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신간 《안녕, 달토끼야》가 곧 출간됩니다. 느낌이 어떠신가요?
너무 설레죠. 그동안은 전업 작가가 아니었으니까 새로운 인생을 사는 느낌이에요. 그림책을 오랫동안 열정을 가지고 해왔는데, 욕심이 앞섰던 거 같아요.
사실 어른이 아이들 세계에 들어가서 같이 논다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고민도 많이 하고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좀 더 편안하게 그 세계를 공유하고 있어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세계를 작가로서 처음 표현한 거라 굉장히 설레는 마음이고요. 막상 다 하고 나니까 앞으로 더 잘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요.

02 《안녕, 달토끼야》는 기획하시게 된 계기가?
    글쎄요.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안나요.(웃음)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게 정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책이었어요. 그저 노는 책, 먹고 먹고 또 먹고, 놀고 놀고 또 노는 책. 그런 책을 하고 싶었는데 달토끼가 떠올랐어요. ‘나도 하고 싶어’라고 말하면 다 할 수 있는 세계, 말만하면 다 이루어지는 그런 세계를 그리고 싶었어요. 그 때 마침 석판화를 배우고 있었는데 달과 우주공간이라서 석판화가 맞겠다 싶었구요.

03 말씀하신 대로 달에 사는 토끼가 등장합니다. 무척 친숙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요.
    제가 하려는 이야기에 달토끼 캐릭터가 잘 맞았어요.
    달에 토끼가 사는 것도 오래된 이야기고 예전엔 잔치에 가면 집에 돌아갈 때 먹을거리를 싸줬으니 그런 정서도 친숙하죠.

04 훈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늘 공간 어디에선가 등장하는 동물들만 나오는데요.
    아이들의 세계는 현실 공간이라고 해도 어른들이 있는 세계와는 다른 판타지 공간이에요. 그런데 이걸 현실로 표현하면 그 특별함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분리해서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주변에 있지만 사실은 독립적인 아이들만의 세계, 그 반짝거리는 세계를요.

05 달토끼와 함께하는 동물들로 쥐, 뱀, 거북이, 곰을 선택한 이유와 동물들 행동이 의미하는 바는?
    뱀은 인류학적으로 보면 생명을 창조하고 지식을 주는 동물이죠. 또 쥐는 작아서 특별한 느낌을 줘요. 곰은 역사적으로 가장 영험한 동물이고, 거북이는 고대인들에게는 지구를 떠받치는 동물이에요.
    이 동물들이 등장할 때 한 화면에 하나씩 나오는데, 모든 사람은 스스로가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신적인 존재라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구성했어요.

     

06 훈이가 친구들과 함께하는 방법이 명쾌하면서도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작가님의 의도는?
    처음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더 생각해보니 동양에선 하늘로 올라가는 과정에 나무가 많이 나온다는 게 떠올랐어요. 나무야말로 지상의 상징이죠. 훈이가 신발을 벗고 나무에 올라서는 건 신전 같은 성소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예를 갖추는 것과 같아요.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의식 같은 거죠.

07 훈이가 상상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장면인 쑥쑥 커지는 나무 장면은 특별히 세로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정말 나무가 순식간에 크는 듯 해요. 어떻게 생각하신건지?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나무가 쑥쑥 자라는 느낌을 확 느끼도록 할까 고민하다가 책을 세로로 세워 표현하면 좋겠다 싶었죠. 페이지를 이어 펼치면 귀찮을 수도 있겠다 싶었고요.

08 표지에는 정작 ‘달토끼’가 등장하지 않고 훈이의 올려다보는 시선과 제목이 어울려서 보는 이가 상상하도록 하는데요. 작가님이 보시는 표지는 어떠신지?
    처음엔 달토끼가 등장하는 안도 있었어요. 그런데 뭔가 이건 아닌 느낌이더라고요. 제 책이라 그런지 생각만 많고, 컨셉은 안잡히고…….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 그림을 앉혀놓고 보니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사람은 훈이 밖에 없지만 동물들이 원래는 아이들이니까 아이가 대표하는 게 맞겠다 싶었고요.

09 달토끼가 헤어질 때 남은 떡을 보자기에 싸서 나눠주잖아요. 왠지 푸근한 시골 할머니가 손자 손녀들에게 음식 싸주시는 듯도 합니다. 그런 설정을 하신 이유는?
    저는 젊어서부터 우리 정서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처음 한 단행본 그림책이 ‘내가 처음 가본 그림박물관’ 시리즈인데 그때도 그런 고민을 나름의 방식으로 담아낸 거죠.
    그 후 나이를 먹으면서 너무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것 보다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녹아있는 정서를 즐기고 나누면 좋겠다 생각하게 됐고 우리 작가들이 아주 솔직해지고 아주 잘 하면 저절로 되는 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고민의 과정이 있어 그렇게 표현된 거 같아요.

10 이번 작품은 석판화 기법으로 작업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석판화는 부드러운 크레용 질감과 우연적인 느낌을 살리기에 좋은 재료라 이야기 속 공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11 석판화 작업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석판화나 동판화는 상업 인쇄의 전단계라고 보면 돼요. 판에 각각의 색을 별도로 작업해서 종이에 찍는 거죠. 그래서 판에 드로잉을 해야 하고, 판을 가공하고, 잉크를 묻혀서 종이에 찍어요. 석판화는 물과 기름의 성질을 이용하는데 과정이 매우 복잡해요.

12 이번 작품에서 가장 힘드셨던 그리고 신경쓰신 부분은?
    미대를 나왔어도 그림을 계속 그린 것도 아니고 특히 석판화는 처음이라 힘들었어요. 디자인을 오랜 시간 해 와서 눈은 높은데 손은 따라오지 않으니 스스로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제일 어려웠죠. 석판도 많이 버렸어요. 완성된 석판이 100장쯤 되는데 버린 게 100장 넘을 거예요.(웃음) 덕분에 지금 이어서 작업 중인 두 번째 책은 훨씬 수월해요.

13 후속 이야기가 있는 거군요. ‘달토끼와 친구들은 꼭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대.’로 마무리되니까 그런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훈이와 친구들의 다음 이야기를 잠시 소개해주시죠.
    선물로 받은 떡을 쥐가 먹어보니 맛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 ‘나도 선물을 해야겠다.’ 고 생각해요. 쥐는 자기가 가진 것 중 가장 소중한 걸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쥐가 가장 소중한 걸 뱀에게 선물하고, 뱀은 받은 선물과 자기가 가장 아끼는 걸 다시 곰에게 선물하고 곰은……. 이렇게 점점 선물이 불어나고 점점 신나는 놀이가 되는 거죠. 그 놀이가 어떻게 끝날지 기대해주세요.^^

14 그런 어린이다운 발상과 정서는 어른이 되면 쉽게 잃어버리잖아요. 어떻게 잘 집어내시는지?
    처음엔 어린이책이 만만해보였는데요, 정작 하면 할수록 너무 어렵더라고요. 어른이 어린이처럼 생각하고 어린이의 욕구를 어른인 나 자신의 욕구 이상으로 느끼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피카소는 어린이처럼 그림 그리는데 50년이 걸렸다잖아요. 어린 시절이 지나버린 이상 공짜로 다시 그 세계로 들어갈 순 없어요.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하고 그림책도 열심히 보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만나기도 하고 엄마들과 이야기도 나누곤 했어요. 또 제가 철이 없는 편이기도 하고요.(웃음) 그런 제 성격이 그림책을 하면서 오히려 장점이 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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