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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늘 환한 물
 
글 정채봉 l 그림 김세현 l 2009년 9월 5일 발행
 

흰구름이 들려주는 골 깊은 산속 암자에 사는 한 스님 이야기. 눈 내린 겨울 배고픈 짐승들에게 먹거리를 주고, 개울가 돌덩이에 낀 이끼가 얼어 죽지 않도록 보살피는 스님의 따뜻한 마음이 잔잔하게 그려집니다. 정채봉 작가의 단편 동화가 김세현 작가의 간결하고 힘 있는 선묘와 담대한 색으로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초등학생이 읽기 좋은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의 새 그림책『꽃그늘 환한 물』을 소개합니다.


흰구름이 들려주는 맑은 세상 이야기
이 그림책은 “흰구름이 이야기하였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정채봉 작가는 흰구름이 세상 곳곳을 떠다니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의 동화를 즐겨 썼습니다. 작가는 평생 서른 권이 넘는 책을 통해 점차 잃어버리고 있는 맑고 순수한 마음, 더불어 함께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정채봉 작가는 정형화 되지 않은 자유로운 형태와 깨끗하고 순수한 색의 ‘흰구름’이라는 상징을 사용해 동심의 이야기, 맑은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작가는 흰구름이 화자가 되는 16편의 동화를 묶은 작품집 『꽃그늘 환한 물』(1989, 문학아카데미)의 ‘이 책을 읽는 분들께’에서 과학자 친구에게 ‘살맛나는 동심의 이야기’를 전하는 ‘흰구름 안테나’를 선물 받아, 흰구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 적기 시작했다고 쓰고 있습니다. 또 서두에 실린 짧은 글 ‘흰구름의 말’(“나는 푸른 하늘을 오고 가면서 땅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일들 가운데서 맑은 것만 가려서 보고 있어. …… 서로 미워하고 다투는 일들만 보는 검은 구름하고는 정반대이지.”)을 보면, 작가가 구름의 입을 빌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습니다.

