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2025.상반기 - 제51권 1호
한국문학사 편집부 지음 / 한국문학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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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잡지를 가끔 읽는 편이다. 민음사 <릿터>와 은행나무 <Axt>. 그간 내가 읽어왔던 문학 잡지와는 전혀 다른 결이었다. 어른의 느낌이었달까? 아니나 다를까 오랜 역사를 가진 문예지였다. 50여 년 동안 쌓여온 시간은 굳이 명명해서 드러내지 않아도 정체성으로 은연중에 드러나는 건가 보다.

책 디자인에서부터 출판사와 문예지가 지향하는 방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책. 군더더기 없이 문학과 비평을 담았다. 현혹하고 장식하는 것들이 빠졌기에 작가, 작품과 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잘 수행한다고 느꼈다. 내가 읽었던 문예지들은 큰 주제를 표지에 박아놓고 시작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한계를 두지 않아 더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년 하반기 최고 화제이자 국민의 기쁨이었던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단상과 함께 이번 호에 어떤 이야기들을 담았는지 짧게 소개하는 편집위원의 글로 시작한다.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비교하여 한국 문학이 수상하게 된 맥락과 의의에 대한 내용을 인상깊게 읽었다.(괜히 뿌듯해지는 마음은 덤?!ㅋㅋㅋㅋㅋ)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시인 라인업이었다. 특히 정호승 시인의 신작시 특집이라니... 이걸로 난 충분했다. 신작시 5편과 더불어 해설이 함께 실려 있는데 정호승 시인의 팬에게 충분히 선물이 되지 않을까? 물론, 함께 실린 다른 시인들의 시 역시 괜찮았다.

<위대한 그의 빛>, <대온실 수리 보고서>에 대한 비평도 흥미롭게 읽었다. <위대한 그의 빛>을 작년에 읽었을 때 생각보다 실망을 좀 했는데 이번 호에 실린 비평을 읽으면서 재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비평이나 리뷰를 읽으면 지나간 작품도 다시 읽게 만드는 힘이 있나 보다.

위에는 말한 내용 외에도 중편, 단편 소설, 좌담, 고전 리뷰, 문화 비평 등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재밌게 읽을 것이다. 이제 막 책을 읽으려는데 어떤 장르를 읽을지,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어볼지, 문학계는 어떤 화제가 논의되고 있는지 등이 궁금한 사람들도 이번 문예지로 한국문학에 진입해보면 어떨까?

📢 TMI.
『한국 문학』은 출판사 한국문학에서 1973년부터 출판하고 있는,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순수 문예지이다. 상반기/하반기로 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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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유영미 옮김 / 한길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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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도서는 한길사에서 일파만파 독서모임에 지원해 주셨습니다.


📢 TMI.
저자인 예니 에르펜베크는 독일 작가이지만 주로 영어로 작품을 썼고, 이 책이 작가의 첫 독일어 소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작품으로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였다.🙊


💬 짧은 줄거리.
이 책은 (무려 33살 차이...) 한스와 카라리나, 두 사람간의 지질하고 폭력적인 사랑이야기이다. 시대적 배경은 베를린 장벽이 있던 1986년부터 장벽이 무너진 1992년이며, 동독의 베를린에서 사건이 주로 펼쳐진다.


📍 한줄평.
새해부터 지독한 사랑이야기를 만났다.


💭 리뷰.
오랜만에 속이 썩는 기분을 느끼며 읽었다.(과몰입러들은 화병날수도?!) 두 사람이 사랑하는 방식과 태도는 지독하다 못해 처절하게 느껴졌다. 상대에게 느끼는 사랑의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터져나와, 상대방을 잘못된 방향으로 내몰고 상처입히는 모습. 섹슈얼한 느낌이 들었던 초반과 달리 파국을 맞은 후 뒤로 갈수록 두 주인공의 엉망진창인 사랑이 안쓰럽게 느껴진 건... 좋아한다는 이유로 폭력적인 사랑을 용인하던 20대 초반의 나의 연애 경험이 생각나서일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랑이라는 상태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제 3자의 입장인 독자(나)가 둘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도대체가 사랑이라 칭하기 어려운 행동들 투성이지만 당사자들은 서로를 할퀴고 상처내는 사랑을 그만 두지 못한다. 한스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정말이지... 너무 하남자였어ㅠㅠ. 33살이나 많은데!!!) 한스의 정신적 학대를 받아들이고 그를 놓지 못하 카타리나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 이별하면 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착각하던 때도 있었고, 다 내 잘못이네 라며 '을'을 자초했을 때도 있었으니까.

