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 병관이 생활그림책 시리즈의 신간, <거짓말>그림작가와의 만남

 



 

신간 <거짓말> 이 이제 막 출간되었습니다. 느낌이 어떠신가요?


 매번 책이 나올 때 마다 기분이 좋습니다.(웃음)

 이번 책 거짓말은 소재 자체가 조금 무겁잖아요. 지금 세상엔 말도 안 되는 어른들의 거짓말이 난무하는데, 아이의 거짓말을 다룬다는 게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거짓말’이라는 표지 글자에서부터 귀엽고, 가볍게 가려고 노력했어요. 배경은 집 앞 버스 정류장입니다. 이리저리 살펴보다 정류장 표지판에 ‘글 그림’ 작가 이름을 넣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해 봤어요.

 참, 표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를 위해 애써주시는 길벗어린이 직원 분들을 그렸어요. 고마움의 표시라고나 할까요?(웃음)


어릴 적, 기억에 남는 거짓말이 있으세요?


 수도 없이 많아요. 우유 급식이 먹기 싫어서 그 돈을 슬쩍했는데, 누나가 일러바쳐서 엄청 맞았어요.(웃음) 제가 가게에서 다량의 초코렛을 사먹는 걸 목격했나 봐요(웃음). 이번 이야기와 비슷해요.







작업실 한 켠에 놓여져 있던 피겨 

 



<거짓말> 제목 글자가 정말 깜짝 놀란 듯 해요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리셨나요? 소질이 있다고 느낀 건 언제셨는지요?


 어릴 적엔 축구선수를 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까지. 초등학교 3학년 때쯤 그림에 소질이 있나 하고 느꼈던 것 같아요?? 알았다가(웃음) 어느 날 6.25관련 포스터 그리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거예요. 세상에, 상이라는 걸 나한테도 주는구나 싶었죠.(웃음) 그때 선생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게 어린나이에 큰 위안이 된 것 같아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요. 성함이 차승철 선생님이셨는데 얼굴도, 말투도 정확하게 기억이 납니다. 신기하죠. 


자연스럽게 그림이 좋아지신 거군요?


 그런 셈이죠. 잘한다니까 더 잘하고 싶었던 거죠.  


첫 작품, <노래하는 볼돼지>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는지요?


 누구나 노래든 연기든 뭐든지 잘 하고 싶어 하잖아요. 하지만 모두 잘하는 건 아니지요. 생각만큼 잘 안될 때 좌절할 필요 없고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당시엔 제 방에서 작업을 했는데, 철인부터 쭉 늘어놓았거든요.(피겨(figure) 수집이 작가의 취미이다) 덕분에 조카애들이 놀러 오면 제 방으로 직행했어요. 그때 아이들이 방에서 뭐하고 놀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노래하는 볼돼지>가 시작되었어요.


얼마 전 출간된 <노래하는 볼돼지> 일본판을 보았는데, 볼돼지가 공연하는 부분의 글자가 일어로 바뀌니 또 느낌이 다르던데요?


 글자도 그림의 일부이기 때문일 거예요. 글자모양이 바뀌니 당연이 그림도 달라 보일 겁니다. 처음 노래 가사를 그 자리에 얹을 때 노래의 리듬, 소리크기 등을 감안해서 글자로 그림을 그렸어요. 김수철님의 노래를 300번은 넘게 들은 것 같아요.  







<노래하는 볼돼지> 한글 그림 부분

 



<노래하는 볼돼지>일본어 그림 부분





그림책 장면들은 어떻게 구상하시고 또 어떻게 구체화 시키시나요?


 우선 원고를 받으면 일단 계속 읽어요. 그리고 버스정류장이나 길거리를 오가면서 주인공들이 뛰어다니는 상상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끄적끄적 낙서도 하고 사진도 찍고요. 예전에는 4~500장쯤 찍었는데, 요즘엔 1,000여 장 찍습니다. 이미 전작에서 사용한 구도는 가능하면 배제하고 싶어서요. 그 다음 느낌이 있는 10여 장을 뽑아요. 스케치, 채색하면서도 또 아이디어가 추가되고요. 글이나 그림도 찰흙 덩어리를 조금씩 잘라 내거나 덧붙이는 조소 작업과 비슷한 거 같아요.

