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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미디어] 새로나온 책 《중국인 이야기1》

 


만화(역사만화) | 2012년 12월 10일 발행 | 170*240㎜ | 248쪽 | 값 12,000원 | ISBN : 978-89-88404-00-3

 

책 소개

 

≪중국인 이야기≫는 만화가인 저자가 자신의 삶을 통해 격동하는 중국 현대사의 현장을 생생히 담아낸 자전 만화 작품이다.

지난 60여 년간의 중국 현대사, 특히 마오쩌둥 치하 30여 년간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중국 당국이나 중국인들이 섣불리 언급하기를 꺼리는 대단히 민감한 시대다. 더구나 이 책의 저자 리쿤우는 수십 년간 국가와 당의 선전 업무에 종사해온 국가 공식 화가일 뿐만 아니라, 현재 중국공산당 당원이기도 하다. 이런 위치와 배경을 가진 저자가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이처럼 민감한 소재를 다루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체제나 현실에 대한 어떤 찬양도 비판도 없이,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겪었던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묘사함으로써, 그리고 평가는 오롯이 독자와 뒤 세대의 몫으로 남겨둠으로써 이 일을 해낸다.

프랑스인 친구 필리프 오티에의 도움을 받아 4년여의 작업 끝에 2009년부터 2011년에 걸쳐 3권으로 완간된 ≪중국인 이야기≫는 프랑스 출판사에서 프랑스어로 처음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그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중국 현대사의 내면 풍경을 낱낱이 묘사해낸 자전 만화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권은 프랑스 언론인비평가협회가 뽑은 그해 최고의 아시아 만화 5권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벨기에 국립만화센터의 그해 전시할 대표작으로 선정되었다. 또 2권은 케데불(Quai des Bulles) 만화제의 우에스트프랑스 상(LE PRIX OUEST-FRANCE)과 뛰어난 역사 만화에 대해 주는 샤토드슈베르니 상(Prix Château de Cheverny)을 수상했다.

≪중국인 이야기≫ 3부작 중 1권 ‘아버지의 시대’는 1976년 마오쩌둥의 죽음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2권 ‘당의 시대’와 3권 ‘돈의 시대’는 1980년대 개혁 개방 시대부터 2000년대인 현재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저자 자신이기도 한 주인공 소년 샤오리의 관점에서 묘사된다. 샤오리는 1955년에 윈난 성 쿤밍에서 태어난다. 1949년 마오쩌둥과 공산당이 장제스와 국민당을 타이완으로 몰아내고 공산주의 혁명을 완료한 때로부터 6년 뒤다. 주인공이 속한 이 세대는 마오쩌둥 정권 아래에서 마오쩌둥 사상에 따라 마치 거푸집으로 주조되듯이 길러져, 훗날 ‘마오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홍위병으로 자라나는 세대다.

아직 젖먹이인 아들에게 “마오 주석 만세!”라는 말을 해보라고 시키는, 헌신적인 공산당원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던 샤오리가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큰 사건은 대약진 운동(1958~1962)이다. 이 운동으로 “온 나라가 도취에 가까운 흥분 상태”에 빠져든다. 한순간에 모든 사생활이 사라지고, 온 나라의 쇠붙이를 거둬 녹이고, 땔감이 부족하자 온 산의 나무를 베어낸다. 또 전 국민이 동원되어 파리, 모기, 쥐, 참새를 잡는다. 그 여파로 땅이 황폐해지고 해충이 창궐해 3년간 흉년이 들고, 결국 기근으로 최대 1천만 명 이상이 굶어죽는 대참사가 빚어진다. 그로부터 몇 년 뒤에 문화대혁명(1966~1976)이 벌어진다. 겨우 11살인 샤오리도 저자가 “광기”라는 말로 묘사한 홍위병의 대열에 합류한다. 친구들과 전투 여단을 만들어 ≪마오쩌둥 어록≫을 들이대면서 식당, 사진관, 목욕탕, 미용실 등을 돌며 혁명 임무를 수행한다. 나아가 학교 선생님들을 고발 비판하고 욕보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의 광기는 충성스런 공산당원 가족인 샤오리 일가에게도 재난의 손길을 뻗친다. 학교 친구의 폭로로 조상들의 부끄러운 과오가 드러나게 되는데…

≪중국인 이야기≫는 지난 60여 년간의 중국 현대사를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을 통해 통찰함으로써, 여태껏 아무도 보지 못했던 한 사회의 내면을 낱낱이 드러내 보여준다. 그리하여 오늘날 세계 초강대국의 하나가 된 중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어왔는지, 그 속에서 중국인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소개

 

리쿤우(李昆武)

