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자의 차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6
연여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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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여름 지음
• 출판사 : 현대문학 - PIN 장르 006
• 독서 계기 : 일파만파 독서모임
( 해당 도서는 현대문학에서 일파만파 독서모임에 지원해 주셨습니다.💕 )



이름만 알고 있던 핀 시리즈. 일파만파 독서모임 덕에 드디어 접선하게 되었다. 장르 소설과 아직 낯가리는 사이지만 200페이지가 안 되는 분량덕에 자신감 한껏 충전한 상태로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앉은 자리에서 순삭!!! 2시간동안 후루루챱챱 해치워버렸다. (나... 장르 좋아했네?ㅋㅋㅋㅋㅋ 디스토피아가 취향이었어???) 짧지만 강렬한고 선명한 독서 경험이었다.


"상상은 금지되고 꿈은 병증이 되며
감정조차 오류로 치부되는 세계
이 차트는 그 모순의 경과를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은 다섯 번의 새로운 세계대전과 이상 기후로 인해 멈추지 않는 먼지바람, 마지막으로 리누트 바이러스까지 대재난을 연이어 거치며 인류는 몇 개의 도시국가만을 간신히 유지할 만큼 위축된 상황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명 중재도시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생존 인류는 '실무자'라는 역할로 한정된 생애주기를 보낸다. 존엄한 생존과 일정 기간의 안정을 얻는 대신 생애한도 이상의 삶은 물론, 사치, 유희, 쾌락, 다양한 감정들, 종교, 예술 등 변수를 유발하고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씨앗은 모두 거세해 버린다. 단 하나의 목표인 생존. 그것만 남아 세대를 대물림한다.


통제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잔류 인구. 생존을 위해 많은 것들을 버리도록 선택 아닌 선택을 하는 상황. 그후 몇 세대를 지나 최초의 제안과 그 이유를 잊은 인류. 이런 상황들을 보면 중재도시를 구성하는 실무자들은 모두 이름과 역할을 받아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지만 정작 '나'라는 자아를 가질 수는 없어 보였다. 재미있던 점은 살아남기 위해 없애기로 결정했던 것들이 결국 인간스러운 삶을 구성한다는 거였다. 허구를 만들어내고, 감정 때문에 번뇌하며 모순된 결정을 하기도 하고, 호기심과 상상 때문에 안정적인 것들을 기꺼이 버리는 인간을 중재자인 인공지능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부적격자들을 아예 오류로 치부하여 삭제하는 것에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더 와닿았다. 인간은 모순 그자체일 때가 많으니까.


"독자님은 생존을 위해 어떤 것까지 포기할 수 있나요?"


도서와 함께 온 편집자의 편지에 있던 문구였다. 과연 나는 생존 하나만 보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나는 살아있는 것이 맞을까?를 생각해보았는데 개인의 서사가 결여된 삶은 삶이라 칭하기 어려울 듯하다. 사람들이 저마다 삶의 목표와 이유를 찾아 부여하려는 것도 그래서 아닐까 싶다.


170 남짓힌 페이지 속에 잘 짜놓은 세계관이 있다. 장르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권할 수 있는 책이다. 읽는 동안 '멋진 신세계'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이러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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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들은 죽음을 부르짖는 동시에 생존을 갈망했다. 두 무리로 갈라진 채도 그랬지만 한 사람의 내부에서도 두 의지가 충돌했다. 죽음과 안식을 동일시하기도 하며, 생존을 두려워하면서도 희망했다. 인공지능에게 모순의 연쇄였다.(25p)

🔖 중재도시에서 이런 관점은 균열의 기초가 되는 위험한 씨앗이었다. 오래전, 융통성 내지는 예외라고 부르던 것들.(54p)

🔖 "나는 이번에 그 기록을 보면서 '그때 인간들은 일어나지 않을 앞일을 염려하는 데 여념이 없었군'하고 생각했거든."(112p)

🔖 "호기심 아니겠어? 그 눈빛은 이미 자기의 삶을 장악한 자의 것이었거든."(116p)

🔖 형태도 무게도 없는 기억의 힘은 참 대단하다. 어떤 기억은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어떤 기억은 등을 밀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어디론가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게 지탱하는 뿌리가 되어주기도 하니까. 기억하고 기억되기, 그것을 씨앗 삼아 너의 처지를 기꺼이 상상하는 용기. 그러한 힘들이 이 무심한 세상을 완전히 박살 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거라고, 우리의 삶을 간신히 이어지게 한다고 나는 믿는다. (작가의 말 - 1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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