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풀꽃처럼>에서는 효재가 사랑하는 풀꽃을 비롯한 각종 식물, 사계절이 변화하는 모습, 효재가 사랑하는 시와 노래, 그리고 효재가 사랑하는 사람에 관해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낸다. 효재의 시선으로 마주한 풀꽃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효재의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한다. '이런 풀꽃도 있구나, 이런 모습이구나' 효재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풀꽃과 눈 맞추며 그 안에 깃든 강한 생명력을 보고나니 이 세상에 눈부시지 않은 존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효재. 이번 신작은 그의 따스한 시선과 향기로운 내면과 소녀같은 감성을 담은 책이다.  
2009년 4월 23일, <효재처럼 살아요> 출간을 계기로 한복샵 '효재'에 방문하여 작가와 인터뷰 했다. (http://www.aladin.co.kr/author/wauthor_interview.aspx?AuthorSearch=@241362) 2년 반이 흘러 <효재처럼 풀꽃처럼>으로 또 다시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다. 2년 반 전이나 지금이나 에세이 분야를 담당하고 있고, 다행히도 이효재의 신작 에세이가 출간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길상사 부근에 위치한 '효재'의 고즈넉한 풍경은 여전히 멋스러웠다. 계단길에 피어난 야생풀꽃, 아담한 정원의 이름 모를 다양한 식물들, 실내를 장식한 자수 천들과 보자기들... 그리고 단아한 모습의 이효재. 친정집에 들른 것처럼 모든 풍경이 친근했고, 작가와 함께 나눈 시간은 편안하고 즐거웠다. (인터뷰 진행.정리 ㅣ 알라딘 도서팀 송진경) 

 
2년 반만의 새 책 , 풀꽃과 눈 마주치며 나눈 이야기들


알라딘 : 2년 반 전에 연두색 보자기에 곱게 싼 <효재처럼 살아요>를 출판사 통해 제게 선물해주셨어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풀어보기가 아까워서 거실 피아노 위에 2년 반 동안 장식용으로 둬왔는데, 고무줄이 삭아서 끊어져버렸어요. 작가님께 다시 부탁드리려고 이렇게 가져왔어요.(고무줄이 삭아서 헝크러진 상태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이효재 : 세상에...! 고무줄이 원래 잘 삭아요, 꼭 우리 인생 같은 거죠.

알라딘 : 2009년 인터뷰 이후에, 배용준의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출판기념회에서 작가님을 뵀었고, 또 TV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통해 작가님의 소식을 접했어요. 2년 반 만에 새 책을 접한 독자분들은 작가님께서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이전 인터뷰에서 '효재는 문화적 본'이라고 하셨던 게 인상적이였는데, 문화활동을 중심으로 2년 반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이효재 : 그간 정말 바빴죠. 근데 요즘은 더 바빠요. 지금도 주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KBS '효재처럼 사는 법'이라는 프로그램을 금요일마다 맡고 있어서 일주일에 2일은 지방에 가고, 하루는 생방송 진행 때문에 새벽에 나가요. 또, 화요일은 '임백천의 라디오 7080' 초대 손님으로 나가니까, 제가 쓸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이 정말 바쁘게 살고 있어요.

알라딘 : 여러 활동 중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일은 무엇인가요?

이효재 : 역시 보자기 싸기에 관련된 건데, 세계 육상 대회에서 보자기 5000개를 싸서 각 숙소에 비치했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최근에는 보자기 관련된 책을 영어로 전자북을 만들고 있어요.

옷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감동적이었던 건,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세계에서 인정하는 최고의 브랜드인 '이세이미야키'에서 저를 지목해서 공동 전시하고 싶다고 했던 일이에요. 옷하는 사람끼리 서로를 알아보고 공동 전시한 일은 개인적으로 제일 감격스럽기도 했어요. 세계적인 사람을 만나서 경험할 일이 별로 없는데, 함께 전시하는 동안 그들의 섬세함, 따뜻함, 겸손함을 많이 배웠고 감동 받았어요. 

가끔 세계적인 명사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효재에 들러서 문화체험을 1시간씩 하고 가요. 그들을 직접 만나서 많은 걸 경험하는데, 저한테 특별한 일이죠. 경험한다는 건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하거든요.

알라딘 : 여전히 많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효재처럼 살아요>로 인터뷰 했을 때 차기작으로 12권 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고, 여행 관련한 책을 처음으로 낼 것 같다고 말씀주셔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행이 아닌 풀꽃 관련 책이 출간되서 색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이효재 : 전작 <효재처럼 살아요>는 시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독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빈 공간이 많은 책이에요. 그 책을 읽고 많은 독자들이 울기도 했고, 위안을 받았다고 해요.

이번 책은 조금 더 풀어쓴 얘기에요. 효재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구경시켜드리고, 효재집에 마실 온 느낌을 주는 책인 것 같아요.

알라딘 : 전작은 속 얘기를 다 털어놓은 책이었다면, 이번 책은 이전에 비워놓은 공간을 차곡차곡 채우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인 것 같아요. 기억해두고 싶은 글귀가 많이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이효재 : 글을 많이 읽고 쓴 친구들이 보면 중간중간에 효재만의 스타일이 있어서 읽다가 웃는다고 하더라고요.

알라딘 : 네, 맞아요. 정말 효재 식 어휘가 있어요. (웃음)

여행책은 언제 쯤 내시나요?

이효재 : 한국은 사계절이 있고, 사진과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어서 여행책을 내기까지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요.
<효재처럼 풀꽃처럼> 다음에 어린이 동화책, 효재 살림책, 그 다음에 여행책이 나올 것 같아요.

제가 직접 기록하고 직접 사진 찍는 살림책을 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전에 사진을 배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영상 작업을 재밌어해요. 아무래도 구도 같은 것이 다른사람하고는 다를 테고, 연출로는 안 되는 순간 순간의 모습을 담을 수 있겠죠.

알라딘 : 풀꽃, 계절, 사람, 좋아하는 작품들을 다 실으셨어요. 특히나 생소한 꽃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작가님께 가장 큰 의미가 되는 꽃을 꼽는다면 뭘까요?

이효재 : 그런 풀은 없어요. 둥글레를 열군데로 나눠서 심었는데 싱크대 근처에 심은 건 매일 쳐다볼 수 있는 반면, 어떤 것들은 심어둔 데도 잊어버리거든요. 그런데 지나가다 우연히 만날 때가 있는데 '어머 내가 여기에 심었었지, 잘 크고 있네?' 신기해해요. 박주가리, 산들깨.. 풀꽃들이 주는 감동이 저마다 달라서 하나만 꼽기는 힘들어요.

알라딘 : 요즘들어 눈에 잘 띄고 관심이 가는 풀꽃은 뭔가요?

이효재 : 제철에 피는 산들깨요. 온 천지에 하얗게 피어있어요. 어찌나 강한지 손님 온다고 꺾어서 꽃병에 꽂아놓으면 한 달은 너끈히 그대로 있어요. 그리고 어떤 건 옹기에 꽂으면 뿌리까지 나와요. 그렇게 생명력이 강해요. 기운 없다가 풀꽃들을 보면서 또 생각하죠. '풀꽃들도 이렇게 잘자라는데 나도 잘 살아야지'

알라딘 : 책 속에 소개된 박주가리는 말씀하신 것처럼 생긴 것과 이름이 너무 차이가 나더라고요.(p.114)

이효재 : (찻잔에 밑에 깐 잎을 가리키며) 이게 박주가리 잎이에요. 이렇게 손님 대접할 때 툭툭 따다가 깔개로 사용해요.

알라딘 : 둥글레꽃에 관한 에피소드(p.22)도 재밌게 읽었어요. 모르는 택시기사분께 집 키를 줘서 둥글레에 물까지 줄 정도로 깊은 애정을 보이셨죠. 둥글레꽃은 사계절 중 언제 피나요?

이효재 : 봄에 올라와서 가을에는 누렇게 시들죠. 서울만 그렇고, 아랫녘에는 아직도 남아 있더라고요.