1955년 중국 윈난 성(雲南省) 쿤밍(昆明) 시에서 태어났다. 1972년 인민해방군에 입대했으며,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1980년부터 30년간 ≪윈난리바오(雲南日报)≫사에서 일했다. 현재 중국공산당 당원이자 중국신문만화연구회 상무이사, 윈난성미술가협회 이사다. 중국 유명 만화 잡지들에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지금까지 30종이 넘는 만화책을 출간했다. 대부분 자신의 고향 윈난 지방에 대한(그중에서도 특히 소수민족이나 역사 유적지에 대한) 타큐멘터리로 대개 자전거 여행담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윈난십팔괴(雲南十八怪)≫ ≪뼈에 사무치는 풍정(風情入骨)≫ ≪꽃 바람난 도시(都市花花心)≫ ≪변방의 풍정 속을 거닐다(邊疆風情游)≫ 등이 있다.
2009년부터 2011년에 걸쳐 완간된 ≪중국인 이야기(Une vie chinoise)≫는 전체 3부작으로 4년여의 작업 끝에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격동의 중국 현대사를 생생히 담아낸 자전 만화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10년 우에스트프랑스 상(LE PRIX OUEST-FRANCE)과 샤토드슈베르니 상(Prix Château de Cheverny)을 수상했다.



필리프 오티에(Philippe Ôtié)

프랑스 외교관. 10년 넘게 중국을 비롯한 극동아시아에서 살아왔다. 리쿤우를 도와 ≪중국인 이야기≫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현재 후난 성(湖北省) 우한(武漢)에 거주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 결국 우리는 중국을 나무도, 벌레도, 쥐도, 새도 없는 불모의 땅으로 만들어버렸다. …
    3년 동안 중국은 기나긴 역사상 최악의 기근을 겪었다. …
    삼촌 한 분이 소 먹이를 놓고 소와 다투다 뿔에 받혀 죽었다. 또 다른 삼촌은 흙을 먹으며 연명하다 결국 죽을 만큼 심각한 변비에 결렸다.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갔을까? 오늘날에도 역사가들은 여전히 사망자 수에서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500만, 800만, 1,000만? -p.91

  • 아… 광기에 자신을 고스란히 내맡기는 일은 얼마나 큰 쾌감이었던가!
    어제 수백만의 보잘것없는 물방울에 불과했던 우리가 오늘은 그 무엇도 거스를 수 없는 세찬 급류를 이루고 있었다. 연장자도, 세도가도, 성인(聖人)도 거스를 수 없는. -p.147

  • 부모님이 어떤 잘못을 했든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마오 주석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었다. 환멸과 재난과 죽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우리의 숭배는 당시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어디서나 그의 말, 그의 시, 그의 글씨가 인쇄되고 있었다. 유통되는 그의 ≪어록≫은 수억 부에 달했다. 수천 톤의 배지와 메달, 그리고 포스터, 그림, 벽화, 초상화는 붉은 바다라도 하나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p.208


언론·전문가 서평

 
  • 이 작품은 오늘날 세계 초강대국이 된 중국의 심장 속으로 우리를 이끌고 가, 지금까지 중국이 무엇을 잃어버렸고 무엇을 얻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가디언

  • 이 책은 때로는 장예모의 영화 인생을, 때로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논픽션으로 다시 보여주는 듯한 흥미진진하고 흡인력 있는 작품이다. -에이브이클럽

  • 이야기는 현실을 미화하지도, 멜로드라마로 빠져들지도 않는다. 그저 무정부 상태에 빠진 당시 상황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기괴했는지를, 있는 그대로 생생히 그려낸다. -르몽드 2

  • 리쿤우는 중국 당국이 지금까지도 직시하기를 꺼리는 시대의 초상을 과감히 묘사해낸다. -텔레라마

  • 이 책은 오늘날의 중국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 그 실상은 어떠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다. -리르

  • 1949년 마오쩌둥의 공산주의 혁명 이후 중국 사회의 변화를 다룬 뛰어난 개인적 증언. -리브르 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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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굴욕
 
 크리스 헤지스 l 옮긴이 김한영 l 발행일 2011년 9월 5일  

 

 《미국의 굴욕》은 여태껏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미국의 맨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숨은 치부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미국이 처한 위기, 나아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처한 위기의 본질을 통찰한 책이다.

 

