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한나 아렌트 탄생 120주년 전면개정판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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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도서제공



💬 한줄평 대신 한문장 : 생각은 늘 살아있어야 한다.



✅️ 1963년 2월부터 다섯 차례로 나뉘어 《뉴요커》를 통해 기사로 게제되었다. 이 때의 글 제목은 「전반적인 보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후 1965년에 이 보고서가 책의 형태로 간행되었을 떄, 아렌트는 여기에 후기를 덧붙여 지금과 같은 책을 만들었다.


1960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15주년, 이스라엘 독립 12주년이 되는 해에 아이히만은 예루살렘으로 체포되어 세계의 눈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재판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 한나 아렌트가 있었다.


👤'악의 평범성'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어보진 않았어도 한 번쯤은 지나가다 들어 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녀의 글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얼핏 들으면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다 저럴 수 있지! 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그건 한나 아렌트가 이 보고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이 아니다. 사유의 부재, 인간에게 사유를 통한 '선택'이 가지는 힘이 얼마나 큰 지 말한다. 그리고 아이히만의 삶에는 이것이 없었다.


📖 151
그의 말을 오래 들을수록, 그의 말의 무능함은 그의 생각의 무능함,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함과 긴밀하게 되어 있음이 더욱 분명해졌다.


같은 말을 반복하며 상투적인 표현 뒤에 숨었던 아이히만. 자신은 직접적 가해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자신까지 기만했던 그를 보면서 영화 '어쩔 수가 없다'가 떠올랐다. 그 말에 숨어 어디까지 극으로 달렸던가. 관용적 표현과 상투어로 범벅된 말은 현실을 왜곡시키고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하게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사회에서 이 시대의 아이히만을 만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것을 행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한 것이냐고. 타인의 자리와 입장을 충분히 생각한 게 맞느냐고. 그리고 나에게도 물어야겠지. 나는 사유하고 있냐고. 본질을 보고 있는 것이 맞느냐고.


이제는 시대가 너무 빠르다. '생각의 외주화'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리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책들이 나온다. 사유의 무능이 만들어낸 한 악인의 재판 보고서도 개정되어 나왔다. 모두가 펼쳐봐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예루살렘의아이히만 #한나아렌트 #한길사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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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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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 기리노 나쓰오
#도서제공



💬 한줄평 : 하... 골때리네 셋 다...끝까지



스물아홉의 계약직 빈곤 여성 리키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고 싶은 부르주아 예술인 모토이
불임이지만 완벽한 가정을 위해 아이를 갖고 싶은 유코


하... 이 책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할까. 한바탕 빠져들어서 이틀 만에 다 읽고 나니, 머릿속에 큰일났다, 생각만 가득했다 어느 하나 조금씩 뒤틀렸는데, 그렇다고 완벽한 악인도 아니다. 하... 이 세 사람을 어떡하면 좋겠니.


최근에 이 책 리뷰를 많이 봤다. 대리모, 계급사회, 자본주의, 빈곤. 이미 너무 많은 키워드를 알고 시작한 책이지만 재밌었다. 빈곤한 삶을 벗어나고 싶어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몸, 그중에서도 난자를 팔려했던 리키는 불임 부부인 모토이와 유코를 만나 대리모 제안을 받게 된다. 아이를 대신 임신하여 낳고, 돈을 받는 '거래'라 생각하고 수락했지만 실상은 쿨거래로 끝날 수 없었다.


'금융치료'라는 말이 자주 떠올랐다. 돈이 구제해줄 수 있는 것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내게 남은 게 건강한 신체뿐이라면, 그중에서도 가장 값어치 있는 것이 나의 자궁이라면, 그것으로 지긋지긋했던 이전의 삶을 지우고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팔지 않을 자신이 있나. 그렇다면 돈으로 만들어낸 삶에서 나는 인간다움을 잃는 것일까, 새로 얻는 것일까.


문학에서 던지는 질문들이 그러하지만, 특히나 이런 문제는 정말 답할 수가 없다. 누가 이 문제에 말끔한 답을 가지고 말할 수 있을까. 돈으로 치환되는 것이 더더더 넓어져, 이제는 불가능한 것들이 거의 남지 않은 이 세계에서.