알라딘 : 작가님께 풀꽃은 어떤 의미인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이효재 : 저 같아요. 전 식물나라에 장미꽃이나 소나무로 태어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강인하고, 소박하게 제 할 일 하면서, 계절되면 죽고... 그런 면에서 풀꽃은 저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알라딘 : 최근에 에세이 5권을 추천해주셨는데, 추천하신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http://www.aladin.co.kr/shop/wbrowse.aspx?CID=68248

이효재 :
1. <김점선 그리다> : 화가시면서 글도 너무 잘 쓰세요. 김점선 선생님께서 잡지에 기고하신 글을 뜯어서 가지고 다니며 자꾸 소리내어 읽어요. 선생님처럼 잘 쓰고 싶은 욕심에.

2.<위로> : 이시형 박사님은 뇌 과학자답게 항상 섬세하시면서 정확해요. 섬세하고 급하면 묻히는 게 많은데 박사님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게는 아버지 같으신 분이죠. 급하고 섬세하면서도 정확한 그 점은 남편과 꼭 같아요.

3. <사랑해, 파리> : 정말 사랑하는 후배 황성혜가 혼자서 얼마나 외롭게 파리의 골목골목을 누볐을까 생각하곤 하죠. 파리에 한번 가본 적 없는데도 이 책을 읽다 보면 파리의 골목길을 서성이는 후배의 외로운 뒷모습이 보여요.

4. <청춘불패> : 이외수 선생님의 이 책은 아무 데나 펴서 읽어도 우리가 잊고 살았던 '자신'를 깨우쳐 줘요. 정보가 담긴 책은 몰랐던 지식을 알게 되는 기쁨이 있지만 아는 만큼 또 복잡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이 책은 같은 구절이더라도 다른 때 읽으면 또 다른 깨달음을 줘요. 채찍인데 채찍인 줄 모르고 맞는, 달콤한 솜사탕 같은 따끔한 말씀들이죠.

5.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 정말 좋아하는 김혜자 선생님은 '아, 나도 저렇게 흐트러지지 않게 나이를 먹어야겠다' 싶은 분이에요. 이 책의 제목은 너무나 선생님스러워요. 늘 봉사하는 삶을 사시는 선생님처럼 저도 저렇게 나이 들어야지, 다짐하곤 해요. 
 
알라딘 : <사랑해, 파리>도 추천해주셨고, 책 속에 황성혜 기자 관련한 내용이 나오는데 두분이 어떻게 친분을 맺게 되신 거에요? 또 '황성혜 소나무'는 어떻게 붙여지게 된 건가요?

이효재 : 그 친구와는 아주 오래 전 부터 인연을 맺게 됐는데, 정확한 계기는 기억나지 않아요. 너무 오래 된 일이라. 소나무 씨를 뿌리고 싹이 났을 때, 그 친구가 밥을 먹고 글을 쓰러 왔어요. 그 소나무를 보곤 그 친구가 무척 좋아하기도 했고, 그 친구에 관계된 여러 사연 때문에 '황성혜 소나무'라고 붙여준 거에요. 황성혜 기자의 친구들이 그 소나무를 보러 가자고 난리가 났대요. (웃음)


이효재에게 서재와 책의 의미는?


알라딘 : <지식인의 서재>에 작가님의 서재가 소개되었죠.

이효재 : 다른 분들의 서재는 고상한데, 제 경우에는 만화가 꽉 들어찬 서재라 방송국에서 재밌어하고 취재하러 온 적 있어요.

알라딘 : 저도 2년 반 전에 작가님의 서재를 직접 본 적 있었어요. 그간 어떻게 변했을까요?

이효재 : 책이 더 많아졌어요. 책장이 엄청 휘어진 상태죠.

알라딘 : 작가님께 서재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효재 : 보물창고이자, 에너지창고에요. 지구의 공간 중에 화려한 곳이 책방이라고 생각해요. 책은 별도의 장식이 필요없어요. 엎어놔도 멋있고, 쌓아놔도 멋있고. 제 집에서 가장 멋부린 방이 만화방이에요. 이태리제 책장을 사용하는 한 부부가 제게 책장을 짜주겠다고 했는데, '이게 나의 역사야, 휘는 게 멋이야' 하면서 거절했어요. 온몸의 힘이 빠졌을 때 서재에 가서 손에 잡히는 책을 읽어보면 거기에 얽힌 추억이 생생하게 살아나요. 그러면서 힘이 팍 솟죠. 서재는 그렇게 제게 에너지를 주는 공간이에요.

알라딘 : 책 내용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 부분이에요.

식물을 키우며 배웠다.
시간의 힘을 믿는것. 사랑으로 기다려줄 것.
나는 그냥 기다려주는 것.
나는 참새네 방앗간이고,
동네 아낙들 쉬어가는 정자나무이고,
새들이 둥지 트는 고목나무이고,
열심히 일하다가 막혔을 때 찾아와 퍼먹는 우물이고......
가르치려고 하면 갑가해져 어찌 계속 오고 싶을까.
다만 조용히 들어주고
가만히 기다려주는 것뿐.(p.63)

이효재 : 전 칡 뿌리 얘기(p.150)가 제일 좋아요. 제가 기다리지 못 해서 칡이 죽은 것에 대한 애통함 때문에 칡 얘기를 사무치게 좋아해요. 칡 뿌리 내용 갖고 유행가 가사 하나 만들고 싶어요.

알라딘 : 보자기책, 에세이, 동화책... 지금까지 낸 책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 뭔가요?

이효재 : 개인적으로 제일 잘했다고 생각한 건 <효재처럼, 보자기 선물>을 낸 거에요. 한복집에 태어나서 한복집만 하고 있지 않고, 보자기 아트를 만들어낸 걸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겨요. 손가락을 사용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거든요. 보자기를 사용함으로써 사람이 창의적으로 바뀌어요. 그리고 보자기는 자신이 쓰기 위한 것보다 남에게 선물하는 일이 더 많아요. 베푸는 마음이 더 생기게 만들죠. 가리고 덮고 하는 보자기를 다루다보면 그것처럼 따듯한 마음도 생겨요. 아까 얘기 했듯이, 보자기 책을 전자북으로 만들고 있는데 우리 보자기를 많이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알라딘 : 마지막으로 알라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효재 : 2년 반 전에 말씀 드린 것과 똑같아요. 책을 많이 읽으세요. 제 나이가 되면 글씨가 잘 안 보이거든요. 자기 전에, 혹은 눈 뜨면 한 페이지라도 꼭 읽어요. 한 권의 책을 단숨에 안 읽어도 되요. 접기도 하고, 엎어놓기도 하면서 계속 읽다 보면 자기 속이 보이기 시작해요. 종이책을 손가락으로 느끼면서 읽고, 오래된 색바랜 책을 보면서 색다른 감동도 느껴보시면 좋겠어요. 책은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재산이에요. 책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줘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치 2011-11-1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효재처럼 풀꽃처럼 읽었습니다.
효재님의 사근사근하고 따뜻한 말씨가 글에 묻어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앞으로는 길가의 풀 한 포기, 나뭇잎, 꽃잎 한 장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알라딘문학/종교MD 2011-11-18 10:5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블랙라빗님. 저도 그런 점이 좋았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
 


독특하고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소설가 김중혁. 문학 혹은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그를 둘러싼 세계를 관찰하는 일은 흥미롭다. 운 좋게도 김중혁 작가의 화려한 입담을 바로 눈 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가졌다. 만남이 잦아질수록 그의 문학과 그의 세계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마침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주어졌다.  

2010년 1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에 이어, 최근 2011년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한 그가 등단 11년 만에 처음으로 산문집을 냈다. 첫 산문집의 타이틀 보다 <대책 없이 해피엔딩>과 몇 번의 작가행사에서 보여준 그의 유머가 이번 산문집에는 어떻게 녹아져 있을까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표지, 작가의 말, 추천사마저도 깨알 같은 웃음을 주는 <뭐라도 되겠지>, 기대 이상으로 웃겼다. 하지만 웃기기만 한 건 아니었다.

100세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는 한참 웃다가도 마음이 짠해지게 만들었고, 한국사회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막걸리 야구 이야기는 옛 친구들을 추억하게 했다. 김중혁 식 농담이 대부분이지만, 따듯함과 진지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던져줬다.