사랑의 무서운 점은 제대로된 사랑관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겪는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이유를 앞세워 모든 걸 받아줘야 한다는 식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이성적 판단이 줄어들어 어쩔줄 몰라하며 다치고 깨지고 상처입히면서 서서히 경험이 축적되어 사랑관이 형성되기에. 적어도 나의 어린 연애는 그랬다.

저자는 '사랑과, 사랑을 완전히 봉쇄된 시스템으로 만들려는 시도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가의 편지에 적었는데, 아마도 한스가 했던 시도는 결국 완전한 실패로 보인다. 봉쇄하기 위한 시도들이 결국 사랑을 부쉈으니까.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쉬웠던 점은 독일의 과도기적 시대상과 한스와 카타리나의 사랑이야기가 별개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 소설은 정치적인 의미에서의 과도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였지만 이러한 인상을 책으로부터 많이 받지 못했다. 두번째 상자의 뒷부분에 격변하는 동독 사회가 서술되어 있지만 이 부분이 카타리나와 한스의 이야기와 잘 버무려졌는지는 의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작년에 읽었던 <사랑과 결함>이라는 소설집이 떠올라 '함께 재독해야겠다' 생각했다. 미숙한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특히나 사랑하는 내 모습이 예뻐보이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추가로 독서모임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저자의 '모든 저녁이 저물 때'(a.k.a '모저저')라는 작품을 강추하였는데 이 책도 추가로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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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저녁 시간, 그녀에게 엄청난 행운으로, 불행으로, 그리고 의문으로 마주 앉은 이남자의 얼굴을 보며, 그녀는 깨닫는다. 삶은 이제 시작되었음을, 다른 모든 것은 그저 준비에 불과했음을. (30p)

🔖 한스는 알고 싶지 않지만 알아야 한다. 그리움이 정말 아프다는 것을. 아픈 부위를 지정할 수 없을 뿐. 그 아픔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영혼이 살았던 횡격막에 있을까, 아니면 며칠 전부터 자꾸 리듬을 벗어나는 심장에 있을까, 아니면 꺾여버린 듯한 호흡에 있을까? (118p)

🔖 상대를 슬프게 할지도 모르는 것을 히파다 보면, 갑자기 슬픔이 그들 사이에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는 이제 끝이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게, 그런 다음 점점 확고하게 현재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알 만큼 나이가 들었다. (156p)

🔖 모든 것은 늘 양면성을 갖는다. 그냥 두 가지 면만 가질까? 죄와 공로는 생각보다 자주 하나의 이름 아래 만난다. 하나를 다른 하나를 통해 확대하거나 축소하지 않기. 둘을 그냥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기기. 불균형만으로도 어느 날 운동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이와 불균형과 기다림 안에 에너지가 축적된다. 거기서 은밀히 희망과 분노가 자란다. 따라서 참을 수 없는 것을 많아지게 하는 것은 혁명적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기회주의일까?(229p)

🔖 어쨌든 그녀는 그들의 사랑을 지키는 일에 적극 협력하려 한다. 적어도 남은 사랑이라도 지키고자. (252p)

🔖그러나 누락하고, 침묵하고, 회피하는 가운데 누락된 것, 침묵된 것, 회피된 것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영원히 간직된다. (275p)

🔖 겉은 빛나고 속은 폐허다. (310p)

🔖 어쨌든 그녀는 그들의 사랑을 지키는 일에 적극 협력하려 한다. 적어도 남은 사랑이라도 지키고자. (252p)

🔖 기이하다. 그 자체로는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시간은 불행한 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보인다. 마치 불행이 시간의 옷을 입은 것처럼. 그러나 동시에 이런 불행은 껍데기로만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알맹이라서, 한번 생겨나면 자신의 길을 가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존재다. (316p)

한 명의 좋은 독일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쁜 독서 경험이었다.
잘 읽었습니다. 😀



#카이로스 #예니에르펜베 #한길사 #독일소설 #장편소설
#일파만파독서모임 #도서지원 #서평단 #책추천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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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자의 차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6
연여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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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여름 지음
• 출판사 : 현대문학 - PIN 장르 006
• 독서 계기 : 일파만파 독서모임
( 해당 도서는 현대문학에서 일파만파 독서모임에 지원해 주셨습니다.💕 )



이름만 알고 있던 핀 시리즈. 일파만파 독서모임 덕에 드디어 접선하게 되었다. 장르 소설과 아직 낯가리는 사이지만 200페이지가 안 되는 분량덕에 자신감 한껏 충전한 상태로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앉은 자리에서 순삭!!! 2시간동안 후루루챱챱 해치워버렸다. (나... 장르 좋아했네?ㅋㅋㅋㅋㅋ 디스토피아가 취향이었어???) 짧지만 강렬한고 선명한 독서 경험이었다.


