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인 권혁도 작가

스케치마다 장소와 날짜를 적어 둡니다. 

 

세밀화를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세밀화만의 특징은 어떤 걸까요?

출판사에 근무 할 때 자료실에서 외국의 자연 생태그림책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리도 이런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지요. 그런데 마침 좋은 인연으로 95년 보리출판사에서 곤충 세밀화 도감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곤충은 죽으면 색이 변하기 때문에 도감 작업은 살아있는 곤충을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그린 그림들입니다. 사진은 초점이 맞는 일부분은 정확하지만 나머지 부분이 잘 안보이죠. 사진은 찍을 때마다 색깔도 차이가 많이 나요. 세밀화로 곤충 한 마리를 그리기 위해서 여러 각도에서 더듬이, 눈, 날개까지 자세히 확인할 수 있게 사진을 찍으려면 수십 장이 필요해요. 그렇게 자료를 모아서 작업한 것이 세밀화 도감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진보다 그림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손맛이라고 해야 할까, 기계로 뽑은 칼국수와 어머니가 해주시는 손칼국수와의 차이랄까요.(웃음)

 

그리시다가 잘못 그리시면 어떻게 하세요? 처음부터 다시 그리시나요?

조금씩은 수정해요. 일주일, 열흘씩 꼬박 그렸다가 망쳐서 버리는 경우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있어요. 다시 그린다는 것이 끔찍하니까,(웃음) 거의 수정해서 쓰려고 하죠. 그래도 정 안되겠다 싶은 건 과감하게 버려요. 어떤 때는 완성했어도 더 좋은 곤충 모델이 있다 싶으면 다시 그리기도 하고. 얼마 전에도 제비나비 애벌레를 하나 그렸는데, 나중에 더 나은 사진을 발견해서 다시 그렸어요.

제비나비 애벌레의 실제 모습입니다.

다시 그린 제비나비 애벌레 세밀화

 

어떤 도구들을 사용하시나요?

특별한 재료나 도구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좀 다른 점이라면 카메라 가방에 15Cm 자를 항상 달고 다니는 것과 대나무로 부드럽게 만든 핀셋 정도겠지요. 쇠로 된 핀셋으로 곤충을 잡으면 잘 부러지거나 찢어져요. 그 밖에는 루페, 돋보기, 세필… 뭐 모두 흔한 것들이죠.

 

평소 사용하시는 카메라와 도구들이예요.

붓은 가장 가는 0호를 사용하신다고 해요.

  《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 작업을 무려 5년 동안 하셨는데요.

5년은 조금 못되지만 마라톤 같은 힘든 작업이었어요. 중간에 지쳐서 예상보다 1년 정도 늦어졌어요. 포기하고 싶고……. 힘들어서 그랬는지 그땐 대상포진도 걸렸었죠. 원래 출발할 때는 각오가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목표 지점이 멀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힘들기 시작했어요. 마치 무거운 짐을 번쩍 들었다가 내려놓을 수도 없고 들고 있을 수도 없는 기분 같았어요. 힘들 때는 처음 생각이나 각오를 떠올려요. 그리고 완성한 그림들을 하나씩 꺼내 보면 다시 의욕이 생기고 힘이 났어요.

 

《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를 실물 크기로 작업하셨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으신지?

꽃과 나비를 다룬 책은 많지만, 대부분 실제 크기를 알 수가 없어요. 나비 같은 경우에도 곱하기 0.5 곱하기 1.0 이런 식으로 크기를 계산해 봐야 하고……. 아니면 날개 크기 몇 cm 이렇게 숫자로 적혀 있지요. 그냥 눈으로 봐서 크기를 알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개체마다 조금씩 크기 차이가 있지만 보편적인 크기로 그렸어요. 독자들이 보면서 ‘이 정도 크기구나.’하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네요.

 

이번 작업하실 때 가장 신경 쓰신 점은 어떤 건가요?

