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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사랑과 사회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평점 :
...한남자와 한여자가 있었고, 둘은 사랑에 빠져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 사랑에 도피, 그리고 아들딸 둘을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네... 아마 이런 스토리의 드라마가 있다면 이 드라마는 10년 전 유행지난 이야기라며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빨리 급격하게 변한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결혼을 하는 남녀 모두가 각자의 직업과 돈 등의 이해관계를 따져 결혼하고 있으니까.
정확하게 말은 못하겠으나, 어쨌든 내 감각대로라면 예전보다는 결혼관계에서 이해득실의 따짐이 더욱 심화된 것 같다.
예전에는 부모님들이 발벗고 나서 좋은 혼처감을 알아보았다면, 지금은 결혼할 사람들 각자가 소위 '스펙'이 좋은 사람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따져보고 저울질해보는 세상.
사실은 좀 삭막하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에 대해 정이현은 "요즘엔 다 이래"라며 별거아닌듯이 요지경 세상을 풀어놓는다.
처녀성을 부잣집 아들에게 넘겨 인생을 배팅하는 22살 소녀, 20대와 바람피는 아버지를 혼내기위해 유괴를 꾸미는 10대소녀, 다이어트식품에 빠져있는 여성, 동성을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을 조금의 냉소와 조금의 유머러스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서 살아나가야만 한다는 의지로 그려낸다.
아마도 정이현은 세상을 보는 안목이 좀더 빠른 듯 싶다. 이 책은 2003년에 나왔으나, 책의 내용은 6년 후인 지금에 와서도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이며 오히려 좀더 이러한 경향이 심화된 듯하다.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도 느꼈지만 정이현 작가는 현대사회의 젊은이들의 감성들을 깔끔하고 담백하게 그려내는 작가이다.
예전에 나는 이작가가 칙릿소설을 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그러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의 소설은 사회의 비판의지를 충분히 담고 있으며, 이 시대 2000년대의 이야기를 아무런 선입견 없이 그만의 색채로 그려낸 중요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