물빛보다 환한 눈빛으로 만물과 대화하는 스님
『꽃그늘 환한 물』에서 흰구름은 산속 깊은 곳에 머무는 한 스님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눈이 크고 키가 큰 이 스님은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고 나무하고 밭 매고 밥 짓고 공부하며 홀로 살아갑니다. 빨래를 하다 말고 물끄러미 흘러가는 개울물에 눈을 준 채 마냥 앉아 있는 스님의 눈빛은 물빛보다도 맑습니다. 스님은 잘 닦아 놓은 마루에 발자국을 낸 새들에게도 빙그레 미소로 화답하고, 눈이 많이 내린 겨울에는 갈무리해 둔 무를 꺼내 배고픈 산 짐승들을 거두어 먹입니다.
가을 장에 다녀오던 스님은 개울 한쪽 귀퉁이에서 파란 융단 같은 이끼를 쓰고 있는 작은 돌 하나를 발견하고는 추운 겨울 이끼가 얼어 죽지 않도록 거처로 데려옵니다. 스님은 이끼 덮인 돌을 가져오며 개울가 풀, 돌, 물고기를 향해 조곤조곤 말을 건넵니다. 데려와서는 돌이끼와 방 안 사물들이 서로 낯설지 않도록 인사를 나누도록 하지요. 스님은 이렇게 주변 모든 사물을 살아 있는 존재로 대하고, 존중하고 보호하며 불가에서 이르는 ‘자비’를 몸소 실천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생명 사이에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마음이 옅어지는 세상 풍속에 견주어 볼 때 스님의 행동은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부분, 추운 겨울을 나고 봄이 되자 스님은 예전 자리에 돌을 도로 가져다 놓습니다. 그러고는 모두에게 사이좋게 잘 지내라고 이르지요. 이끼에게도 어려움을 견디며 다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것을 당부합니다. 연약한 존재를 돌보지만, 스스로 힘을 키워 자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은 진정으로 대상을 아끼고 돌보는 행동이겠지요. 그렇게 스님은 작별 인사를 전하고 왔던 길을 되짚어 산수유 꽃가지 속으로 사라집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이 낳은 동화
정채봉 작가는 활발하게 글을 쓰는 작가인 동시에 평생을 출판인으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수많은 문인은 물론,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님, 김수환 추기경님 등 종교인들과도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법정 스님은 정채봉 작가가 만들던 잡지 샘터에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긴 기간 연재글을 실었으며, 작가의 책에 발문을 써주기도 했습니다.
‘꽃그늘 환한 물’은 법정 스님의 삶을 모티브로 쓴 작품입니다. 법정 스님은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승려이자, 대중을 일깨우는 맑고 단정한 글들로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특히 1970년대 말 여러 업적과 모든 직함을 버리고 순천 송광사 뒷산에 스스로 불일암을 지어 청빈한 삶을 실천하며 홀로 수행해 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70대 후반 나이에 강원도 산중에서 거처를 알리지 않고 여전히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동화 안에서 눈이 크고 키가 큰 스님으로 그려지는 법정 스님의 소박한 삶은 가까이에서 존경의 마음을 품은 작가에게 울림을 주었고, 이는 좋은 창작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간결하고 담대한 그림, 깊은 사유와 실험이 낳은 개성
원고를 읽고 정채봉 작가와 법정 스님의 인연을 들은 김세현 그림 작가는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 송광사 불일암을 찾고는 했습니다. 작가가 직접 붓으로 쓴 작가의 말(“좁았던 화면의 여백을 넓히고 비울수록 넓어지는 무한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었어. 단순 소박한 삶을 생각하며 변화를 구하고 못난 그림을 그려 보려 했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세현 작가는 오랫동안 이야기 속 스님의 단순 소박한 삶, 자연의 상태를 화면으로 담을 방법을 강구합니다. 작가는 불일암에서의 사생(寫生)을 통해 낡은 생각을 일깨우는 과정을 겪으며 그림을 완성해 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전각과 민화의 방식을 다시금 생각하며 그림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에서 작가는 진지한 생각과 고민을 한지 위에 형태는 단순하게, 색은 담대하게 펼쳐내고 있습니다. 비우고 덜어내는 방식을 통해서 상징적인 의미를 남기고 간결한 형태를 추구한 굵고 담대한 선묘와 밝고 활달한 기운을 전하는 과감한 색들의 어우러짐은 독자들에게 그림 보는 즐거움을 전합니다. 오래 관찰한 풍광의 변화, 자연에 스며들어간 인간의 삶은 작가의 시각으로 재해석 되는 가운데 개성있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모든 사물과 사물은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연결지어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땅에서 풀, 나무로, 인간 혹은 인간이 머무는 집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표현해 본 도입부의 장면들이 그러한 예입니다. 또 하나 김세현 작가는 화면 속에서 크기가 큰 것과 작은 것, 밀도가 높은 것과 낮은 것, 바른 것과 기울어진 것들의 조화를 구하고 있습니다.화면 속 변화와 어우러짐은 작가의 이러한 생각에서 표현된 그림으로 잘 전달됩니다.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 신작 그림책 『꽃그늘 환한 물』
국내외 완성도 높은 단편 문학을 개성 있는 그림으로 담아낸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 1996년 첫 권 『폭죽소리』를 시작으로, 『소나기』, 『만년 샤쓰』, 『메아리』, 『나비를 잡는 아버지』, 『들꽃 아이』까지 그 동안 모두 열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정채봉 작가의 잔잔한 울림이 있는 단편 동화 「꽃그늘 환한 물」과 『만년 샤쓰』, 『준치 가시』, 『엄마 까투리』의 작가 김세현의 담대한 그림이 조화를 이룬 그림책 『꽃그늘 환한 물』. 초등학생 독자들은 물론 그림책의 세계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까지 두고 두고 보기 좋은 그림책입니다.


정채봉
1946년 전라남도 순천의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1971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1973년에 동화 ‘꽃다발’로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되었습니다. 월간 샘터 편집부 기자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샘터사에서 일했습니다. 문학아카데미와 모교인 동국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동화책과 산문집, 소설, 시집 등 서른 권이 넘는 책을 썼습니다. 2001년 1월에 돌아가셨습니다.
 