‘색깔’이죠. 물감으로 자연의 색을 그대로 그려낼 수는 없지만 꽃은 더 어려워요. 화사하게 꽃의 색이 살아야 하는데 수채화로 잘 되지 않아서 일부 아크릴 물감도 같이 썼어요.

 

책 구성이 계절별로 실제 날짜가 써있는데요.

주로 경기 지역에서 꽃이 한창 피는 시기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온난화 현상으로 해마다 생태계가 변하고 지역에 따라 꽃이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언제쯤 어디에 어떤 꽃들이 피는지 알아보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 했어요.

 

 

 

③ 앞으로의 계획과 작가의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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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나비를 기르셨다고 해요.

 
 

크기를 알수 있게 자와 찍습니다.

 

지금 작업 중이신 애벌레 그림책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우리는 늘 성충만 보고 잠자리다, 나비다, 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그 애벌레들은 자기 이름이 없어요. 
모두 그냥 통칭해서 모두가 싫어하는 벌레들이라고 하지요.(웃음) 풀숲에서 사향제비나비 애벌레를 보게 되면 누구나 주춤하게 됩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색이 화려하고 징그럽게 보여요. 하지만 애벌레는 살아남기 위해 징그럽게 보이려고 애쓰는 거지요. 바로 애벌레한테 속은 겁니다.
그래서 이것이 징그러운 애벌레가 아니라 누구나 좋아하는 나비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사실 곤충들의 일생을 보면 대부분이 애벌레로 사는 기간이 더 길어요. 
성충으로의 삶은 짝짓기와 알을 낳는 종족 번식의 수단일 뿐이죠.
나무나 풀숲에서 마주치는 애벌레가 나비라는 것을 알게 되면 걸어가는 길이 훨씬 즐겁지 않겠어요?

 

홍점알락나비 에벌레의 실제 모습.

 
 

세밀화로 다시 태어난 홍점알락나비

 

10년 후에 작가님은 뭘 하고 계실까요?

‘내가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무엇일까?’란 생각을 고등학교 때부터 늘 화두처럼 달고 다녔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하면 “아니 지금 몇 살인데 그런 얘기를 해요.”라고 하지만…….(웃음) 늘 마음속에는 내가 과연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 사실 따져보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삶이라고 생각해요. 10년 후 그때도 이렇게 곤충 세밀화 작업하면서 살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님에게 있어서 그림책은 뭘까요?

그런 질문 하지 말아요.(웃음)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거지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어요. ‘내가 어린 시절 마음으로 돌아가서 궁금한 것 관찰하고 애벌레도 길러보고 그림일기 그리듯이 관찰 기록하는 것’이 내 그림책 이예요. 내가 좋으면 아이들도 좋아할 거라 믿어요.

 

좋은 그림책이란 어떤 그림책일까요?

그런 생각도 안 해 봤는데…….(웃음) 내가 곤충을 아무리 잘 그려도 실제로 살아서 움직이는 곤충보다는 감동이 덜합니다. 나는 내 그림책이 곤충을 대신해 보여주는 책이 아니라 아이들을 곤충이 있는 들판으로 데려가는책이 되길 원합니다. 주변에 널려있는 수많은 지식이나 정보들 속에 묻혀있는 책이 아니라 작은 풀꽃 하나, 벌레 한 마리에서도 귀엽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애벌레 그림을 살짝 엿볼 수 있었어요.