-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자 자본주의의 꽃,미국이 죽어가고 있다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국의 5가지 불편한 진실
- 미국의 위기를 거울삼아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성찰한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자 자본주의의 꽃, 미국이 죽어가고 있다
《미국의 굴욕》은 미국의 숨은 치부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미국이 처한 위기, 나아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처한 위기의 본질을 통찰한 책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비판적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 크리스 헤지스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자 자본주의의 꽃 미국이 죽어가고 있다고 단언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하나하나 증명하는 것처럼, 이 파탄의 조짐은 단순히 금융 위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 경제 문화에서부터 일상과 정신세계에 이르기까지 체제와 삶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여태껏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미국의 맨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미국 파탄의 근본 원인이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전제한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환상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계”를 살아가고 있으며, 삶은 “거대한 쇼”가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본모습보다는 이미지가 더 중요하고, 진실보다는 광고와 선전이 더 설득력 있다. 그래서 이런 사회에서는 잡동사니 정보와 유명인의 뒷공론이 지식이 되고, 포르노는 사랑이 되며, 교육은 체제 유지와 권력 세습의 도구가 되고, 심리학은 행복을 파는 돌팔이 과학이 되며, 빚은 경제를 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그러한 환상을 팔아 살아가는 이른바 전문가를 자처하는 유명인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궁극적으로는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슨 짓이든 거리끼지 않는 탐욕스런 기업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 권력은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서 대중문화와 언론 심지어 정부까지 장악한 채, 나도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처럼 유명해질 수 있고, 간절히 바라기만 하면 다 이루어질 수 있으
며, 돈이 돈을 벌어줄 거라는 자기기만의 덫으로 사람들을 끊임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저자는 단언한다. 만일 미국이(또는 미국인들이) 이러한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끝내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국의 5가지 불편한 진실
이 책은 오늘날 미국인들의 삶과 정신을 사로잡아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는(또는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나아가 거기에 더 적극적으로 집착하고 갈망하게 만드는 5가지 황홀하지만 치명적인 환상들을 다룬다. 이 환상들은 각각 대중문화, 포르노그래피 산업, 엘리트주의 교육, 긍정심리학, 그리고 빚잔치로 운영되는 국가경제를 둘러싼 것들로, 서로 맞물려 미국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거대한 하나의 쳇바퀴를 이룬다.
1장 ‘지식의 환상’에서는 프로 스포츠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 분석을 통해, 미국 위기가 미국인들의 지적 능력 저하와 어떻게 깊이 관련되어 있는지를 살핀다.
미국 노동자 계층이 주된 관객인 프로레슬링은 복수와 출세의 드라마가 기본이다. 비천한 신분에서 신화 속 영웅으로 격상되는 이 드라마에 관객들은 열광하고, 스스로를 그들과 동일시하면서 링 밖 고단한 세상사에서 벗어나 짜릿한 해방감을 맛본다. 리얼리티 변신 프로에서는 성형외과 ‘드림팀’이 등장해 볼품없는 한 여성을 이상적인 여체를 가진 새 사람으로 ‘교정’시켜준다. 이 여성은 결혼 파탄, 실직 등 모든 문제에서 벗어나 완전해지고 유명인이 된다. 가수나 모델 발굴 오디션 프로, 인기 토크쇼, 유명 종교인의 설교, 실업계 거물의 자기계발서 등 모든 대중문화가 유명해지라는 열망을 부추기고, 유명해질 수 있다는 환상을 부추긴다. 유명인들을 신으로 숭배하면서 그들처럼 되고자 소망하는 오늘날의 이런 대중문화를 저자는 ‘유명인 문화(celebrity culture)’라고 말한다. 이 문화에서는 부와 명성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리고 누구든 간절히 바라면서 숨은 자질과 능력을 계발하면 유명해지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이 유명인 문화가 미국인들의 지식 수준 하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진단한다. 대중문화의 저급함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 지적 능력 저하와 맞물려 돌아간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문맹이거나 겨우 읽고 쓸 줄 알 정도로 문맹률이 심각하며, 예능 프로에서 선거 토론까지 모든 대중 담론은 10살짜리 아이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이 수준에서 오락과 지식이 제공될 때 사람들은 환상과 현실을 구분할 능력을 잃어버리며, 그런 문화는 멸망에 이르고 만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2장 ‘사랑의 환상’에서는 극단에 이른 환상의 문화의 또 한 예로 포르노그래피 산업을 분석한다. 저자는 전직 포르노 배우와 포르노 중독자, 업계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포르노물의 충격적인 대사와 장면들을 지면에 그대로 옮겨 싣는다. 그리하여 포르노의 잔인성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배우들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망가질 대로 망가졌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포르노그래피 산업이 인간(특히 여성)의 사물화와 상품화, 폭력 숭배 사회를 정확히 반영하는 거울임을 폭로한다.
3장 ‘지혜의 환상’은 엘리트주의와 돈에 물든 미국의 교육과 그 시스템에서 배출된 전문가들이 미국을 어떻게 더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지 분석한다. 이른바 아이비리그로 대표되는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들은 엄청난 기부금을 거둬들인다. 돈을 내는 사람들은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이다. 그들 또한 이들 대학 출신이고 그들의 자녀들 역시 그 대학들에 들어간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사교 클럽에서 인맥과 관계를 쌓고, 졸업 후에는 정관계와 재계의 요직을 차지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국 교육은 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착실하게 수행해낸다.
문제는 이 엘리트들이 모두 체제 유지 및 관리 집단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엘리트들은 위기가 닥쳤을 때 권위에 도전하거나 자기비판을 통해 기존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법을 모른다. 이는 대학들이 기업의 손에 장악되고, 실용성이 없는 학문들은 모두 퇴출되는 미국 교육의 현실과 궤를 같이한다. 인문학은 고사 지경에 이르렀고, 대학들은 지혜를 갈고 닦고 정신과 도덕성을 살찌우기보다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오늘날 미국의 지배계급은 경제 위기를 포함한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 그저 자신들이 배운 대로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을 줄만 알 뿐이다. 저자는 냉담하게 잘라 말한다. “그들이 우리를 구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그들은 그 방법을 모른다. 그들은 심지어 문제를 제기할 줄도 모른다.”
4장 ‘행복의 환상’에서는 행복을 설계할 수 있다는 긍정심리학자들의 주장이 어떻게 자기기만이고 현실도피로 귀결되는지를 밝힌다.
5장 ‘미국의 환상’은 금융 위기를 기본으로 삼아, 껍데기뿐인 환상의 제국의 실체를 파헤친다. 미국 경제 위기는 최근이 아니라 오래 전에,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생산의 제국’에서 ‘소비의 제국’으로 넘어갈 때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돈이 돈을 벌어준다’는 카지노 자본주의 체제와 그 체제로 이득을 보는 자들이 있다. 카지노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자유 시장 자본주의와 세계화라는 타락한 이데올로기를 팔면서, 복잡하고 불법적인 거래를 통해 부채를 마법의 자산으로 변질시켜 사람들에게는 허구의 부를, 지배계급에게는 거액의 부를 창출해주었다.
정부가 기업과 결탁한 또는 기업 권력에 잠식당한 이른바 법인형 국가, 기업 정부의 출현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미국을 속으로 곪아가게 만들었다. 미국의 부채는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을 정도로 불어나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다. 기업들은 생산설비를 해외로 옮겨 제조업의 기반을 파괴하고, 방위산업체들은 정부를 대신해 제국주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엄청난 이권과 이득을 누려왔다. 전체 소득의 50% 가량을 상위 10%가 가져가고 또 그중 대부분을 상위 0.1%가 가져간다. 이런 부의 편중은 노동자 계층을 가난으로 몰아넣었고,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있다. 이 와중에서 도로, 철도, 하수도 등 기간시설들은 노후화되고, 의료보험을 비롯한 복지는 돈 없는 사람들을 길거리와 감옥으로 내몬다. 미국의 수감자 수는 전 세계 죄수의 25%를 차지한다. 인권 문제도 심각하다. 각종 공안 법안의 제정으로 영장 없이 체포 구금이 가능하며, 정보기관은 개인의 전화와 이메일도 마음대로 수집할 수 있다.