 <노래하는 볼돼지>의 식탁 장면은 아내가 어렸을 때 놀랐던 이야기를 듣고 구성한 건데요. 어른들이 고기를 먹고 냉면을 또 먹는 것이 참 이상했다고 하 거죠(웃음). 아이의 눈에는 신기올리면서 작"FONT-FAMILY: 바탕">이야기가 재미있으면 기억을 하게 되더라고요.

 <두발자전거 배우기>의 병관이와 아빠가 자전거 고치는 장면에서 엉덩이 골이 나오는데요. 그것도 처갓집에 갔을 때 처남이 그렇게 앉아 있는 걸 본 거예요. 말도 없고, 진지한 처남이 엉덩이 골을 드러냈을 때 많이 웃기더라고요. 보통 아빠와 아들이 닮으니까 그걸 표현하면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노래하는 볼돼지> 식탁장면의 일부분 

 



<두발자전거 배우기> 자전거 고치는 장면의 일부분



작업이 잘 안 될 땐 어떻게 극복하시는지요?


 그 순간은 잠깐인 것 같아요. 어차피 하기 싫은 마음도 호르몬이거든요. 신나는 노래를 듣기도 하고, 기분 전환을 하려고 노력하죠.

 나무 하나를 그린다고 해도 그건 그냥 나오지 않아??원에만 나가도 멋있는 나무들이 많으니 촬영도 하고 스케치도 하는 거죠. <지하철을 타고서> 할 때도 안 풀리면 카메라 들고 나가서 촬영하곤 했어요. 


언제 그림책 작가가 되길 잘 됐다고 생각하세요?


 제 아이에게도 추천해 줄 수 있을 만큼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읽어주고 또 나를 만나서 즐거워 해 주니까. 강연회 가면 아이들에게 한 장씩 그림을 그려주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거짓말> 김영진 그림 작가와의 만남 - ②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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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넘기며 인터뷰중인 모습

 



김영진 작가의 싸인 "친하게 지내요"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어린이 독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시리즈의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상적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특별하지 않은 캐릭터가 나오고 그 캐릭터를 나와 동일시할 수 있으니까요.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친근함이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배경도 우리나라 현실상 비슷비슷한 곳에 살고 있으니 내가 사는 집 같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고요.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는 작업 하면서 지금 내가 사는 곳을 배경으로 한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었어요. <거짓말>도 지금 이사한 집을 배경으로 했고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파트란 공간에 애정이 생기질 않습니다. 그림이란 것이 애정을 가지고 그려야하는데, 내가 사는 집과 내가 오가는 거리에는 이 애정이란 것이 존재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원칙을 가지게 된 거예요.  

 <지하철을 타고서>를 작업할 때 많이 힘들었는데, 지하철이란 도시적 공간에 애정을 갖기가 어려웠거든요.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지금은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를 6년여 동안 하면서 도시라는 공간도 예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에겐 큰 소득이죠.


처음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부터 시리즈를 생각하진 않았어요. 처음 <지하철을 타고서>는 쉬운 작업이 아니었죠. 지하철은 너무 일상적이고 도시적인 공간이니까요. <마법에 빠진 말썽꾸러기> 끝내고 나서 개인적으로 고마운 분인 주간님의 제의라서 하게 되었어요.

 우선 누나랑 손잡고 시외버스 타고 외갓집 가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렸는데요. 당시 전 유리창 너머로 엄마가 잘 다녀오라고 손 흔들어 주시면 울기도 했던 거 같아요. 나 버리고 가는 거 같아서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누나 손을 꼭 잡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요.(웃음)

 지원이는 실제 누나가 모델이에요. 표지에서 지원이 병관이 옷도 어릴 적 누나와 내가 입은 그대로고요. <손톱 깨물기>부터는 병관이의 옷이 제 아들이 입은 옷으로 바뀌었어요.(웃음)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에는 매 권마다 숨은 그림 찾기가 또다른 재미를 주고 있는데요. 숨은 그림으로 넣은 펭귄, 양, 물고기, 고래 등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지하철을 타고서>의 주인공이 원래는 펭귄과 양이었어요. 병관이가 뒤뚱뒤뚱 빠르게 움직이지만 어딘가 서툰 펭귄이고, 지원이가 순진하고 진지한 양이었죠. 작업을 하면서 지원이와 병관이로 바뀌면서 숨은 그림으로 넣어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요.

