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틱 로맨스
정찬연 지음 / 스칼렛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엔틱 로맨스 - 를 산 이유는, 다른 거 아무 것도 없고 

몇몇 평에서 '끊임없는 유머'가 간간히 소금처럼 양념되어 있단 말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역시 공대생의 유머코드가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 처음의 내 취지로 보면 이 책의 구입은 실패다.


하지만, 별점을 3개나 줄만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랍 남자가 - 기존 거의 모든 로맨스 주인공에서 늘 그렇듯 전형적인 직업인 "할렘의 군주"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 그것이다.


우영은 우아한 고전미인의 전형적인 섹시함과 지적인 겉모습과는 달리

뼈속까지 기계과 공대생이고 쉽게 말해 시계를 고치는 여자이다.


시계의 외형에 대한 화려함 보다 그 무브먼트의 정교함에 더 가치를 두는 그런 우영은

어느 날 8조에 달하는 유산게임에 휘말리게 되고

그녀를 쫓는 유산게임 참여자들로부터 아랍계 혼혈인 세월은 그녀의 보디가드라며 나타나 항상 지켜준다.


이 책은 첫 작답게(물론 첫 작부터 깊은 내공을 드러내는 분들도 계시지만),
많이 깊지 않고

(로맨스보다 시계라는 단서를 기반으로 스릴러를 흉내내고자 한 취지가 더 커보여서 그게 오히려 깊이를 못느끼게 했던 게 아닐지 아쉽다)

크게 진지하지 않았고

감정의 농도가 그렇게 진중해보이지 않았으며

맥락이 어이없이 흐지부지 흐트러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또 불구하고,

작가님은 소재에 충실했으며, 어쨋던 반전스럽게 이야기를 잘 마무리하셨고

아랍인이라는 키워드가 단순히 섹슈얼한 느낌으로만 다가오지 않게 독창적으로 이미지를 잘 그리셨다.


나는 아랍어 관련 강좌를 기획하고 찍은 적이 있고 매 강좌마다 문화팁을 접했기에,

아랍에서의 분위기와 문화적 뉘앙스들이 왠지 익숙하고 어쩌면 반가웠다.

그래서 별점 3이라는 가볍지 않은 점수를 기꺼이 준 것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어쩌면 흔한 소재와 절대로 흔하지 않은 소재들을 잘 버무려 독창적으로 마무리하신 책이라고 생각한다.

뼈속까지 문대생인 나와는 전혀 다른 코드의 여자 주인공이었기에 조금은 낯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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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중림 1
이윤주(소년정독) 지음 / 다향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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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씨, 병신같이 울어버렸다.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읽다가 울어버렸다.


모달을 보내야하는데 잡고 싶어서 메달리는 은록의 마음이 서글퍼서

그녀에게 그저 할 수 있는 말이 ..... 미안하다 밖에 없는 모달의 안타까움이 느껴져서



해중림. 2권이지만 그리 두껍지 않으나 깊이는 넓고도 진하다.


모달과 은록 - 그 둘의 로맨스는 흔히 말하는 '달달'하지 않다.

마음을 대놓고 표현한 것은 2권의 중반이 되어서야 그렇고

몸을 나눈 것은 2권의 중반보다도 더 지나서야 그렇다.


그렇지만, 은록은 모달을 지키기 위해 참 엄청나게 용기있게 행하고

모달은 은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생각할 겨를 도 없이 행동한다.


생각보다 더 널 좋아하나보다.

내가 미쳤나보다.


군살없이 직선적이면서도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아니 어쩌면 스스로에게 사실을 담담히 고백하듯이 말하는 모달의 모습이

엄청 진중해보이고 강건해 보인다.


이 책은 모달이 왕위를 뺏기고 나라를 뺏기고 부모님이었던 황제와 황녀를 잃은 뒤

8년이나 노비로 신분을 숨기며 살다가

운명의 그날 - 다시 왕위 재탈환을 위해 산을 넘고 강을 넘고 몇 달을 고생하며 추적자들을 따돌리며

그렇게 다시 황제가 되고 나라를 안정시키고 그 사이 은록과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기까지의

3년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모달은, 인간이다.

무공이 뛰어나지만 철퇴에 다리가 부러지고 칼에 등을 찔리면 기절하고 쓰러지고 피흘리는 그냥 남자다.

다른 무협로맨스처럼 초인이나 기인이나 그런 남자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목적을 이루는 시간은 길고 힘겹고 고통스럽다.


은록 또한 그냥 여인이다.