미국의 위기를 거울삼아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성찰한다
미국 사회와 문화의 밑바닥에서 이끌어낸 이 날카로운 증언과 예언들은 낯선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 역시 갈수록 공고해지는 세계화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이 책이 이야기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일부는 이미 살아가고 있고 일부는 닮아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위기는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위기인 동시에 우리의 위기다.
우리 사회 또한 오락 천국과 유명인 숭배, 성 상품화와 인간성 및 도덕성 타락, 대학의 서열화와 교육을 통한 부와 권력 세습, 행복을 보장한다는 온갖 사이비 전문가들, 돈이 돈을 만들어낸다는 카지노 자본주의에 깊이 빠져들어 있다. 《미국의 굴욕》은 비록 미국의 치부를 해부한 책이지만, 거기에는 우리의 치부 역시 거울처럼 오롯이 담겨 있다. 만일 우리가 아무 반성 없이 환상으로 쌓아올린 이 신기루를 계속 따라간다면, 미국이 처할 막다른 운명에 대한 저자의 섬뜩한 예언처럼, 돌이키지 못할 파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크리스 헤지스 Chris Hedges
미국의 언론인, 작가, 종군기자. 중앙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발칸반도에서 20년 가까이 해외특파원으로 일했고, 50개국 이상을 취재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댈러스 모닝 뉴스》 등에서 근무했으며, 《뉴욕 타임스》에서 1990년부터 15년간 재직했다. 현재 비영리 미디어센터인 네이션 인스티튜트The Nation Institute의 선임 연구원이다.
2002년 국제 테러리즘을 보도한 《뉴욕 타임스》 기자단의 일원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국제사면위원회의 인권언론상을 수상했다. 《네이션The Nation》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하퍼스Harper’s》 《뉴욕 서평The New York Review of Books》 《그랜타Granta》 《마더 존스Mother Jones》 등 여러 간행물에 글을 쓰고 있으며, 웹매거진 <트루스디그Truthdig>의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다른 저서로 《전쟁은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힘이다War Is a Force That Gives Us Meaning》 《미국의 파시스트들American Fascists》 《나는 무신론자를 믿지 않는다I Don’t Believe in Atheists》 《진보 계층의 죽음Death of the Liberal Clas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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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대역 
 
 포리스트 카터 l 옮긴이 조경숙 l 발행일 2010년 6월 30일
 

 

이 책은 우리 독자들에게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영문판과 한글판을 한 권으로 묶은 영한대역본이다. 이제 원작과 함께 감상하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더 큰 감동으로 우리의 영혼을 따뜻이 어루만지고 일깨워줄 것이다.


