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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
한국역사인문교육원(미래학교) 지음 / 창해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지금은 누구나 평등하며 자유롭게 살지만, 우리나라에도 왕과 신분이 존재하던 때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조선시대는 사극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자주 쓰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여기고 누구나 그 시대의 큰 사건이나 흐름 정도는 잘 알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만큼 시대상의 고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재미있게 드라마를 보다가도, 너무 현실성 떨어지는 소재나 호칭이 나오면 몰입이 깨져버린다. 남녀노소 즐기는 드라마로 조선 시대를 재현한다면 그만큼 그 시대의 문화나 의식주를 철저하게 따져 고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증이 잘 되어있는지 파악하려면 시청자 스스로도 조선시대의 깊은 곳 하나하나 관심을 가지고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도와 줄 책이 바로 '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 이다.

이 책에서는 제목 그대로 조선의 이모저모를 담고 있다. 다만 여느 책처럼 왕들과 조선의 큰 사건을 다룬 책이 아니라, 실제 조선에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어땠는지, 유물 속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더 깊고 세세한 시점을 제시해준다. 왕족들의 생활과 궁녀, 내시들의 삶, 당시 시대상과 종교, 품계, 호칭까지 다루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주로 왕을 등장인물로 내세우기에 실제 그들의 삶이 어떤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또 왕족 뿐 아니라 궁에서 일하는 내시와 궁녀의 존재를 다뤄준 것이 흥미로웠다.
궁녀는 한 번 들어오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궁을 나갈 수 없었다. 궁녀를 선발할 때도 원하는 이들 모두 입궁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기준도 있었다. 선조 중 죄 지은 자나 중병을 앓은 이가 없어야 하며 처녀 판정까지 받아야 입궁이 허락되었다. 또 궁녀 내에서도 계급이 있었으며 그 계급과 근무처에 따라 근무시간과 복장이 달라진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다양한 부서들이 있다는 것이다. 왕과 왕비의 거처에서 번을 서고 보필하는 지밀, 왕실 가족의 옷을 짓는 침방, 수를 놓는 수방, 음식을 내오는 내소주방, 접대용 찻상과 잔치 음식을 준비하는 외소주방, 씻는 물을 준비하고 청소를 맡는 세수간, 음료과 과자를 맡는 생과방, 세탁을 담당하는 세답방, 등불을 준비하는 등촉방 등이 있다. 음식을 다룬다고 같은 부서가 아니라 그 중에서도 세세하게 나눠져 있다니 궁이 얼마나 크고 많은 인원이 있었을지 짐작하게 해준다.
또 당시 음양오행과 조화를 중요시했기에 궁궐 내 각 건물의 위치와 이름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특히 경복궁에 강녕전이 음양오행의 원리가 적용되어 있다고 한다. 중앙의 강녕전은 토이고 이를 중심으로 연생전이 목, 연길당이 화, 경성전이 금, 응지당이 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궁궐 곳곳에 장식도 당시 주술적 의미와 종교를 나타내고 있다니 이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를 통해 조선시대의 생활 곳곳을 살펴볼 수 있어 마치 그 때에 내가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박물관이나 궁, 왕릉을 방문할 때 이런 세세한 부분을 잘 알고 가면 더 와닿지 않을까 싶다. 조선 시대에 대해 더 깊게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