#제비는돌아오지않는다 #기리노나쓰오 #해피북스투유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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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이야기 - 내 삶의 불청객들을 기쁘게 맞이하는 법
매슈 맥스웰 지음, 앨리 데이글 그림, 김선형 옮김 / 동아시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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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이야기 | 매슈 맥스웰, 앨리 데이글
#도서제공



💬 한줄평 : 내 안의 감옥을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밖에서부터 흘러들어와 나를 꿈꾸게 만든다. 어떤 이야기들은 안으로부터 나와 나를 지킨다. 나를 지켜줬던 이야기들은 흩어지지 않는다. 나를 또 지켜줘야 하기 때문에. 하나둘 모여 성을 쌓아 올린다. 어느새 성에 홀로 남아, 나가지도 누군가를 들이지도 못한 채 있다. 성에 갇힌 사람이 나오기 위해선 물어봐야 한다.


너는 뭐야? 정말로?


바퀴벌레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삶을 채우는 방식 중 '믿음'에 관해 말한다.


📖
시간이 흘렀고, 그 생각은 이제 너무 진짜처럼 느껴져서 꾸며진 얘기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냥 사실이 되어버렸다.


믿음은 다양하게 생겨난다. 책에서 보기도 하고, 누군가 말해주기도 하고, 내가 겪기도 한 것들로부터도 나와 어느새 굳어진 사실이 되고, 선택의 기준이 되고, 삶의 제약이 된다. 하지만 떄론 이것들이 너무 커져서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옭아맨다. 저자는 바로 그 부분에 대해 조언한다.


📖 작가의 말
이 책은 네가 꿈꾼는 삶을 경험하고 네가 진정 바라는 대로 너 자신과 너의 세계를 형성하는 선택지를 선물하기 위해서 쓴 거야. 우리의 믿음이 지니는 힘에 관한 이야기지.


'내 삶의 불청객들을 기쁘게 맞이하는법'은 진짜 '불청객'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들로부터 만들어진 공포, 혐오, 분노, 좌절에 파묻혀 삶이 불행하고 힘겨워지지 않도록. 어떠한 존재의 이미지와 편견을 걷어내고 본질을 찬찬히 살펴 보듬어 보기, 그것이 책이 알려주는 삶을 기쁨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니 이제 무언가가 싫어질 때마다 이 이야기를 떠올려보길.
너는 무엇이니? 정말로.



#바퀴벌레이야기#매슈맥스웰 #앨리데이글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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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타운
장세아 지음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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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한줄평
나를 망친 사람을 망가뜨린다면,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끼고,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장소, 집. 그런데 내가 잠깐 들인 사람들로 인해 그곳이 망가지고, 나 또한 훼손되고 짓밟혔다면? 더이상 그곳은 집이 아니다. (물리적, 심리적) ’집‘을 잃은 사람에게 삶은 지옥이 된다.


주인공인 심리 상담사 ’지수‘에게도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 잠깐 집에 들인 낯선 사람이 한 순간에 모든 걸 바꿔 놓았다. ’집’에 들어가지 못 하고 친구가 운영하는 요가원에서 지내던 그녀는 새로운 집을 소개받고 발을 들인다.


📖 25p
“뭐. 진짜 혼자서 안전하게 살 수만 있으면 더 바랄게 없죠.”


여성전용 타운 하우스. 미혼의 여성 다섯 가구가 모여 생활하는 곳이었다. 완벽한 편의 시설, 철저한 보안, 오로지 1인 가구만 거주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안전한 곳. 이곳은 마침내 찾은 천국일까.


📖 144p
”우리 애는 가버렸는데, 그놈은 버젖이 살아 있는 게 너무 이상하잖아. 나쁜 짓을 저질렀으면 누구든 벌을 받아야 하는데, 아무도 벌을 내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해? 우리집은 엉망진창이 됐는데.“


새로운 출발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거라 믿었던 ‘세이프 타운’. 하지만 그곳은 또다른 지옥의 시작이었다. 뺑소니, 성폭행,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 모여 단죄하는 곳, 가해자의 인생을 망치기 위해 기꺼이 서로를 돕는 곳이었다.