원작과 함께 만나는《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뜨거운 감동
이 책은 우리 독자들에게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영문판과 한글판을 한 권으로 묶은 영한대역본이다. 이제 원작과 함께 감상하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더 큰 감동으로 우리의 영혼을 따뜻이 어루만지고 일깨워줄 것이다.
1976년, 미국에서 The Education of Little Tree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발간된 지 15년, 저자 사후 12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은 특이한 책이다. 이 책은 처음 출판되었을 당시, 여러 언론 매체들에서 다뤄졌지만 판매 부진으로 절판되고 말았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꼈고, 그리하여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이 퍼져감에 따라 이 책은 점점 더 희귀본이 되었다. 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힘이 1986년 뉴멕시코 대학 출판국으로 하여금 이 책을 다시 복간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복간된 이 책은 해가 갈수록 판매 부수가 늘어나 1991년 17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같은 해 ABBY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 상을 선정한 전미서적상연합회는 이 책이 판매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책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은 10년 넘게 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면서,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작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소설은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어린이도서연구회, 한우리독서운동본부, 중앙독서원, 학교도서관저널, 책읽는교육사회실천협의회, BBS(Busan Book Start) 운동본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BS, 서울시교육청, 부산시교육청 등 수많은 기관 및 단체들의 추천 도서 목록에 올랐다.

삶의 철학을 바꿔주는 ‘작은 고전’
일종의 성장소설인 이 책은 주인공인 작은 나무가 홀어머니의 죽음으로 조부모와 함께 사는 것에서 시작된다. 체로키족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작은 나무는 산사람으로서 인디언으로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자연의 이치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지혜를 배워간다. 
작은 나무는 조부모로부터 감사를 바라지 않고 사랑과 선물을 주고, 영혼의 마음을 알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체로키 인디언의 생활철학을 깨우쳐간다. 또 백인 문명에 짓밟혀가면서도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 영혼의 풍요로움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인디언들이 어떻게 영혼을 지켜갔는지 배운다. 이 책은 자연의 이치를 벗어나 탐욕과 위선으로 점철된 현대 사회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작은 나무가 세상 속에서 마주치는 정치가와 종교인을 비롯한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우리의 자화상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의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와 그로 인한 폐단은 오늘날 우리 삶의 피폐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그런 현대 사회의 허구성을 뼛속 깊이 성찰하고 반성하게 만들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영혼을 뜨거운 감동으로 정화시켜준다. 
현대 문명의 이 같은 허구성은 작은 나무의 조부모가 인디언이라는 이유로, 또 자신들과는 다른 철학으로 아이를 기른다는 이유로 작은 나무를 강제로 고아원으로 보내 더 좋은 교육더 좋은 환경을 주는 배려에서 절정에 이른다. 결국 작은 나무는 부모가 백인처럼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차피 지옥에 떨어질 사생아로 취급하는 백인 문명의 잔혹성과 위선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조부모가 죽고 난 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인디언 연방을 찾아 헤매는 어린 방랑자가 된다.

원작의 완벽한 재수록과 아름다운 우리말 번역
이 영한대역은 원작을 전혀 손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재수록하였다. 때때로 등장하는 사투리, 구어체, 축약형 표현 등을 그대로 살려, 원작의 작품성을 일절 훼손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하도록 하였다. 
또한 우리말 번역은 단어 대 단어
, 문장 대 문장의 기계적인 번역을 피했다. 그럼으로써, 원작의 느낌과 메시지를 더욱 깊이 있고 풍성하게 전달하고, 더불어 우리말 표현의 아름다움까지 맛볼 수 있게 하였다. 
더불어 이 책에는 원어민이 녹음한 MP3 CD가 부록으로 함께 실려 있어, 이를 활용해 읽기뿐만 아니라 듣기와 말하기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포리스트 카터(Forrest Carter)
1925년 앨라배마 주 옥스퍼드에서 태어났다.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일부 이어받은 그는 이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옥스퍼드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미 해군에서 근무했으며, 콜로라도 대학에서 공부했다. 작가로 출발한 것은 48세가 되어서였다. 처녀작인 《텍사스로 가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자신의 마음의 고향인 인디언의 세계를 어린 소년의 순수한 감각으로 묘사한 작품인 이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일종의 자전적 소설로, 발간 초기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저자 사후 12년이 지난 1991년 제1회 애비(ABBY)상을 수상했으며, 지금은 작은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모두가 인디언의 생활과 투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다른 저서로 《제로니모》《조지 웨일즈의 복수의 길》 등이 있으며, 1979년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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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같은 평화
 