 <두발자전거 배우기>의 고래는, 두발자전거를 배운다는 게 아이들에게 첫 도약인 것 같아서 그 의미로 넣었고요. 물고기는 제 사인에도 들어가는데요. 사람들이 자유의 상징으로 보통 새를 말하지만 제게는 물고기거든요. 행운의 상징 같은 거예요. 꼭 찾아낼 필요는 없어요. 그냥 우연히 발견하면 기분 좋아지는 장치였으면 합니다.





작업실에서 한 컷

 



실제로 구입하신 요요와 <거짓말>에서의 요요 등장 장면



새로 나온 <거짓말> 작업을 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실제로 그 장소에 가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문방구에서 요요를 사봤어요. 뭐든 직접 해 봐야 떠올라서요. 요요를 가지고 한참을 놀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요도 파도도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잖아요. 거짓말도 당장은 들키지 않더라도 결국 죄의식으로 돌아오고요. 그런 느낌에서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제 경험으로는 돈을 주웠거나 훔쳤을 때 그 돈으로 사먹은 건 맛이 없더라고요. 물질은 달콤한 유혹을 주지만 그것이 적법한 방법으로 얻는 것이 아니면 달콤하지 않잖아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원이와 병관이가 컵볶이를 먹다가 엄마와 마주치는 장면에서, 병관이는 너무 놀라 컵을 쏟잖아요. 참 실감나던데요.


 이 장면은 처음에는 서로를 가리키면서 놀라는 그림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희화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꿨어요.(면지에 바뀌기 전의 그림이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반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표정도 그렇지만 낙엽도 심하게 떨어지고, 나뭇가지도 복잡하게 얽혀있어요. 호흡상 이 장면에서 양심과 바꾼 떡볶이를 좀 흘려 보인다던가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거짓말> 면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스케치

 



옆의 스케치가 이렇게 바뀌었어요


<거짓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아 본다면 어떤 장면이신가요?


 맨 마지막 장면이요. 결국은 이 이야기를 하려고 앞에서부터 끌고 왔던 것 같아요. 맨 마지막 장면은 가능한 한 편안하고 착하게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작 시리즈와는 달리 <거짓말>의 면지가 색다릅니다. 이제까지의 작업 과정을 담은 면지를 구성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단번에 그린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시인 원태연 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소질이란 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저도 잘하고 싶어서 여러 과정을 거쳐 그림을 완성한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90%이고 채색은 10%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잘하고 싶은 마음이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강연 나가면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요. 저는 물론 그림을 잘 그리죠. 그러나 한 번에 잘 그리지는 않거든요. 스케치 하면 종이가 너덜너덜해져요. 지우개로 하도 지워서요. 다리의 각도, 손의 각도에 따라 느낌 자체가 달라지거든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한 번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몇 개월에 걸쳐서 세세하게 고쳐나간다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재미있게 뭔가를 변화 시킵니다.






가장 마음에 드신다고 한 <거짓말>의 마지막 장면

 



스케치를 공개합니다..^^



좋아하는 그림책이 있으시면 소개해주세요.


 너무 많은데... 굳이 꼽는다면 숀 탠의 <빨간나무>, 존 버닝햄의 <우리 할아버지> 또 사라 스튜어트의 <리디아의 정원>요. <빨간 나무> 같은 경우에는 뭉클해요. 책의 흐름과 호흡으로 읽는 사람을 뭉클하게 만들죠. 숀 탠의 작품은 거의 소장하고 있는데, 모두 그래요. 작가의 능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권혁도 선생님의 <꽃과 나비>는 신기할 정도예요. 곤충들을 그리시는데 그림에 물기가 묻어있는 것 같아요.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그림에 그대로 묻어나옵니다. 숀 탠이나 권혁도 선생님의 다음 작업을 독자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자기 얘기를 재미있게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림으로 재미있게 얘기하는 사람. 이렇게 기억되면 너무 감사하지요. 그리고 위안이 되는 책을 만드는 작가이고 싶어요.


