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 소심 관종 '썩어라 수시생' 그림 에세이
썩어라 수시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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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저마다의 삶의 방식이 있고 정답은 없다는 생각때문에 자기개발서는 손에 잘 들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엔 일도 힘들고 여기저기 부딪히는 일도 많아 조금 위로를 받고 싶었나보다. 재밌는 그림체에 독특한 제목에 끌려 평소엔 보지도 않던 에세이를 들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라는 제목은 서로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림 에세이라는 장르에 맞게 주제에 따라 만화처럼 그림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림 속 주인공의 모습이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친한 친구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노라면 마치 친구랑 카페에 앉아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듯하다. 그만큼 공감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는 작가가 어릴 때 철학 학원에 다녔던 일화이다. 당시 차별에 대해 배웠는데 성별, 인종, 성지향성 등 그 어떤 것도 사람을 나누고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배웠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사람들의 인식은 그만큼 성장하지 않았다. 나역시 '내 일도 아닌데 뭐 어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 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아무 차별이 없는 세상과 그렇지 않은 세상이 있다면 난 아무 차별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타고난 신체적, 정신적 사항떄문에 괴로움을 겪는 상황은 보고 싶지 않기 떄문이다. 또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다름을 인정해주고 속이 깊은 사람들이 있다면 세상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요새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는 세계와는 다르게 말이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를 읽으면서 가끔은 다른 사람의 일상을 엿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세상은 나혼자 사는 게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사는 곳이니까. 나와 비슷한 사람이 나와 같은 소소한 일상에서 기쁨을 느끼고 똑같은 고민을 한다는 게 위로가 된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를 통해 내 주변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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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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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름없던 나날 사건은 조용히 일어났다. 작은 밴드에서 리드보컬을 맡고 있는 빌리는 공연 후 다음날 아침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바로 시체 이마에 그어져 있는 세 개의 선이다. 이전 두 살인사건에서도 이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 때는 각각 선 하나, 선 두 개가 세로로 그어져있었다. 이 사건의 담당자 그랜트 총경은 이 선을 보고 연쇄살인사건임을 짐작한다. 시체 하나마다 로마자 숫자 하나씩 남기는 이 범인은 무엇을 남기고 싶은 것일까?



이 연쇄 살인사건은 런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네번째 사건은 뉴욕에서 일어났다. 겨우 실마리를 찾아 범죄를 막을 수 있나 싶었더니 신경써야 할 곳이 더 많아져버렸다. 이에 따라 뉴욕 경찰 프랭클과 함께 협업하여 범인 찾기에 나선다. 이쯤되면 범인의 목적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왜 뉴욕까지 와서 살인을 해야 했는지, 왜 하필 그랜트 총경이 은퇴할 때 살인사건이 벌어지는지. 이 모든 게 범인의 설계인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 것일까?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범인은 매우 독특하다. 일부러 원정까지 다니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표식까지 남긴다. 거기다 그가 살인의 소재로 삼는 건 십계명이다.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았다는 10가지 계율인 십계명에 반(反)하는 사람들을 골라 희생자로 만든다. 하느님 외에 다른 신을 믿었던 교수, 대천사 조각을 만들던 조각가, 신성 모독이란 뜻을 가진 밴드까지. 피해자들간에 유일한 공통점이자 범인에 대한 유일한 단서이다. 하지만 그 십계명엔 '살인하지 말라'는 계율이 있다. 범인 자신도 십계명을 어기고 죄를 짓는 주제에 다른 사람들을 심판하다니. 참으로 독특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간신히 단서를 잡고 사건을 쫓는 그랜트 총경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인은 매번 같은 수법과 표식만을 남긴 채 사라진다. 이런 행보는 마치 자신을 잡아달라고 말하는 것도 같다. 그랜트 총경은 십계명 살인의 범인을 잡고 무사히 은퇴할 수 있을까?