김세현
1963년 충청남도 연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미술과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습니다.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 중 하나인 그림책 『만년샤쓰』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 그림책과 동화책에 그림을 그렸으며, 2009년 볼로냐아동도서전 주빈국관 원화 전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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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고 지고
박남일 l 그림 김우선 l 발행일 2008년 10월 9일
 


<뜨고 지고>는 우리말을 갈래별로 엮어, 다채롭고 풍요로운 우리말의 쓰임새를 보여주는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시리즈의 두 번째 책입니다.

끼리끼리 엮어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과 풍경까지 담은 우리말 사전
길벗어린이에서는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을 내고 있습니다. 재미있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갈래 지어 그림과 함께 보여주는 우리말 사전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 책 《재고 세고!(수와 양)》에서는 수와 양을 나타내는 우리말을 다루었고, 이번에 나온 《뜨고 지고!(자연)》에서는 자연을 부르는 우리말들을 다룹니다.
갖가지 우리말 사전은 아름다운 우리말 세계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낱낱이 흩어져 있거나 한데 뭉쳐 있을 때는 우리말이 참 재미있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말뜻을 건조하게 늘어놓은 국어사전만 보고 말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과 풍경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예쁘고 재미난 우리말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과 풍경까지 담은 우리말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시리즈는 바로 그런 책입니다. 말뜻에 담긴 뜻과 느낌과 풍경이 자잘하게 재미난 그림으로 다 풀려 있고, 가까운 말, 비슷한 말, 함께 쓰이는 말을 끼리끼리 엮어 술술 읽히는 글로 뜻을 풀어놓았습니다. 그림책처럼 보기 쉽고 이야기책처럼 읽기 쉬운 우리말 책이지요.
우리말의 아름다운 세계를 잘 볼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말을 갈래 쳐서 끼리끼리 모아보는 것입니다. 다양한 손주먹 크기를 나타내는 자밤, 줌, 움큼, 모숨이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비슷한지, 또 별똥별과 꼬리별, 붙박이별과 떠돌이별이 어떻게 다른지는 끼리끼리 모아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냥 말들을 흩어놓고 보는 것과는 달리 낱말 하나하나의 느낌과 뜻이 쏙 들어옵니다. 손주먹 크기 하나도, 밤하늘에 뜬 별도 다양하게 표현하는 우리말 세계가 한눈에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빛깔이 다양한 '자연을 부르는 우리말'
여름이면 줄기차게 오는 비를 부르는 이름만 해도 한 가지가 아닙니다. 굵기에 따라 가랑비, 이슬비로 부르고, 또 같은 굵고 세찬 비도 장대비, 작달비, 채찍비, 억수로 다른 느낌을 담아 갖가지로 부릅니다. 말만 들어도 척 그 모습이 어떨지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풍부한 사고력과 곱고 날카로운 감성을 가진 게 분명합니다.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이 곧 말이 되니까요. 풍부한 생각과 곱고 날카로운 감성은 그냥 자연을 두루뭉수리로 말하지 않고, 작은 차이도 또렷이 드러내는 다양한 빛깔의 말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화살처럼 내리쬐는 햇빛 한 줄기’를 ‘햇살’이라는 멋진 말로 달리 부를 수 있었고, 실바람보다 좀 더 센바람은 남실남실 남실바람으로 구별해 부를 수 있었지요.
그런데 요사이에는 우리말들의 다양한 빛깔이 그 빛을 많이 잃었습니다. 갖가지 재미나고 아름다운 말들이 그저 사전 속에만 처박혀 있거나 소설가만 쓰는 말이 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잠시 우리말 퀴즈 같은 데서 한 번씩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것도 맞추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잊어버리고 묻어 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예쁘고 재미난 우리말이 많습니다.