"상상은 금지되고 꿈은 병증이 되며
감정조차 오류로 치부되는 세계
이 차트는 그 모순의 경과를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은 다섯 번의 새로운 세계대전과 이상 기후로 인해 멈추지 않는 먼지바람, 마지막으로 리누트 바이러스까지 대재난을 연이어 거치며 인류는 몇 개의 도시국가만을 간신히 유지할 만큼 위축된 상황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명 중재도시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생존 인류는 '실무자'라는 역할로 한정된 생애주기를 보낸다. 존엄한 생존과 일정 기간의 안정을 얻는 대신 생애한도 이상의 삶은 물론, 사치, 유희, 쾌락, 다양한 감정들, 종교, 예술 등 변수를 유발하고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씨앗은 모두 거세해 버린다. 단 하나의 목표인 생존. 그것만 남아 세대를 대물림한다.


통제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잔류 인구. 생존을 위해 많은 것들을 버리도록 선택 아닌 선택을 하는 상황. 그후 몇 세대를 지나 최초의 제안과 그 이유를 잊은 인류. 이런 상황들을 보면 중재도시를 구성하는 실무자들은 모두 이름과 역할을 받아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지만 정작 '나'라는 자아를 가질 수는 없어 보였다. 재미있던 점은 살아남기 위해 없애기로 결정했던 것들이 결국 인간스러운 삶을 구성한다는 거였다. 허구를 만들어내고, 감정 때문에 번뇌하며 모순된 결정을 하기도 하고, 호기심과 상상 때문에 안정적인 것들을 기꺼이 버리는 인간을 중재자인 인공지능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부적격자들을 아예 오류로 치부하여 삭제하는 것에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더 와닿았다. 인간은 모순 그자체일 때가 많으니까.


"독자님은 생존을 위해 어떤 것까지 포기할 수 있나요?"


도서와 함께 온 편집자의 편지에 있던 문구였다. 과연 나는 생존 하나만 보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나는 살아있는 것이 맞을까?를 생각해보았는데 개인의 서사가 결여된 삶은 삶이라 칭하기 어려울 듯하다. 사람들이 저마다 삶의 목표와 이유를 찾아 부여하려는 것도 그래서 아닐까 싶다.


170 남짓힌 페이지 속에 잘 짜놓은 세계관이 있다. 장르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권할 수 있는 책이다. 읽는 동안 '멋진 신세계'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이러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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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들은 죽음을 부르짖는 동시에 생존을 갈망했다. 두 무리로 갈라진 채도 그랬지만 한 사람의 내부에서도 두 의지가 충돌했다. 죽음과 안식을 동일시하기도 하며, 생존을 두려워하면서도 희망했다. 인공지능에게 모순의 연쇄였다.(25p)

🔖 중재도시에서 이런 관점은 균열의 기초가 되는 위험한 씨앗이었다. 오래전, 융통성 내지는 예외라고 부르던 것들.(54p)

🔖 "나는 이번에 그 기록을 보면서 '그때 인간들은 일어나지 않을 앞일을 염려하는 데 여념이 없었군'하고 생각했거든."(112p)

🔖 "호기심 아니겠어? 그 눈빛은 이미 자기의 삶을 장악한 자의 것이었거든."(116p)

🔖 형태도 무게도 없는 기억의 힘은 참 대단하다. 어떤 기억은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어떤 기억은 등을 밀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어디론가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게 지탱하는 뿌리가 되어주기도 하니까. 기억하고 기억되기, 그것을 씨앗 삼아 너의 처지를 기꺼이 상상하는 용기. 그러한 힘들이 이 무심한 세상을 완전히 박살 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거라고, 우리의 삶을 간신히 이어지게 한다고 나는 믿는다. (작가의 말 - 1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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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 #디스토피아소설
#서평단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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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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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미시마 유키오 지음 / 최혜수 옮김
• 출판사 : 현대문학
• 장르 : 일본 소설
• 독서 계기 : 서평단 이벤트
• 완독
• easy reading



<금각사>, <사랑의 갈증>으로 이름만 여러 번 들어오던 미시마 유키오. 편지 형식으로 연애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하여 읽어보고 싶었다. 일본 탐미문학이라고 하면 늘 거론되는 작가가 쓴 연애 편지는 어떨까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1966년 여성주간지 《여성자신》에 연재를 시작한 서간문 형식의 연애소설이다. 젊고 연애에 미숙한 20대 커플과 어른의 연애를 즐기고픈 40대 중년 커플의 얽히고설키는 연애담과 두 커플 사이를 오가며 연애를 방해하거나 스파이 역할을 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인간계 연애와는 거리가 먼 1명의 남성, 이렇게 총 5명이 주고받는 편지글을 통해 내용이 전개된다. (*책소개 참고)