세 번째 살인부터 십계명이라는 실마리를 잡은 그랜트 총경은 범인의 뜻대로 십계명에 따라 다음 희생자들을 추리해나가기 시작한다. 한 문장의 계율을 단서로 잡기엔 너무 모호했지만 그랜트 총경은 꽤 바른 답을 찾아내며 범인과 가까워진다. 함께 추리를 해나가는 재미도 있고 전혀 관계없던 사건들이 연관점을 드러내며 서로 연결되어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구성도 탄탄하고 흥미롭다. 과연 십계명대로 범인이 10번의 사건을 일으키게 될까, 아니면 그 전에 그랜트 총경이 살인을 막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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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한나와 천 년의 새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임상훈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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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한나의 아버지는 생일 때마다 새를 사주셨다. 한나가 여러 새가 가득한 새장을 둘러보며 새를 고르면, 그의 아버지는 값도 따지지 않고 새를 안겨주었다. 한나가 6번째 생일일 때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한나가 마음에 드는 새는 전재산을 팔아도 모자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의 아버지는 기꺼이 그 값을 지불했다. 한나는 이 일로 인해 그 새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슬픈 일이었지만 한나는 어서 제일 큰 불행은 그 새마저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몇 년이 지나자 천 년을 살았다는 얘기가 무색하게 새는 시름시름 앓게 되었고 한나는 이 새마저 잃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영생을 가져다준다는 '거꾸로 흐르는 강'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한나는 혈혈단신으로 모험을 떠났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신비한 경험도 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제일 흥미로웠던 건 라리크와의 만남이었다. 라리크는 어떤 일을 경험했든 모든 걸 없었던 일로 만드는 힘을 가졌다. 사막을 헤매던 중, 라리크를 만나 새로운 삶을 일궜다.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도 가졌다. 한나는 자신의 아이가 또 아이를 갖기까지 오랫동안 라리크와 함께했다. 한나는 자신의 손자가 죽어버리자 겁이나 라리크에게 되돌아가달라고 빈다. 라리크는 이를 들어줬고 라리크와 만나기 전으로 한나는 돌아간다.

한나는 사막을 건너는 도중 많이 지쳐서 라리크를 따라간 것일까? 그토록 소중한 새를 살리기 위해 모험을 떠났으면서 목적은 까맣게 잊은 채 새로운 삶에 이끌렸다. 아직 어린 아이에게 아늑한 가정은 어린시절의 보상이자, 가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탈출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가까운 이의 죽음을 보고싶지 않아 떠난 여행이었기에 같은 상황에서 한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여기서 한나는 새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 것이 아니라,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여행을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굳이 그것이 아니더라도 한나가 모험을 떠나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운 것은 확실하다. 한나의 세계는 작은 오두막집에서 숲과 사막, 바다 건너까지 커졌다. 이는 결국 작은 새가 살길 바라는 한나의 따뜻한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책 '거꾸로 흐르는 강'에서처럼 모두가 다른 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배우길 바란다. 설사 그로 인해 모든 걸 걸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해도, 그 끝엔 더 큰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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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안의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15가지 약의 결정적 순간
키스 베로니즈 지음, 김숲 옮김, 정재훈 감수 / 동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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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약. 기운이 없을 때에도 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나 아플 때에도 약을 먹는다.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 지금, 약이 가지는 공헌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약은 같은 약이라도 복용하는 방법과 양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오남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직접 몸에 들어가니만큼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약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그 비밀은 이 책 '약국 안의 세계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약은 아플 때나 가끔 약국에서 사먹었을 뿐, 그 이상 궁금증은 가진 적은 없었다. 페니실린, 아스피린 등 익숙한 명칭부터 디곡신, 클로르디아제폭시드, 콜타르 등 생소한 이름도 많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쓰이고 있는 약들을 소개해주면서 그 유래와 역사, 용도, 위험성까지 설명해주어 꽤 알차다.

그 중에서도 리튬이란 약이 재미있었는데, 리튬은 조울증 치료에 쓰이는 약으로, 케이드라는 의사에 의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케이드는 자신이 담당한 정신과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특정 유독물질이 고통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유독물질을 찾기 위해 오랜 기간 기니피그로 실험을 진행했다. 조울증 환자의 오줌을 기니피그에 주입해 유독성을 입증했으며 그 중에서도 탄산리튬을 발견해냈다. 이 탄산리튬은 요산의 활동을 억제하고 기니피그를 차분하게 만든다고 확신했다. 케이드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실험을 했다. 자신의 연구를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기니피그로 실험을 하며, 또 자신에게까지 실험을 하다니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다. 아무도 밝혀내지 못한 발견을 위해선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만 하는걸까? 이 떄 케이드의 열정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조증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주었다.