묶음별로 뜻과 사용례를 쉽게 익힐 수 있는 구성
《뜨고 지고!(자연)》에서는 자연에 관한 우리말을 크게 해, 달, 별/바람과 구름/비와 눈/들, 강, 바다로 나누고, 묶음별로 뜻과 사용례를 쉽게 알 수 있는 설명글을 붙였습니다. 또 '칸 그림'을 사용하여 낱말의 느낌과 의미의 차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가까운 말, 비슷한 말, 반대되는 말, 함께 쓰이는 말 등을 자연스레 함께 익힐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바쁜 봄에 내리는 비는
비를 맞더라도 일하라고 일비.
덜 바쁜 여름철에 내리는 비는
집에서 낮잠이나 자라고 잠비.
추수 끝난 가을에 내리는 비는
떡 해 먹는다고 떡비.
마치 시어같이 운율이 살아 있으면서도 작은 차이도 또렷이 알 수 있도록 꼼꼼히 풀어쓰고 있습니다.

부는 듯 마는 듯 실바람에 굴뚝 연기는 실실,
잔잔한 바다에는 사르르 비늘 물결.
얼굴을 스치듯 남실바람 불어,
나뭇잎은 살랑살랑, 잔물결이 남실남실.
특히, 이번 책은 자연을 소재로 하고 있어 우리말의 풍부하고 다양한 빛깔이 더욱 잘 드러납니다. 내용의 중심이 되는 명사뿐 아니라 명사를 설명하는 데 사용한 형용사와 부사도 맛깔스런 우리말을 익히는 데 한몫을 하고 있지요.

한눈에 알게 하는 그림과 꼼꼼하게 풀어낸 글의 어울림
사실 우리말을 제대로 그림으로 그려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말들도 많고, 뜻을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말들도 많으니까요! 또 가까운 말, 비슷한 말, 함께 쓰이는 말을 잘 구별해 그리는 일도 아주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그림 작업을 해주신 김우선 선생님은 오랫동안 시사 일러스트를 그려 오신 저력으로 자연을 부르는 우리말을 만화적 기법인 ‘칸 그림’으로 멋지게 풀어주셨습니다.
물론 끼리끼리 말 묶음에 담긴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꼼꼼하게 드러내며 아이들이 읽기 좋은 글로 푸는 일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꾸준히 우리말 연구를 하고 글을 써오신 박남일 선생님은 《재고 세고!(수와 양)》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실력과 재능을 보여주셨습니다.
두 분 작가의 아이디어와 실력, 재능이 만나 어린 독자들을 즐겁게 해줄 이 새롭고 멋진 우리말 책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글 박남일
선생님은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우리말 연구와 인문·교양 분야 글을 써 왔습니다. 그동안 청년심산문학상, 계명문화상, 창작문학상 등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지은 책으로 《재고 세고!(수와 양)》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다시 살려 써야 할 아름다운 우리 옛말》 《청소년을 위한 혁명의 세계사》 《역사의 라이벌》 등이 있습니다.

그림 김우선
선생님은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줄곧 만화와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 《반갑다 논리야》 《기운 센 발》 《어린이 성경》 등이 있습니다.

“이 책 그림을 그리면서 새삼스럽게 자연을 부르는 우리말이 참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재미있고 다정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자연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긴 우리말들을 어떻게 그림으로 잘 나타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마침내 이야기가 담긴 ‘칸 그림’으로 풀어나갔고, 내가 좋아하는 연필과 수채화 물감으로 마음을 담아 쉽고 따뜻하게 그려 보았지요. 난 참 재미있었는데 아이들도 행복하게 읽고 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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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아이
임길택l 그림 김동성 l 발행일 2008년 7월 10일
 