글 레이프 앵거 l 옮김 권민정 l 출판사 아름드리미디어 l 발행일 2010년 3월 25일
 
ISBN 978-89-88404-84-3 l 판형 반양장 l 568쪽, 값 13,000원
 


미국도서관협회(ALA) 알렉스상, 
미국서적상협회(ABBY)상, 
미국독립출판인(IPPY)상 수상.
《타임》《LA 타임스》《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덴버 포스트》
올해의 책



《강 같은 평화》는 한 가족에게 닥친 시련과 치유의 여정을 통해, 사랑의 위대함과 삶의 경이를 일깨우는 소설이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고 슬프면서도 따뜻한 이 소설은, 불안한 시대와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위안과 평화를 가져다준다.
저자 레이프 엥거에게는 실제로 소설 속 화자이자 주인공인 루벤처럼 천식에 걸린 아들이 있었다. 그는 상업적 성공은 차치하고 출간 가능성조차 전혀 생각 못한 상태에서, 끔찍한 천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이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년 뒤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강 같은 평화》는 미국서적상협회상, 미국도서관협회 알렉스상, 미국독립출판인상을 수상하고, 《타임》《LA 타임스》《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등 미국 내 거의 모든 주요 매체들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기적과 기적을 일으키는 자와 그 기적의 목격자라는 환상적인 소재, 독특하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서정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문체, 가족과 사랑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심오한 주제를 절묘하게 아우르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성취해낸 《강 같은 평화》는, “기적 같은 소설”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이끌어낸다.

’기적’을 이야기하는 “기적 같은 소설”
이 소설에서 저자 엥거는, 소년 루벤 랜드의 입을 빌려, 비극에 맞서 자신들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온 세상과 전쟁을 벌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은 어른이 된 화자 루벤은 자신이 11살 때 벌어진 일을 회상한다.
초등학교 잡역부로 신앙심 깊고 기적을 일으키는 능력을 가진 아버지 예레미야 랜드, 아버지가 일으키는 기적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극심한 천식에 시달리는 루벤, 벌써 서사시를 지을 정도로 조숙하고 똑똑한 8살 난 여동생 스위드, 그리고 언제나 든든한 17살 난 형 데이비. 비록 어머니는 여러 해 전 집을 나가버렸지만 단란하고 평온한 삶을 이어가던 이 가정에 어느 날 끔찍한 비극이 닥친다.
형 데이비가 자기 여자 친구를 희롱하고, 여동생 스위드를 납치한, 심지어 집에까지 난입한 두 불량소년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데이비는 살인 혐의로 감옥에 갇히지만, 재판을 받고 판결을 기다리던 중 감옥을 탈출해 도망친다. 그러자 아버지 예레미야는 어린 루벤과 스위드를 데리고 무법자가 되어버린 데이비를 찾아 서부를 향해 기약 없는 여행길에 오른다.
이처럼 《강 같은 평화》는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에다, 흥미를 자극하는 다소 극단적인 이야기 설정을 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그런 가벼움에 더하여 결코 간단치 않은 진정성의 폭과 깊이를 아울러 갖추고 있다. 우선 내용만 해도 가족애와 신앙, 법과 정의, 자아발견과 구원, 치유와 성장, 세속성과 신성, 선과 악, 개인과 사회 등의 문제를 두루 다루고 있어 수많은 이야깃거리와 생각거리를 독자들에게 던져준다. 또 형식에서도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 작품처럼 환상(기적)과 현실을 뒤섞고 가족소설, 성장소설, 환상소설, 모험소설, 범죄소설, 종교소설, 시 등 다양한 장르의 속성들을 하나로 버무려내는 파격미를 선보인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도 특별하고 중요한 요소는 아버지 예레미야가 일으키는 ‘기적’이다. 