‘김중혁 세계’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하지만, 재밌는 작가를 지루하게 만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큰 부담감이 몰려왔다. D-3,2,1… D-DAY! 성곡 미술관 부근의 어느 한 카페에서 김중혁 작가를 마주하는 그 순간 몹시 떨렸는데… 대화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두려움과 부담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 시간 내내,  웃고 또 웃었다. 열심히 웃느라 바쁘기만 했던 김중혁 작가와의 유별난 인터뷰를 공개한다.
(인터뷰 진행.정리 ㅣ 알라딘 도서팀 송진경)


등단 11년 만의 첫 산문집

알라딘 : 2010년 <대책 없이 해피엔딩> 출간 당시, 작가님과 김연수 작가님의 단독 행사 때 뵙고, 1년 만에 <미스터 모노레일> 행사에서 다시 뵈었어요. 그 후에 김애란 작가님 행사에서 또…! 오늘로 4번 째 만남이에요.  
1년 사이에 작가님이 많이 변하신 것 같아요. 확실히 작년과는 다른 느낌이 있어요. 이번 책
에서 ‘카메라의 시기에서 수다의 시기로 넘어가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런 부분이 영향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편한 느낌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김중혁 : 살쪘나? 작년에도 편하지 않았어요? 그날 제가 더 웃기기도 했는데.. (웃음)

알라딘 : (웃음) 네, 웃기셨죠, 웃기셨어요. 그때도 편했는데 두 분이 동시 진행하시다 보니 작가님만의 매력을 제대로 발견하기가 그리 수월치 않았던 것 같아요. 

<미스터 모노레일> 작가행사 때도 정말 즐거웠어요. 제가 가본 행사 중에서 제일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김중혁 : 서점 별로 작가행사를 세 번, 다른 스타일로 진행했어요. 알라딘이 제일 학구적인 분위기였어요.
<악기들의 도서관> 첫 번째 행사 때 알라딘에서 기타 치고 노래 불렀는데… 길이길이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이죠. (웃음)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고 있는 알라딘에서는 새로운 것들을 계속 시도해보고 싶어서, <미스터 모노레일> 행사 때, 실은 알라딘만을 위한 노래 세 곡을 만들었어요. 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평론가분과 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죠.

알라딘 : 작가님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웃음)

김중혁 : 아쉽죠? 언젠가 한 번 하죠. (웃음)

알라딘 : 7월 <미스터 모노레일>에 이어, 바로 산문집을 내서 쉴 틈이 별로 없으셨을 것 같아요.

김중혁 : 오래 전부터 차곡차곡 에세이를 써왔어요. 그 중에서 버릴 건 버리고 젊은 친구들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를 비롯한, 젊은 시절의 이야기들로 추리는 정리 작업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금방 마무리했어요. 추가 일러스트 작업 외에는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어요. 원래는 11월에 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왔어요.

알라딘 : 한겨레에 연재했던 글이 일부 실리기도 했는데, 책 속의 글 모두 연재된 적이 있나요?

김중혁 : 카툰 외 모든 일러스트, 몇 개의 텍스트는 새로 작업했고, 거의 대부분이 연재되었어요.

알라딘 : <대책 없이 해피엔딩>처럼, 이 책도 작가의 말이 깨알 같은 재미가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책 표지, 접지 식의 목차, 거기다 추천사까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더라고요.  

김중혁 : 그런 부분들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사소한 아이디어를 내는 걸 좋아하고 그런 작업들을 굉장히 재미있어해요. 사무실 차려서 표지, 약력 등을 만들어주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웃음)

알라딘 : 김연수 작가님의 글은 추천사로 봐야 할까요? (웃음)

김중혁 : 망하라고 준 거죠. (웃음) 김연수, 박찬일, 오지은 세 명의 추천사가 있는데, 야구로 치면 박찬일은 커브공과 같고 오지은은 돌직구(스트레이트 정면승부)고, 김연수의 공은 빈볼에 비유할 수 있어요. 빈볼이 뭐냐면 타자를 향해 던지는 공, 맞춰서 죽이려고.. (웃음) 야구를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거에요.  

알라딘 : 11년 전부터 막연하게 꿈꿔오던 책을 내셨는데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김중혁 : 되게 부끄러워요. 커피 좋아하고, 귀 예민하다고 하니까 저를 굉장히 예민한 사람으로 보더라고요. 작가의 말에도 언급했지만, 평상시에 성격이 좋거든요. (웃음) 사람들이 저와 밥 먹으러 갈 때도 맛있는 집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맛 없으면 어쩌나 고민하더라고요. 저는 전혀 상관 없는데…

이 글을 쓴 김중혁은 실제 김중혁과 사실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에세이를 쓰는 자아'라는 게 있는데, 실제 김중혁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모든 걸 대변하는 자아는 아니라는 거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기 때문에 이 책의 자아가 곧 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와 거리도 있고요.
알라딘 : 그런데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책 속의 자아가 김중혁의 전부라고 생각하기가 쉽죠. 그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도 같고요.

김중혁 :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런 걸 의도한 거죠. 약간 각색된 ‘나’이기 때문에 그게 보여주고 싶은 ‘나’일 수는 있는 것 같아요. 감추고 싶은 ‘나’는 드러내지 않았으니 포장된 김중혁이겠죠.

산문이란 건 저한테 중요해요. 초반에는 산문 쓰는 게 힘들었어요. ‘어떤 얘기를 써야 할까, 어떻게 써야 할까, 어떤 나를 보여주면 좋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산문이 약간 재밌어졌어요. 소설은 많은 공략집과 스토리보드와 장면들을 떠올리고 구축한 다음에 써 내려가는 반면, 산문은 머리에 떠오른 것들을 붓 가는 대로 풀어헤치는 재미가 있어요. 그래서 소설을 쓰다가 산문을 쓰면 정신 없이 재밌게 쓸 때가 많더라고요. 그 맛이 있어서. 예전의 쓴 소설을 보면 약간 미성숙한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어요. 산문은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해서 재밌어요. 12년 정도 쓴 산문들은 '소설가 김중혁이 어떻게 폭을 확장하면서 지내왔는가'에 대한 기록들이 꼼꼼하게 되어 있어서 저한테는 값지죠. 타인에게는 '뭐 이런 것까지 하나'라는 생각이 들까봐 좀 창피하다고 생각했어요.

알라딘 : 이 산문은 가볍지만은 않아요. 가벼움 속에서도 무거움, 진중함이 느껴졌거든요. 되게 재밌다가도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외할아버지 일화 같은 경우에 웃기면서도 짠했어요. 막걸리 야구도 그런 경우였고요.

김중혁 : 한겨레에서 추석 특집으로 콩트 제의를 해왔는데, 콩트는 못 쓰겠다고 하고 에세이로 대신했어요. 영화를 공부하는 친구가 그 에세이를 보고 연락을 해왔더라고요. 그걸로 단편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그러시라고 했는데 그 뒤로 연락이 없네요? (웃음)

알라딘 : 재밌기만 한 건 아니었고, 작가님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김중혁 : 이게 다는 아니에요. 더 있어요. (웃음)

알라딘 : 최근 에세이 5권(시계이야기, 닉 혼비의 노래들, 다방기행문, 상상목공소, 발명 마니아)을 추천해주셨는데,
http://www.aladin.co.kr/shop/wbrowse.aspx?CID=68251 
 <닉혼비의 노래들>처럼 어떤 한 주제로 산문을 써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김중혁 : 아, 그런 산문을 예전에 써보고 싶었어요. 한 곡의 노래가 가지고 있는 의미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닉혼비의 노래들>이 먼저 나왔더라고요. 언젠가 음악으로 써보고 싶긴 해요. 옛날에 그 책처럼 연재하려고 칼럼 제목을 생각해 놓은 게 있어요. 최신 가요를 제 식 대로 풀어서 소개하고 싶어서 '최신가요인가요'… 근데 지면이 없네요? (웃음)  

(씨네 21에 한 달에 한 번 인디음악가들의 연대기 ‘No Music No Life’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김중혁씨는 누구세요?  