 
 

세밀화 작업에 열중하고 계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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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
 
글·그림 권혁도 l 발행일 2009년 7월 10일
 

《세밀화로 보는 곤충의 생활》 권혁도 작가의 신작! 작가는 5년여의 시간 동안 꽃과 나비를 찾아 사진 찍고, 애벌레들을 데려와 기르며 실제 크기로 세밀화를 그려왔습니다. 이런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그린 나비 97종과 나방을 포함한 곤충 39종, 꽃 160종의 생태를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권혁도 작가의 세밀화 그림책 - 『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
1995년부터 자연을 누비며 곤충과 식물을 세밀화로 그려온 권혁도 작가. 『세밀화로 보는 곤충의 생활』, 『세밀화로 보는 호랑나비 한살이』를 비롯, 여러 세밀화 그림책 작업을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작가의 마음 한구석에는 우리 산과 들에서 숨죽이며 관찰한 꽃과 나비를 실제 크기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갔습니다. 작가가 떠올린 것은 우리 옛그림의 백접도(百蝶圖), 온갖 나비가 가지가지 꽃에서 노니는 광경을 그린 그림입니다.
시력이 더 나빠지기 전에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를 들고 다니며 꽃 사진을 찍고 나비 애벌레는 데려와 기르며, 그간의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권혁도 작가는 5년 여 동안 날마다 꽃과 나비를 그리는 작업에 정진했습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으로 그린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우리 산과 들에서 만난 꽃과 나비의 사는 모습을 담은 세밀화 그림책이지요. 작가는 97종의 나비와 꽃 160종, 나방을 포함한 곤충 39종을 모두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산과 들에서 만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 생태 도감
『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는 봄(14장면), 여름(14장면), 가을(8장면), 겨울(4장면)로, 총 40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와 흐름을 바탕으로 작가는 우리 산과 들에서 만난 자연의 모습과 생명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작가는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알려주고 싶은 꽃과 나비의 생태를 세밀한 그림으로 보여주고, 마치 아이들을 앉혀 놓고 이야기하듯이 조근조근 들려줍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보면 독자들은 여러 꽃과 나비들이 어떤 모습이며, 각기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게 됩니다. 어느 계절에 어떤 꽃이 피어나는지, 주변에 어떤 꽃과 함께 피는지, 그 꽃에 어떤 나비가 자주 날아드는지는 물론 꽃에 담긴 일화나 꽃말도 자연스레 알 수 있습니다. 나비의 경우에도 각기 알을 낳는 곳과 짝짓는 방법, 좋아하는 먹이, 암컷과 수컷의 차이 등 나비마다의 특징을 글과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는 이렇듯 작가의 오랜 관찰을 근간으로 하는 꽃과 나비 도감입니다. 동시에 작가에게 긴 시간 경이로움과 설렘, 애틋함과 소중함을 일깨운 꽃과 나비의 모습을 두고두고 감상하며 즐기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특징적인 모습을 실제 크기로 보여주며 관련된 여러 정보를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도감으로 활용하기에 좋습니다. 또한 그림을 보며 개체들이 살아가는 생태 환경을 한눈에 알 수 있고, 글을 읽으며 자연 전체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습니다.

세밀화, 열정과 인내가 만들어낸 섬세함과 따뜻함
세밀화 그리기는 대상을 찾아내고 숨죽이고 기다리며, 구석구석 꼼꼼하게 관찰해 개체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포즈를 잡아 표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작가는 세밀화를 그릴 때 대상을 루페(확대경, 돋보기)로 들여다보며 솜털 하나하나, 표면의 매끄럽고 거친 질감까지를 가장 세밀한 0호 붓으로 점 찍듯이 채색해 갑니다. 그리고 다시 돋보기로 그린 부분을 들여다보면서 확인하지요. 이 과정을 수없이 거치면서 특징이 오롯이 드러나는 하나의 개체, 인상적인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갑니다. 이렇게 권혁도 작가의 세밀화에는 사진으로는 표현되기 힘든 섬세함과 따뜻함이 담깁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예로부터 꽃과 나비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꽃이 있는 곳에 나비가 날아들고, 나비가 꽃과 어우러진 그림은 대표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이기도 했지요. 조선시대 나비 그림의 일인자로 꼽히며 ‘남나비’라는 별명이 붙은 남계우를 비롯, 풍속화로도 유명한 김홍도, 꽃과 벌레를 잘 그린 신사임당 등의 그림과 여러 민화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가까이서 바라본 꽃과 나비, 곤충을 손에 닿을 듯이 그려낸 옛 그림의 아름다움을 권혁도 작가의 이번 그림책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권혁도 작가는 아주 어렸을 적, 호랑나비가 우화(날개돋이)하여 날아가는 것을 보았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제비와 아기 산토끼와 개구리와 노루, 송아지가 모두 멀리 있지 않았던 시절들입니다. 그때와 달리 자연과 멀어진 우리의 삶, 작가는 돌이킬 수 없을 지도 모를 그때가 그리워서 자연을 그리는 일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벌레들이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몸은 비록 작지만 결코 생명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생명은 크고 작거나 귀하고 천한 것이 아니다.’라는 작가의 철학은 생명을 지닌 것은 어떤 것도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다른 표현일 것입니다. 이는 저마다 다른 수많은 꽃과 나비를 통해 이 책을 보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숨은 뜻이기도 합니다.