리튬의 효과는 입증되었지만, 그 안전성에 있어서 인정받기 오랜 기간이 걸렸다. 케이드는 자신의 몸을 담보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치료제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는 리튬의 위험성이 알려졌던 사회적 현상이 맞물린 탓도 있고 리튬의 양에 따라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또 심장의 효율을 상승시키지만, 독으로도 활용되는 디곡신의 사례를 보면 약의 안전성은 아무리 과해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든다. 살인자의 손에 들어간 디곡신이 조용하게 얼마나 많은 사상자를 냈는지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여태 약을 아무런 생각없이 받아왔는데 약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지나왔다는 것을 아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며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해주는 다양한 약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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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타이완 - 2023~2024년 최신판 디스 이즈 여행 가이드북
신서희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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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늘길이 끊기고 사람들의 소비와 활동도 줄어들었던 코로나 시기가 마침내 끝이 났다. 슬슬 사람들이 한 번쯤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이다. 그렇다면 어디로 여행을 갈까? 다양하게 거론되는 여행지 중에서도 많이 꼽히는 여행지가 바로 이 타이완이 아닐까 한다. 나도 코로나 이전엔 종종 타이완 여행을 가곤 했다. 비행기도 오래 타지 않고 해외에 있는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다시 타이완 여행을 계획중이다.

마침 테라출판사에서 타이완을 소개하는 책이 개정판으로 나왔다. 테라출판사는 타이완 이외에도 다양한 해외곳곳을 소개하고 있어 지인들까지 꽤 도움받고 있다. 5번째 개정된 '디스 이즈 타이완'이 얼마나 알찬 정보들이 담겨있을지 기대된다









첫 장을 펼치면 신경쓴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로 들고다닐 수 있는 맵북이 첨부되어있고 사람들이 잘 알고있는 타이베이뿐만 아니라 타이중, 까오슝, 타이난, 타이동까지 타이완 곳곳을 소개해주고 있다. 나도 타이베이만 가봤지, 다른 지역은 접해본 적이 없어 아주 유용했다. 거기다 중국어 발음 그대로 소개해주고 교통 수단까지 꼼꼼히 표기해주고 있어 현지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타이완을 처음 가는 사람들도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현금과 신용카드는 어떻게 준비해가면 좋을지, 기차나 렌터카는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소개해주는 명소도 다양하다. 여러 문화재, 박물관, 음식점 등도 좋지만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나는 상점 목록이 제일 흥미로웠다. 각 명소마다 위치, 영업시간, 홈페이지 간단한 설명 등이 꼼꼼하게 들어있다. 이렇게 많은 정보가 들어있는데 눈이 어지럽지 않고 사진도 적재적소에 잘 배열되어있다. 설명 뿐만 아니라 각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 따로 지도에 표시도 해주니 근처에 어떤 곳이 있는지, 여행갈 때 동선을 어떻게 짤 지 참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내가 몰랐던 지역, 명소까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지인들의 여행 후기나 블로그를 보고 이미 잘 알던 곳만 갔는데 디스이즈타이완 책에선 내가 몰랐던 곳이 이렇게 많았나 체감이 될 정도이다. 타이완을 두세번 다녀보며 타이베이 쪽은 충분히 둘러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못 둘러본 곳, 못 먹어본 것이 많아 놀랐다.

특히 국립 중정기념당엔 가본 적이 있지만 그 근처에 있는 따안 삼림공원은 가본 적이 없다. 베이징에 갔을 때도 공원만 찾아갔을 정도로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을 좋아하는데 이 스팟을 놓쳤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또 그 근처에 있는 옥시장&꽃시장까지 둘러봤으면 정말 딱 맞는 동선이었을텐데! 많은 꽃이 둘러져있는 시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옥시장도 있다니 옥 장신구를 구경하거나 하나쯤 사는 것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디스이즈타이완'을 보다보니 마치 내가 타이완에 가서 직접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만간 다시 친구들과 타이완을 여행해야겠다. 다음에 타이완 여행을 갈 땐 이 디스이즈타이완 가이드북을 참고하여 더 편하고 꼼꼼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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