알라딘 : 오늘 인터뷰 오기 전에 네이버 약력을 확인했는데, 여전히 미당문학상, 동인문학상, 리브로 웹디자이너가 남아있더라고요. (웃음) 인터넷 서점 근무 경력은 책에도 소개되었는데, 얼마 동안 어떤 일을 하셨어요?

김중혁 : 사진은 바뀌었어요. 약력은 바뀌면 안 되요. 사람들이 수정 요청할까봐 두렵네요. (웃음)

인터넷 서점 근무는 창립 때부터 한 2년 했어요. 시작은 웹진이었고요, 김연수(현 소설가) 팀장과 고경원(현 작가, <작업실의 고양이>)씨, 저 이렇게 3명이 같은 팀이었죠. ‘이것들은 하는 일 없이 밥만 축낸다’고… 결국 와해됐어요. (웃음) 김연수, 고경원씨는 나가고 저는 계속 남아서 6개월 정도 북 MD를 했어요. 음반팀으로 갔다가, DVD팀 그리고 매장관리까지 했어요.

알라딘 : 정말 멀티플레이어셨네요. (웃음) 북 MD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 없나요?

김중혁 : 멀티플레이어라기보다 시키는 대로 다 했던 거죠. (웃음)

기억에 남는 책은 없고, 제일 힘들었던 건 최신간 50권 추천 목록 같은 걸 뽑을 때였어요. '오늘의 책'을 첫 페이지에 배치하는 작업은 재밌었어요.

알라딘 : 책 내용 중에서도 창고 일화(p.176)가 있는데, 포장이 잘 맞았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보고 많이 공감했어요. 1년에 하루는 물류 근무를 하는데, 저한테도 포장이 적성에 맞더라고요. (웃음)
그렇다면 지금 책은 그 서점에서 주문하시겠네요?

김중혁 : 아니에요, 저는 알라딘에서만 사요. (웃음)

알라딘 : 한 달에 한 번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인디밴드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인터넷 문학 라디오 '문장의 소리>' 프로듀서에 각종 공연 기획.. 정말 많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김중혁 : 이상하게 올해는 말할 기회가 많아진 것 같아요. 발음이 굉장히 안 좋은 저한테 '문장의 소리'란 DJ를 맡기시더라고요. 근데 시작해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에요. 생각지도 못한 재능을 발견하게 됐어요. 부스 안에서는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 어떤 사람이 있다고 상정하고 머릿속에 떠올려가면서 말을 해야 하거든요. 게스트 작가들한테 길게 물어봤는데 상대방이 '아니오!' 이렇게 단답으로 반응하면 혼자 굉장히 얼굴 빨개지고 민망해했어요. (웃음) 어떻게 대화하면 좋은지를 알게 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빨리 파악하게 되는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재능이라기 보다 경험이 쌓이게 된 거겠죠. 말하는 게 재밌어졌고, 잘 하게 됐어요. 상상마당 쇼케이스도 제의가 왔을 때 재밌을 것 같아서 하게 됐어요.
예전의 소설은 이미지나 소리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최근 2-3년 동안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많이 보게 됐어요. 예를 들어, 35살의 사람에게는 35년의 경험 치들이 그 안에 다 들어있거든요. 그 사람과 얘기를 해보면,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떻게 말하는구나,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는구나 다 보이더라고요. 그 어떤 텍스트보다, 사람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게 더 흥미로웠고, 저절로 사람 만나는 게 재밌어졌어요. 사람들과 많이 만나면서 수다의 시기에 접어들게 된 것 같아요.

알라딘 : '문장의 소리'는 언제부터 하신 거에요?

김중혁 : 한 3년 전부터 한 것 같아요. 2년 동안 DJ를 하고, 현재는 PD를 하고 있어요. 지금은 황정은(<백의 그림자> 작가)씨가 DJ를 맡고 있어요.

알라딘 : 수다의 시기 다음에는 어떤 시기가 올까요?

김중혁 : 내년에는 달라질 거에요. 기존의 소설과 약간 다른 소설을 쓰고 싶어요. 내년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소설을 집중적으로 쓰는 시기’를 갖고 싶어요.

알라딘 : 그렇다면 침묵의 시기가 오겠네요. 아닌가요?

김중혁 : 혼잣말 하면서 쓰지 않을까요? (웃음)

알라딘 : ‘1중혁 원고지 0.5매’(p.95)라는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팔백 일 동안 팔백 매를 써서 ‘일매 김중혁 선생’이라고 불리기도 하신다면서요? 요즘은 평균 하루에 몇 중혁을 쓰고 계신지요?

김중혁 : 이젠 바뀌었어요. ‘열매 김중혁’으로. 사실 '열면 김중혁'으로 바뀌었어요. 노트북을 열면 바로 쓴다고… (웃음)  


차기작, 영화, 여행 그리고 소울푸드


알라딘 : 차기작의 컨셉과 출간 시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김중혁 : 요새 책이 자주 나와서 좀 걱정되는데요, 내년 초에 단편집이 나올꺼에요. 몇 년 전부터 다양한 장르로 '도시'에 대해서 써왔어요. 차기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로, 내년 5월 쯤일 것 같아요. 한 가지 주제로 에세이를 한 번 더 쓰고 싶긴 해요. <놀이터 옆 작업실>이라고 예전에 고경원씨가 기획해서, 홍대 앞 희망시장의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한 책이 있어요. 그런 식의 취재 형식의 에세이도 좋을 것 같아요.

알라딘 : 올해 상영작 중, 기억에 남는 영화는 뭔가요?

김중혁 : ‘활’이요. 활의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가 있어요. 박해일이 활을 쏘고 나서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고 했는데, 그거 보고 굉장히 감동 받고 누구한테 이렇게 얘기했는데... '원고량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작가들이 글 쓰면서 원고량을 계산을 많이 해요. 그래서 작가들은 이 말에 많이 공감 하던데요. (웃음)

알라딘 : 이탈리아 여행 에피소드(p.328)에 등장하는 요리사 P씨는 박찬일 셰프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맞더군요. <어쨌든, 잇태리>를 읽었거든요. 딱딱한 빵과 부드러운 치즈와 질깃한 프로슈토, 세 가지의 절묘한 조화에 대해서 두분 모두 같은 얘길 해주셨어요. 배 터지게 먹은 얘기 외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책에 소개되지 않은 내용으로요.

김중혁 : 박찬일 셰프와 L 셰프가 식당을 새로 운영하기로 하고, 식자재 및 기구류를 사기 위해서 이태리에 간다는 거에요. 밥 숟가락을 하나만 얹으면 된다고 해서 따라 갔는데… 정말 대책 없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별로 까다롭지도 않고, 길거리에서 널부러져 자는 스타일이라 불편한 건 전혀 없었어요. 요리사들이랑 같이 다니니까 재밌는 게, 모든 재료를 갖고 음식을 잘 만들더라고요. 요리사랑 다니면 좋구나 싶었죠. 로마 시내에 있을 때 재료를 사서 집에서 해줬는데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요리사들이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나 생각했어요.

일화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먹은 기억 밖에는. (웃음) 여행을 하면서 사람을 알게 된다고 하잖아요. 그 여행을 통해서 박찬일 셰프를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아, 이태리 여행에서 좋은 와인을 샀는데,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X고기집에서 다 마셔버렸어요. 사람들이 다 대책이 없었어요. (웃음)

알라딘 : ‘에스프레소는 나의 연료’(p.345)를 읽으면서 서서 마시면 2천원 하는 서울의 어느 카페와, 2006년 파리 여행을 떠올렸어요. 파리 여행의 에스프레소..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노천 카페에서 트러플을 곁들인 그 맛..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데, 에스프레소는 언제부터 좋아하셨어요? 외국여행 가면 많이 드시겠네요?

김중혁 : 음식 잡지사에 몸담았던 2002년부터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일하면서 취재할 일이 많으니까,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많이 마셨죠.
외국에 나가면 정말 많이 마시죠. 하루에 몇 잔씩.. 한국에서도 하루에 한 잔씩은 무조건 마시는 것 같아요. 지방에 가면 제일 힘든 게, 잘 하는 에스프레소 집이 잘 없다는 거에요. 제가 고향이 김천인데, 명절 때 내려가면 며칠 동안 못 마시거든요. 엄청 마시고 싶어져요. 그래서 서울에 오면 바로 마시죠.

