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 나 혼자도 잘할 수 있다는 착각을 깨 주는 책
네드 하틀리 지음, 스튜디오 무티 그림, 권은정 옮김, 이정모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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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도 잘할 수 있다는 착각을 깨 주는 책'

표지에 쓰여진 짧은 부제가 이 책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책을 받기 전 읽은 짧은 설명과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의 그림으로 이 책이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한 함축적 메세지가 담긴 그림책일 거라 생각했다. 그 다음 보게 된 소개의 한 마디는 '논픽션'.... 몽글몽글 예쁜 그림책이 아니라라 '논픽션'이라고?? 대체 이 책의 정체는 뭐지?

그렇게 받아든 책은 강렬한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기게 했다. 그렇게 접한 38가지 협력의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과학과 기술, 의학 분야의 이야기는 다소 어려운 내용임에도 최대한 쉽게 서술되어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도 충분하게 느껴졌다. 스포츠와 문화 분야의 이야기들을 통해 보다 쉽게 협력과 그 가치에 다가갈 수도 있었다.

특히나 이 책의 매력이 돋보인 것은 보호와 구조, 정치와 사회운동 분야의 이야기들이었다. 함께 힘을 합쳐 기적과 같은 생존을 이끌어낸 광산 사고 현장의 광부들의 이야기, 기후변화로 인해 드러나고 있는 지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가는 이들의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진정한 협력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마지막 사례로 제시된 BTS의 이야기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너무나 적절한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이 너무 길지 않고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각자의 관심 분야에 맞는 텍스트를 선택하여 읽고 함께 그 의미를 나누기에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보다는 자기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요즘, 우리 아이들과 꼭 함께 나누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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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 : 백 년이 넘은 식당 - 2023 뉴베리 아너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리사 이 지음, 송섬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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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이자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의 태 켈러 작가님이 추천사를 써주셨다는 소개글만으로 책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꽤 두꺼운 책인데도 속도감있는 전개와 쉬운 문장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게 만들었다.

100년도 더 된 과거에 살아남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와 목숨의 위협을 이겨내고 정착한 중국인의 이야기와 주인공 메이지 가족들의 이야기, 현재 황금성 주변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중국인의 경우임에도 많은 부분에서 공감되었다.

중국인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종이 아들'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종이 아들'이라는 말을 접한 순간 난 왜 '사진 신부'가 떠올랐을까? 머나먼 타국에 사진 한 장 들고 찾아가 그 곳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야했던 우리의 조상들도 결국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지할 곳 없는 '종이 아들'들이 유일하게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던 '황금성' 같은 곳이 '사진 신부'들에게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잠시 해본다.

메이지의 가족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인종차별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당당히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메이지의 엄마와 늘 그녀를 자랑스러워했던 조부모의 이야기가 따뜻함을 전한다. 할아버지의 병세로 인해 함께 지내면서 진심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살피고 배려하는 메이지의 마음이 내게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특히나 정성스레 쓴 포춘 쿠키 속 메세지는 마지막까지 짙은 여운을 남겼다. 조금은 억지스러웠던 '미스테리한 사건'을 제외하면 당차고 꿋꿋하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하며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내가 황금성을 방문한다면 메이지가 어떤 메세지를 포춘쿠키에 담아 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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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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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결국.... ??

사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읽고 보니 다른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는 기대감을 안겨주는 제목이다. 더불어 그 결론이 무엇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사물에 대해 쓰려고 했지만 결국 사물에 대해서는 쓰지 못하고 다른 무언가에 대해 쓰게 되었나? 막연한 잠시의 상상을 접고 책을 펼치면서 만나는 목차는 각 장의 제목부터 감이 잡힌다. '식탁 위의 얼굴', '울타리 너머의 얼굴', '길 건너의 얼굴'... 가족에서 이웃, 동네, 고장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이렇게 시작된 만남이었다.

이 책의 작가님에 대해서 사실 난 잘 모른다. 전작을 읽어보지도 못했고 그저 뉴스로, 칼럼으로만 접하고 넘어가는 분야의 작가님이어서(라는 핑계로) 이 책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다문화 청소년, 결혼 이주 여성, 북한 출신 이주민으 만나며 이들을 돕는 활동가이자 연구자'라는 소개글을 보며 조금은 생소하거나, 왠지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언제나처럼 난 참 지레 앞서간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다지 길지도, 어렵지도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는다. 다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나는 내 주변에 그와 비슷한 인물을, 그와 비슷한 사연을 자꾸 찾고 있었다. '맞아, 나도 그랬지', '그래, 그 때 그 사람이 그랬었어', '아, 그때 내 마음이 어랬었나보다'라고 자꾸 나의 이야기를 찾아서 덧붙이고 있었다. 나와는 많이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결국 주변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어디에나 있는 사물, 거기에 얽힌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외국인과 결혼하여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 엄마의 생활도 한국인과 결혼하여 한국 땅에서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나의 생활과 그 결이 많이 다르지 않다. 예전에 친정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을 내 손으로 차려 먹으며 엄마를 떠올리는 마음, 뒤늦게 담그기 시작한 김치를 여기 저기 나누어주며 혼자 뿌듯해하는 마음.. 가볍고 작은 책 한 권에서 수많은 공감을 발견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따뜻한 시간을 갖게 한다.

