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수록 빠져드는 도시기담 세계사
가타노 마사루.스가이 노리코 지음, 서수지 옮김, 안병현 그림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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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UFO설, 종교나 사건사고 등 일상과 전혀 다른 현상을 접하는 것은 흥미롭고 흥분되는 일이다. 각종 기술이 발전하고 온갖 지식이 가득한 오늘날까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읽을수록 빠져드는 도시기담 세계사'도 바로 그런 현상들을 모아 엮어놓았다.

단순히 도시전설이나 허황된 괴담이 아니라, 증인도 증거도 현상도 남아있는 역사 속 미스테리한 현상들이다. 미스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들어본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들으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글루미 선데이', 갖고있으면 화재를 불러온다는 '우는 소년' 그림, 저주받았다는 애나벨 인형, 목격하면 목숨을 앗아간다는 '도플갱어' 등등 소재만 들어도 어떤 이야기일 지 얼른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파티마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제일 흥미로웠다. '파티마의 기적'은 바티칸이 성모 발현을 정식으로 공인한 기적이다. 거기다 단발에 그치지 않고 여러번 현현하였으며 그 마을 주민이 모두 목격자이다. 이쯤되면 착각이라고도, 없는 일이라고 부인할 수도 없는 명백한 증거들이다.

파티마에서 양을 치던 3명의 어린이가 성모 마리아에게서 계시를 받았다. 성모마리아는 아이들에게 기도를 할 것을 당부하며, 매달 지금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자신을 보러오라고 명했다. 말한대로 성모마리아는 매달 같은 날, 루치아 앞에 모습을 보이고 기적까지 행했다. 마지막 여섯번째 발현 때, 내리던 비가 그치고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기하게 사람들은 태양을 맨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며 회색빛 원반같은 태양이 이리저리 회전하며 강렬한 광선을 내뿜었다. 사람들은 도망가거나 울부짖는 사람도 있었고 참회 기도를 드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토록 명확한 현상에 사람들은 정말 기독교가 있구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이 현상에 대해 성모가 아닌,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성모의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들은 건 최초 목격자인 아이들 뿐이었고, 마을 사람들은 하늘이 이러지고 태양이 흔들리는 괴이한 현상밖에 접하지 못했다. 이를 보면 종교라기보단 외계의 소행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아보인다. 이번 현상뿐만 아니라, 예수가 나타났던 순간부터 온갖 기적과 신비한 현상은 바로 외계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실제로 과거 종교화를 살펴보면, 성모나 예수 그림 옆에 UFO로 보이는 그림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우연일까?

이처럼 '읽을수록 빠져드는 도시기담 세계사'에는 신비하고 흥미로운 현상을 소개시켜주어 읽는 재미가 있다. 단순히 일어난 사건만 초점을 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목격자와 증거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다른 의심스러운 정황은 무엇이 있는지 등 주변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꽤 풍부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이미 먼 과거의 일이 되어 더 이상 파헤칠 수 있는 현상도 있지만, 지금 다시 그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만한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을까? 오늘날에도 어딘가엔 누군가 신비한 현상을 마주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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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 - 이 죽일 놈의 피로와 결별하는 법
에이미 샤 지음, 김잔디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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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진 탓인지, 나이 때문에 체력이 약해진 탓인지 요즘 계속 힘이 없고 쉽게 지쳤다.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활동 범위도 좁아지니 스스로가 답답해졌다. 마냥 현대인들은 다 그러려니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이 상황을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던 와중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이전과 같이 많은 일을 해내고 어떤 어려움이든 무심하게 넘기는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 책은 나에게 어떤 방법을 전수해줄 수 있을까?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에선 피곤의 원인이 되는 여러가지 요인을 설명해준다. 바로 호르몬, 면역, 장 건강이다. 이를 관리하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식단을 꼽을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식이 섬유가 풍부하고 호르몬 균형을 맞춰주는 음식을 먹고, 적당한 영양제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지않다. 대신 이 책에선 좀 더 상세한 방법을 일러준다.

그 중에서 간헐적 단식 부분이 흥미로웠다. 합리적인 범위에 한해서 식사를 오래 중단할수록 좋다고 한다. 간헐적 단식을 했을 때, 대사 전환이 시작되는데 단식을 하지 않을 때는 포도당을, 단식할 때는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번갈아 가며 사용하게 된다. 식사를 한두 번 거르면 자연적으로 열량을 제한하면서 보호 기전이 시작되고, 다양한 세포 활동을 활성화한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먹는 것보다 한 번씩 끼니를 거르는 게 더 건강하다니 생소한 이론이다. 거기다 단식은 암을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과도 보여준다하니 12시간 단식부터 차근차근 실천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간헐적 단식도 좋지만, 각자 생활방식과 식습관이 있기 때문에 개개인에 따른 단식 방법에 맞춰 단식을 하면 더 효과가 좋다. 이름그대로 자신의 생활에 맞춰 단식을 진행하는 생체 리듬 단식, 하루 음식 섭취량을 제한하는 열량 제한법, 1일1식법, 8시간/16시간동안 금식 등 다양하다. 특히 여성의 몸은 굼주림과 영양 부족을 감지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잘못된 단식을 시도하다 몸을 망칠 수 있으니 꼭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단식하길 바란다.