권혁도
1955년 경상북도 예천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작은 벌레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벌레들이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몸은 비록 작지만 결코 생명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생명은 크고 작거나 귀하고 천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벌레들을 그릴 생각입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세밀화로 보는 곤충의 생활』, 『세밀화로 보는 호랑나비 한살이』가 있으며, 그린 책으로 『세밀화로 그린 곤충도감』, 『누구야 누구』가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한 작업으로는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동물도감』,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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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들이 만든 영단어책
 
글 서남희 l 그림 임익종 l 영어 감수 Mark Russell l 2009년 7월 10일 발행
 

《神들이 만든 영단어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도록 만든 책입니다. 영어의 뿌리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억지로 영어 단어를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뜻을 이해하게 됩니다.


神 이름 40개가 영단어 500개로, 단어 암기를 넘어 영어와 친구 되기!
요즘 영어는 단순한 외국어가 아닌 생존의 기술이라고들 합니다. 수많은 영어 제품과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요. 《神들이 만든 영단어책》은 다양한 방법 중에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도록 만든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그리스 로마 神들의 이름, 40개로 출발하여 300여 개의 관련 단어를 낳고, 좀 더 나아가 500여 개의 단어까지 만나게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정말 우리 아이들이 얻었으면 하는 것은 500여 개의 단어가 아닙니다. 필시 영어 때문에 이 시간에도 괴로워하고 있을 친구들이 한번쯤 영어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오히려 책을 쉽게 읽으면서 부담없이 영어를 대하는 마음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공부는 잠시 잊고, 여기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 神들만큼 나이 먹은 신비로운 영어를 만나 보세요.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흔해 빠진 영어 단어들이, 실은 까마득히 오래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뻗어 나왔다는 게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새삼스레 느껴 보면서 말이지요. 친구를 사귀듯이, 매력을 느끼고 호기심으로 바라보다 보면 상대에 대해 아는 게 많아져 가고, 또 그러다 보면 더 좋아지는 것이 바로 외국어와 친해지는 가장 강력한 방법일 것입니다.

영어 단어의 뿌리, 신화에서 시작되는 '영어 단어 의미망'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서양 문화와 언어의 뿌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한 무의미하게 나열된 내용을 암기할 때조차 맥락을 만들어 외우면, 기억이 더 많이 더 오래 지속된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라틴 어를 조상으로 둔 영어 단어를 그리스 로마 신화와 함께 보는 것은 곧, 그 단어에 담긴 배경과 문화와 느낌까지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만난 영어 단어는 아이들에게 나름의 의미망을 만들어 주어 쉽게 기억되고 오래 남아, 또 다른 영어 지식을 불려나가게 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됩니다.
《神들이 만든 영단어책》은 이런 원리 아래, 영어 어휘 탄생에 관련이 깊은 그리스 로마 神들과 그로부터 나온 단어들을 만나게 하고 있습니다. 다루는 단어는, 神들의 이름에서 형태를 직접 물려받은 것에서 시작하여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단어들로까지 확장됩니다. 그 뿐 아니라 단어의 생생한 쓰임새를 알 수 있는 영어 문장까지 함께 만날 수 있지요. 이를 통해 아이들은 평소 잘 알고 있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디딤돌로 하여, ‘영어 단어 의미망’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게 됩니다.

