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셰프들 -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요리 이야기
크리스티앙 르구비.엠마뉴엘 들라콩테 지음, 파니 브리앙 그림, 박지민 옮김 / 동글디자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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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즐겨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부류가 아니다. 독립한 지 꽤 됐음에도 할 수 있는 요리는 손에 꼽을 정도고 요리 자체를 많이 해보지 않았다. 음식은 그저 살기 위해 먹는 것일 뿐, 맛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요리를 하나의 세계이자 즐거움이라고 평한다. 또 이 책 서두에 요리는 요리사의 사상이자 미학이 담겨있으며, 미식 평론가는 마치 번역가처럼 드러내게 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나도 음식을 단순히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세계이자 즐거움을 알고 싶었다.



'위대한 셰프들'에서는 주인공 기욤이 미식 평론가 인턴을 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욤은 나처럼 대충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고 미식 평론에 대해 무지하다. 하지만 인턴 생활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요리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끼면서 점차 달라져간다.

'위대한 셰프들'에 나오는 셰프들은 각자 요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사명을 녹여내고 있다. 또 이미 만들어낸 레시피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더 맛있는,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맛을 낼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명해낸다.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접시 위에 셰프들은 어떤 재료를 얹고 향신료를 배합할지 고민한다는 점이 대단해보였다. 이미 존재하는 요리를 하는 것도 어려운데 오히려 새로운 요리를 창조하다니! 셰프마다 고안하는 방법이 다른 것도 재미있었다. 누군가는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를, 누군가는 재료 본연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요리를, 누군가는 온갖 향을 맡을 수 있는 요리를 내온다. 셰프마다 특색 있으면서 손님에게 자신의 요리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겠다는 열정이 엿보였다. 세상에 요리사란 직업만큼 뜨거운 열정과 도전정신을 갖춘 직업이 또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셰프 '안소피 피크'가 말한 '우리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 눈으로 보기도 한다. 먹는다는 건 그냥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감각을 일깨우는 일이기도 한다.'는 문장이 제일 인상깊었다. 우리는 요리를 할 때 눈으로 보고, 냄새로 맡고, 식감을 느끼고, 맛을 본다. 오감을 발휘하는 영역이 바로 '요리'라니, 요리가 일생에 중요한 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공통적으로 셰프들이 말하는 좋은 요리의 기본은 바로 좋은 식재료에 있다. 현대인에겐 우리는 가공음식을 너무 많이 접하고 있다. 설탕이 잔뜩 들어간 음료수, 온갖 화학물질이 들어간 가공육 등 편리하지만 그만큼 우리 몸을 혹사시키는 재료들이다. 셰프들은 각자 자신들의 밭을 일구며 필요한 재료를 얻는다. 나도 종종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밀키트를 해먹는 편인데 내 몸을 위해 직접 식재료를 사서 해먹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셰프들'을 읽고 나도 좀 더 보기에 좋은, 향이 좋은, 맛이 좋은 요리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진짜 셰프만큼은 아니더라도 나에게 어떤 재료가 더 좋은지 어떤 맛을 더 좋아하는지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더 신경쓸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다른 이들도 '위대한 셰프들'을 읽고 요리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일깨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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