오랫동안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소박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진솔한 글로 담아냈던 임길택 선생님. 임길택 선생님의 소중한 단편 동화가 『메아리』, 『엄마 마중』의 작가 김동성 선생님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림과 만났습니다. 국내외 완성도 높은 단편 문학을 개성 있는 그림으로 담아낸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 신간 그림책 『들꽃 아이』를 소개합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꾸밈없이 진솔한 글쓰기
임길택 선생님은 1997년 마흔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오랫동안 산골 마을과 탄광 마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임길택 선생님은 꾸밈없이 정직하게, 자신이 보고 느낀 아이들의 삶을 그대로 시와 동화에 옮겼습니다. 여러 권의 시집과 동화, 산문집,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 아이들의 시 모음집에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소박하고 진솔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요.
「들꽃 아이」의 주인공인 보선이 역시 먼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많았던 옛 시절, 실제 있었던 아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보겠다는 욕심 대신, 시골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가는가 보여 주고, 그래서 곳곳의 아이들이 넓은 생각을 갖기 바랐다는 임길택 선생님의 생각이 「들꽃 아이」에 담담하고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들꽃의 소중함, 숲과 바람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아이, 보선이!
도회지에서 시골 마을 작은 학교로 발령을 받아, 6학년 담임을 맡게 된 김 선생님.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보선이는 등굣길에 꾸준히 꽃을 꺾어와 선생님 책상에 놓습니다. 정직하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보선이의 선물이었지요. 김 선생님은 식물 도감을 들춰보며 꽃 이름을 찾고, 아이들과 함께 웃습니다. 이렇게 선생님은 차츰 우리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됩니다.
한여름에 접어든 어느 날, 선생님은 장심부름을 다녀오느라 5교시 수업에 늦은 보선이를 혼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보선이가 손전등을 들고 학교에 다녀야 할 만큼 멀리에 사는 것을 알고 놀라지요. 여름 방학을 며칠 앞둔 날, 선생님은 보선이네 집에 찾아가기로 합니다.
보선이의 마음 담긴 선물로 들꽃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듯, 선생님은 보선이네를 찾아가며 숲의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느낍니다. 김 선생님은 해가 기울고 어두워지는 숲 속에서 달빛에 드러난 숲의 모습을 보고, 숲의 냄새를 맡고,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지요. 어른들도 다니기 힘들 만큼 이토록 먼 거리를 손전등을 들고 다녀야 했던 아이였지만, 보선이는 언제나 씩씩하게 환한 웃음을 잃지 않은 아이였던 것이지요.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 밤새 내리는 눈 때문에 보선이는 졸업식 날 학교에 오지 못합니다. 보선이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 선생님은 『안네의 일기』를 직접 건네지 못한 채, 창밖으로 밤새 내리는 눈을 보며 보선이를 떠올립니다.
이 그림책이 전하는 잔잔한 감동은 ‘들꽃 아이’ 보선이와 도회지에서 온 김 선생님이라는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에서 비롯합니다. 서로의 맑은 마음을 헤아리고 나누는 과정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두근거림과 즐거움, 안타까움을 선물합니다.