자신이 짝사랑해 가슴아프게 그리워하고 갖고싶었던 모달을 위해 무술을 할 수도 마법을 부릴 수도 없다.

그저 적군의 칼날을 피해 혼절한 모달의 몸을 끌어 안고 낭떠러지 절벽 위에서 몸을 날려 그를 구하는 게 다인 그냥 여인이다.


그렇지만 모달은 몇 년이 지나 목적을 달성한 후에도 은록 하나에 대한 마음 그대로 지키고

은록의 자리를 만천하에 공고히 다질 줄 아는 의리 있는 남자이다. 


그리고 은록은 오지 않는다 모달을 마냥 원망하거나 절망하는 여인이 아니라

스스로 오지 않으면 내가 가면 된다. 멀리서라도 보고 오면 되지 라며 먼길 기꺼이 모달을 찾아 올 줄 아는 강건한 여인이다. 


진한 무협 역사 이야기 중 잊지 않고 간간히 나와준 로맨스가 함께 한 소설이라고나 할까.

둘의 이야기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쉽거나 하지 않은 것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참 길고도 오랫동안 묵묵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났을 땐 노비와 아씨였지만

다시 만났을 때도 황제의 옷을 입었지만 여전히 노비였고 또한 그의 영원한 아씨였던 두 사람의 이야기.


정지된 것들 - 과 해중림. 둘다 나의 완소 소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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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연애 - Navie 268
요조 지음 / 신영미디어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간만에 신간을 두 권 샀다.
김랑 님의 소원을 말해봐, 그리고 요조 - 님의 낭만연애.
그리고 연속으로 외국소설을 본 시점에서 약간 해치우겠다는 마음으로 집어 든 낭만연애.

연재라는 거 자체를 챙겨볼 만한 성향이 아니지만,
요조님꺼는 항상 연재를 챙겨봤던, 연재를 챙겨 본 유일한 작가님이라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까지는 알고 있었다.
그땐 그냥 좀 심심한 내용이구나 - 정도의 생각만 했었는데
아, 왠걸 - 아주아주 딱 좋은 딱 내가 좋아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나는 좀 현실적인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하는 편인데,
연애의 불안감, 조심스러움, 결혼과 연애에 대한 환상 및
작가님 말대로 - 여자의 '어'와 남자의 '아' 사이에 엄청난 차이에서 오는 오해와 갈등 등

그런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27살, 아직은 결혼이 급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낭만적인 연애를 꿈꾸는 씩씩한 보통의 여인. 이재이
32살, 어차피 할 거라면 숙제 해치우듯 결혼을 해치우고 싶은, 현실적 결혼을 꿈꾸는 무뚝뚝한 보통의 남자. 서정우

둘은 '선'이라는 참 낭만적이지 않은 만남을 통해 인연을 맺고,
한번 해봅시다 - 연애! 라는 마음으로 만남을 지속한다.

그리고 천천히 상대방으로 인해 떨려하고, 설레여하고, 조금씩 더 감정이 진해질 무렵
재이는 정우 씨의 마음을 몰라, 서운해지고 오해하게 되고 그리고 감정이 커지는 만큼 불안해진다.

솔직히 말하면 되지 - 오해하지 말고 !
우리는 그 쉬운 진리를 실행하기가 참 어렵다.
자존심 때문에,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연애의 처음.
상대방에게 100% 솔직한 마음으로 서운함과 아쉬움, 불평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일까?
불안한 시기를 지나 상대방에게 완전히 솔직할 수 있을 때 연애는 단단해지고 감정은 더 깊어지는 거겠지.

서정우 씨가 이재이 씨한테 했던 가족들의 메시지를 담은 프로포즈 때 왠지 나도 덩달아 막 눈물이 났다.
일반 소설에서처럼, 알고보니 서정우 씨가 그룹의 회장 아들이라느니 뭐 그런 뻔함이 없어서 참 좋았다.

디테일한 감정선이 지겹고, 뭔가 화끈한 낭만을 원한다면 어쩜 이 책은 별로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딱 - 좋은 그런 진지함이 있어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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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결혼 - 어느 검사의 결혼 이야기
정원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좋아하는 책은- 정말 리뷰쓰기가 어렵다.

내용을 언급하기는 더욱 어렵고, 그 주인공들을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로맨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이상형을 발견하게 되면 그 캐릭터와 나름의 사랑에 빠지기 마련인데,

전작인 늪-을 읽고 한동안 우민혁이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반해, 정말 정신없었다.