작가 김영진에게 그림책은 무엇인가요?


 밥벌이죠.가끔 어떤 분들이 “선생님의 작품을 상업적으로 얘기해서 죄송합니다만....” 이런 표현들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상업적인 그림을 상업적으로 얘기 하는 게 당연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상업적이지 않은 예술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을 해서 밥을 먹고 아이들에게 밥을 먹인다면 그건 당연히 상업적인 행위입니다. 다만 정직하게 열심히 밥벌이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 정직하게 밥벌이를 하고 그게 정직하게 보상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그림책이란 어떤 그림책일까요?


 사실 모든 시각예술이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같은걸 보면 교도소에서 독방에 갇히면 무척 싫어하잖아요, 그게 왜 그렇게 끔찍이도 싫을까요? 전 위안을 못 받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둘이라면 서로 위안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살아가는데 위안이 그만큼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또 작가 스스로도 다른 형태로 위안 받고... 그런 책이 좋은 그림책이 아닐까요?



<거짓말> 김영진 그림 작가와의 만남 - ① 김영진 작가와 그림, 그리고 이전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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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이 
 
글 토리 헤이든 l 옮김 이중균 l 발행일 2009년 11월 10일
 


《예쁜 아이》는 특수교육 교사 토리 헤이든이 특수학급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써가는 생생하고 아름다운 1년간의 여정을 담아낸 책이다.
침묵의 덫에 빠진 한 소녀를 구하고, 온갖 장애와 문제를 가진 아이들을 돕기 위해 헌신하는 교사 헤이든과, 서서히 자신들의 껍질을 깨고 성장해가는 특수학급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 따뜻한 희망과 감동을 전해준다.



1. 침묵의 덫에 빠진 한 소녀의 비밀
 토리 헤이든이 맡고 있는 특수학급의 일곱 살 난 여자아이 비너스 폭스는 전혀 말을 하지 않는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주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철저히 무반응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우연히 누가 건드리거나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무서운 분노를 폭발시키며 폭력을 행사한다.
 눈을 잘 맞추는 걸로 보아 자폐증은 아니지만, 그 눈길이 너무나 공허해 아무것도 읽어낼 수가 없다. 헤이든은 비너스가 침묵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청각장애인지 뇌 손상인지, 정신지체인지 다양한 징후들을 의심한다. 그리고 말과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블록 쌓기, 춤추기, 책 읽어주기 등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비너스의 태도는 변함이 없고, 때때로 폭발하는 아이의 극단적인 분노와 잦은 결석으로 그 시도들은 중단되기 일쑤다. 좌절과 실패의 나날이 이어지지만 헤이든은 불굴의 의지와 인내로 비너스를 구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비너스가 만화 《우주의 여왕 쉬라》에 관심을 보이는 순간, 마침내 그녀의 끈질긴 헌신은 결실을 거두고 비너스는 작고 느리지만 소중한 진전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너스가 침묵만으로 견뎌낼 수밖에 없었던 놀랍고도 끔찍한 비밀이 전모를 드러내는데…… 3명의 다른 남자가 아버지인 아홉 아이들 중 막내인 비너스, 큰언니 완다가 “예쁜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전혀 예쁘지 않은 비너스, 이 아이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일까?