단순히 식습관만으로도 컨디션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회복시켜준다니 신기한 일이다. 의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일상에서의 습관이 중요하다는 뻔한 말을 이제야 구체적으로 이해되는 것 같다. 나자신을 바꾸려면 내 생활 습관부터 점검하고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앞으로도 지칠 때면 이 책이 지침서가 되어 제대로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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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은 명대사들
정덕현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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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하는 말에는 큰 힘이 있다. 우리가 하는 말이 곧 생각이 되고 행동으로 보이게 되며 나아가 주위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말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접하는 드라마에서도 예외사항이 아니다.

드라마에서는 한 장면을 위해 배우의 표정부터 어조, 배경이 되는 시간과 장소 등을 까다롭게 선택한다. 또 그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들리는 '대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짧은 순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라니, 드라마 속 대사는 말의 정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는 바로 그 드라마 대사들을 한 곳에 모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에선 눈물의 여왕, 옷소매 붉은 끝동, 연인, 갯마을 차차차, 선재 업고 튀어 등 다양한 드라마 대사가 나온다. 심지어 책 제목인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조차도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에 나온 대사이다.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정덕현 저자는 일상 속 소소한 개인의 경험 속에서 드라마 대사를 녹인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선재 업고 튀어'에 나오는 대사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연의 손간들을 놓치고 살아왔는지 나의 과거를 다시 마주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어쩌면 놓치지 말아야 할 순간들은 어딘가에서 찬란한 빛을 내며 끊임없이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이곳에 온 이유, 너와 내가 다시 만난 이유이지 않을까?' 이 드라마 속에서 여자주인공은 하늘의 별처럼 닿은 수 없던 존재인 남자주인공이 사실 과거 만났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하는 대사이다. 여자주인공에게 과거는 힘들고 견디기 힘든 어두운 시간이지만, 그 속에서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는 분명 있었다.

정덕현 저자는 지금은 세상에 없는 소중했던 친구를 떠올린다. 찬란하고 즐거웠던 과거를 추억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함께 했던 세월 속 그들과 공부하거나 운동하며 시간을 보내고 함께 술을 마시며 푸념도 하고 직장을 가지고 가정을 이룬 시간까지도 함께한 그들은 친구라기보다 가족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에 더 미련이 남고 닿지못한 과거가 더 밝고 아름답게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 대사가 아무리 어려운 때라도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 뿐, 밝은 미래로 이어지는 접점은 분명 있다고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밝았던 과거보다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렸다. 나는 어릴 적, 학교에서 괴롭힘 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들, 열심히 공부해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 등 돌이켜보며 힘든 건 그저 지나간 일일 뿐이었고 지금은 좋은 추억이 자리잡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는 정덕현 저자의 경험이지만, 평범하고 흔한만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나도 이런 일이 있었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되었다. 동시에 드라마 대사와 함께 접해보니 평범한 일상도 훨씬 특별하게 느껴졌다. 드라마 대사는 사람들의 향수와 공감을 자극함과 동시에 그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깊은 인상과 감동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똑같은 일상을 지내더라도 특별하지 않어도 그 평범한 순간, 드라마 대사를 한 번 접목보면 하루가 더 특별해지지 않을까? 이 책의 제목처럼 모든 하루하루가 눈부실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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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
에프(F)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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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한 번쯤 게임을 접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주인공이 오직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게임의 튜토리얼을 차지하는 익숙한 내용이다. 처음 시작하는 마을에서 저렴한 동검을 사고 몬스터를 무찌르고 나아가며 점점 더 비싼 무기와 방어구, 스킬을 얻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마왕과 조우하고 물리침으로써 세상의 평화를 지켜낸다. 이는 당연한 것이며 여러 게임을 접해본 나도 이 구조에 의문을 제기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 '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는 이 당연한 수순에 '왜'라고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마루는 상점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동생 바츠는 용사로서 여행을 떠났다. 마루는 이 때 한 가지 의문을 가진다. 다른 마을에서 팔고 있는 최대한 좋은 무기를 가져와 팔면 될텐데 왜 이 마을에선 가장 기본 무기인 '동검'밖에 팔지 않는걸까? 마루는 마을 밖으로 나서며 이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보통 모험을 이끌어가는 주역은 용사일테니 '바츠'가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여기선 '마루'가 주인공을 맡는다. 바츠는 마루에게 의문을 심어줄 존재에 불과하다. 주인공으로서 부족하다 느껴질 수 있겠지만, 견습 상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 오히려 신선하고 재미있다. 마루가 아니었으면 내가 게임 속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가질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마루 역시 세상 곳곳을 여행하며 새로운 것을 깨닫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용사인 바츠와 다를 것이 없다.

