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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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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교수님이 조선일보에 게재했던 '영미시 산책'에 소개한 영시 중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 생일- 이라는 주제로 묶은 영시집이다.
 
John Donne의 The Good-Morrow, T. S. Eliot의 The Love Song of J. Alfred Prufrock,
내 블로그 메인에 있는 Yeats의 A Drinking Song, William Shakespeare의 Sonnet 29 외에도
아무나 다 알고 있는, 그래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Elizabeth Browning의 사랑시,
Ezra Pound, Persy B. Shelly, Robert Browing, William Blake .. 헥헥..
전공 영미시 시간에 배운 시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고,
김점선 님의 따뜻하면서도 희망과 사랑이 느껴지는 그림과 함께
장영희 교수님의 소개글이 함께 실려있어
이 책을 읽는 동안, 너무나 행복하고 감동적이었다.

 

 
 
학부다닐 때 가장 좋아했던 영미시 였기에,
우선, 영어로 원문이 적힌 부분을
입밖으로, 라임을 느끼면서 소곤 소곤 읽어보며 리듬을 즐겼고,
눈으로 흝으며 영어가 주는 그 뜻을 충분히 파악했고,
왠만하면 한글 해석부분은 뛰어 넘어가며, 왠지 영어로 느낀 감동이 줄어들까 걱정해주었다.
그리고 교수님의 소개글을 접하며 그 시에 대한 교수님의 감상과 내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미물인 내가 미쳐 느끼지 못한, 파악하지 못한 감동과 의미를 교수님을 통해 더 얻을 수 있었다.
 
사랑이 내게 와서 행복했던 순간,
사랑이 함께 있어 감동하는 순간,
그 사랑이 떠났지만 원망하지 않고 애써 슬픔을 다독이는 순간,
그리고, 세월이 지나 그 사랑이 죽음으로 다가올 때 남겨지는 절망을 노래하는 순간들이
책에 일대기처럼 이어져, 함께 기뻐하고 감동하고 슬퍼했다.

 

 

 

 

 

 

 

 

 

 

 

 

 

 

 

 

 

 

 

 

 

 

 

 

 

 

 

 

 

 

 

 

 

 

 

 

 

 

당연히 대문자로 써야하는 I 조차, '내가 상대방보다 크지 않다'는 이유로 소문자 i를 고집했던,

e. e. cummings,
그의 시에서 나와 함께 늘 존재하는 내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읽기만 해도 눈물이 팍. 나왔던 Funeral Blues..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시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동-서-남-북이었던 그대. 나의 근무일이자 일요일의 휴식이었던 사람.
그사람이 떠난 지금, 그 어떤 것도 전과 같진 않다는 내용인데
시를 읽으면서 그 허무함과 절망, 그리고 외로움. 돌이킬 수 없는 암담함이 느껴져서 절로 먹먹했다.
 
내가 시를 좋아하는, 사랑하는 이유는
짧은 단어의 나열 속에 리듬이 있고 노래가 있고
그리고 끝도 없이 상상할 수 있는 감정이 있고 내용이 있고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변화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오랜만에 다시 들어본 영시지만,
역시나 또 좋구나 - 그런 생각이 든다.
 
뼈속까지 난 어쩔 수 없는 영문학도구나.. 라고 깨닫게 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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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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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책을 가지고 평점을 매기는 것 자체가 좀 민망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첫 장을 열자마자 울컥하는 감동이 있었다.

무엇에 어떻게 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트위터를 기반으로한 짧은 멘션들로 이루어진,

그래서 정갈하게 정리되고 길지 않은 그 글이 구구절절한 장편보다 감동이었다.

 

누가 그렇게 이야기했다,

어떤 걸 설명하기 위해 말로 길게 늘여놓는 것이 아니라

단 몇 개의 단어로, 단 몇줄의 문장으로 그것을 정리하여 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대단한가, 얼마나 더 감동인가 - 말이다.

 

그래서, 트위터 멘션들 만으로 읽는 팔로워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하고 감동하게 하고 상처를 치유받게 하신,

혜민스님... 정말 존경스럽다.

 

내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것 같아서 그 근거를 이유를 알지 못해 괴롭고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힘들 때

그때 나의 페이스북 친구님이신 혜민 스님께서 마치 날 들으라고 나 보라고 멘션을 올리셨던 게 기억난다.

 

누군가 나를 미워한다고 해서 그걸 신경쓰지 마세요.

그건 나를 미워하는 그 사람의 문제이지 내 문제는 아니니까요.

 

그 짧은 말로, 나를 다독거려 주셨던 스님.

그리고 이젠 책으로 내 옆에서 항상 계셔주시겠지. 내가 힘들거나 흔들릴 때.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멘션은 다음이었다.

요즘 일이 많다고 하는 일이 너무 많다고 피곤하다고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날 아셨다는 듯,

콕 찍어 나한테 하시는 말씀과 같아서 뜨끔하고 그래서 또 고개를 주억하게 만들었던 그 말씀.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내 마음의 눈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그 마음 그대로 세상이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내 삶이 이토록 바쁜 까닭은 내가 바쁜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쉬려고 한다면 그냥 쉬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러지 못하고 바쁜 일정 속으로 나 스스로 밀어 넣는 것은, 내 마음이 어느 정도는 바쁜 것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그래, 맞아. 누군가에게 나 바쁘니까 힘드니까 피곤하니까 알아달라고 징징거리고 맥없이 늘어져 있으면 다가와 내 등을 토닥거리길 기다리는 것을 바라고 있었던 거였다.