2.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 되는 상처투성이 아이들
《예쁜 아이》가 지닌 매력은 비너스의 이야기만이 전부가 아니다. 헤이든은 비너스와 더불어 학급의 다른 아이들, 나아가 보조교사 줄리의 이야기를 함께 짜 넣는다. 그럼으로써 책은 생생한 현장감으로 활기를 띠며, 내용은 한층 다채롭고 풍성해진다.
 비너스를 제외하고 헤이든의 학급에는 1년 동안 모두 6명의 종일반 아이들이 함께한다. 아주 높은 지능을 가졌지만 행동이 지나치게 산만하고 활동적인 빌리, 투렛증후군이 있어 심한 틱 증상과 강박증을 보이는 제시, 태아알코올증후군 때문에 정신지체와 행동장애에다 심각한 기억력 결핍을 보이는 쌍둥이 셰인과 제인, 고기능 자폐증으로 인해 사교 능력 결핍과 극심한 강박관념을 드러내는 여자아이 그웨니, 자기 오른손과 대화를 하고 엉뚱하고 말을 늘어놓는 이상한 여자아이 앨리스가 그들이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주의력 결핍에다 과잉 행동이란 문제를 가지고 있어 교실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조금이라도 주의를 게을리 하면 난장판이 벌어지고 툭하면 주먹다짐이 일어난다. 이 문제투성이 아이들을 돕고, 안전한 학급 환경을 만들고, 모두가 하나라는 일체감을 심어주는 일은 아무리 노련한 교사인 헤이든으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패싸움이 벌어지고 쫓고 도망치고 소리치고 울부짖고 엉겨 붙은 아이들을 뜯어말리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 험악하고 낯선 풍경이 헤이든과 이 반 아이들에게는 거의 일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헤이든의 끈질긴 노력 끝에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면서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3.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사람, 토리 헤이든
 아이들은 가장 약하고 상처입기 쉬운 존재들이다. 그중에서도 특수학급의 아이들은 특별히 더 큰 약점과 상처를 안고 있는 존재들이다. 이런 아이들을 돌보고 성장시키는 것은 이 책에서 묘사되는 교실 풍경에서 보듯 지옥 같은 일일 수 있다.
 상처 입은 아이의 내면을 파고들어 고립되고 폐쇄된 마음의 빗장을 열고, 문제투성이 아이들의 장애와 약점을 감싸고 다독이며 치유하고 성장시켜가는 과정의 험난함은 상상을 넘어선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의 벽과 온갖 장애물들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어렵고 수없이 좌절과 실패를 겪는 일을 토리 헤이든은 거뜬히 또 흔쾌히 감당해낸다. 헤이든은 “특수교육이란, 그리고 일반적으로 가르치는 일이란, 그냥 직업이라기보다 천직”이며, “이 일을 즐길 줄 아는 적절한 기질과 이 일을 해내려는 비범하게 강한 열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 일은 비록 힘들긴 할지라도 참으로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한, 정말 만족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이런 소명감과 성취감으로 무장한 채 헤이든은, 불굴의 의지와 끝없는 인내, 무한한 헌신과 넉넉한 사랑으로 모두가 가망 없다고 여기는 아이들을 새로운 세상의 빛으로 이끈다. 아울러 자신과 아이들의 이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구성과 살아 숨 쉬는 인물들, 풍성하고 감칠맛 나는 묘사와 전개로 생생히 기록해낸다. 헤이든이 해내는 이 교육 현장의 치밀한 기록 작업은, 재미와 감동에서 또 생생한 현장감과 통찰력에서,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에 관련된 모든 영역을 통틀어 너무나 소중한 자산인 동시에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업적이다.
 그런 점에서 그녀와 그녀의 작업에 대한 다음과 같은 평가는 절대 지나친 찬사가 아니다. “토리 헤이든은 아무나 쉽게 받을 수 없는 그런 존경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그냥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이 세상에는 토리 헤이든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토리 헤이든(Torey Hayden)
 1951년 미국의 몬태나 주 리빙스턴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화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특수교육과 교육심리학을 전공했으며, 1975년부터 특수교육 교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헤이든은 특수교육 교사로 또 교육심리학자로 일하면서 주로 자폐증, 투렛증후군, 태아알코올증후군, 성 학대, 그리고 선택적 무언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상담, 치료해왔다. 그리고 자신이 가르치거나 치료한 장애 아동이나 학대 아동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책으로 출간해왔다. 1979년에 쓴 첫 책 『한 아이 1』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며 아동교육 심리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래로, 그녀의 책들은 깊은 감동과 생생한 현장감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며 교육학과 심리학 분야의 필독서가 되었다.저서로는 8권의 논픽션과 3권의 소설이 있으며, 현재 영국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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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우리 그림 학교 
 