공들인 그림,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들 -『메아리』와 『엄마 마중』의 작가 김동성
『들꽃 아이』가 독자와 깊게 공감할 수 있는 힘은 글에서, 그림에서, 그리고 이 둘의 어울림에서 나옵니다. 그림을 그린 김동성 선생님은 평소에 존경하고 있던 임길택 선생님의 글에 오랜 시간 애착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 나갔습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고 합니다.
글에서 받은 맑고 소박한 느낌을 잘 그려내고 싶었다는 그림 작가의 바람은 ‘보선’이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고스란히 담겨졌습니다. 보선이의 환한 웃음은 이 이야기의 핵심이자 한 장의 그림이 얼마나 강한 정서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지요.
『들꽃 아이』는 전체적으로 예스러운 느낌이 정겨운 그림책입니다.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는 선생님의 모습이나 교실 안 풍경, 식물 도감을 넘겨보는 장면이나 빨래를 너는 장면은 추억이 담긴 오래된 사진첩을 들춰보는 것처럼 따뜻하고 아늑합니다. 자연을 그대로 옮겨온 색감 역시 정겹고 자연스럽지요. 같은 ‘녹색’이라 불리지만, 멀리서 숲 속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의 나무 색과 숲 속 오솔길을 걸으며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장면들의 나무 색은 미묘한 색감 차이를 보입니다. 숲 안으로 비추는 빛의 느낌까지 전달하고자 한 작가의 관찰력과 정성이 돋보이는 부분이지요. 또한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과 과감한 표현력은 낮에서 저녁으로, 밤으로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잊지 못할 숲 속 공간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메아리』(이주홍 글, 김동성 그림, 길벗어린이)와 『엄마 마중』(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 소년한길)의 감동을 가슴에 담아 둔 독자라면, 김동성 선생님의 신작 그림책 출간은 더욱 반가운 소식일 것입니다.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 신작 그림책 『들꽃 아이』
국내외 완성도 높은 단편 문학을 개성 있는 그림으로 담아낸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 1996년 첫 권 『폭죽소리』를 시작으로, 『소나기』, 『만년 샤쓰』, 『메아리』, 『나비를 잡는 아버지』, 『별』, 『욕심쟁이 거인』 등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만년 샤쓰』(방정환 글, 김세현 그림), 『메아리』(이주홍 글, 김동성 그림), 『나비를 잡는 아버지』(현덕 글, 김환영 그림) 등은 많은 어린이와 어른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지요.
임길택 선생님의 아름다운 단편 동화 「들꽃 아이」와 『메아리』의 작가 김동성의 서정적인 그림이 조화를 이룬 그림책 『들꽃 아이』. 『들꽃 아이』의 출간은 글 읽기의 힘을 키워가는 초등학생 독자들에게 좋은 글 읽기의 즐거움과 정성 들인 그림 보기의 즐거움을 함께 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글 임길택
1952년 3월 1일 전라남도 무안에서 태어나, 목포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1974년 목포 교육대학을 졸업한 뒤, 1976년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도전초등학교 분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뒤 14년 동안 강원도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 학교에서, 1990년부터는 경상남도 거창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이 시절 아이들의 글을 모아 학급 문집 『나도 광부가 되겠지』, 『물또래』 등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1997년 4월에 폐암 선고를 받고 요양하다가, 12월 11일 마흔 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임길택 선생님은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소박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꾸밈없는 진솔한 글로 담아냈습니다. 작품집으로는 시집 『탄광 마을 아이들』, 『할아버지 요강』, 『똥 누고 가는 새』, 『산골 아이』, 『나 혼자 자라겠어요』, 동화집 『느릅골 아이들』, 『산골 마을 아이들』, 『수경이』, 장편 동화 『탄광 마을에 뜨는 달』, 산문집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탄광 마을, 산골 마을 어린이들의 시를 모은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가 출간되었습니다.

그림 김동성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나 1995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시리즈 중 하나인 그림책 『메아리』에 그림을 그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림책 『엄마 마중』으로 2004년 백상출판문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그린 책으로는 『삼촌과 함께 자전거 여행』, 『비나리 달이네 집』, 『나이팅게일』,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 , 『하늘길』,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 등이 있습니다.
김동성 선생님은 현재 그림책, 광고, 카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작가 블로그는 http://blog.naver.com/aacmaac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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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야 넌 뭘 했니?
여을환 l 그림 윤지 l 발행일 2012년 12월 10일

여우가 살코기를 물고서 달아나는데 개가 쫓아와요. 여우는 바위틈으로 들어가 개를 따돌리고서, 코랑 귀랑 주둥이랑 눈이랑 앞발이랑 뒷발이랑 꼬리에게 “넌 뭘 했니?”라고 물어보지요. 꼬리는 과연 무얼 했을까요?
묻고 답하기 방식의 대화, 난세스적인 이야기, 단어의 반복 등 아이들이 열광하는 말놀이의 특징이 잘 살아있습니다.