사랑은 기적을 부르고, 삶은 경이로 빛난다
이 소설에는 첫머리부터 기적이 등장한다. 아버지 예레미야가 태어나자마자 폐가 움직이지 않아 죽어가는 아들 루벤을 살려내는 기적을 일으키는 장면이 그것이다. 이어서 예레미야는 허공을 걷고, 흠집 난 안장을 말끔히 고치고, 냄비에서 수프가 끝없이 나오게 만들고, 자신을 해고한 사람의 병을 고쳐주기는 등, 수많은 기적들을 잇따라 일으킨다.
그런데 이 기적의 유일한 목격자는 루벤뿐이다. 루벤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천식을 앓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하는 무의식적인 행위인 숨쉬기가 루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이때 루벤의 숨쉬기는 삶 자체의 은유로 기능한다. 어쩌면 이처럼 연약하고 어린 소년이기에, 자신을 지키고 보살펴주는 아버지가 기적을 일으키는 존재라고 믿거나 그런 존재이길 바라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한 간절한 믿음과 바람이 아무도 보지 못하고, 보아도 무시해버리는 일들을 기적이라고 확신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화자인 루벤 역시 소설 속에서 이런 자신을 의심하는 독자들을 끊임없이 의식한다. 그러면서 기적을 목격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여러분 마음이다.” 그러므로 이 기적이 예레미야의 깊은 신앙심의 발로인지, 루벤의 환상에 불과한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으로 남겨진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루벤도 아버지가 일으키는 기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아버지 예레미야는 부당하게 자신을 학교 잡역부 직에서 해고한 감독관의 병을 낫게 해준다. 그런데 정작 자기 아들 루벤의 목숨을 위협하는 고질병인 천식은 치료해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강 같은 평화》에서 말하는 기적의 본질은 무엇일까? 소설에서 루벤은 기적을 이렇게 정의한다. “진짜 기적은 사람들을 불편하고 심란하게” 만들며, “근사하기는커녕 오히려 번뜩이는 칼날에 가깝다”고. 이 말의 역설적 의미는 이 소설의 숨 막히는 클라이맥스에서 또렷이 드러난다. 거기서 예레미야는 아들 루벤을 위해 생사를 맞바꾸는 비범한 헌신과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그 비밀을 밝힌다.
랜드 일가의 여정은 비극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아름답다. 그것은 이 이야기의 밑바탕에 가족에 대한, 나아가 인간에 대한 믿음과 헌신과 사랑이 도도하게 굽이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련에 맞서게 해주고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해주는 그 비범한 헌신과 사랑이 있기에 우리 삶은 기적으로 가득하다는 것, 아니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라는 것, 이것이 《강 같은 평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마치 예레미야의 기적처럼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그 힘을 느끼지 못하거나 보아도 무시해버리는 이 소중한 가치들. 그것들을 깨달을 때, 그것들을 간절히 염원하고 실천할 때 삶은 경이로 빛날 것이며, 우리는 위안과 평화를 얻을 것이다.


레이프 엥거 Leif Enger

1961년 미국 미네소타 주 오사키스에서 태어났다. 1984년부터 미네소타 퍼블릭 라디오 방송에서 기자와 프로듀서로 일했다. 십대 때부터 소설을 쓰고 싶어했던 그는, 1990년대 초 형 린 엥거와 함께 여러 편의 추리소설들을 공동 집필했다. 그리고 2001년 자신의 첫 소설 《강 같은 평화》를 발표하면서 오랜 꿈이었던 소설가로 공식 등단했다.
집필에 5년이 걸린 《강 같은 평화》는, 정식으로 출판되기 전부터 1991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찰스 프레이어의 《콜드 마운틴》과 비교되며 떠들썩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엥거에게는 소설 속 화자이자 주인공인 루벤처럼 천식에 걸린 아들이 있었다. 그는 상업적 성공은 차치하고 출간 가능성조차 전혀 생각 못한 상태에서, 끔찍한 천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강 같은 평화》는 미국도서관협회 알렉스상, 미국서적상협회상 등을 수상하고, 거의 모든 주요 신문들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평단의 찬사와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또 다른 작품으로 《So Brave, Young, and Handsome》이 있으며, 현재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미네소타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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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이 
 
글 토리 헤이든 l 옮김 이중균 l 발행일 2009년 11월 10일
 


《예쁜 아이》는 특수교육 교사 토리 헤이든이 특수학급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써가는 생생하고 아름다운 1년간의 여정을 담아낸 책이다.
침묵의 덫에 빠진 한 소녀를 구하고, 온갖 장애와 문제를 가진 아이들을 돕기 위해 헌신하는 교사 헤이든과, 서서히 자신들의 껍질을 깨고 성장해가는 특수학급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 따뜻한 희망과 감동을 전해준다.



1. 침묵의 덫에 빠진 한 소녀의 비밀
 토리 헤이든이 맡고 있는 특수학급의 일곱 살 난 여자아이 비너스 폭스는 전혀 말을 하지 않는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주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철저히 무반응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우연히 누가 건드리거나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무서운 분노를 폭발시키며 폭력을 행사한다.
 눈을 잘 맞추는 걸로 보아 자폐증은 아니지만, 그 눈길이 너무나 공허해 아무것도 읽어낼 수가 없다. 헤이든은 비너스가 침묵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청각장애인지 뇌 손상인지, 정신지체인지 다양한 징후들을 의심한다. 그리고 말과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블록 쌓기, 춤추기, 책 읽어주기 등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비너스의 태도는 변함이 없고, 때때로 폭발하는 아이의 극단적인 분노와 잦은 결석으로 그 시도들은 중단되기 일쑤다. 좌절과 실패의 나날이 이어지지만 헤이든은 불굴의 의지와 인내로 비너스를 구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비너스가 만화 《우주의 여왕 쉬라》에 관심을 보이는 순간, 마침내 그녀의 끈질긴 헌신은 결실을 거두고 비너스는 작고 느리지만 소중한 진전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너스가 침묵만으로 견뎌낼 수밖에 없었던 놀랍고도 끔찍한 비밀이 전모를 드러내는데…… 3명의 다른 남자가 아버지인 아홉 아이들 중 막내인 비너스, 큰언니 완다가 “예쁜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전혀 예쁘지 않은 비너스, 이 아이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일까?