글 장세현 l 2009년 11월 10일 발행
 

옛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이 담긴 우리 그림은 어떻게 감상해야 명화라는 걸 느낄 수 있을까요? <친절한 우리 그림 학교>는 단순한 느낌이나 내용 파악을 넘어 그림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화가와 역사 배경 이야기, 읽어야 보이는 그림 읽기법, 다양한 표현 기법 등을 통해 밋밋해만 보이는 우리 명화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전하는 우리 옛 그림의 감상법
‘도대체 우리 그림은 어떻게 감상해야 명화라는 걸 느낄 수 있을까?’
《친절한 우리 그림 학교》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알다시피 우리 옛 그림엔 옛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흥취와 정성이, 무엇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그린 이의 정신과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하여 우리가 제대로 된 감상 방법으로 그림과 마주한다면, 그림은 우리에게 마음이 움직이는 감동을 전해줄 것입니다. 그리고 나면 눈에는 익숙하지만 무엇이 좋은지 느끼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웠던 옛 그림들 앞에서 우리는 옛사람들의 독특한 향기와 빛깔에 흠뻑 취하게 되겠지요.
《친절한 우리 그림 학교》에서는 문화재로서만이 아니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지금도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드러내는 ‘현재진행형’ 명화로 우리 그림을 다루고자 합니다. 그림에 대한 지식을 미리 아는 것이 그림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아닐 수 있지만 그림을 처음 만날 때, 그림 앞에 좀더 오래 머물러 시선을 맞추고 흥미롭게 느끼는 데에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 그림이 흥미로워지는 몇 가지 비법
새와 짐승을 소재로 그린 동물화인 영모화(翎毛畵)인 김홍도의 <황묘롱접도>를 보면, 고양이가 나비를 보며 고개를 뒤로 휙 젖힌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민첩하고 날렵한 몸놀림이 마치 살아 있는 듯 하지요.
그런데 이 그림에는 보는 즐거움 외에 읽는 재미가 숨어 있다고 글작가는 말합니다. 먼저 그림 속 고양이(猫)와 나비(蝶)는 각각 70세, 80세 노인을 뜻하는 모(老+毛), 질(老+至)과 중국에서 읽는 소리가 같습니다. 또한 장수꽃이라 불리는 제비꽃, 청춘이란 꽃말의 패랭이꽃, 그림 주변의 바위 등 그림 곳곳에는 장수의 상징물들이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즉 <황묘롱접도>는 어르신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사시기를 기원하는 뜻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인 것이지요.
이처럼, 《친절한 우리 그림 학교》는 단순한 느낌이나 내용 파악을 넘어 그림의 종류에 따라 다른 접근법, 그림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화가와 역사 배경 이야기, 읽어야 보이는 그림 읽기법, 다양한 표현 기법 등을 통해, 밋밋해만 보이던 우리 그림이 흥미로워지는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알수록 더 매력 있는 이야기꾼 친구, 우리 명화!
《친절한 우리 그림 학교》는 산수화, 풍속화를 비롯하여 영모화, 인물화, 진경산수화, 문인화, 민화, 고분벽화, 기록화 등 우리 그림의 갈래를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75점의 우리 명화를 다양한 시선으로 다룬 풍성한 내용과, 시원한 크기로 배치한 그림, 설명을 더욱 명료하게 보여주는 디자인 등이 그림 읽는 맛을 더할 것입니다.
우리 그림은 마치, 말수는 적어도 일단 친해지면 놀라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풀어내는 매력적인 친구와 같습니다. 매일 쳐다봐도 매번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고들 하지요. 그 멋진 감상의 세계를 《친절한 우리 그림 학교》에서 함께 느껴보길 바랍니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매력덩어리 친구들’을 직접 만나러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그림이 가진 느낌과 기법을 따라 직접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요? 분명히 서양화식으로 그릴 때와는 참 다른, 우리만의 감수성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방에 멋진 우리 그림 하나 걸어 두고 때때로 눈 맞추는 상상만으로도, 참 기분 좋아지는 가을날입니다.


