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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의 수집품 ㅣ 딱따구리 그림책 35
매튜 파리나 지음, 더그 살라티 그림, 황유진 옮김 / 다산기획 / 2023년 9월
평점 :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에 슬며시 웃음부터 난다.
자신의 수집품을 소개하라는 선생님의 과제에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아끼고 모아온 것들을 이야기하지만 로렌스는 고민에 빠진다. 특별한 것을 보여주고 싶은 로렌스는 자신만의 수집품을 찾기 위해 숲으로 가고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만의 수집품을 모아오는 데 성공한다. 과연 그 수집품은 무엇이었을까? 스포 방지를 위해 답은 직접 읽어보시길...
살면서 경험하는 그 모든 순간들 중에 유독 오래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담은 것이 '수집품'이 아닐까 싶다. 나는 무엇을 애써 모으고 있나 한참 생각해보았다. 특별히 모으는 게 없다고 여겼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가장 티나게 모으는 것은 여행지에서 구입한 마그넷이다. 여행을 가면 그곳을 기억할만한 마그넷을 꼭 구입한다. 냉장고 한 쪽을 가득 채울만큼 붙어있는 마그넷들을 보며 여행지를 추억하기도 하고 다음에 가고 싶은 곳을 구상하기도 한다. 어쩌면 단지 마그넷이 아니라 여행의 추억을 수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로 모으는 것은 (모은다기보다는 모아지는 거라고 해야할 것 같긴 하다) 대부분 선생님들이 그러하듯 아이들이 전해준 편지이다. 왠지 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한 켠에 보관한 게 제법 많아졌다. 이사할 때마다 짐이 되는 것 같아 매번 고민하면서도 그대로 담아두고 넣어두게 된다. 가끔 새로운 편지를 넣으며 이전 것들을 보게 되면 그 때를 떠올리며 빙긋이 웃곤 한다.
마지막은 앨범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 매년 앨범을 제작했다. 컴퓨터나 핸드폰에 보관된 사진은 생각보다 잘 보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매년 두 권씩 (한 권은 그냥 찍은 사진들, 또 한 권은 여행 사진만 따로 모아서) 포토북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만든 앨범이 벌써 스무 권을 훌쩍 넘었다. 한 번씩 꺼내서 보면 아이들과 이야기할 거리도 생기고 잊고 있었던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매번 볼 때마다 뿌듯하고 참 잘했다 생각하게 된다. 다른 것들보다도 훨씬 더 집착하는 수집품인 것 같다.
로렌스의 수집품도 결국은 시간과 추억과 감정을 담은 어떤 것들이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주변에 흔히 있는 것, 하지만 내게 특별한 것... 수집품의 의미와 지나가는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담은 따뜻한 감정이 함께 어우러진 말랑말랑 예쁜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저마다의 수집품에 대해 함께 이야기나누어 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본인의 주관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