영어 단어의 어원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내용과 구성
이 책에서의 신화는 영어와의 연관성을 막연하게 선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 단어 의미망’을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가이아Gaea에서 나온 geo, 오케아노스Oceanus에서 나온 ocean처럼, 40명의 神 ‘이름’에서 바로 연상할 수 있는 초등 기초 어휘들을 선별하였습니다. 땅 하면 가이아, 하늘은 우라노스, 바다는 오케아노스, 승리의 빅토리아, 곡물은 데메테르, 사랑은 에로스, 상업은 메르쿠르우스 등 신화 속 神들의 이미지는 아주 뚜렷한 편이라 여기서 나온 단어군의 느낌을 잡는 데 유효한 배경이 되고, 이미지로 확장된 연관 단어까지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geo가 지구를 창조한 여신 가이아Gaea에서 나온 단어라는 것을 알게 되면 geo가 달린 단어를 볼 때마다 지구와 땅을 함께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유사어인 Earth까지 함께 ‘가이아 단어군’으로 묶어두면 우리 머리는 지구나 땅 관련 상황이 나타날 때마다 곧바로 ‘가이아 단어군’을 쫙 펼쳐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이뿐 아니라 화학 원소를 만드는 어미 -ium, 사람을 만드는 -er -ist, 기록을 주로 하는 학문이나 그림 풍을 나타내는 -graphy 등등, 영어 단어를 또 다른 측면에서 확장시키는 파생, 합성어도 함께 짚어주고 있어 복잡해 보이는 단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solar system(태양계), 요일 이름의 유래, planet과 galaxy, 신화에서 온 꽃들, 정치제도는 참 다양해! 등 유사한 단어군을 보너스 코너로 구성하여 되짚어 보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각 장에서 다룬 영어 단어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영단어 다시 보기' 코너와 낯선 神들의 이름 설명과 계보를 부록으로 두어 이해를 돕도록 하였습니다.


서남희
서강대학교에서 역사와 영문학을, 동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전공했어요. 미국 The UCLA Extension에서 TESOL(영어 교수법) 자격증을 취득했고, 미국 미시간 주에서 10여 년 살면서 Haslett Adult Education의 영어 클래스에서 보조교사, 이스트 랜싱에 있는 '한마음 한글학교'의 외국인반 교사를 했지요.어린이 영어 그림책과 활용법을 소개하는 칼럼을 써왔고, 지은 책은 《아이와 함께 만드는 꼬마 영어그림책>>《신들이 만든 영단어책>> 등이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아기 물고기 하양이》시리즈, 《크레용 없는 날》《꿀벌나무》《항해의 역사를 바꿔놓은 해상시계》《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립스틱 정글》 등등 참 많습니다.
 
임익종
연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건설회사에 들어갔으나 100일을 채우지 못해 회사원으로 변신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대신 그림과 카툰을 만나 더 즐겁고 신나는 나날을 보내고 있죠. <10ASIA><한겨레신문><무비워크> 등에 카툰을 연재중이고, 《클래식피크닉》《심리학블로그》《굴욕영어탈출백서》 등 여러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www.ickjong.com
 
Mark Russell
캐나다 사람이고요.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History 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96년에 한국에 왔는데 한국의 자연과 문화가 마음에 들어 계속 머물면서 freelance journalist로 활동하고 있어요. <The Hollywood Reporter>,<Billboard>, <Newsweek>, <The New York Times> 등에 한국 문화 관련 기사를 제공하고 있지요. 지은 책으로는 한국문화와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Pop Goes Korea》 (Stone Bridge Press)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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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똑바로 봐
 