2.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 되는 상처투성이 아이들
《예쁜 아이》가 지닌 매력은 비너스의 이야기만이 전부가 아니다. 헤이든은 비너스와 더불어 학급의 다른 아이들, 나아가 보조교사 줄리의 이야기를 함께 짜 넣는다. 그럼으로써 책은 생생한 현장감으로 활기를 띠며, 내용은 한층 다채롭고 풍성해진다.
 비너스를 제외하고 헤이든의 학급에는 1년 동안 모두 6명의 종일반 아이들이 함께한다. 아주 높은 지능을 가졌지만 행동이 지나치게 산만하고 활동적인 빌리, 투렛증후군이 있어 심한 틱 증상과 강박증을 보이는 제시, 태아알코올증후군 때문에 정신지체와 행동장애에다 심각한 기억력 결핍을 보이는 쌍둥이 셰인과 제인, 고기능 자폐증으로 인해 사교 능력 결핍과 극심한 강박관념을 드러내는 여자아이 그웨니, 자기 오른손과 대화를 하고 엉뚱하고 말을 늘어놓는 이상한 여자아이 앨리스가 그들이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주의력 결핍에다 과잉 행동이란 문제를 가지고 있어 교실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조금이라도 주의를 게을리 하면 난장판이 벌어지고 툭하면 주먹다짐이 일어난다. 이 문제투성이 아이들을 돕고, 안전한 학급 환경을 만들고, 모두가 하나라는 일체감을 심어주는 일은 아무리 노련한 교사인 헤이든으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패싸움이 벌어지고 쫓고 도망치고 소리치고 울부짖고 엉겨 붙은 아이들을 뜯어말리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 험악하고 낯선 풍경이 헤이든과 이 반 아이들에게는 거의 일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헤이든의 끈질긴 노력 끝에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면서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3.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사람, 토리 헤이든
 아이들은 가장 약하고 상처입기 쉬운 존재들이다. 그중에서도 특수학급의 아이들은 특별히 더 큰 약점과 상처를 안고 있는 존재들이다. 이런 아이들을 돌보고 성장시키는 것은 이 책에서 묘사되는 교실 풍경에서 보듯 지옥 같은 일일 수 있다.
 상처 입은 아이의 내면을 파고들어 고립되고 폐쇄된 마음의 빗장을 열고, 문제투성이 아이들의 장애와 약점을 감싸고 다독이며 치유하고 성장시켜가는 과정의 험난함은 상상을 넘어선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의 벽과 온갖 장애물들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어렵고 수없이 좌절과 실패를 겪는 일을 토리 헤이든은 거뜬히 또 흔쾌히 감당해낸다. 헤이든은 “특수교육이란, 그리고 일반적으로 가르치는 일이란, 그냥 직업이라기보다 천직”이며, “이 일을 즐길 줄 아는 적절한 기질과 이 일을 해내려는 비범하게 강한 열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 일은 비록 힘들긴 할지라도 참으로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한, 정말 만족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이런 소명감과 성취감으로 무장한 채 헤이든은, 불굴의 의지와 끝없는 인내, 무한한 헌신과 넉넉한 사랑으로 모두가 가망 없다고 여기는 아이들을 새로운 세상의 빛으로 이끈다. 아울러 자신과 아이들의 이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구성과 살아 숨 쉬는 인물들, 풍성하고 감칠맛 나는 묘사와 전개로 생생히 기록해낸다. 헤이든이 해내는 이 교육 현장의 치밀한 기록 작업은, 재미와 감동에서 또 생생한 현장감과 통찰력에서,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에 관련된 모든 영역을 통틀어 너무나 소중한 자산인 동시에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업적이다.
 그런 점에서 그녀와 그녀의 작업에 대한 다음과 같은 평가는 절대 지나친 찬사가 아니다. “토리 헤이든은 아무나 쉽게 받을 수 없는 그런 존경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그냥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이 세상에는 토리 헤이든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토리 헤이든(Torey Hayden)
 1951년 미국의 몬태나 주 리빙스턴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화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특수교육과 교육심리학을 전공했으며, 1975년부터 특수교육 교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헤이든은 특수교육 교사로 또 교육심리학자로 일하면서 주로 자폐증, 투렛증후군, 태아알코올증후군, 성 학대, 그리고 선택적 무언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상담, 치료해왔다. 그리고 자신이 가르치거나 치료한 장애 아동이나 학대 아동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책으로 출간해왔다. 1979년에 쓴 첫 책 『한 아이 1』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며 아동교육 심리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래로, 그녀의 책들은 깊은 감동과 생생한 현장감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며 교육학과 심리학 분야의 필독서가 되었다.저서로는 8권의 논픽션과 3권의 소설이 있으며, 현재 영국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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