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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평점 :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이 잔인한 병이 나를 비켜가리라 확신할 수 없다. 설사 내가 아니더라도 나의 부모, 형제, 주변인들 중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도 그럴 것이 예방법은 커녕 치매의 원인조차 발견되지 않고 치료법 또한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달라진 모습에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당황스럽고 힘들다. 몸이 아니라 정신이 아픈 것이니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주위 사람들과 소통도 힘들고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질 것이다. '왜' 그러는지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병인 것이다.
이 책은 '치매 환자'의 시선으로 서술 되어 있어 더 사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의 존재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제목,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될 줄이야. 전조 증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두려웠다. 원인을 모르겠지만 몸과 발음이 둔해지고 피로감이 몰려온다. 작품 내 화자는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심지어 병원에서-일도 라고 있으며 사람들과 좋은 관계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다. 어느 날, 운동하다 갑자기 넘어져 코를 깨졌다. 병원에 가도 나이 때문에 몸이 둔한 탓, 어딘가 걸려 넘어진 탓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치매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길을 잃는 걸 개의치 않고 산 중간으로 들어가곤 했지. 길을 잃어도 주변 지형을 잘 알았으니까 - 멀리 있는 지표와 낯익은 풍경을 보고 직감을 따라가면 됐으니까. 난 그럴 수 없어. 이제 그렇게 못해."_p.15
치매임을 인지하고 준비하는 과정에, 역시 주변 사람의 원조가 크다고 느껴졌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주인공의 주변에 딸이 있어 의지할 수도, 자신의 생활을 돌봐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가 버티지 못할 때 곁에 있는 것으로도 의지가 되었다. 나도 상대방에게 의지가 될만한, 또는 누군가 의지를 줄 정도의 관계가 있을지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치매'는 누군가 곁에서 항상 신경 쓰고 지켜봐야 하는 존재인데, 가족이 아니면 이를 감당하고 옆에 쭉 있어줄 사람이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한다. 머지않은 미래엔 치매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과 예방이 확실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아파하는 사람들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