장세현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시집 <거리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로 시인이 되었고, 계간지 <시인과 사회> 편집위원, 시사 월간지 <사회평론의 길>에서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문학 외에도 그림에 관심이 많아 아마추어 화가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미술에 관련된 책을 쓰고 있지요. 지은 책으로는 《세상 모든 화가들의 그림 이야기》《한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한눈에 반한 서양 미술관》《고구려 벽화가 들려주는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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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글 고대영 l 그림 김영진 l 2009년 10월 20일 발행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 다섯 번째 그림책 『거짓말』
생활 속 있음직한 이야기로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고대영 글작가-김영진 그림작가의 다섯 번째 그림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고대영-김영진 작가는 하루하루가 사건의 연속인 아이들이 즐겁고 씩씩하게 커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느끼는 만족과 성취감, 걱정, 불안, 경쟁심 등을 재치있게 담아내 왔습니다.
아이들의 일상생활 속 크고 작은 일들을 생생하게 포착한 글과 이를 유쾌하게 그려낸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의 새로운 그림책, 『거짓말』. 주인 없는 돈을 주운 병관이의 깜찍한 행동이 놀이터와 문방구, 분식점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발견한 오천 원짜리 한 장!
 혼자 놀이터에 나온 병관이는 미끄럼틀로 가는 길에 오천 원짜리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얼른 줍습니다. 그러고는 갖고 싶었던 사천 원짜리 형광 요요를 삽니다. 남의 돈을 마음대로 쓰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망설였지만, 병관이에게는 요요를 갖고 싶은 마음이 더 컸지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병관이는 요요를 돌리며 신나게 놉니다. 꼭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손에 넣었을 때의 만족감으로 흥겨운 병관이. 하지만 태권도장에 가자는 방문 밖 누나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 후다닥 요요를 숨기며 곧 현실로 돌아옵니다. 태권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병관이는 천 원을 주웠다며 의기양양 떡볶이를 삽니다. 갖고 싶었던 요요도 생기고 맛있는 떡볶이도 먹으며 한껏 기분 좋은 그 순간, 아이들은 엄마와 맞닥뜨립니다.
병관이는 당황한 나머지 누나가 떡볶이를 사 주었다며 거짓말을 합니다. 주운 돈을 마음대로 쓰고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두 아이는 벌을 섭니다. 게다가 병관이가 처음에 누나에게 천 원을 주웠다고 한 것도 사실은 오천 원이었지요. 결국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병관이는 누나와 함께 돈의 주인을 찾는 벽보를 만듭니다. 남의 돈을 마음대로 쓰고 거짓말을 했을 때의 죄책감이 풀어진 뒤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 병관이는 홀가분한 모습으로 잠이 듭니다.

즐거움 속에서도 불편했던 병관이의 마음이 편안해지기까지의 과정
『거짓말』은 뜻하지 않게 돈을 주운 병관이의 마음 속 갈등과 그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이 잘 드러난 그림책입니다. 우연히 남의 돈을 주웠을 때의 떨리는 마음, 혹시 누가 보지 않았나 싶어 자꾸 주위를 돌아보게 되는 불안한 심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고 마는 욕심은 병관이 뿐만 아니라, 또래 아이들 모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일 것입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병관이를 즐겁게도 합니다. 재미있는 장난감, 맛있는 간식으로 병관이는 갈등 많은 심각한 마음에 계속 머물러 있지 않고, 금세 다른 마음에 푹 빠집니다. 이 모습 역시 보통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된 마음은 엄마를 마주치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순간적인 거짓말로 이어집니다.
함께 벌을 서면서 병관이는 누나에게 살짝 형광 요요 산 일을 말합니다. 그렇게 힘든 마음을 차츰 내려놓기 시작하고, 용기를 낸 병관이는 엄마에게 모든 것을 고백합니다. 이어 경찰 아저씨라는 말에 복잡하고 힘들었던 마음이 터져 나옵니다. 아빠에게까지 솔직히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고 나서야 병관이는 후련한 마음으로 비로소 편안해집니다.