난센스의 즐거움이 있는 엉뚱하고 재미난 이야기
여우가 살코기를 물고 달아납니다. 개가 눈치를 채고 여우를 쫓기 시작해요. 여우는 산으로 도망쳐서 얼른 바위틈으로 숨었어요. 안심이 되어 기분이 좋아진 여우가 묻습니다. “코야, 넌 뭘 했니?” 코가 대답하지요. “맛있는 살코기 냄새를 맡았지.” 귀와 주둥이, 눈과 앞발, 뒷발에게도 물어요. 제각각 개가 쫓아오는 소리를 듣거나, 살코기를 꽉 물고 있거나, 숨을 곳을 찾거나, 쌩쌩 달렸다고 대답하네요. 이제 여우가 꼬리에게 묻습니다. “꼬리야, 넌 뭘 했니?” 꼬리가 대답하지요. “개가 따라오라고 살랑살랑 흔들었지.” 코랑 귀랑 주둥이랑 눈이랑 앞발이랑 뒷발이 화가 나서 꼬리를 밖으로 내쫓았어요. 그러자 밖에 있던 개가 “왕!” 꼬리를 물어 버려서 여우 꼬리가 꼬부라졌다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말도 안 된다고요? 그렇지만 혼자서 일인다역으로 역할놀이를 즐기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아이들에게는 아주 기발하고 재미난 발상이에요. 쫓고 쫓기는 도입부와 여우의 천연덕스러운 문답, 꼬리가 꼬부라지는 상상 밖의 결말까지, 이 책은 한창 말을 익히고 노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할 거예요.

말놀이의 특징을 살려 쓴 글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 어느 시기에는 폭풍처럼 말을 쏟아 냅니다.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거나, 말도 안 되는 말을 그럴싸하게 하거나, 허풍을 떨기도 해요. 주위의 온갖 사물과 대화하고, 어떤 때에는 혼자서 목소리까지 바꿔 가며 이야기를 주고받지요. 이 시기에는 말의 일관성이나 정확성보다는 말의 리듬과 의미 없는 말장난을 즐기며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게 되는데, 이런 행동은 아이들이 넓어진 경험의 폭을 언어를 통해 소화하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은 말놀이를 통해 어휘의 습득과 변형, 확장에 익숙해지고 창의적인 사고의 밑바탕을 기르는 거예요. 그래서 한창 말을 배우는 시기에는 아이들에게 말놀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지요.
이 책의 글을 보면 묻고 답하기 방식의 대화, 난센스적인 이야기, 단어의 반복 등 아이들이 열광하는 말놀이의 특징이 잘 살아 있습니다. 이런 특징은 전래동요와 옛날이야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소들이에요. 실제로 글 작가는 오랫동안 옛날이야기를 공부하면서 자기 몸과 말을 하는 여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책을 구상했습니다. 옛날이야기에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징에 착안하여 간결하고 인상적인 말놀이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엮어낸 것이지요.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성한 그림
그림 작가는 글에 드러나지 않은 배경을 설정하고 크레파스, 물감, 색연필 같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간결한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먼저 여우와 개가 사는 장소의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아저씨가 트럭에 살코기를 싣고 오는 장면을 더하여 이야기에 현실감을 부여했어요. 여우가 살코기를 뺏어 바위틈으로 숨기까지 숨 가쁘게 쫓고 쫓기는 장면에서는 시점을 점점 멀어지게, 배경은 밝게 확장시켰고요. 그래서 여우와 개의 달리기가 간결한 글과 어우러져 훨씬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느껴지지요. 여우가 바위틈 속에서 이야기할 때는 여우의 상상을 배경으로 그려 말도 안 되는 여우의 행동을 그럴듯하고 실감 나게 했습니다. 꼬리가 꼬부라진 여우의 모습을 묘사할 때는 눈물을 찔끔 매단 얼굴은 작게 그리고 꼬부라진 꼬리를 크고 과장되게 그려 이야기의 우스꽝스러움과 엉뚱함을 강조했지요. 살코기를 먹으며 웃고 있는 여우의 모습과 밤중에 자기 집에서 쉬는 여우의 모습까지 그려 넣어 더욱 유쾌하고 흡족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글 여을환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딸아이에게 훌륭한 그림책과 옛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린이의 독자적인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용인에 살면서 어린이책 비평과 창작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 윤지
대학에서 디자인을,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하였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대단한 방귀》가 있고, 그린 책으로 《민들레 친구들》, 《열두 살의 판타스틱 사생활》, 《너에겐 고물? 나에겐 보물!》, 《내 이름은 김신데렐라》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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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짝!
글·그림 곽상주 l 발행일 2012년 11월 25일

아이가 제법 잘 걷게 되면 폴짝 뛰는 놀이를 합니다. 낮은 곳을 뛰어오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높은 곳에 도전하지요. 폴짝 뛰는 동작의 긴장감과 즐거움을 표현한 아기 그림책입니다. 더불어, 작은 것 위에 큰 것이 앉는 아이러니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또한 이 책의 매력입니다.