늪- 의 우민혁은 일단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한다.

진혜린이 할말을 잃게 만드는, 더이상 어찌할 수 없게 만들게 그렇게 말을 '많이'가 아니라 '잘' 한다. 

난 그렇게 말을 '잘'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스마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스마트한 말솜씨를 가진 민혁으로 인해, 정원님의 다음 책을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다.

사실은 그리 '너무 오랫동안'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기다르는 입장에서는 참 '너무 오랫동안' 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기다려 받은 '아찔한 결혼.'  - 어느 검사의 결혼 이야기.

읽고 나서, 책을 덮은 다음에도 한참을 뭐랄까.

아이고, 태윤이랑 혜나랑 - 잘 살고 있구나. 덩달아 행복한 느낌.

 

이 책은 A-TO-Z로 알차다.

본문도 알찬데, 에필도 참 알차다.

에필이 아니라 그냥 본문의 연장으로 봐도 될 정도로 알차다.

대부분 책의 에필은 'EVER AFTER'에 대한 간략한 내용이나 그 주변인물의 '미처 본문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다루기 마련인데,

이 책의 에필은 주인공인 혜나와 태윤의 그 미래를 더 '열심히' 보여줘서,

- 특정 사이트에 그 사이트 구매자에게만 열려서 짯응나게 했던 것과는 달리,

- 굳이 온라인을 통해서만 에필을 봐야하는 번거로움도 없이

- 책 한권에 별책부록까지 함께 합본인 느낌?

 

늪-의 민혁이 말로 사람을 올가미 매듯 매력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아찔한 결혼-의 태윤은 직업적 특성상 '말'을 청산유수처럼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보는 내내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게,

그 엄청나게 진지해보이는 양반집 아들내미가 무심히 툭툭 역시나 특별하게 더 진지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던지는 말들이

너무 시크하면서도 빵빵 터지게 웃겨서 미춰버리겠다는 느낌?

아 이 남자 여기서 이런 말 할 줄은 정말 몰랐어!!!!!!!!!! - 그래서 웃겨, 그래서 멋있어!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불특정한 상황에서 한번씩 풋풋- 클클클. 나 혼자 그러고 있다.

아. 정말, 에필에서 학교 특강 끝나고 '나의 혜나야, 가자~" 할 때 얼마나 폭풍 멋짐이던지.

거기서 그말이 나올 줄은 정말 전혀 몰랐는데, 이 시크한 매력덩어리같으니라구.!

 

무엇보다, 이 책에서 반짝이는 혜나를 예쁘다 예쁘다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말갛게 순해보이는 얼굴로 - 자기라고 부르지 말라고 선영에게 말할 때에도 

오. 얘 정말 만만하지 않아 - 라고 선영이 감정 몰입해서 놀라워해줬는데

싸가지 없는 후배들한테 - 너 나랑 친해? 할 때, 나도 모르게 박수가 막 ! '대박 혜나' 라고 폭풍 놀라움과 감탄이 막 - !!

(쓰다 보니 아 일기장에나 써야할 감정들이 상하좌우 위아래같은 거 없이 막 쏟아지니.

자자, 진정! 새벽 5시에 혼자 감정에 빠져 이럼 안되잔하! 역시 새벽에 글이란 걸 쓰면 안되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태윤이는, 엄청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해서 농담이 아닌 것 같이 '순간' 속을 수밖에 없는,

질질 끌지 않고 강렬하게 혜나를 완전한 아내로 만들고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그 사랑을 확실히 꽂아주는 사람이며,

혜나는, 아주 착하고 멀건 표정으로 있다가 상대방에게 따박 - 따박 자기 할말 다하고 상대방이 그 할말 다 들어주게 만들고 자기 할말 잃어버리게 만드는 매우 당찬 사람이며 어리지만 태윤을 위해, 아빠를 위해 필요할 때마다 실제 나이보다 더 근사하게 어른의 모습이 되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내가 결론을 낸 두 주인공 캐릭터를 단순묘사정리하며,

정원 작가님 - 이번에도 대박 치셨어요! 그대 너무 멋지세요 ~ 한다. 

듣거나 말거나 보거나 말거나, 그래도 꼭 말해드리고 싶었다.

"이번에도 또 나를 빠지게 만드셨다는.. 태윤이 혜나 이렇게 근사해 어쩔꺼야 T^T"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혜나 씨. 사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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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도우 님의 신작, 잠옷을 입으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 마지막 책을 덮을 땐 어떻게 설명하기 어려운 큰 감정의 덩어리로 남았다.