📖 165p
‘우리가 몇 명을 구한 건지 셀 수도 없을걸. 그냥 놔뒀으면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세이프 타운의 입주자들은 자신들이 ‘세상의 쓰레기’를 치운다고 여긴다.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직접적인 살인을 하지 않지만, 약간만 떠밀면 굴러 떨어지는 게 그들의 인생이라며 사고를 계획한다.


가해자가 눈앞에서 죽는다면 피해자는 비로소 행복해질까? 범죄 피해자는 가해자를 직접 처단할 권리를 가지는가? 한 개인이 절대적 선을 지킬 수 있나? 가해자로 망가진 피해자의 삶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나? 소설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마다 죄와 벌에 관한 질문들이 어지러이 머릿 속을 떠다녔다.


📖 271p
“커다란 그림 한구석에 아주 작은 흠집 같은 거라고. 그래도 그림은 그려야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면 쓰니? 불똥이야 엉뚱한 데로 좀 튀었지만, 나의 인생을 지옥으로 만든 인간을 손봐준 건데 신경 쓸 필요 없잖아.“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느꼈다. 한 개인이 절대적 선이 될 수 없다는 것. 단죄라고 했지만 결국 또다른 형태의 범죄이고, 그 속에서 피해자는 다시 생겨난다.


주인공 지수는 가해자들이 자신처럼 고통 속에 살아가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억울함을 느끼지만, 그들의 사고를 목격할 때마다 괴로워한다. 가해자의 나락, 삶의 종결에서 피해자는 비로소 새출발 할 수 있을까. 과연, 그것만이 답일까. 어려운 질문에 어려운 마음이 남는다


📖 작가의 말
그래서 나는 세상의 모든 선과 악은 경계가 모호하며, 어느 편에 설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악마가 찾아왔을 때, 도망갈 것인지, 맞서 싸울 것인지, 아니면 그 자체가 되어버릴 것인지도 자신이 결정할 일이다. 다만 그런 선택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내 옆에 있는 사람도 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오랜만에 재밌는 스릴러 소설을 읽었다(내용과는 별개로). 읽는 내내 고민과 감정의 혼란으로 머리는 벅벅 쳐댔지만.
그래서 나는 궁금하다.
당신에게 복수를 제안하며 손을 내민 악마에게, 당신은 도망칠 것인가, 싸울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악마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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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무엇을 쓰고 무엇을 버리는가 - 위대한 작가들이 전하는 명작 쓰기의 기술 ㅣ 흄세 에세이 7
어니스트 헤밍웨이 외 지음,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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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쓰고 버리고 끝내 살아남은 거장들의
글쓰기의 기술과 태도

어니스트 헤밍웨이
잭 런던
헨리 제임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하버트 조지 웰스
마크 트웨인
애드거 얄런 포

이름만 들어도 엄청난 작가들의 글이 모였다. 단편 쓰기부터, 작가의 철학, 소설의 역할, 에세이 쓰기, 시 작법, 비평까지. 글에 대해 한바탕 털어볼 수 있는 책이다.

다양한 주제로 작가의 글이 실렸지만, 결국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 일곱 명의 작가 중 '잭 런던'의 <작가의 인생철학에 관하여>이 가장 와닿았다. '작가'가 가져야할 철학이자 자신의 다짐과도 같은 글. 그 다짐이 내가 책에 대한 감상을 쓸 때 늘 주저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맞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매번 고개를 돌리는 멍청한 짓'을 할 수는 없는 거지. 결국 내가 생각을 말하는 거고,  타인의 시선과 취향은 고려 대상 1순위가 아니다.

나는 순도 100%의 읽는 사람이지만, '쓰는' 사람이 늘 궁금하다.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언제가 나도 쓰는 사람이 될까. 글쓰기에 대한 해법보다는 묘한? 위로와 용기를 얻어서 맞게 읽었나 싶긴 하지만, 어쩌겠어. 그냥 해밍웨이의 말처럼 , 나는 책을 읽었으니

"글쓰는 연습이나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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