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비건의 세계 - 동물을 먹지 않는 삶이 주는 곤경과 긍지 그리고 기쁨에 대하여 곰곰문고 20
박소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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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동네 책방 인문학 특강에서 <나의 비거니즘 만화>의 작가이신 보선 작가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비건이 낯설고 부담스러운 단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건이라는 말을 들을 때 배타적이기 보다는 나와 가까운 지인들이 노력하고 있는 것, 그리고 나를 혼내고 비난하려는 것이 아닌 불편한 진실에 대해 알려주고자 다가오는 친구 같이 느껴진다. (물론 어디나 그러하듯, 극단적으로 과격한 행동을 하며 비건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대해서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렇게 조금씩 비건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벗어나고 있을 즈음에 만난 <청소년 비건의 세계>라는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여져 있어서 비건에 대해 배경지식이 많이 없는 성인인 나에게도 딱 이해하기 좋게 쓰여진 책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10여 년 전의 비건은 동물의 권리를 주로 이유로 삼았던 것 같은데 그건 미안하게도 나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요즘은 동물권에 대한 이유와 홤께 기후 위기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에 비건에 대한 마음이 더 열리는 것 같다. 기후 위기 문제는 바로 지금, 당장 중요한 나와 내 가족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이렇듯 사람은 이기적이다. 그것이 자신의 삶과 맞닿아있지 않으면 아무래도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이 책은 작가님께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다녀보신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서 청소년들이 비건에 대해 무엇을 모르고 있고, 무엇을 궁금해 하며, 무엇을 꼭 알아야 하는지를 고려하여 균형잡히게 잘 쓰여진 책 같다. 나 역시 비건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직접 설명하는 대신 이렇게 추천할 책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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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곰 웅진 세계그림책 220
리처드 존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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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곰> 그림책을 받아보고서 처음 드는 생각은 '선물' 같다는 것이었다.

빨간 배경 속 커다랗고 하얀 곰 주위로 금빛 반짝이는 눈송이가 가득 내리는 장면이, 아직 11월이지만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났다.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곰의 품 안에 기대어 서있는 귀여운 아이의 모습이 참 정겨웠다. 그 둘의 모습이 꼭 선물 같았다.

<나의 작은 곰>은 한 아이와 북금곰의 우정, 그리고 여정을 다룬 판타지이다. 월요일에 아이가 우연히 정원에서 만난 북극곰은 처음에 너무 작아서 손바닥 위에도 올릴 수 있을 정도였지만, 따뜻한 체온과 뛰는 심장을 느낄 수 있는 작고도 소중한 친구였다. 화요일에는 둘이 시간을 보내며 우정을 쌓았고, TV에서 북극곰 가족의 모습을 보아서인지 수요일에는 북극곰을 집에 돌려보내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커져가는 북극곰은 외형이 많이 변했지만 그 마음만큼은 아이와 처음 만났던 그 순간처럼 순수했고, 아이를 친구로서 사랑했던 것 같다. 북극곰의 가족을 만나서 아이와 북극곰 가족이 모두 한 데 뒤엉켜 노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뻔한 말 같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아이는 즐거웠던 시간을 뒤로 하고 북극곰을 가족들 곁에 남겨둔 채 홀로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젠 누가 보아도 아이 몸집의 몇 배나 큰 북극곰이지만 아이에게는 여전히 '작은 곰'으로 묘사되는 것을 보며, 서로 긴 시간을 함께한 친구 사이에 세월이 흐르며 많은 부분이 변했어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어리고 풋풋했던 모습을 기억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 해보았다.

그림책의 면지에는 또 하나 숨은 이야기가 있다. 앞표지 안쪽의 면지에는 돛단배에 작은 곰과 아이가 함께 타고 있지만 뒷표지 안쪽의 면지에는 돛단배에 아이 혼자 타고있다는 것.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더 사랑스럽고 따뜻한 우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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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 있지?
박성우 지음, 밤코 그림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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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 있지?

