더 친한 것도, 같은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끼리 더욱 돈독해 지는 것도, 같은 동네 살며 등하교길에 늘 함께 하는 아이들이 친한 것도 생각해보면 모두 '시간'에 그 답이 있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나는 다른 방법으로 우리 아이들과 친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친구를 만드는 방법'이 아닌 '친해지는 시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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