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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라니 매우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제목이다. 동시에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궁금증이 일어 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 우발적인 사고로 인해 일이 걷잡을 수 없게 점점 커지는 얘기가 예상된다. 사실 의도치 않게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은폐하려다 모든 일을 망쳐버리는, 혹은 벌을 받는 이야기는 사건을 시작하기에 다소 진부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솔직하고 대담한 제목이 충분히 메꾸고 남는다.

보고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목차! 사건이 일어난 순간을 기점으로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읽기도 전에 주인공의 긴박한 심리가 느껴진다. 궁금증을 한 층 더 북돋아주는 목차를 감상한 후 한 장을 넘기자마자 다 읽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진행되지만 각 장마다 화자는 다르다. 때론 리즈, 캐롤, 심지어 찰리까지.. 각 인물들이 어색하지 않게 등장하여 사건에 개입하면서 사건은 더더욱 복잡해진다. 또 각 인물의 성격, 배경, 과거 성격 등이 하나씩 보여지며 캐릭터가 더 풍부해져간다. 그에 따라 책을 읽는 나도 어느 등장 인물이든 마음이 안 갈 수 없었다.
평소에도 책에 몰입하여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유독 하염없이 휩쓸려가는 것 같았다. 리즈의 입장이 되었을 땐 리즈의 모습이 이해가 가고, 캐롤의 입장에선 캐롤의 기분이 온전히 느껴져 슬프고 버거웠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매사 침착하게 사건을 보려는 에스더의 존재 덕에 나도 우왕좌왕 하면서도 꿋꿋이 이야기를 따라나갈 수 있었다. 리즈가 한 행동은 분명 잘못되었다. 하지만 당시 각성제를 먹어 정신이 없는 상태였고 또 그날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서 시험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으니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했다. 우리도 그럴 때 있지 않은가, 나도 모르게 무심코 했던 실수들. 리즈에겐 그 '실수'가 너무나도 큰 사건이었을 뿐. 그 후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용기도, 그렇다고 나서서 은폐할 뻔뻔함도 없어 수동적인 모습만 보이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동질감이 느껴졌다. 만약 내가 그의 입장이었어도 손 놓은 채 시간이 어떻게든 결론 내어 주길 기다리고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캐롤. 캐롤이 찰리를 잃어버린 걸 눈치 채고 이리저리 찾아다닐 때,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스스로 침착함을 유지하려 하지만 마음먹기 무색하게 밀려들어오는 두려움과 걱정. 바로 전 장에서 리즈를 이해했던 내 모습이었는데 캐롤의 모습을 보고 바로 리즈를 원망스러워 했다. 책을 읽어보는 독자들은 알겠지만 각 인물들의 심리를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냈는지 휩쓸릴 수밖에 없는 나만을 탓할 순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모든 등장인물이 너무 안타깝다. 때론 리즈의 짓이 들키지 않기를, 때론 마음을 고쳐먹고 지금이라도 차를 돌리기를, 찰리가 차라리 눈을 뜨지 않길, 캐롤이 찾아주길, 에스더가 옆집을 살펴주길 누구를 응원하는지 나자신도 모른 채 글을 따라갔던 것 같다. 대사 하나, 장면 하나 허투루 적힌 게 없고 지루한 틈없이 계속해서 읽게 된 책이었다. 일상에 흥미와 소중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