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책장을 덮고 습관처럼 알라딘 리뷰를 훑어 본다.. 리뷰 106개. 추천순으로 검색해 보니 별두개, 별하나, 혹평, 추천 댓글 수십개.. 그리고 세번째쯤 별다섯개 짜리 리뷰가 달린다.. 리뷰를 올리는 독자들의 작가에 대한 엇갈린 선입견이 느껴진다. 작가에 대하여 알아야 그의 글을 이해할 수 있는 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이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던지는 말이 극에 다다른 깨달음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니었을지라도 혹은 작가의 표현이 그저 대중에 영합하려는 의도였을지라도, 그것이 활자화되어 아무리 보잘것 없을지언정 각자의 우주를 지닌 개인에게 던져진 이후엔 이미 작가의 의도나 그의 깨달음과는 상관없어진다는 말이다.
나는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고, 그의 다른 소설도 읽어 본 적이 없다. 그가 말하는 사랑과 성이 무엇이던 내가 글속에서 느껴는 그 단어는 일면의 주관성을 가질 수 밖에는 없다..
소설은 마리아라는 브라질 출신의 한 창녀의 성장담이다. 물론 처음부터 창녀는 아니었고 "돈,모험,남자"를 찾아 스위스까지 넘어와 댄서를 하다 일년동안 매춘을 하게되며 겪는 사랑과 성에대한 "모험"과 "남자"와 "돈"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 11분에 대해 말하자면 이렇다. p180 "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섹스만 생각한다고 믿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욕망이 반짝이도록 만들기 위해 식이요법을 하고,가발을 쓰고, 미장원이나 헬스클럽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야한 옷을 입는다. 그런 다음엔? 행동으로 넘어가야 할 시간이 오면, 11분 그것으로 끝이다. 창의성도, 환희의 절정으로 이끌어주는 아무것도 없다. "
어느 독자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 창녀이고 그것을 미화시키는 것이 역겹고 부자화가를 만나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이 하이틴로맨스라 했지만, 나는 이 소설이 상당히 관념적인 소설이라고 느낀다. 그런 스토리는 그저 껍데기일 뿐이다. 어떤 소설은 실랄한 사실만으로 독자에게 화두를 던지지만, 이 소설은 잠깐의 스토리와 대부분의 관념으로 일관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주제는 어쩌면 사람마다 자신이 가면(페르소나) 밑에 숨겨둔 혹은 차마 스스로도 들추어보지 못하는 그리고 혹은 온갖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기제에 망각해버린 내밀한 것이다.. "돈과 모험과 성"
인간은 결국 모순적인 존재 아닐까.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도 멋진 남자도 아침에 아랫배에 힘을 주며 똥을 싼다. 인간은 사색하고, 혁명을 이루어내고, 희생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몸으로 사랑하고 도둑질하며 거짓말하는 존재이기도 한것이다. 언제까지고 가면을 쓰고 살아갈 것인가.. 이 소설 "11분"은 창녀의 역겨운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가 감추어둔 혹은 망각한 나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