성장 - 이란?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성장이란 무엇일까?
어느 나이까지 '성장'이란 말을 붙일 수 있을까?

고둘령의 성장 소설. 이라고만 설명하기에 이 책은 너무 많은 인물들과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홍익인간 이야기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의 백일 고행을 생각했다.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의 고행을 버텨 내 사람이 된 곰,
100일을 버티지 못하고 굴 밖으로 튕겨져 나가버린 미완의 호랑이.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긴 길이가 아니라
한 사람이 태어나 고행을 끝내고 성장을 완성한 그 어느 한 순간까지
수안이는 그 성장의 고행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져 나가 다른 길을 선택했고
둘령이는 순간 순간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를 다듬고 깎고 결국엔 서른 여덟, 고치에서 나비가 되었다.
나비가 항상 화려한 무늬를 가질 필요는 없다.

풀만 먹는 송충이를 견딘 뒤 고치의 고행을 거치고 비바람을 이긴 존재이기에
그냥 하얀 민무늬의 나비라도, 그와 별 차이없는 노란 나비라도
모두 소중하고 대견한 존재일테니까.

38살의 고둘령은, 자기 이름으로 된 집도 없고 남들이 우러러 보는 대단한 직업도 없고
하다 못해 무조건 내편이 되어 주는 가족도 하나 없다.
수안은, 둘령에게 한없이 의지하는 그런 왠지 돌봐줘야할 친구이자 사촌이고
미주는, 둘령에게 한없이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친구이다.
둘령에게는 어떤 사람이 더 진정한 친구일까?
당연히 수안이도, 미주도 둘령에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일 것이다.
그 둘은 둘령의 성장에 있어 거름이 되고 영양이 되고 가끔은 항생제 처럼 바이러스를 싸우게도 하다가
항체를 만들어주기 위해 아프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렇게 다들......... 이라고 원망하다가,
그래 그렇게 다들 .......... 둘령의 성장을 도운 양분이 되었겠지 라고 생각하게 만든
둘령의 외가 식구들, 수안의 첫사랑, 마을버스 기사, 그리고 둘령의 첫사랑

무엇보다 날 울컥하게 만든 건 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각자의 입장들이 왜 이리 이해가 되던지,

그리고 끊임없이 나의 외할머니를 생각하게 만드는 둘령이 외할머니.
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눈물이 난다.
너무 그립고, 너무 보고싶은 나의 외할머니.
아마 할머니도 나한테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으셨을텐데.
무엇이 갖고 싶으니, 다 가져라. 내 손녀가 갖는다면 무엇이 아깝겠니.

책을 읽으면서 울다가 덮고 나서도 한참 다시 눈물이 나는 책은 또 처음이다.
둘령이와 수안이의 삶을 채운 소년소녀문학전집들..
나 또한 계몽사와 금성출판사로 성장하고 자랐었는데..

내 삶의 어린 시기를 떠올리게 하고 그리워하게 하고
이제는 없는 사람들을 미친듯이 보고싶게 만드는
둘령의 성장을 들여다보며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넘치게 생각나 가슴이 아팠던 책.

왜이리 눈물이 나는 거야? 왜 자꾸 내 이야기같이 괜히 몰입하게 하는 거지.
가족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진 증거가 된 '잠옷',
그리고 외롭게 해서 미안하다는 같이 가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의 용서를 비는
혹은 이미 떠난 사람에 대한 위로가 되고자 전한 '잠옷'

'잠옷을 입으렴' 이 말이 갖고 있는 그 심오한 마음의 전달을 계속해서 생각해본다.

둘령의 성장이, 과연 38살에서 끝났을까? 어쩌면...?
어쩌면, 성장은 나이 제한이 없는 경과의 지속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처럼 그냥 고등학교 졸업, 대학교 졸업, 사회생활의 시작 -으로 정점을 찍을 수 없는.
고둘령의 긴 성장 이야기.
그리고 나의 성장 이야기.



이 책을 보면서 유일하게 웃은, 그리고 앞으로의 - 책에 없는 그 미래를 상상하며 왠지 설레이게 만들었던 장면.
소년과 소녀, 어른이 된 남자와 여자 - 그 고개 너머의 모습이 참, 기대된다.


책 속에서 이도우님이 고둘령이 말했듯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나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는.


* 이 책을 사면서,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 아쉽지만, 그 기대는 0% 충족될 것입니다.
로맨스가 '아직' 시작되지 않아서 더 큰 여운이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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