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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평점 :

여느 때와 다름없던 나날 사건은 조용히 일어났다. 작은 밴드에서 리드보컬을 맡고 있는 빌리는 공연 후 다음날 아침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바로 시체 이마에 그어져 있는 세 개의 선이다. 이전 두 살인사건에서도 이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 때는 각각 선 하나, 선 두 개가 세로로 그어져있었다. 이 사건의 담당자 그랜트 총경은 이 선을 보고 연쇄살인사건임을 짐작한다. 시체 하나마다 로마자 숫자 하나씩 남기는 이 범인은 무엇을 남기고 싶은 것일까?

이 연쇄 살인사건은 런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네번째 사건은 뉴욕에서 일어났다. 겨우 실마리를 찾아 범죄를 막을 수 있나 싶었더니 신경써야 할 곳이 더 많아져버렸다. 이에 따라 뉴욕 경찰 프랭클과 함께 협업하여 범인 찾기에 나선다. 이쯤되면 범인의 목적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왜 뉴욕까지 와서 살인을 해야 했는지, 왜 하필 그랜트 총경이 은퇴할 때 살인사건이 벌어지는지. 이 모든 게 범인의 설계인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 것일까?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범인은 매우 독특하다. 일부러 원정까지 다니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표식까지 남긴다. 거기다 그가 살인의 소재로 삼는 건 십계명이다.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았다는 10가지 계율인 십계명에 반(反)하는 사람들을 골라 희생자로 만든다. 하느님 외에 다른 신을 믿었던 교수, 대천사 조각을 만들던 조각가, 신성 모독이란 뜻을 가진 밴드까지. 피해자들간에 유일한 공통점이자 범인에 대한 유일한 단서이다. 하지만 그 십계명엔 '살인하지 말라'는 계율이 있다. 범인 자신도 십계명을 어기고 죄를 짓는 주제에 다른 사람들을 심판하다니. 참으로 독특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간신히 단서를 잡고 사건을 쫓는 그랜트 총경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인은 매번 같은 수법과 표식만을 남긴 채 사라진다. 이런 행보는 마치 자신을 잡아달라고 말하는 것도 같다. 그랜트 총경은 십계명 살인의 범인을 잡고 무사히 은퇴할 수 있을까?
세 번째 살인부터 십계명이라는 실마리를 잡은 그랜트 총경은 범인의 뜻대로 십계명에 따라 다음 희생자들을 추리해나가기 시작한다. 한 문장의 계율을 단서로 잡기엔 너무 모호했지만 그랜트 총경은 꽤 바른 답을 찾아내며 범인과 가까워진다. 함께 추리를 해나가는 재미도 있고 전혀 관계없던 사건들이 연관점을 드러내며 서로 연결되어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구성도 탄탄하고 흥미롭다. 과연 십계명대로 범인이 10번의 사건을 일으키게 될까, 아니면 그 전에 그랜트 총경이 살인을 막아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