‘병관이도 나처럼 거짓말 하고, 걱정하고 고민하는구나.’
『거짓말』은 어느 아이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그 순간 아이의 마음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함께 보는 아이들과 어른들은 그 복잡한 마음을 차근차근 짚어보고 공감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렇게 병관이의 마음을 공감하는 과정을 거쳐, 아이들은 누구나 순간의 실수로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갖고 그러한 행동을 했던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거짓말은 다른 사람보다 스스로를 가장 힘들게 한다는 점도 깨닫게 됩니다. 거짓말이 해결되는 순간 얻게 되는 마음의 평온도 공감하게 되지요.
어른들 역시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자라기 마련인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걱정과 두려움에서 생긴 마음의 짐은 그림책 속 병관이가 그랬듯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과정 속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생생한 공간, 섬세한 마음이 손에 잡힐 듯한 그림
 그림작가는 이야기 속 병관이의 마음을 그림 속에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텅 빈 놀이터 장면(6~7쪽). 돈을 줍고 주위를 둘러보는 병관이가 화면 한쪽에 있고, 텅 빈 놀이터 공간은 순간 시간이 정지된 듯 고요합니다. 마치 병관이의 콩당거리는 가슴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지요. 문방구 안 장면은 장난감의 유혹에 갈등하는 병관이의 심정처럼 복잡하게 그려져(10~11쪽) 결국 형광 요요를 사는 병관이의 마음이 쉽게 와 닿습니다. 엄마와 마주친 장면에서 거짓말을 한 병관이는 들고 있던 컵볶이까지 쏟으며 놀랍니다(22~23쪽). 덕분에 독자들은 지원이와 병관이 중에서 누가 더 당혹스러운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병관이가 잠들어 있는 장면은 병관이와 함께 그림책을 따라 여러 감정을 느낀 독자들에게도 편안함과 아늑함을 선물합니다.
『거짓말』에는 병관이의 움직임을 따라 거실, 놀이터, 문방구, 태권도장, 분식점 등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한 여러 공간이 사실적으로 등장합니다. 돼지 저금통과 공, 장난감과 과자가 빼곡한 문방구 장면(10~11쪽)이나, 모락모락 김이 나는 먹음직스러운 떡볶이와 어묵이 있는 분식점 풍경(18~19쪽)은 신기할 정도입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그림작가는 병관이를 유머러스하고 과장되게 표현하며 친근감 있는 인물로 그리고 있습니다. 요요를 돌리다가 화들짝 놀라는 부분(14쪽), 태권도 겨루기 장면(17쪽)은 보는 이들의 감정을 증폭시키며 웃음을 자아냅니다. 앞서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를 통해 자기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펼쳐온 그림작가는 한층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그림으로 독자들에게 그림책 보는 즐거움을 전합니다. 그림책 앞면지와 뒷면지에 실린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 다섯 권의 작업 스케치는 장면 속 숨은 그림찾기와 함께 독자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것입니다.



고대영
병관이와 지원이를 주인공으로 한 네 권의 그림책 『지하철을 타고서』, 『용돈 주세요』, 『손톱 깨물기』, 『두발자전거 배우기』와 『아빠와 아들』의 글을 썼습니다. 실생활 공간을 무대로 아이들에게 있음직한 일들을 담아내는 글작업으로, 마치 ‘우리집 이야기’인 듯한 공감대를 형성해 왔습니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함께 즐기고 생각해 볼만한 주제들을 포착, 재미있는 이야기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섬세한 관찰력과 따듯한 시선이 강점. 그림책 편집자로서의 오랜 경험을 살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김영진
고대영 글작가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서』, 『용돈 주세요』, 『손톱 깨물기』, 『두발자전거 배우기』 작업을 했습니다. 이외에도 『노래하는 볼돼지』(글·그림), 『마법에 빠진 말썽꾸러기』(그림) 작업을 했습니다. 한눈에 개성이 드러나는 발랄하고 유쾌한 그림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일상 속 익숙한 공간인 지하철, 마트, 교실, 놀이터 등을 세밀하게 표현해 주목도를 높입니다. 그림 속 숨어 있는 캐릭터 찾기도 독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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