알라딘 : 최근에 <소울푸드>란 책이 출간됐는데, 작가님의 소울푸드는 뭔가요?

김중혁 :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분식점을 운영하셔서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떡볶이, 어묵, 우동, 도너스를 많이 접할 수 있었어요. 분식이 저의 소울푸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중혁의 서재는 거리에 있다 

(여기서 잠깐! 거리의 서재 속 물건들을 사진으로 만나보세요.) 

알라딘 : 최근에 문화.예술인 15인의 서재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도 출간됐는데, 작가님께서도 서재를 갖고 계시죠? 작가님께 서재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책을 구입할 때의 습관이 있나요? 룰을 정해놓고 구입한다던지..

김중혁 : 네, 있어요. 심지어 작업실도 있어요. 근데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책도 장르 별로 분류하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또, 사람들이 제가 수집광인 줄 아는데, 수집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CD나 책 같은 것도 필요한 사람들한테 선물로 줘요. 지금의 서재는 책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창고처럼 되어버렸어요.  

제 서재는 동네카페인 것 같아요. 돌아다니면서 글을 쓰니까요. 언제부턴가 힘들이지 않고 글을 쓰려고 노력해왔어요. 그래서 지금은 힘들이지 않고 쓰게 됐어요. '열면 김중혁'이란 말도 농담 같은 진담인 게, 게으르게 관찰하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순식간에 쓰거든요. 쓰면서 고민하는 건 많이 줄였어요. 생각은 늘 할 수 있죠. 버스에서나 어디에서나. 생각을 늘 하고 있다가 장소에 앉으면 집중력을 발휘해서 쓰고, 다 쓴 만큼 썼으면 또 다른 일을 하고 그래요. 아이디어가 제일 많이 떠오를 때가 주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샤워할 때인데 요즘엔 샤워할 때 아이디어가 잘 떠올라요. 그래서 요즘에 샤워를 자주 해요. (웃음)

꼭 필요한 책만 사는 편이고, 많이 사거나 정해놓고 사진 않아요. 책을 물질처럼 생각하게 되서 책을 본다기보다, 갖고 놀죠. 그래서 이제는 서가나 서재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책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책을 모아두는 장소가 별 의미가 없어요. 글도 아무 데서나 쓰거든요.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온 데가 서재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이 서재인 것 같아요. 사람 속에 책이 있고, 그 사람이 얘기하는 게 서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서재라는 공간은 저한테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아요. 

알라딘 :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서재나 공간을 엿보는 걸 흥미로워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서재를 보고 싶은데 사진으로 보여주실 수 있나요?

김중혁 : 제 경우에는 거리를 보시면 되요. 거리에 있으니까요. (웃음)
예전에 책은 지식이었는데, 요즘에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쉽게 다 알 수 있으니까 지식은 그리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그 지식을 자기 식으로 변형하느냐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외부의 지식 보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나를 어떻게 단련시키는가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모든 일이, 말하자면 마라톤을 뛰기 전에 체력 단련하는 것과 비슷해요. 매일 그런 식으로 저를 단련시켜 놓으면, 어떤 게 다가올 때 제 방식대로 변형해서 재생산해낼 수 있거든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재가공하고 변형시켜서 만들어내는 것. 그런 일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서가를 꾸미기 보다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게 지금의 저한테는 중요한 것 같아요. 서재를 안 보여드리려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에요. (웃음) 십여 년 전에 고경원씨가 제 서재를 취재한 적 있었어요. 그땐 깨끗한 상태였는데, 대학신문인가에 게재됐었죠. 혹시 집에 가서 깨끗한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하지만 그 후로 소식은 없었습니다.)

알라딘 : 여러 편의 소설과 더불어, 이번 산문집까지, 그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뭔가요?

김중혁 : 장편소설 <좀비들>에 가장 애착이 가요. 독자분들이 크게 좋아해주진 않았지만, 그 작품은 아주 오랫동안 썼어요. 제 시간이 가장 많이 녹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책이에요. 제가 제일 많이 담겨 있는 책은 <악기들의 도서관>인 것 같아요. 제일 많이 팔렸고.. (웃음) 그 책이 일본에서 곧 출간될 예정이에요. 12월에 일본에 가서 작가의 만남을 할 예정인데, 재밌을 것 같아요. 일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하고요.

알라딘 : 일본어는 구사할 줄 아세요?

김중혁 : 곰방와? (웃음) 또 뭐 있죠?

알라딘 : 카와이~ (웃음)

김중혁 : 그거 제가 말하도록 요구하시는 거에요? 지금? (웃음)

알라딘 : 일본 독자들과의 만남이라.. 큰 의미가 될 것 같아요.

김중혁 : 네, 그렇죠. 의도하지 않은 건데 번역본이 순식간에 나오게 됐어요. 번역하시는 분을 오래 전 부터 알았어요. 나오게 된 계기는, 그분이 제 소설을 좋아하셔서 단편 <악기들의 도서관>을 'NHK 한국어 강좌' 교재로 사용하셨어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그 교재를 좋아했대요. 저한테 몇 분이 팬레터를 보내기도 했어요. <악기들의 도서관>이 '아무 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란 문장으로 시작 되요. 칠십 세의 할머니께서 한국어를 시작했는데, 그 내용을 보고 '첫 문장이 좋았다, 아무 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뭘 해보려고 한다'고 메일을 주셨어요. 정말 기분 좋았어요. 책이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독자와의 만남 재밌을 것 같아요.

알라딘 : 카툰 읽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카툰에 소개된 발명품이 실제로 나오면 좋겠다고도 생각 했어요. 혹시 카툰집을 낼 생각은 없으세요?

김중혁 : 산문집에 카툰을 더 넣으려고 했는데, 좀 걸러냈죠. 카툰집을 낼 생각은 없어요. 카툰집을 낼 정도면 훨씬 더 재밌어야 하는데, 더 연습을 해야죠. 
 

2011년 & 2012년의 키워드


알라딘 : 2011년이 곧 마무리되는데, 2011년의 키워드는 뭘까요? 이뤄야겠다고 생각한 일 이루셨어요?

김중혁 : 2011년은 말 많은 해인 것 같아요. (웃음)
이루고 싶은 건 이뤘네요. 제 책이 다른 나라 언어로 출간되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곧 나올 거고, 꼭 한 번 내고 싶었던 에세이도 냈으니까... 많은 걸 이룬 것 같아요.

알라딘 : 2012년의 키워드와 이루고 싶은 일은요?

김중혁 : 2012년에는 되게 재밌는 장편을 쓰고 싶어요. 이제 시작하려는 단계인데,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소설을 쓸 것 같아요. 소재는 미정인 상태에요. 사람들이 제 소설을 얘기할 때 남녀가 나와서 사랑은 하지 않고 사라진다고 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섹스신이 나온다는 거? (웃음)

알라딘 : 아, 기대할게요! 그럼, 키워드는 섹스신인가요? (웃음)

김중혁 : 그럴리가요. (웃음) 평론가와 대담을 한 적 있었어요. 그분이 ‘김중혁의 소설은 중간에 화자가 껴있는데 소년이다. 소년이 바라보는 세계이고, 놀이를 다루는 세계다’고 했는데. 2012년에는 '성인소설가 김중혁'으로.. (웃음)

알라딘 : 마지막으로 알라디너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김중혁 : 저도 알라디너에요. (웃음)
아까 몸을 단련시키는 얘기를 했는데, 가을.겨울이 제가 보기에는 '문화적인 몸'을 단련시키기에 제일 적합한 시기인 것 같아요. 저는 독서의 계절은 가을 보다는 겨울이라고 생각해요. 따뜻한 아랫목이나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책보기 정말 좋잖아요. '문화적인 몸'을 단련시키는 일을 많이 하시면 좋겠어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옹이 2011-11-1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 '성인소설가' 김중혁 완전 기대만빵. ㅋㅋ

알라딘문학/종교MD 2011-11-18 11:4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수옹이님. 저도 무척 기대됩니다! ㅎ
현재 김중혁 & 박찬일 이벤트 진행 중입니다. http://blog.aladin.co.kr/culture/5211234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

