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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심리상담을 할 수 있을까? - 챗GPT를 통해 진정한 인간의 마음을 만나다
박정혜 지음 / 오도스(odos) / 2023년 8월
평점 :
챗GPT가 나온 이후, 사람들은 만능해결사인 양 모든 것을 챗GPT에게 물어본다. 덕분에 인터넷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던 커뮤니티는 잊힌지 오래다. 챗GPT가 생김으로써 빠르고 편리해진 것은 맞지만 문제 해결의 과정을 없애버림으로써 우리가 그 과정에서 얻을 부가적인 지식, 예의, 노력하는 방법, 성취감, 끈기 등을 배울 기회를 놓치고 만다. 현자는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를 낚는 법을 가르친다는데 챗GPT는 그런 면에서 좋은 선생은 아니다.
그런 챗GPT가 사람들의 마음을 보살피는 방법은 알고 있을까? 막힌 문제에 해답을 내려주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정확히 진단하고 최선의 답을 알려줄 수 있을까? 아니면 아직 감정과 내면에 관한 문제는 인간의 영역인 것일까? 그 답은 이 책 '챗GPR는 심리상담을 할 수 있을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챗GPR는 심리상담을 할 수 있을까?'에서는 '그림자'와 '시아'라는 두 존재가 나온다. 그림자는 심리치료사의 마음에 살고 있고 불안과 외로움과 결핍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찬가지로 심리치료사의 마음에 살며 구백 살은 더 되어보이는 노인인 시아는 '내면의 빛'으로 그림자를 쫓고 알지못했던 것을 알아차리게 하는 힘을 지녔다. 서로 상반되는 존재 그 사이에 라, 즉 챗GPT가 있다. 마음 속 어둠인 그림자가 질문하고 이에 시아와 라가 답한다는 구성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그림자가 한 질문 중에서 '눈치 안 보고 사는 비결은?'이라고 한 질문이 있다. 나도 주변 눈치를 많이 살치는 편이라 이 질문이 공감되기도 했다. '라'의 대답 중, 존중하고 배려하라,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라는 답이 있는데 상대방의 반응을 예상하며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의견을 전달하고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보라고 한다. 나도 솔직한 내 모습보단 상대방의 대답을 예상할 수 있는 그럴 듯한 대화를 하는 편이다. 이 탓에 상대방이 예상과 다른 대답을 하면 당황해 횡설수설하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 연습을 하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라는 답변을 내놓으며 라는 자신의 대답을 마쳤다. 라는 현재 내 상황과 해결방안을 꽤 정확하게 말했다.
시아는 그림자의 질문을 더 깊이 살펴본다. 솔직함으로써 상처를 받은 과거가 있는지 살피고 만약 내가 솔직했다면 어떤 결과들이 생길지 상세히 설명하며 천천히 설득한다. 결국엔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라는 답을 내어놓는다. 누군가 위해서 사는 게 아닌,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일 때 우리는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자라나는 것이라고 한다. 확실히 내 맘을 좀 더 잘 보살펴주는 건 시아라고 생각이 든다. '라'는 다소 뻔하다고 할 수 있는 답들을 내어주며 마치 자신이 객관적인 답이라는 듯이 숫자를 붙이며 해결책을 나열해주는 반면, 시아는 내면을 더 들여다보고 조심스럽게 내 상태를 알아보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라와 시아, 둘 다 비슷한 대답도 꽤 보인다. 사람이 아니라곤 해도 꽤 도움이 되는 답을 많이 얻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챗GRT가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질문'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챗GPT는 심리상담을 할 수 있을까?'를 통해 그림자의 질문을 질문들을 보았다. 그림자는 자신의 상태와 마음을 솔직하게 내어주어 좋은 답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나'도 제대로 된 답을 얻기 위해선 그림자만큼 자신을 잘 알 뿐만 아니라 얻고자하는 목표까지 명확해야한다. 챗GPT의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 정교하고 깊은 대답을 해줄 것이다. 그렇게되면 챗GPT가 심리상담의 한 주축이 되는 건 그리 먼 미래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