엄마~ 엄마? 엄마 어디 있어요?


그림책 제목부터 낯설지가 않다. 두 아이를 양육하면서 자주 들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나도 부모는 처음이라, 좋은 엄마가 되어보고 싶어서 많은 육아서를 읽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애착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어려웠다. 부모가 선호하는 양육 스타일과 아이의 타고난 성향이 서로 잘 맞으란 법도 없고, '어디어디 누구네는 그렇게 했다던데'하는 이야기는 참고는 할 수 있어도 막상 내 이야기가 되면 달랐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나를 조바심나고 불안하게 만드는 건 '우리 아이만 그런가?' '우리 집만 그런가?'하는 생각이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많은 사례를 통해 위로를 얻기도 하고, 내 아이만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는 게 부모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또 당장은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이지만 한 발자국 물러서서 조금 객관적으로 그 상황을 보게 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줄 필요도 있는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부모(특히 엄마)와 잘 분리되지 못하는 아이, 그리고 그런 자녀를 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아이가 잠자리 독립을 할 때 무서움을 느끼거나 엄마가 다른 용무로 시야를 벗어난 곳에 있을 때 슬픔과 두근거림(떨림)을 느낀다면 그 과정에서 아이도 큰 스트레스를 받고, 부모(엄마) 역시 매우 복잡한 심경일 수 밖에 없다. 그림책 속 아이는 내 아이가 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분명하게 표현해주고, 자기가 엄마를 구해줘야 한다는 귀여운(?)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다시 엄마 품으로 파고든다. 현실이었다면 '대체 넌 왜 이러니!' 하며 답답함과 짜증이 났을지 몰라도 내 이야기인 듯 남의 이야기로 분리시켜놓고 보면 '아이고, 그래.. 아직은 엄마가 안보이면 무섭고 슬프고 두근거리는구나.'하고 조금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티테일이 살아있는 귀여운 그림이 한 몫 하는듯!)


