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으로 돌아간 악어가죽 가방
 
김진경 l 그림 윤봉선 l 발행일 2011년 4월 10일
 
 


백화점 진열대에 놓인 악어가죽 가방이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악어 이야기. 악어가죽 가방이 할아버지 악어를 만나 다시 밀림으로 돌아가기까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동화 ‘고양이 학교’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김진경 작가의 창작 그림책 《밀림으로 돌아간 악어가죽 가방》을 소개합니다.

밀림으로 돌아간 악어가죽 가방
백화점 진열대에 놓인 악어가죽 가방 두 개. 아무도 없는 밤이 되자 가방에서 머리가 쏙 나옵니다. “엄마, 우린 악언데 왜 가방이 되어 있어야 해?” 가방으로 지내기가 답답한 작은 가방 악어가 묻자, 엄마인 큰 가방 악어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악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까마득한 옛날, 남 앞에서 뽐내는 걸 좋아하는 악어 한 마리가 살았어요. 이 나라 임금님은 음악을 무척 좋아했답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자에게 상을 내리겠다는 소문은 온 나라에 퍼졌어요. 재주가 없다고 생각해 실망한 악어는 뒤로 벌렁 누웠어요. 그 순간 우연히 꼬리로 배를 치게 되었죠. “동-.” 배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났어요. 신이 난 악어는 궁전으로 갔고, 그 소리를 듣고 감탄한 임금님은 악어를 칭찬하며 악사가 되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 뒤에 큰 문제가 생겼어요. 배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는 소문이 나자 사람들이 악어를 잡아 북을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그 뒤로 사람들은 가방과 지갑, 허리띠를 만들려고 악어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였답니다.
큰 가방 악어가 이야기를 마쳤어요. 영영 가방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작은 가방 악어와 큰 가방 악어는 눈물을 뚝뚝 흘렸지요. 이때, 한숨과 울음을 듣고 먼 옛날 할아버지 악어가 찾아왔어요. 악사 할아버지가 푸른 불빛 회오리를 일으키자, 큰 가방 악어는 어미 악어로, 작은 가방 악어는 새끼 악어로 변했어요. 발이 생긴 악어들은 “탕!” 유리창과 하수구 뚜껑을 깨뜨리고 신나게 강을 따라 밀림으로 돌아갔답니다.

악어는 언제부터, 왜 악어가죽 가방이 되었을까?
《밀림으로 돌아간 악어가죽 가방》은 ‘고양이 학교’ 시리즈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김진경 작가가 쓴 창작그림책입니다. 3부 총 11권으로 이루어진 ‘고양이 학교’는 우리나라 첫 판타지 연작동화로, 평단과 대중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중 1부는 프랑스 어린이와 청소년 14만 명이 후보작을 읽고 직접 좋아하는 작품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랑스 아동청소년 문학상인 앵코륍티블상을 받기도 했지요.)
교사 생활을 하며 가까이에서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려온 작가는 그동안 30권이 넘는 동화책과 청소년소설을 출간했습니다. 교육 문제를 포함한 사회 문제 전반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짚어내는 한편, 끊임없이 아이들의 변화를 주시하며 마음속 상처와 갈등, 성장을 밀도 높게 그려냈지요. 이렇듯 동화와 청소년소설로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는 이번에는 그림책으로 세상과 사회를 향해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하는 6~7세 어린이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작가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악어가죽 가방’에서 온전한 악어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자유롭게 밀림에서 살아가던 악어가 어떻게 물건으로 만들어져 우리 손에 닿게 되었을까, 상상력을 발휘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든 것이죠. 작가는 자기 재주에 우쭐했던 할아버지 악어와 갇혀 있던 공간에서 신나게 밀림으로 돌아가는 엄마 악어, 새끼 악어를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존재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주변 모든 사물이 자기들처럼 말하고 생각한다고 여기는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생생하게 의인화된 악어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고 즐겁습니다. 어른들보다도 현실과 꿈(환상)의 세계를 경계 없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어린이들은 이야기를 따라 백화점과 밀림을 오가며 모험을 합니다. 모험을 마치고 책장을 덮었을 때, 작가가 그랬듯이 아이들은 그저 지나쳤던 주변의 사물들에게서 자기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재미있게 읽고 오래 생각하는 그림책
또한 《밀림으로 돌아간 악어가죽 가방》은 백화점 진열대에서 답답하게 갇혀 지내는 악어 가방과 먼 옛날 할아버지 악어를 주인공으로, 사람들의 욕심이 자연과 생명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들려줍니다. 가장 문명화된 공간인 백화점과 자연 그대로의 밀림이라는 대조적인 공간을 통해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지요. 그러나 작가는 마구잡이로 동물을 잡는 인간의 이기심을 일방적으로 꾸짖거나, 자연을 보호하자는 흔한 구호를 외치는 대신에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진열대 안에서 꼼짝 못하는 악어가방의 답답한 마음, 밀림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온전한 악어로 변신하는 마법의 순간, 꼬리로 하수구를 탕 깨트리는 통쾌한 장면들 중 어느 것을 기억한다면 어린이들은 작가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려낸 개성 있는 장면들
윤봉선 그림작가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수채화를 이용해 유쾌하고 발랄하게, 개성을 담아 표현했습니다. 때로는 따뜻하고 부드럽게, 때로는 밀림 속 원숭이들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그려냈지요. 오랫동안 생태 세밀화 작업을 하며 자연을 그려온 경험에 자유로운 표현을 더해, 등장인물의 특성을 쉽고 명쾌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만 쏙 내민 채 이야기를 나누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큰 가방, 작은 가방의 모습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특히 이야기 속 이야기의 주인공인 할아버지 악어의 모습은 재미있고 사랑스럽습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에 목청껏 노래하는 장면(12쪽)이나, 동동 배를 두드리며 임금님 앞에서 자랑하는 할아버지 악어의 표정과 동작(18쪽)은 순진하면서도 유쾌한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작가는 백화점 진열대에서 밀림으로, 다시 백화점으로 돌아오는 현실-환상-현실의 이야기 구조를 따라 공간 배경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람 없는 밤에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백화점 진열대의 다소 어둡고 단순한 배경은 밀림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다채로운 색감의 활달한 공간이 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 가방으로 갇혀 지내던 답답함을 벗고 악어가 되는 마법의 순간(28쪽)은 환한 노란색 배경과 푸른 회오리가 어우러져 인상적인 절정을 이룹니다.


글 김진경
1953년 충청남도 당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와 같은 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국어 교사 생활을 하며 시인이자 소설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1985년 교육 개혁을 부르짖은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해직과 옥고를 치렀습니다.
동화 《아빠의 수정 돌》, 《괴물 길들이기》, 《길자 씨가 진짜 엄마?》《종이옷을 입은 사람》 등을 썼으며, 우리나라 첫 판타지 연작동화인 《고양이 학교》로 프랑스 아이들이 직접 뽑는 아동청소년 문학상인 앵코륍티블 상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광화문을 지나며》,《우리 시대의 예수》, 청소년소설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굿바이 미스터 하필》 등을 썼습니다.

그림 윤봉선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동물도감》,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 》 등 생태 그림책 작업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그림책 《태극 1장》, 《잡아 보아요》가 있으며, 《숲 속 동물들이 사라졌어요》, 《치카치카 하나 둘》, 《야생초 학교》, 《뻥쟁이 왕털이》 등 여러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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