폴짝 뛰는 동작의 긴장감과 즐거움을 표현한 아기 그림책
메뚜기가 폴짝 뛰어서 바위 위에 앉았어요. 개구리가 폴짝 뛰어서 메뚜기 위에 앉았고요. 그 위에 고양이와 코끼리가 차례로 폴짝 뛰어서 앉아요. 바위 위에 메뚜기, 메뚜기 위에 개구리, 개구리 위에 고양이, 고양이 위에 코끼리가 앉은 거예요. 그러다가 모두 함께 사방으로 폴짝 뛰어요. ‘폴짝!’이라는 말과 몸을 쭉 펴고 도약하는 동물들의 동작이 딱 맞아떨어지면서 즐거움을 주는 그림책이에요. 다 같이 폴짝 뛰어 화면 밖으로 튀어 나가는 마무리가 유쾌한 느낌을 더해 주지요.

한편, 작은 동물 위에 점점 큰 동물이 올라앉는다는 상황이 놀라움과 긴장감을 불러일으켜요. 책장을 넘기면서 ‘이번에는 얼마나 큰 동물이 나올까? 아래 있는 동물이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긴장감이 커지지요. 맨 아래 있는 메뚜기는 동물들이 차례로 올라앉을 때마다 눈이 감기고 다리도 납작 눌리지만, 씩씩하게 잘 버텨 내요. 어른들보다 작고 약한 아이들 눈에는 메뚜기가 더 놀랍고 대단해 보일 거예요. 폴짝 뛰는 동작이 주는 쾌감과 더불어, 작은 것 위에 큰 것이 앉는 아이러니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에요.


정서적, 신체적 성취감을 주는 폴짝 놀이
아이가 제법 잘 걷게 되면 폴짝 뛰는 놀이를 합니다. 처음에는 낮은 곳을 뛰어오르기 시작해서 점점 높은 곳에 도전하지요. 걸어갈 때 아이의 양손을 잡아 주면 더 높이 더 멀리 뛰며 즐거워합니다. 아이는 움직이기 전의 긴장과 성공한 뒤의 성취감을 번갈아 느끼면서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즐깁니다. 폴짝 뛰는 것은 아주 간단한 놀이지만 아이에게 신체적, 정서적으로 만족감을 주고 자신감을 키워 줍니다. 작은 메뚜기부터 커다란 코끼리까지 여러 크기와 모양을 한 동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큰 즐거움을 줄 것입니다.


반복적인 리듬을 살린 구성과 동작의 효과를 극대화한 간결한 표현
이 책은 폴짝 뛰는 동작과 앉아 있는 모습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메뚜기가 폴짝!”하는 글과 함께 메뚜기가 몸을 쭉 펴고 뛰는 그림이 나오고, 책장을 넘기면 “바위 위에 앉았어요.” 하는 글과 함께 몸을 웅크리고 앉은 메뚜기가 나와요. 두 장면을 다 보아야 하나의 문장이 완성되고, 폴짝 뛰어서 앉는 동작도 완성되지요. 같은 구조의 글과 그림을 반복하여 리듬을 살렸고, 등장인물을 하나씩 추가하는 점층적인 구성으로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디테일을 생략한 간결한 그림은 인물의 동작을 효과적으로 보여 줍니다. 갈색 바위, 녹색 메뚜기, 파란 개구리, 검정 고양이, 회색 코끼리 식으로 단색을 써서 형태감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뛰고 앉는 동작이 한눈에 들어오지요. 등장인물의 시선과 표정에도 저절로 눈길이 가서, 커다란 동작 외에 작은 변화를 읽어 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글·그림 곽상주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보이지 않는 새》, 《배가 고파요》,《폴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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