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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중림 1
이윤주(소년정독) 지음 / 다향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우이씨, 병신같이 울어버렸다.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읽다가 울어버렸다.
모달을 보내야하는데 잡고 싶어서 메달리는 은록의 마음이 서글퍼서
그녀에게 그저 할 수 있는 말이 ..... 미안하다 밖에 없는 모달의 안타까움이 느껴져서
해중림. 2권이지만 그리 두껍지 않으나 깊이는 넓고도 진하다.
모달과 은록 - 그 둘의 로맨스는 흔히 말하는 '달달'하지 않다.
마음을 대놓고 표현한 것은 2권의 중반이 되어서야 그렇고
몸을 나눈 것은 2권의 중반보다도 더 지나서야 그렇다.
그렇지만, 은록은 모달을 지키기 위해 참 엄청나게 용기있게 행하고
모달은 은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생각할 겨를 도 없이 행동한다.
생각보다 더 널 좋아하나보다.
내가 미쳤나보다.
군살없이 직선적이면서도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아니 어쩌면 스스로에게 사실을 담담히 고백하듯이 말하는 모달의 모습이
엄청 진중해보이고 강건해 보인다.
이 책은 모달이 왕위를 뺏기고 나라를 뺏기고 부모님이었던 황제와 황녀를 잃은 뒤
8년이나 노비로 신분을 숨기며 살다가
운명의 그날 - 다시 왕위 재탈환을 위해 산을 넘고 강을 넘고 몇 달을 고생하며 추적자들을 따돌리며
그렇게 다시 황제가 되고 나라를 안정시키고 그 사이 은록과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기까지의
3년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모달은, 인간이다.
무공이 뛰어나지만 철퇴에 다리가 부러지고 칼에 등을 찔리면 기절하고 쓰러지고 피흘리는 그냥 남자다.
다른 무협로맨스처럼 초인이나 기인이나 그런 남자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목적을 이루는 시간은 길고 힘겹고 고통스럽다.
은록 또한 그냥 여인이다.
자신이 짝사랑해 가슴아프게 그리워하고 갖고싶었던 모달을 위해 무술을 할 수도 마법을 부릴 수도 없다.
그저 적군의 칼날을 피해 혼절한 모달의 몸을 끌어 안고 낭떠러지 절벽 위에서 몸을 날려 그를 구하는 게 다인 그냥 여인이다.
그렇지만 모달은 몇 년이 지나 목적을 달성한 후에도 은록 하나에 대한 마음 그대로 지키고
은록의 자리를 만천하에 공고히 다질 줄 아는 의리 있는 남자이다.
그리고 은록은 오지 않는다 모달을 마냥 원망하거나 절망하는 여인이 아니라
스스로 오지 않으면 내가 가면 된다. 멀리서라도 보고 오면 되지 라며 먼길 기꺼이 모달을 찾아 올 줄 아는 강건한 여인이다.
진한 무협 역사 이야기 중 잊지 않고 간간히 나와준 로맨스가 함께 한 소설이라고나 할까.
둘의 이야기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쉽거나 하지 않은 것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참 길고도 오랫동안 묵묵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났을 땐 노비와 아씨였지만
다시 만났을 때도 황제의 옷을 입었지만 여전히 노비였고 또한 그의 영원한 아씨였던 두 사람의 이야기.
정지된 것들 - 과 해중림. 둘다 나의 완소 소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