글 존 엘더 로비슨 l 옮김 한창호 l 발행일 2009년 7월 6일
 

40년 동안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른 채 살아야 했던 어느 아스퍼거인의 특별하고도 환상적인 삶의 이야기.
≪나를 똑바로 봐≫는 고기능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저자 존 엘더 로비슨의 자서전이다. 아스퍼거인이란 사실 때문에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힌 저자가 세상의 편견과 비난에 시달리고 상처받으면서도, 끝내 자신의 참모습을 이해하고 고통스러웠던 삶 전체를 긍정하기에 이르는 흥미진진하고 감동 깊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1. ‘나쁜’ 아이
“반사회적 이상성격자, 정신병자, 살인마.” 이것이 어린 시절 저자 존 엘더 로비슨의 외모와 표정을 보고 사람들이 내리는 일반적인 진단이었다. 로비슨은 고기능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을 지닌 채 태어났다. 부모님을 비롯해 전문가들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당연히 로비슨 자신도 몰랐다. 그의 나이 40살이 될 때까지. 이 때문에 그는 어릴 때부터 의사소통 능력과 사교술 결핍이라는 아스퍼거증후군 특유의 결함을 드러냈다. 친구를 사귈 수 없었고,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다.
그는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또 상대의 입장이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채, 머릿속에 맨 먼저 떠오르는 생각을 불쑥 내뱉어버렸다. 공감(감정이입) 능력이 떨어져 상대의 감정이나 정서를 못 읽었다.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싱긋이 웃는 ‘부적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이상한 행동과 태도 때문에 그에게는 ‘나쁜’ 아이, 사회 부적응자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나는 로봇처럼 뻣뻣하게 기계적으로 걸었다. 동작들은 어색했고, 표정은 굳어 있었으며, 좀처럼 웃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해도 전혀 대답하지 않는 일이 흔했다. 심지어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 모두가 아스퍼거증후군으로 인한 증상이었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로비슨 스스로도 몰랐기에 사람들에게 비난받으면 수치스러워하며 더욱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사람들과 세상으로부터 더욱 멀어졌다. 40년 뒤 자신이 아스퍼거인이란 사실을 알게 될 때까지 로비슨은 이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살아야만 했다.

2. 극한의 삶
가족 문제도 심각했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에 빠져 로비슨과 동생을 학대했고, 엄마는 정신분열증에 걸려 수시로 병원을 들락거렸다. 세상과의 불화에다 가족까지 파탄 난 로비슨의 삶은 “인간성의 익스트림스포츠 판”이라는 한 서평의 문구대로 극한 상태 그 자체였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로비슨은 기계와 전자공학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나름의 인생을 꾸려나갔다. 아스퍼거인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인 ‘특정 분야에 대한 천재성’ 덕분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결함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어느 정도 ‘보통’ 사람에 가까워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분명했고 짐은 무거웠다. “평생토록 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인 듯이 느꼈다. 언제나 사기꾼 같다고 느끼거나, 더 심하게는 정체가 발각되기를 기다리는 반사회적 이상성격자 같다고 느꼈다.”

3.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긍정하기
“내가 누구인지 알았을 때, 마침내 나는 자유로워졌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했을 때 로비슨의 격정은 이 한 줄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아스퍼거인임을 확인한 순간 그는 더 이상 ‘반사회적 이상성격자, 사회 부적응자’가 아니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정상’인 사람이었다.
이 깨달음 덕분에 그는 두려움과 자기소외로부터 풀려나고, 가혹했던 부모님과 고통스러웠던 지난날의 삶 전체를 이해하고 긍정하며, 마침내 모든 상처와 질곡으로부터 치유되고 자유로워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 ‘나를 똑바로 봐’는 저자가 수없이 들어야 했던 비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한편으로 저자 자신을 똑바로 이해해달라는 세상을 향한 외침이며, 나아가 자신이 누구인지 똑바로 보라는 세상 사람들을 향한 권유와 충고이기도 하다.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똑바로 이해하고 인정했을 때, 자신과 삶 전체를 사랑하고 긍정하게 되며, 마침내 자유로워진다는 것. 이것이 ≪나를 똑바로 봐≫에 담긴 중요한 통찰 중 하나다.

