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이별, 아이는 마음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엄마와 함께한 추억들이 가득하지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여정, 아이는 엄마를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소개글, 그리고 너무나 인상적인 책표지를 보면서
아이의 여정에 동행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생겨났다.
또, 글 없는 그림책만의 매력을 알기에 얼른 읽어보고 싶었던 책, <우리의 시간>.
아이가 엄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이 담겨있는 사진 액자와 대비되게, 많이 아파보이는 엄마와 상심한 표정의 아이.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엄마와의 행복한 시간들이 더이상 당연하게 내일도, 내년도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는 얼마나 충격을 크게 받았을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모두가 언젠가는 겪어야 하겠지만 아이는 너무 어렸고, 또 너무 갑작스러웠을테니..
이렇게 자기 방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는 방에 있던 곰의 탈과 옷을 입고 뜰채 하나를 챙겨 방을 벗어나 비행선에 올라탄다.
그리고 나서 이어지는 아이의 여정은 참 신비롭다.
환상 같고 동화 같고 꿈 같은 장면들이 이어지고, 그 길이 외롭지 않도록 고양이와 새들이 항상 함께한다.
그림 속에 (탈을 쓴) 아이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고 어디선가 팔을 뻗어 뜰채로 무언가를 낚으려는 모습만 일부 보이기도 하지만
그 모든 장면에서 아이는 무언가를 한 가지씩 모아간다.
독자인 나는 그 물건들에 담긴 의미와 추억을 다 알 수 없었지만 아이가 엄마와 보냈던, 엄마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아이의 표정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무표정한 탈을 쓰고 있기에 아이의 표정은 읽을 수 없지만 어떤 추억을 마주하는 순간에는 울고 있었을 수도 있고, 어떤 추억은 너무나 즐거웠기에 희미한 웃음이 스쳐갔을 수도 있겠지?
(탈의 쓰고 있어서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는 모아온 물건들을 가지고 빨간색의 물감을 추출해낸다.
그리고 카드에 그려낸 그림.
글 없는 그림책 답게 카드에도 빨간 하트만 그렸는데, 아이가 이 카드에 어떤 마음을,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는 독자들마다 다르게 읽어낼 것이다. 그것까지도 이 책의 묘미랄까?
아이의 여정 한 장면 한 장면을 리뷰에 다 담을 수 없고, 마지막에 아이가 어떻게 엄마에게 돌아가 어떤 모습으로 엄마를 마주할지에 대해서도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큰 아픔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후에 나름의 대답을 가지고 돌아온 아이가 너무나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다는 건 말할 수 있다.
아이가 동행은 있었지만(고양이와 새들) 어쨌든 어른의 도움과 인도가 없이 그 여정을 홀로 다녀온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아이가 여행했던 모든 순간들이 다 엄마와 함께한 시간들이었기에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을것이다. 어린 시절에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하게 마음챙김을 할 수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았는데, 이 아이도 엄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이렇게나 행복했던 추억을 많이 찾아내었고 그 덕분에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엄마와 보낼 수 있는 남은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힘을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이 없는 그림책 답게 몇 번을 읽고 또 읽으며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가 풍성하다. 이를테면 아이가 하나씩 모아가던 물건들, 그 여정에서 만났던 인물들이 모두 아이의 집 안에서 배경처럼 있었던 소품들 하나하나와 이어진다거나 하는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또, 인물의 대사가 없기에 누가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상상하고 다르게 듣게 될 인물들의 이야기가 있기에 입체적인 그림책이다. 그러하기에 혼자 읽기 보다는 자녀와 함께, 지인들과 함께 읽고 나누어보길 추천한다.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의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