단발머리 2011-11-2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도 되겠지> 읽고 중혁님 팬 됐어요. 다른 책들도 읽어보려고요. 일단 <악기들의 도서관>부터 시작해볼께요. 기대됩니다. ㅋㅋ

알라딘문학/종교MD 2011-11-28 23:5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단발머리님. <뭐라도 되겠지> 참 재밌죠? ㅎ <악기들의 도서관>도 좋아요. 개인적으로 표제작 '악기들의 도서관' 단편이 젤 좋았답니다. :-)

감기약 2011-11-29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가님 팬인데.. 인터뷰 보고 더욱 좋아졌어요 ..ㅜㅡ 근데 왜 독자과의 만남을 그렇게 어긋나는지 서글픕니다. 쩝~ 이번이벤트도 저는 까맣게 몰랐고 .. 오늘 날짜보니 29일로 찍는 뿐이고 그래서 너무 늦었고 으악으악 ㅜㅡ암튼
김중혁작가님 멀리서 응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잊지 버리고 마세요 ^^

알라딘문학/종교MD 2011-12-13 17: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기약님.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작품들을 출간하실 테니, 작가님을 뵐 수 있는 기회는 또 오겠지요? 저도 기대해봅니다. 12월 마무리 잘 하세요. :-)
 

편집자 코멘터리가 함께하는 에세이 산책 3회에 이어 바로 4회, '음식 이야기'를 오픈합니다.  

에세이 산책 1회 ‘여행에세이’
http://blog.aladin.co.kr/graceshome/4760894 

에세이 산책 2회 ‘어머니’
http://blog.aladin.co.kr/graceshome/4809439

에세이 산책 3회 ‘여성’
http://blog.aladin.co.kr/graceshome/5180113 

  

칼과 황홀 사이에 음식과 인간, 삶이 있다.

성석제는 이 책에서 끼니를 ‘하루 세 번의 여행’이라 정의한다. ‘일반적인 배고픔이 아닌 외로움으로 촉발된 배고픔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하루 세 번의 황홀한 여행’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굳이 유난한 음식을 찾을 필요는 없다. 한 매체의 서평처럼 “명이, 국수, 냉면, 삼겹살, 소시지 등 서민의 소박한 먹거리들이지만 그의 이야기보따리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 이들은 달리 보인다.”

성석제의 글에 장단을 맞춰 그린 만화가 정훈이의 삽화도 주목하시라. 한 독자는 유머계의 ‘고수와 고수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던가. 그 둘의 유쾌한 만남이 성석제 특유의 입담에 얹어져 포복절도할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맨 마지막에는 글에 직간접적으로 등장하는 맛집을 모아 ‘성석제의 전국 맛지도’를 만들었다. “돼지갈비랑 삼겹살을 막걸리에 먹어주고 반드시 김치찌개를 주문해 드실 것. 주변 골목길처럼 다정하고 깊은 맛이 있음.” 이처럼 각 음식점에 대한 다정한 코멘트도 덧붙였다. 이 책을 소장하면 ‘하루 세 번의 여행’이 즐거워진다. _ 문학동네 편집자 이연실

 
모두들 이렇게 이태리를 먹어치우기를!

알아주는 이태리通 박찬일, 글 잘 쓰는 요리사로도 유명한 그 박찬일이 신간을 들고 나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러니까 <어쨌든, 잇태리>란다. 이태리(italy)의 그 잇(it)을 이 잇(eat)으로 놓고 보니 이거 참 제목에서부터 우리네 먹고사는 인생사다. 사실 먹어야 살고 또 살아야 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이토록 덤덤한 진리가 여행에서는 즐거움을 더하는 인간의 본능으로 촉발되는 바, 이 책은 이태리라는 나라를 통해 먹어볼 수 있는 갖가지 음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는 동시에 진짜 이태리를 만나게 해주는 박찬일만의 버킷 리스트다.  

마치 우리네 된장 고추장 맛이 사람마다 마늘마다 다르듯이 비슷해 보이는 이태리의 파스타도 다 다른 맛과 스타일을 낸다는 거, 우리는 왜 종종 잊는 걸까. 이태리에는 이태리타월도 없고, 피클도 없고, 이탈리안 드레싱은 더더욱 없단다. 이태리엔 우리가 백령도 까나리젓이나 추자도 멸치젓을 골라 쓰고, 순창 고추장을 따져 쓰듯이 원산지를 강조하는 올리브유가 있을 뿐이란다. 이렇듯 이태리 음식의 다양성, 그 각각의 다름에 대한 인정. 이 책은 박찬일이 알려주는 거의 모든 것의 잇태리다! _ 난다 편집자 김민정
 

맛을 추억하는 21인이 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슴 먹먹한 한 입, 한 끼, 한 모금...

마음이 허기지고 다리에 힘이 풀리고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를 때,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하지 못해 좌절하고 의기소침할 때, 나만의 소울푸드를 먹어보자. 볼이 부풀어 오르게 먹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부드러운 빛이 찾아들고 여유로움이 생길 것이다.

굶주리고 헐벗은 여행을 하는 동안 라면을 찬양하게 된 김어준, 고향 같은 절집에서의 한 끼로 영혼의 거처를 느끼는 성석제, ‘엄마의 된장찌개가 맛있다’라고 쓰고 ‘엄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이충걸... 이 책은 당신의 영혼 깊숙한 곳의 허기를 채워주는 음식 처방전이다. 작가들의 진솔하고 감동 깊은 이 음식 이야기들은 내 인생의 어느 부분과도 닿아 있기 때문에……. 입맛 다시며, 군침 흘리며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심심한 일상에 작은 울림을 던지며 영혼의 자양분이 될 것이 분명하다. _ 청어람미디어 편집자 윤숙형
 

맛있는 음식 얘기에 딸려 오는 추억, 상념, 웃음 그리고 눈물

가난한 대학 시절 서로 먼저 먹으려고 활극을 벌이던 노란 달걀말이 한 접시, 기숙사에서 밤 12시만 되면 어디선가 피어오르던 라면의 향기, 손님들 밥 먹이느라 늘 자리를 비우던 정겨운 단골집의 주인언니, 연인과 헤어지고 먹먹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들어갔던 작은 밥집…….

황견신이 꺼내놓는 이야기들은 달고 시고 짜고 쓴 음식들처럼 우리 몸의 모든 감각을 자극하며 가슴속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읽다보면 문득 그녀의 추억이 아닌 나의 추억 속을 항해하게 되고, 책에 나온 스파게티 한 접시를 뚝딱 만들어 먹고 싶어진다. 그리고 문득 책이 나에게 하는 말, “나는 당신의 밥입니다”라고 속삭이는 소리에,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_ 모요사 편집자 손경여 



우리 시대의 작가 49인이 차린 평온하고 따뜻한 마음의 밥상

마주하면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해지는 밥이 있다. 헛된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 평온을 얻는 밥,
나물 몇 가지와 된장국 한 그릇으로 지친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밥, 이것이 절밥이다. <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은 소설가, 시인, 사진가, 화가 등 우리 시대의 작가 49인이 푸근하고 따뜻한 절밥을 앞에 두고 소유와 존재, 자비와 생명, 비움과 충만함에 대해 성찰한 가슴 뭉클한 에세이다.