책 전체의 플롯은 연애 이야기이지만 정말 다양한 상황을 편지로 전하는 게 흥미로웠다. 개인적인 부탁부터 성적 욕구, 동성애, 청혼, 비방, 임신 등등. 편지를 보내는 상황들이 다양한 부분도 재미있었지만, 이 책에 더욱 빠져들게 했던 점은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표현이 진솔하고 적나라하게 쓰여있다는 것이다. 편지는 개인간에 주고받는 거라 은밀하지만 고백적인 글들이기에 이러한 특징과 인물들의 성격이 잘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것같다.

이 글을 연재한 시기가 1960년대라 시대적인 정서나 유머코드가 현재의 우리와 완벽히 맞아들지는 않지만 미시마 유키오를 가볍게 만나보고 싶은 독자라면 도전해 볼만한 책이다. 나역시 작가에 대한 하나의 허들이 무너졌으니 다음에는 <사랑의 갈증>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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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는 실이 얽히고설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지만 편지는 편지, 한 통 한 통이 완결된 하나의 세계입니다.(7p)

🔖 편지의 효용은 여전해서, 사람들은 잘 봉안 종이의 밀실 안에서 느긋하게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이야기 할 수도 있는가 하면 엎드려 누워 이야기할 수도 있고, 상대가 누구든 다섯 시간 동안 독백을 들려줄 수도 있습니다. (...) 각자기 대화를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게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13p)

🔖 상대는 애송이일지언정 , 당신이 영원히 잃어버린 '젊음'을 가진 건 상대편이니까요.
그리고 연애에서 가장 강력한 최후의 무기는 '젊음'이라는 것이 예로부터의 원칙입니다.
어쩌면 연애라는 것은 '젊음'과 '어리석음'을 다 가진 나이대의 특권이며, '젊음'과 '어리석음'을 모두 잃어버리는 순간 연애의 자격을 잃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전 그걸 온몸으로 꺠달은 바입니다.(101 - 102p)

🔖 세상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목적을 향해 매진하고 있고 사람이 타인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일임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당신이 쓰는 편지에는 생생한 힘이 갖추어지고 타인의 마음을 뒤흔드는 편지를 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68p)



#미시마유키오의편지교실 #미시마유키오 #현대문학 #일본소설
#서평단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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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천수이 지음 / 부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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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천수이
• pub : 부키
• 장르 : 법률 에세이
• 독서 계기 : 가제본 서평단


가제본으로 가볍게 먼저 만나본 책. 법과 사랑이라니? T와 F의 만남 그자체 아닌가 하면서 호기심으로 주저없이 서평단을 신청했다.

이 책은 저자인 천수이 변호사가 로스쿨 졸업 후 구청의 무료 법률 상담소에서 근무하던 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임대차 보호법부터 명예훼손, 보이스 피싱, 혼인 신고 등등 다양한 법률 소재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법률 에세이라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자 일하던 곳은 구청 한 구석에 자리한 무료법률상담소.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우리 주변에서 보거나 들을 수 있는 생활 밀접한 얘기들이라 편하게 읽었다.

프롤로그의 제목인 '법의 빈틈을 채우는 사람의 온기'가 이 책이 말하고자 바가 아닐까 싶다. 법이 세상만사를 해결해 줄 수 없고 완벽하지 않아서 그 틈을 메우기 위해 변호사 천수이는 상담자들 마주하고, 이해하며, 때로는 용감하게 행동하는 걸 볼 수 있다.
결국 법도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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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이 똑똑한 척 각을 잡고 딱딱하게 굴어도 세상만사를 해결해 줄 수는 없기에, 법 또한 완벽하지 않다. 법의 이성에 빈틈이 있다면, 그 틈을 메우는 것은 사람의 사랑이 아닐까. (12p)

🔖 인생은 언제나 동화의 끝에서 시작한다. (17p)

🔖 사실과 진실은 가끔 다를 수 있다. 아무리 진실이라도 재판에서 설득해 내지 못하면 그것은 사실이 될 수 없다. 진실이 윤리의 영역이라면, 사실은 논리의영역이다. 진실은 사실보다 힘이 없다. 재판은 나만 떳떳하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이 자신이 진실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진실이 밝혀지지 못 할까 봐 재판을 두려워한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했다. (36p)

🔖법이 당신 편이 아닌 순간에도, 여전히 당신 편에 서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이 존재하는 한 언제가는 법도 달라지지 않을까. (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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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페이지 남짓한 가제본으로 만나본 책인데 뒷 내용이 궁금해진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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