거기다 용사보다 상인이 보여주는 세계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용사는 그 누구보다 다르다는 특별한 인상을 갖고 있다. 용사는 마왕에게 다다르기까지 실패하거나 포기하는 일없이, 승승장구하며 나아간다. 하지만 마루는 일개 견습 상인으로 평범한 일반인이다.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평범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마루가 훨씬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격한 모험과 싸움없이도 마루의 여행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바다 건너 싸고 흔한 꽃임에도 불구하고 비싸게 팔리는 튤립, 어린아이에게 욕을 하고 공을 던지는 데에 돈을 받는 일명 샌드백 가게 등 현대였다면 있을 수 없는 여러 마을과 가게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법한 소재를 담고 있어 마냥 허황된 소재는 아니다. 마루는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다. 그의 처세술과 판단력은 역시 상인이라고 치켜세울만하다.

과연 마루는 바츠에게 좋은 무기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또 이를 막는 상인 길드는 어떤 곳일까? 기존의 세계관과 인물을 비틀어 보여주는 '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는 신선한 이야기에 스스로 고민해볼만한 주제를 던져준다. 판타지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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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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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장성한 문화와 함께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 이집트는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흥미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집트 신화부터 시작해서 왕조, 그리고 문화 등 현대인의 눈에도 신비하고 매력적인 점이 많은 나라이다. 그런 이집트는 고대에 어떻게 화려한 부흥기를 가질 수 있는지, 그 속 이집트인들의 삶이 어땠는지 궁금증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제국의 열두 달'은 우리에게 이집트의 곳곳을 보여주고 이집트인들이 어떤 생활을 누렸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한다. 그들의 삶은 오늘날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제국의 열두 달'은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농부, 어부, 옹기장이, 서기관, 왕까지 온갖 역할과 지위에 앉은 사람들이 나온다. 이 모든 이들이 모여 자기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함으로써 한 나라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눈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눈으로 이집트를 바라보니 더 다채롭고 풍성하게 느껴졌다.

이들 중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이는 바로 미라 제작 장인이다. '제국의 열두 달'은 꽤 상세하게 미라 제작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천으로 시신을 감싸는 것만이 아닌, 시신의 뇌와 내장을 모두 빼내고 내장은 소중히 항아리에 보관까지 해둔다. 또 방부처리를 위한 기름을 시신 안팎에 바르고 천으로 꼼꼼히 시신을 감싼다.

이집트인에게 있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심장은 중요하게 생각되었지만, 뇌는 그리 중요한 취급을 받지 못했다. 오늘날에야 뇌가 인간에게 중요한 장기라고 인식되지만, 과거 이집트인에겐 단지 빈 곳을 채우는 역할로만 존재한다고 여겼다. 뇌는 코에 긴 칼을 넣어 잘게 쪼개진 뒤, 빼내고 버려진다. 머릿속에 있는 뇌를 어떻게 꺼내나 생각했는데 코를 통해 뇌를 꺼낸다니, 참 기발하고 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집트인들은 시신이 온전하다면 사후 부활할 기회를 얻는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미라 제작자들은 그 누구보다 정성들여 미라를 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후세계는 어디까지나 믿음의 영역에 지나지 않고, 현세에서 삶이 끝났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미라 제작자들은 그 누구보다 죽음과 가까이 있으면서 인생무상을 느끼기 쉬운 자리인데, 그들은 자신의 삶에 의문을 느낀 적이 없을까 궁금하다. 왕조차 죽음을 피하지 못해 자신의 손에 몸을 맡기는데 계급이나 부귀영화는 한 때뿐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이집트인들의 생활을 지켜보니 실제 그들의 생각까지 궁금해졌다.

'제국의 열두 달'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 한 명 한 명은 각 장의 주인공이다. 이들의 삶이 모여 한 나라를 이루는 것이다. 이 책 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개인의 '평범한 하루가 역사가 되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을 가까이 볼 수 있어 새롭고 즐거웠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나도 나라에 큰일을 하고 있진 않지만 한 국민으로써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구나 생각까지 들었다. 역사가 될 모든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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