또, 이 그림책의 주인이 될 나의 아이는 어떨까. 스스로 자기 감정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싫어서 짜증과 울음, 고집, 반항 등으로만 표현했던 유아가 자신과 동일시하는 캐릭터가 그 감정을 언어로 설명해주고, 이야기 속에서 결국 엄마 곁을 차지하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런 경험이 성장발달 과정에서 엄마와 분리되어야만 하는 과업을 마주할 때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섯 살인 나의 둘째는 아직도 아침에 종종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엄마랑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 때가 있고(맞벌이라서 출근해야 하는데..^-^;;) 잠자리에 들 때도 자기가 잠들 때까지 엄마가 옆에 누워있어주길 바란다. 그래서일까, 감정적으로 엄마가 고플 때면 이 책을 읽어달라고 가지고 온다. 품에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주며 그림 여기저기 숨어있는 토끼 시그니처도 찾아보고, 마음껏 스킨십하며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엄마도 **가 좋아~ 사랑해~' 하며 사랑을 표현하고 나면 엄마와 아이 모두 애정이 충족되는 것을 느낀다. 물론 그런 날이라고 해서 잠자리에 들 때 꼭 수월하라는 법은 없지만, 뭐 어떤가. 그날따라 더 엄마를 찾고 매달리더라도 그걸 지켜보는 내 마음이 좀 더 여유롭다면 그것으로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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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을 찾아라 바람그림책 129
김진 지음, 장선환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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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2학기 사회 교과를 가르치면서 한창 역사 이야기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서평 신청을 한 책, <정약용을 찾아라>를 받아보고 처음에는 정사각형에 크고 시원시원한 판형이 눈에 들어왔다. 앞표지 한 가운데에 마패 그림이 척 그려져 있고 그 주변으로는 정겹고 익살스럽게도 보이는 인물들이 저마다의 표정을 하고 서로를 보고 있어서 인물들의 관계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자기 배를 불리기에 바쁜, 탐욕스럽게 생긴 사또의 잔칫상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헐레벌떡 뛰어온 이방이 정약용이라는 암행어사가 떴다는 소식을 전하며 긴장감이 조성된다. 정약용이 암행어사 역할을 수행했던 적이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는데, 과연 어떤 활약을 하는 것인지, 또 책의 제목처럼 정약용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암행어사이니 대놓고 "내가 암행어사요." 티를 내고 다니지는 않을 것 같아 여러 인물들을 찾는 중에 노란 마패로 보이는 물건이 살짝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 이 사람이 정약용인가? 신이 나서 노란 마패같은 물건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어떤 장면에선 직업을 예측하기 어려운 한 사내가 정약용 같기도 하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등짐장수, 어떤 장면에서는 거중기 옆의 한 사내, 혹은 옹기장수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방물장수 여인의 치마폭에서 마패로 보이는 물건이 눈에 띄니 헷갈리기도 하고.. 이내 그 방물장수와 접선하는 한 사내 허리춤에 동그란 마패를 보며 반갑기도 하고. 아니, 꽃가마 일행 중에도? 그러다 양반집 결혼 잔치에서 마패를 손에 들고 갓 끈을 묶으며 가는 저 뒷모습을 보니 이제 곧 암행어사 출두인가 싶어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아니, 정약용을 찾는 게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할 줄 누가 알았을까. 어린 시절 <월리를 찾아라> 책에서 월리를 찾던 그때 그 즐거움이었다. 물론 이 책이 훨씬 더 정겹고 그림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 한국적인 느낌을 잘 살린 매력적인 그림 덕분이다.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이렇게 놀이책처럼 던져준다면 일단 이 책에 대한 흥미도가 높아질 것 같다. 정약용을 찾은 후에는 처음부터 다시 책을 읽어보며 정약용을 찾느라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찾아보게 된다. 그림에 등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조선시대 어디 쯤엔가 살아 숨쉬었을 것 같은 생동감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의 생활 모습도 엿볼 수 있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책 자체에 많은 지식이 담겨 있지는 않다. 하지만 충분히 아이들에게 유익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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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기억 극장 - 제1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5
최연숙 지음, 최경식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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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에 앞서 책 제목과 앞표지를 살펴보았다. 경성이라는 지명, 그리고 앞표지에 등장하는 근대식 극장 건물 앞을 지나가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니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리고, 기억 극장이라.. 기억을 꺼내서 영화처럼 상영해주는 극장일까? 궁금해졌다.

차례를 보니 첫 번째 챕터는 '1945년 1월'이고 맨 마지막 챕터는 '1945년 8월 15일'이었다. 광복을 맞이하기 직전의 일제 치하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고, 그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어떤 사건을 겪으며 변화하고 성장하게 될지 눈여겨보며 이야기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책을 한 자리에서 진득하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들어 가지고 다니며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이어서 읽었는데, 내용이 흥미진진하고 반전 요소들이 숨어있어서 책을 중간에 덮어야 하는 순간마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주인공 덕구는 참 인간적인 캐릭터이다. 보통의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평화로운 시대를 타고 나지 못해 어린 나이에 생계를 홀로 꾸려가며 돈이 되는 일들을 찾아다녀야 하는 아이답지 못한 삶을 산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면의 나약하고 비겁한 모습도 있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후회하고 망설이며 고민하는 모습도 있다. 그래서일까, 덕구의 고민과 덕구의 선택에 모두 공감이 되었고 이 책을 읽을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지점을 찾아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실수나 잘못 등을 떠올릴 때의 괴로움과 죄책감을 잊기 위해, 혹은 저지른 죄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기억을 지우려 할 것이고 그것은 참 비겁한 일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누군가가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제대로 된 보상이나 회복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일이 될 것이다. 동화 속 많은 인물들처럼.


이렇게 기억에 대해, 또는 일제강점기 때 다양한 사람들의 선택들에 대해 입체적인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나서 반갑고, 학교에서도 특히 학생들과 온책읽기로 다뤄보고 싶은 주제를 담고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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