4. 유쾌한 글 읽기의 맛과 즐거움
만일 어떤 사람이 4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세상의 오해와 편견 속에서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가야 한다면, 그 고통과 상처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하물며 스스로도 자신이 왜 그러는지, 왜 그런 대우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른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저자의 자서전이라면 당연히 “고통에 찬 회고록”이리라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나를 똑바로 봐≫는 그 기대를 여지없이 깨버린다. 템플 그랜딘이 이 책을 두고 “롤러코스터”라고 평한 것은 빈말이 아니다. 이 책은 재미나고 웃기며, 심지어 유쾌하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저자가 구사하는 담담하면서도 의뭉스러워 보이는 유머감각과 “감상주의를 싹 걷어낸” 절제된 글쓰기는, 독특하고 색다른 글 읽기의 맛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옮긴이도 지적했듯이 황당함을 넘어서 감탄을 자아내는 저자의 장난기는 “밝고 건강한 생명 에너지의 분출”을 보여주며, 그의 인생행로는 판에 박힌 진부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라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만큼 특별하고 환상적인 모험담으로 가득하다.

5. 아스퍼거인의 마음으로 본 세상
로비슨의 삶이 특별하다면, 그의 정신은 더 특별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스퍼거인의 시각으로, 아스퍼거인의 정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의 낯설지만 신선한 풍경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이며,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든다.
예컨대 관계와 소통, 공감 능력의 결핍은 로비슨의 삶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준 결함이었다. 그런데 이른바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보통 사람들의 관계와 소통 능력은 어떨까? 저자의 논리적이고 솔직한 아스퍼거 정신으로 판단할 때, 보통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많은 부분 무의미하고 터무니없으며, 공감 표현은 전혀 이치에 닿지 않을뿐더러 가식적이기까지 하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도 거짓말을 하고 속이는 사람들도 있다. 더구나 저자가 사실을 말하면 사람들은 오히려 불편해하고 화를 낸다.
저자는 아스퍼거인의 시각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뒤집고,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하고, 우리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때때로 이 책을 보며 우리는, 저자가 겪는 관계와 소통의 어려움에 동질감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것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역시 늘 같은 어려움에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아스퍼거인은 인간 존재 양식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 한 가지일 뿐이며, 우리 역시 그중 하나에 속할 뿐이다.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나아가 그 차이를 자랑스러워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나를 똑바로 봐≫에 담긴 또 하나의 통찰이다.


존 엘더 로비슨(John Elder Robison)
1957년 미국 조지아 주 애선스에서 태어났다. 고기능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의사소통 능력과 사교술에서 심각한 결함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사회 부적응자 취급을 받으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했다.
한편 아스퍼거인이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인 기계와 전자공학 분야에 대한 탁월한 능력 덕분에, 음향 기술자로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하고, 나중에는 직접 자동차 정비 회사를 차려 경영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관계와 소통 능력 부족이라는 자신의 결함을 개선해나간다.
40살이 되었을 때, 마침내 한 심리치료사로부터 자신이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로 인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처음으로 이해하고,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삶 전체를 긍정하기에 이른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슬퍼하던 중 유명 작가인 동생 어거스텐 버로스의 권유로 자서전인 ≪나를 똑바로 봐≫를 출간하면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다. 현재 로비슨은 활발한 강연 활동을 벌이며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다.
 
한창호
1961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국악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올리버 색스의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로렌 아이슬리의 ≪시간의 창공≫, 리처드 와이즈만의 ≪괴짜심리학≫, 한스 U. 굼브레히트의 ≪매혹과 열광≫, 대니얼 골먼의 ≪감성지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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