이 책을 통해서나마, 풍경소리 댕그렁거리는 숲속 암자에서 산 숲의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나무향기 나는 앉은뱅이 밥상에 둘러앉아 절이 차려준 정갈한 절밥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
절밥을 먹게 되면, 풍부하게 소유하는 삶이 아닌 풍성하게 존재하는 삶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_ 뜨란 편집자 정선우 
 


혀에 착착 감기는 쫀득쫀득한 글 솜씨로 빚어낸 파스타의 세계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이 경쾌하고 깊은 문체로 파스타의 유래, 파스타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과 먹는 방법, 파스타에 얽힌 에피소드를 감칠맛 나게 소개한다. 이 책은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한 추억을 더듬어 여행작가 최갑수와 함께 이탈리아 취재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오랜 기간 공부한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풀어낸 글과 생동감 넘치는 사진은 '맛있는 파스타'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음식은 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렇기에 파스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탈리아의 문화이다. 마치 김치에 우리네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처럼 이탈리아인들의 사는 방식을 알아야 그들의 맛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생생한 이탈리아 체류 경험담을 바탕으로 그들의 문화와 이야기까지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여기에 스타 셰프가 친절하게 알려주는 파스타 레시피는 정통 파스타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한다. _ 나무수 편집자 임현숙 


적립금 기간 및 인원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적립금 증정 기간 : 11월 1일 ~ 소진 시까지
적립금 증정 인원수 :  
모요사 <위로의 레시피>, 뜨란 <내 인생의 절밥> : 50명 
청어람미디어 <소울푸드>, 나무수 <보통날의 파스타> : 100명 
난다 <어쨌든, 잇태리> : 200명

*문학동네 <칼과 황홀>만 알사탕으로 진행하며, 200개 150명께 선착순 증정합니다.
*각 상품 페이지 내 '이 상품의 이벤트' 부분에 아래와 같이 노출됩니다. 선착순 종료와 동시, 아래 이미지는 자동 사라집니다. 종료일은 별도 공지하지 않습니다. 
*해당 적립금은 출고 후 익일에 자동 발급되며, '나의계정'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편집자 코멘터리가 함께하는 에세이 산책 3회, '이 여자가 사는 법'을 오픈합니다.  

에세이 산책 1회 ‘여행에세이’
http://blog.aladin.co.kr/graceshome/4760894 

에세이 산책 2회 ‘어머니’
http://blog.aladin.co.kr/graceshome/4809439



엄마에게, 아내에게 마음 대신 선물하는 책 
 
성북동 길상사 앞 한복 숍 ‘效齎’(효재)에서 혼수 한복 짓는 한복 디자이너이자, 보자기 하나로 온갖 것을 예술처럼 싸는 보자기 아티스트 이효재가 2년 만의 신작 에세이를 펴냈다. 살림만큼 창조적인 일이 없다며 입는 거, 먹는 거, 집 꾸미기까지, 사소한 일상을 아름다움으로 만들어가는 창조적인 주부로 살다 보니 ‘살림의 여왕’,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한국의 타샤 튜더’등 온갖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 시대의 진정한 라이프 스타일리스트이자 여성들의 로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녀가 이번에는 풀꽃에서 배운 싱그러운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풀꽃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니 이 세상에 눈부시지 않은 존재가 없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효재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고스란히 담아낸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하는 책." _ 싱긋 편집자 변경혜 



나는 어떻게 직장을 잃고, 다시 파자마를 입고, 행복을 되찾았는가

프로이트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라고 말한 ‘일과 사랑’에 모두 실패하고, 대신 자기 인생을 되찾은 도미니크 브라우닝의 자전적 에세이. 13년간 유명 잡지의 편집장으로 살아왔던 저자는 잡지 폐간과 함께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온전히 몰입하는 ‘슬로 러브’의 시간이 찾아오는데…….
 
저자가 말하는 ‘슬로 러브’란 삶을 만들어가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켜나가야 할지 분별하는 것, 천천히 반복하는 연습을 통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존재를 음미하는 것. 무엇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자기 삶 속으로 받아들이는 연습. 책 전반에 걸친 ‘슬로 러브’를 향한 저자의 시도들은 현실의 한계와 벽을 아는 어른들에게 마지막 로망을 선사할 것이다. _ 푸른숲 편집자 김미정



화가 노석미, 서른 살의 선택과 드라마

"현실이 아무리 초라하고 비루할지도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헛된 인생을 사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20대 후반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서울을 떠나 변두리를 선택한 한 화가가 있다. 지속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가난하게 살아가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며 살아온 삶. 10여 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변두리에 살고 있는 그가 그간 기록했던 수첩을 들추어 불안감에 팽팽했던 자신의 30대 시절을 보여준다.

혹자에게는 대안의 삶이 될 수도 있고 혹자에게는 로망이 될 수도 있는 화가 노석미의 변두리 인생. 여자,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물론 화가로서 성장해온 것을 엿볼 수 있는 한 아티스트의 성장기이기도 한 이 책은, 서른을 바라보는 20대 여자들과 삶의 과도기를 넘기며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30대 여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_ 마음산책 편집자 배윤영
 

콘크리트 정글에서 진짜 정글로

서른이 되기 전 승진하고, 소울메이트를 찾고, 결혼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나이, 스물여덟. 같은 고민을 하기는 서울만큼이나 빠른 속도의 도시, 뉴욕의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커리어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신 없이 일하고, 청혼을 하지 않는 남자 친구의 결단을 기다리던 그들은, 이대로 불확실한 미래에 흘러가듯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세계일주를 떠난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보다 치열하고, ‘섹스앤더시티’ 보다 용감한 세 여자의 이야기. 단조로운 일상과 불안한 미래를 모두 내려놓고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자극하는 책으로 할리우드 미다스의 손 제리 브룩하이머가 드라마 판권을 계약, NBC방송국에서 방영 예정이다. _ 북폴리오 편집자 안아름  

  

제2의 인생을 선택한 여자들에게 듣는 속 깊은 수다와 따뜻한 조언

한국과 일본에서 개봉해 소리 없이 큰 인기를 모았던 영화 <카모메 식당>엔 특별한 에피소드나 극적인 드라마가 없다. 하지만, 이 수줍고 조용한 영화에 많은 여자들이 열광했다.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찾아 반듯한 일상을 박차고, 무작정 핀란드로 여행을 떠나온 여자들. 그리고 그녀들이 우정을 나누며 함께 만들어낸 소박한 일본식 요리는 여자들의 허기진 영혼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이 책의 저자는 <카모메 식당>의 여주인 사치에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녀 역시 10년 넘게 일해온 영화잡지사에 사표를 던지고 세상 밖으로 모험을 떠난 이력이 있다. 그녀가 식탁에 초대한 아홉 명의 손님들 모두 인생의 행로를 바꾸고 싶어 방황하다가, 비로소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의 방식을 깨닫고 있는 여자들이다. 일과 사랑, 결혼과 자아 찾기 등 삶의 중요한 지점에서 고민하고 있는 여성들이라면 이 책에 소개된 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카모메 식당을 방문한 여자 주인공들처럼. _ 예담 편집자
한수미


12 9개월, 너와 나의 이야기

‘삼성’ 어쩌구 하는 제목을 보고, 혹은 ‘직장내 성희롱’이라는 문구를 보고 뭔가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나 보다 기대했던 독자가 있을 것 같다. 그런 독자들에게는 미리 사과를 드리고 싶다. 이건 사실 삼성 이야기도, 직장내 성희롱 이야기도 아니다. 이건 다만 반짝거렸던 한 여직원의 청춘과 일, 그게 버무려진 12년 9개월간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에 무려 ‘삼성’을 갖다 붙여서 오해를 산 점 송구할 따름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을 찾을 수 없었다.

여직원으로 산다는 것. 그게 뭔지 살아본 사람은 안다. 그렇다면 이야기해보자. 여직원으로서 당신은 잘 살았는가? 행복했는가? 혹은, 잘 살고 있는가? 행복한가? 이 책의 주인공은 여직원으로서 자신의 삶이 당당하고 행복한 것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위해 스스로 만족할 만큼 열심히 살았다. 삼성, 직장내 성희롱, 소송. 이 모든 건 그저 살아가는 과정에 나타난 소품에 불과했다. 다시 생각해보자. 여직원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 수 있는가. 이 책은 그런 궁금증에 관한 이야기이다. 
_ 사회평론 편집자 김태균


공부해서 남 주는 특별한 언니들의 이야기 17 !

이 책은 2008년 여름, 광화문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의 주역 ‘배운 녀자’들에게 바치는 책입니다. ‘배운 녀자’는 당시 광장에서 만들어진 말로 단순히 많이 배운 여성들이 아니라 배운 지식을 사회를 위해 쓸 줄 아는 ‘개념 있는 여성’이라는 뜻이지요.

