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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기억 극장 - 제1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ㅣ 웅진책마을 115
최연숙 지음, 최경식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평점 :
책을 읽기에 앞서 책 제목과 앞표지를 살펴보았다. 경성이라는 지명, 그리고 앞표지에 등장하는 근대식 극장 건물 앞을 지나가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니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리고, 기억 극장이라.. 기억을 꺼내서 영화처럼 상영해주는 극장일까? 궁금해졌다.
차례를 보니 첫 번째 챕터는 '1945년 1월'이고 맨 마지막 챕터는 '1945년 8월 15일'이었다. 광복을 맞이하기 직전의 일제 치하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고, 그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어떤 사건을 겪으며 변화하고 성장하게 될지 눈여겨보며 이야기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책을 한 자리에서 진득하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들어 가지고 다니며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이어서 읽었는데, 내용이 흥미진진하고 반전 요소들이 숨어있어서 책을 중간에 덮어야 하는 순간마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주인공 덕구는 참 인간적인 캐릭터이다. 보통의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평화로운 시대를 타고 나지 못해 어린 나이에 생계를 홀로 꾸려가며 돈이 되는 일들을 찾아다녀야 하는 아이답지 못한 삶을 산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면의 나약하고 비겁한 모습도 있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후회하고 망설이며 고민하는 모습도 있다. 그래서일까, 덕구의 고민과 덕구의 선택에 모두 공감이 되었고 이 책을 읽을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지점을 찾아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실수나 잘못 등을 떠올릴 때의 괴로움과 죄책감을 잊기 위해, 혹은 저지른 죄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기억을 지우려 할 것이고 그것은 참 비겁한 일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누군가가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제대로 된 보상이나 회복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일이 될 것이다. 동화 속 많은 인물들처럼.
이렇게 기억에 대해, 또는 일제강점기 때 다양한 사람들의 선택들에 대해 입체적인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나서 반갑고, 학교에서도 특히 학생들과 온책읽기로 다뤄보고 싶은 주제를 담고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