특히나 '돌봄'의 가치를 찾게 해주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핸드폰 속 일정표에 빼곡하게 들어찬 내 돌봄의 흔적을 보며 한 번도 그에 대해 스스로조차 가치를 매겨보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너무나 명쾌하게 돌봄을 '전문직'으로 격상(?)시켜주고 그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해주어 진심으로 감사하다. 돌봄으로 분주한 나의 시간들에 매일 새로이 가치를 매겨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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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아이 윌라
로버트 비티 지음, 황세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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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산이라 여겼던 윌라는 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갔던 페란족의 아이로 인간의 언어와는 다른 옛 언어를 사용하고 숲의 동물과 이야기나눌 수 있으며 식물과 교감하여 그 속으로 스며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영토 근처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인간들로 인해 페란족의 수는 급격히 줄고 페란족을 이끄는 파드란은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페란족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윌라를 비롯한 페란족의 아이들은 '재비'라 불리우며 도둑질을 하여 일족들의 식량을 구하고 있다. 단독행동을 하던 윌라는 큰 상처를 입게 되고 윌라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다른 재비들과 파드란으로부터 공격당해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갈 곳 없어 헤매던 윌라가 찾은 곳은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던 인간의 집이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연을 쌓아가며 자신의 일족에게 있었던 엄청난 일들을 알게 되고 이전의 다정하고 사랑했던 페란족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두려움에 맞선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통해 보시길...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꽤 두껍다. 표지를 열면 작가님의 싸인이 보인다. 한 자 한 자 정성껏 눌러 쓴 듯한 '고맙습니다' 다섯 글자가 이 책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목차가 두 페이지 가득이다. 분량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어 시작하는 마음이 조금 무겁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열고 보니 술술 잘 읽힌다. 주변 풍경의 묘사는 너무나 사실적이고 신비롭기도 하다. 윌라가 금방이라도 눈앞에 나타날 것처럼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앞에 모든 장면들이 하나하나 그려지는 것 같았다.

윌라와 새로운 인연을 만들게 된 너새니얼, 적으로만 생각했던 너새니얼과 교감하는 시간이 쌓이고 너새니얼이 겪은 안타까운 일들을 알게 되면서 깨닫게 된 파드란의 횡포에 맞서는 윌라의 용기있는 선택... 그 과정을 보며 전형적인 헐리웃 영화 스토리를 예상했는데.. 반전이다... 윌라가 찾은 새로운 집... 윌라가 훔친 가장 값진 것!!

정의롭고 옳은 길을 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특히나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으며 옳은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대부분은 시기와 질투를 보내고 비난하기 일쑤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자 했음에도 자신만의 이익과 평안을 위해 묵살하고 외면한다. 그렇게 외면당한 윌라에게 그 외로움과 슬픔 끝에서 손을 내밀어 준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멀다고,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이들은 그저 몰라서 그랬던 게 아닐까? 한 걸음 다가가서 한 마디 더 나누어보면 우리가 모르는 공감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소 생소한 이름과 지명의 늪을 잘 헤치고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쭉쭉 책장이 넘어간다. 거주지, 감옥, 수많은 길들, 숲 속... 이 모든 곳들의 묘사가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내가 그 안에 함께 있는 것 같다. 시종일관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듯하다. 더불어 윌라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게끔 충분한 서사를 보여준 것도 만족스럽다. 책장을 덮은 이후의 윌라의 생활이 편안하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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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댄 야카리노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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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진 세계라니...

제목만으로도 아찔하다. 책장을 넘기는 그 느낌이 좋아 무거움을 감수하고 굳이 종이책을 이고지고 다니는 나에게 책이 사라진 세계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디스토피아이다. 걱정스런 마음과 함께 책장을 펼쳐보니 익숙한 작가님의 그림체가 눈에 들어온다. 티없이 맑고 호기심에 찬 눈을 반짝거리는 주인공 빅스. 그 어떤 고민이나 선택 없이 주어진대로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편리한 세상에서 모두들 당연히 받아들이는 편리한 돌봄(?) 시스템을 빅스는 거부한다. 무엇이든 스스로, 혼자, 알아서 하고 싶어하는 아이는 새로운 출구를 찾아내고 그 곳에는 지하도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원하는 책을 읽으며 동물과 우정과 예술을 학습하고 도시를 탐험하며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었다. 책을 읽게 된 사람들은 점차 변화하게 되고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게 된다.

아주 먼 미래의 모습처럼 그려졌지만 사람들을 지켜보고 도와주는 눈은 어쩌면 지금의 스마트폰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스마트폰을 켜고 길을 걷는 순간에도, 밥을 먹는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으며,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에 빠져드는 현재 우리의 모습은 책 속 사람들의 모습과 완벽하게 겹쳐보인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 대한 작가님의 우려가 이 책으로 탄생한 게 아닐런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걱정을 하는 건 작가님만은 아닌듯 하다. 걱정스런 마음과 해결책에 대한 기대로 책을 열어 본 나와 같은 독자들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물론 현실에서 빅스와 같은 아이들을 만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어쩌면 책을 제대로 접할 기회를 가져보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의 의미와 재미를 알기 전에 스마트폰부터 접한 아이들이 책의 세계로 들어가는 건 너무나 어려울 일일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책의 세계를 소개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고 실효가 있을까 늘 고민하는 교사에게 이 책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것 같아 든든해진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마주 앉아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나누는 모습이 현실에서도 보다 자연스럽고 당연해질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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