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나 들러 볼까?” “관둬, 관둬! 재미없어.”
평범한 개구쟁이 마사후미, 이치로, 겐타는 오늘도 심심합니다. 뭘 해도 재미없고 시시한 하굣길. 게다가 교실에서 시험점수로 놀림도 받았습니다. 이때 “도서관에나 들러 볼까?” 이치로가 말합니다. 도서관은 오래된 책들만 있는 재미없는 곳이라며 고개를 젓던 겐타와 마사후미도 새로운 선생님이 왔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합니다. 그런 데다가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니요.
한달음에 도서관에 간 아이들은 가와하라 선생님을 만납니다. 막을 새도 없이 사서 자리에 들어와 휠체어를 만지기 시작하며 멋진 걸 타고 있다며, 정말 장애인이냐며 선생님의 발도 만져보고 손목도 잡고 흔들어 봅니다. 선생님은 선뜻 휠체어를 내어 줍니다. 하지만 느리고, 턱 넘기도 어렵고, 바퀴 돌리기도 힘들고……. 호기심 가득했던 아이들에게 휠체어 타기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습니다.
조금 먼저 알아채고, 넌지시 일러주는 어른을 만난 아이들
며칠 뒤 겐타와 이치로와 작은 다툼이 있던 날, 마사후미는 혼자서 도서관에 갑니다. 싸우기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아저씨가 게으름을 피우지 않나 감시하러 온 거”라며 뾰로통한 얼굴입니다. 그런 마사후미에게 가와하라 선생님은 고보리 할머니 집에 들러 책을 전해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얼마나 중요하고 귀한 일을 하는 것인지도 기분 좋게 일러주면서요.
무료하고 심심하던 차에 들러 본 도서관에서 만난 가와하라 선생님은 호기심에 어린 눈으로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아이들을 기꺼이 보듬어 주는 어른입니다. 보자마자 달려들어 신기한 휠체어뿐만 아니라 팔다리 여기저기까지 만져보는 마사후미의 행동을, 멀리서 빤히 쳐다보거나 외면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며 넉넉하게 받아 주는 어른이지요.
선생님이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과정 역시 자연스럽습니다. 함께 다니던 친구들 없이 혼자 도서관에 들른 울적한 마음을 조금 먼저 알아채고,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신의 아팠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넌지시 일러 줍니다. 게다가 중요한 임무를 주어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는 들뜬 마음을 갖게 하지요.
스스로 무언가를 할 기회를 주고, 그 과정을 지켜보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어주는 가슴 따뜻하고 지혜로운 누군가가 있는 공간. 도서관을 지루한 공간으로 생각했던 아이들은 그렇게 가와하라 선생님과 도서관과 친해집니다.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눈 뒤로, 뭐랄까, 내가 나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
이 그림책의 원본이라 할 《휠체어 사서, 마음을 빌려 주다》의 출판기념회 자리, 가와하라 마사미를 만난 우메다 슌사쿠는 이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면 어떨지 제안합니다.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나 가와하라 마사미는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리고, 우메다 슌사쿠는 그림책으로 만듭니다. 우메다 슌사쿠는 아이들 사이에서의 집단 괴롭힘을 생생하게 다룬 그림책 《모르는 척》의 작가로, 우리나라에서도 1996년 번역 출간된 이래 29쇄를 거듭하며 사랑받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휠체어를 탄 사서》는 평범한 세 개구쟁이와 한 사서가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려 낸 그림책입니다. 글은 세세한 묘사나 장황한 설명 대신에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감정과 심리 상태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림 역시 단순하면서도 유쾌한 필치로, 장면의 특징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주황색과 검은색만으로 채색된 그림은 작가의 개성을 살리며 색다른 매력을 전합니다.
네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서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는 가와하라 마사미에게 보물 같은 기쁨이 되어 준 아이들. 차별과 편견이 가득 찬 시선을 거두고 얼음이 녹듯이 품 안으로 뛰어들어온 그 아이들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가와하라 마사미.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눈 뒤로, 뭐랄까, 내가 나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 그림책 속 마사후미의 말처럼, 기분 좋은 설렘을 전하는 책, 《휠체어를 탄 사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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