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인터뷰 특강 시리즈 1
홍세화,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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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홍세화:

...두 번째는 첫 번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인데 한국사회를 사로잡고 있는 물신에 저항할 수 있는 인간의 항체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프랑스 땅에서 23년을 보낸 뒤 돌아와서 물신이 이 사회를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가를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예를 들면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따위의 광고가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상황, 즉 사람이 부동산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이 사람을 평가할 만큼 인간의 가치가 소유물에 의해 평가되고 압도되는 상황에서, 이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인간성의 항체를 갖추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동에 의한 인간 소외뿐만 아니라 물신 지배에 의한 인간 소외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철학이 필요합니다...

 

...진보라는 것은 결국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운동적 측면에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진보라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는 만큼 담보된다고 봅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는 만큼 진보하는 것입니다. 즉 오늘날 한국사회는 구성원들의 의식의 반영입니다. 탄핵 사태를 비롯하여 지역주의 현상, 고문을 교사한 혐의가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 등 모든 정치 사회 현상들은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이 반영된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정치 사회 현상의 저변에 흐르는 것은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입니다. 그래서 결국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는 그만큼 사회는 진보하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제가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의식을 갖고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한국사회에 대해 비판적 의식을 갖고 있는 분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 그런 의식을 갖게 됐을까요. 어느 시점에 그때까지 갖고 있었던 의식이 뒤집히게 되었을 겁니다. 어떤 특별한 기회가 있어서, 전일적 국가주의 교유과 대중매체의 의해 형성된 의식에 대해 의문을 갖고 그것을 반전시킨 것이지요. 그러므로 오늘날 진보의 화두 중에서 중요한 것은 의식화가 아니라 '탈의식화'입니다. 수구 세력이 장악해온 교육과정과 대중매체로 인해 형성된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화에 대한 탈의식화 과정이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입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자아를 실현하고 생존의 덫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출발점이 거기 있습니다. 자유인들, 생존의 덫에 걸리지 않고 자아를 실현하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소외 노동이 아닌 즐거이 할 수 있는 노동을 통하여 생존이 담보되는 자유인들의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저는 궁극적으로 진보의 몫이라고 봅니다. 그 출발점으로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민족적 정체성은 말할 것도 없고 계급적 정체성에 대해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탈의식화 문제를 제기해보는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연 우리가 삶을 어떻게 바라볼것인가입니다. 진보의 문제를 떠나서, 지금 한국사회 구성원들은 지나치게 경제동물화된 세계관에 빠져 인간의 길을 놓치고 있는, 차도 때문에 인도가 망가지는, 사람의 길이 차도에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합니다. 한 번밖에 없는 삶을 어떻게 꾸려 갈는지는 결국 개개인의 철학과 가치관에 달려 있습니다. 사회문화적 소양에 대한 끊임없는 모색과 성숙, 남이 소유한 것과 내가 소유한 것을 견주기보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를 지향하는 끊임없는 긴장이 요구된다는 생각은, 제가 자신에게도 항상 되새기고 있는 것이기도 해서 여기 계신 분들께 말슴드렸습니다. 자기 존재에 미학을 부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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