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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은 명대사들
정덕현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6월
평점 :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하는 말에는 큰 힘이 있다. 우리가 하는 말이 곧 생각이 되고 행동으로 보이게 되며 나아가 주위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말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접하는 드라마에서도 예외사항이 아니다.
드라마에서는 한 장면을 위해 배우의 표정부터 어조, 배경이 되는 시간과 장소 등을 까다롭게 선택한다. 또 그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들리는 '대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짧은 순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라니, 드라마 속 대사는 말의 정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는 바로 그 드라마 대사들을 한 곳에 모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에선 눈물의 여왕, 옷소매 붉은 끝동, 연인, 갯마을 차차차, 선재 업고 튀어 등 다양한 드라마 대사가 나온다. 심지어 책 제목인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조차도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에 나온 대사이다.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정덕현 저자는 일상 속 소소한 개인의 경험 속에서 드라마 대사를 녹인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선재 업고 튀어'에 나오는 대사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연의 손간들을 놓치고 살아왔는지 나의 과거를 다시 마주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어쩌면 놓치지 말아야 할 순간들은 어딘가에서 찬란한 빛을 내며 끊임없이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이곳에 온 이유, 너와 내가 다시 만난 이유이지 않을까?' 이 드라마 속에서 여자주인공은 하늘의 별처럼 닿은 수 없던 존재인 남자주인공이 사실 과거 만났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하는 대사이다. 여자주인공에게 과거는 힘들고 견디기 힘든 어두운 시간이지만, 그 속에서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는 분명 있었다.
정덕현 저자는 지금은 세상에 없는 소중했던 친구를 떠올린다. 찬란하고 즐거웠던 과거를 추억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함께 했던 세월 속 그들과 공부하거나 운동하며 시간을 보내고 함께 술을 마시며 푸념도 하고 직장을 가지고 가정을 이룬 시간까지도 함께한 그들은 친구라기보다 가족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에 더 미련이 남고 닿지못한 과거가 더 밝고 아름답게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 대사가 아무리 어려운 때라도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 뿐, 밝은 미래로 이어지는 접점은 분명 있다고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밝았던 과거보다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렸다. 나는 어릴 적, 학교에서 괴롭힘 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들, 열심히 공부해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 등 돌이켜보며 힘든 건 그저 지나간 일일 뿐이었고 지금은 좋은 추억이 자리잡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는 정덕현 저자의 경험이지만, 평범하고 흔한만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나도 이런 일이 있었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되었다. 동시에 드라마 대사와 함께 접해보니 평범한 일상도 훨씬 특별하게 느껴졌다. 드라마 대사는 사람들의 향수와 공감을 자극함과 동시에 그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깊은 인상과 감동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똑같은 일상을 지내더라도 특별하지 않어도 그 평범한 순간, 드라마 대사를 한 번 접목보면 하루가 더 특별해지지 않을까? 이 책의 제목처럼 모든 하루하루가 눈부실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