그 ‘배운 녀자’의 이름을 빌려 우리 시대 대표 여성 선배 17인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 편을 만든 MBC 프로듀서 김보슬,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친구가 되어준 배우 김여진 등 특별한 언니들의 이야기가 가슴 뜨거운 청춘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입니다. _ 씨네21 편집자 임지원 


  

적립금 기간 및 인원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적립금 증정 기간 : 11월 1일 ~ 소진 시까지
적립금 증정 인원수 :  
싱긋 <효재처럼 풀꽃처럼>, 마음산책 <서른 살의 집>, 예담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사회평론 <삼성을 살다>, 씨네21 <배운 녀자> : 50명 
푸른숲 <슬로 러브>, 북폴리오 <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 100명

*각 상품 페이지 내 '이 상품의 이벤트' 부분에 아래와 같이 노출됩니다. 선착순 종료와 동시, 아래 이미지는 자동 사라집니다. 종료일은 별도 공지하지 않습니다. 
*해당 적립금은 출고 후 익일에 자동 발급되며, '나의계정'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마이 코리안 델리>가 한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우선 <마이 코리안 델리>가 한국에서 출간되어 매우 기쁩니다.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처가 식구들과 오랜 시간 함께 살았기 때문에 한국이 매우 가깝게 느껴지거든요. 장모님댁 지하에서 10여 년을 살면서 한국에서 건너오는 처가 친척들을 수없이 만나왔고, 한국 음식과 한국 드라마 등 한국 문화를 나름 경험해 봤기 때문입니다. 이따금씩 늦은 밤, 마른 오징어를 씹으며 가게에서 벌어들인 돈을 세면서 <대장금>을 틀어둔 집 안에 앉아 있노라면, 정말 한국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답니다.

2. 장모님 K를 비롯한 처가 식구들의 반응도 궁금하네요. 그들이 한글판 <마이 코리안 델리>를 읽고 뭐라고 하던가요? 
델리를 그만둔 몇 년 후부터 책 집필을 시작했어요. 전 그 당시에도 처갓집 지하에서 살고 있었고요. (웃음) 시간이 좀 지난 후의 기억이라 애매한데다, 그들도 경험한 이야기였기에 글을 쓰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확인하곤 했는데요. 솔직히, 델리를 운영하면서 늘 즐거운 일만 있었던 건 아니거든요. 책에도 썼듯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지만, 그 모든 과정을 다시 겪고 싶으냐고 한다면 ‘글쎄’랄까요. 그러다보니, 책을 탈고할 때쯤엔 식구들이 아주 진저리를 쳤어요. 한번만 더 복권기계니 판매세니 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정도였답니다. (웃음) 하지만, 장모는 한글로 번역된 내 책을 읽으며 너무나 즐거웠다고 하더군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책을 읽을 수 있었고 모든 것을 잊고 책에 푹 빠져들었다고, 사위의 책이 아니더라도 꼭 읽었을 책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들은 날이 책 출간 이후 가장 기쁜 날이었습니다.

3. 책에서는 처갓집 지하에서 결국 탈출을 못하셨어요. 이후 아이도 태어났으니 탈출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 지금도 처가살이 중이신가요? 
지금은 따로 나와 살고 있어요. 하지만, 처갓집 식구들과는 거의 매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장모님이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시고 있기 때문이죠. 책을 쓰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게 모두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한 것인데, 예를 들어 개브는 “당신 말이 맞아, 난 가끔 좀 극성일 때가 있어, 그지?”라고 말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녀의 그런 성미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어요, 지금도. (웃음) 저 또한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 벤은 좀 너무 예민해. 본인이 알고 있으니 다행이지 뭐야.” 하는 타인의 평가를 다 알면서도, 결과적으론 전혀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에요. 물론 장모 케이와 장인 에드워드도 똑같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사이엔 늘 오해가 발생하고 옥신각신하게 되지만,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냅니다.  

4. <마이 코리안 델리>가 아마존에서 종합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미디어 인터뷰 등 많은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NPR 등 방송에 출연하고 뉴욕타임스 등 잡지 인터뷰를 하고 낭독회를 여는 등 책 홍보 활동을 했습니다. 책이 주목을 받아 생긴 행운들이었죠. 하지만 다시 언론 쪽의 일을 하려니 좀 힘들기도 했습니다. 델리를 하기 전 제 직업이었던 문예지 편집자, 자유기고가 시절의 경험을 기억해내려 노력했는데, 사실 그때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정말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좋은 기회였기에 즐겁게 임했습니다.

5. 2년 동안 뉴욕 브루클린에서 델리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책에도 실린 건데, 2003년 미 동부 전역이 정전되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올해 여름처럼 몹시도 더운 날이었는데, 에어컨 풀가동 때문인지 동부 전역이 정전이 되어버린 거죠. 당시 저는 혹여 정전이 며칠 계속되지 않을까, 또는 영화에서처럼 폭동이 일어나 약탈과 방화가 난무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가게를 닫고 집으로 가서 숨어 있고 싶었어요. 게다가 이런 비상사태 때 장사를 통해 이윤을 추구한다는 사실이 꺼림칙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장모와 개브의 의지로 가게 문을 열었고, 저는 비로소 장사치들은 오히려 가게를 열고 있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냉장고가 가동되지 않아 수천 달러어치의 제품은 망가지고, 특히 가게를 열지 않은 탓에 고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이었어요. 지하철이 마비되어 집까지 15킬로미터도 더 걸어야 하는데 당장 마실 것을 못 구할 뻔하다가 우리 가게를 만났을 때의 그 환희에 찬 손님들의 얼굴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6. 델리를 그만 두면서 시원섭섭하셨을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델리 계산대 뒤에 서는 것은 어떤 의미였나요?
편의점 계산대에서 온종일 근무를 서다보면 일은 힘들고 사람들은 무례하니까, 문을 닫을 때쯤이면 ‘나쁜 점원이 되어버려도 어쩔 수 없다, 아니 당연하다’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그러다 문득 유쾌하고 너그러운 고객을 만나면 좀 전까지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거죠. 저한테 계산대 일은 나도 그렇게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7. 책 속에서 한국 여자들을 평가한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 이민자들은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나요?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이 고단하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낯선 곳에서 적응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가족을 돌보는 한편, 밖에서 일을 해야 하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물론 한국계 이민자들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모께서 종종 일러주듯, 애 쓰며 고생을 해도(우리 가게가 그랬듯이)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백만장자가 됐든, 아이들을 하버드에 보냈든 간에 상관없이 또는 가족을 위해서도, 미국 역사를 위해서도, 세계 앞에 나선 일종의 한국 홍보 사절단으로서도, 한국계 이민자들이 특별하고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다는 점은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8. 마지막으로 <마이 코리안 델리>의 영화 계획, 당신의 다음 책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마이 코리안 델리>는 몇 년 전에 이미 영화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그 사이 제작사 사정이나 시나리오 문제로 늦어지고 있는데, 아직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방송국과 얼마 전부터 시트콤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지금 미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다문화를 컨셉으로 하는 시트콤인데, 아직 다문화 가정 얘기는 나온 적이 없어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앞으로 무슨 책을 쓰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구상하는 게 꽤 여럿 있긴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정해놓은 것은 없습니다. 가끔 한국인 처가와의 육아 얘기를 쓸 생각이냐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그 계획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만큼 재미있게 쓸 자신이 없거든요. (웃음) 
     
    

 (인터뷰 및 사진 제공 : 정은문고)


댓글(2) 먼댓글(1)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book] 마이 코리안 델리
    from 토닥씨의 런던일기 2011-12-29 03:03 
    벤 라이더 하우(2011). . 이수영 옮김. 정은문고. My Korean Deli(2010). 이 책은 받아두고 읽지 않고 아꼈다. 크리스마스에 여행가면서 읽으려고. 왜? 같은 책 영문판, 원작,을 지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 기차타고 여행가면서 나란히 앉아 책을 읽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다. 생각처럼 교양있게 시작했지만,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지비는 아이패드로 갈아타고 혼자서만 책을 읽었다. 아이..
 
 
alamin 2011-09-07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교보문고 외국도서 코너에 갔다가 흥미를 끈 책입니다.
인터뷰 스크랩합니다~
blog.naver.com/kkoboo

아스피린 2011-09-2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읽었는데 재밌더군요 지루하지도않고.. 우리랑 다른 문화차이도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