내가 스스로 바쁜 나를 좋아하고 존경하고 아꼈던 것인데, 난 그걸 왜 사람들에게 날 알아달라고 그랬던 걸까.

누구보다 빠듯한 시간으로 살아가는 걸 즐기고 있던 나를 새삼 알았다.

그래서 힘들다고 피곤하다고 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 아무도 나보고 그렇게 살라고 하지 않았는데 왜 투덜대고 그랬을까.

 

이 책은 두고 두고, 내게 불경처럼 성경서처럼 그렇게 지침이 되는 말씀이 가득한 책이다.

 

접힌 부분 펼치기 ▼

 

한두 사람의 비평에 상처받아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쉽게 한 말에

너무 무게를 두어 아파하지도 말아요.

안티가 생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용기 내어 지금 가고 있는 길, 묵묵히 계속 가면 돼요.

 

***

 

누구를 미워하면 우리의 무의식은 그 사람을 닮아가요.

미워하면 그 대상을 마음 안에 넣어두기 때문에

내 마음 안의 그가 곧 내가 됩니다.

 

싫어하는 사람을 내 가슴속에 넣어두고 다닐 만큼

그 사람이 가치가 있습니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by 혜민 스님.

두손 모아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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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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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다 읽지 않았다.

내가 흥미로운 부분만 읽었다.

그 부분은 - 번역하는 것, 번역되는 것이다.


요즘, 집에서는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회사에서는 하루종일 회의도 많고 요청도 많고 해결할 일이 많아서,

그리고 출-퇴근 시간에 사람이 너무 많거나 버스를 타느라

책이라는 것을 읽을 시간이 없다.


그래도 나름 가열차게 읽은 부분이 너무나 감동이었고

그 이후로는 이 책을 다시 들고 다니지 못하고 있으니..

더 늦기 전에 뭐라도 적어두고자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와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 등을 통해

나름 열심히 관심가지고 접했던 작가이기는 하지만

나는 이번에 '번역하는 것, 번역되는 것'을 읽으면서 그의 문체

- 고급스럽고 또한 미묘하기가 그지 없으면서도 완전히 설득적인 -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오죽하면 그가 반했다고, 그가 훌륭하다고 극찬을 한 작가들의 대표작을

미친듯이 수집하고 구입하기까지 한 게 아니겠는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통해 새로운,
아니 새롭진 않아도 관심이 덜했던 작가들에 대해 깊은 호기심이 생겼다.
 
레이먼드 카버 
스캇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챈들러
제롬 데이비드 샌들러
 



스캇 피츠제럴드의 단편집- 벤자민 버튼 外와 밤은 부드러워, 위대한 개츠비. 
제롬 데이비드 샌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레이먼드 챈들러- 빅 슬립.
레이먼드 카버-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늘 당장 읽으려고 마음은 먹고 있지만,
역시..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에 대한 부담이 아직은 있어서 인지 책을 잘 읽지 못하겠고,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버스에서는 역시나 책을 펼쳐 읽는 것 보다는 킨들이 훨씬 편해서
종이책을 가지고 다닐일이 거의 없다.

이 좋은 책을 어떻게 언제 다 읽을지..
그리고,
내가 하루키 님이 열정적으로 호평한 그 심오한 문학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으려나?
문학을 전공했지만, 나는 넓게 읽기 보다는 한 권에 대해 깊이 읽기를 선호했다고 생각한다.
한 권을 집중적으로 자세히 깊이 읽고 그리고 마음에 머리에 남기기 - 가 내 스타일이었지만,
이제는 폭을 좀 넓게 넓히는 생활을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가득한 좋은 책들. 놓치고 가기엔 아쉬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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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눈물이 나 - 아직 삶의 지향점을 찾아 헤매는 그녀들을 위한 감성 에세이
이애경 지음 / 시공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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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따뜬한 햇살이 느껴지는 표지를 보며, 아... 이 책 마음에 들어 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 이전에, 제목 '그냥 눈물이 나'를 접하자마자 이유를 막론하고 알 수 없는 공감이 생겼다.

그래서, 펼친 첫 장의 문구..




사랑하고 있지 않으면 여행하라.

그리고 여행하고 있지 않으면 사랑하라.

나 자신과 가장 먼저




이 짧은 문구가 이 책 전체에 대한 긍정적 호감을 불러일으키키에 충분했다.

최소한 나에게는..




제목을 보고서, 혹 '에쿠니 가오리'의 '파를 썰다'와 같이

극간의 외로움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그런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후에는,

W. B. Yeats의 평생에 외사랑에 대한 결정체인 adam's curse라는 시가 떠올랐다.




여행을 하고 있는 중간 중간, 지나가는 버스를 보고 있는 순간 순간

작자는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고, 스쳐간 인연을 떠올리지만

아쉬워 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흘려 보낸다.




그저, 죽을 만큼 사랑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죽을 정도로 사랑한 건 아니었나보다고

담담히 흘려 보낸다.




그리고 책을 읽는, 이별에 고통받는 독자를 위로한다.

죽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고

죽을 정도로 아픈 이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리의 삶에는 언제나 detour 우회도로 표시가 있으니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거라고


그렇게 위로한다.

그런데 그 위로가, 정말 효과가 있다.

이별하고 있지 않은 지금의 내 순간에 나 또한 이별을 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별 앞에서 쿨해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정답에 가까운 완전 무결한 연애와 사랑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남녀간의 사랑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전반에 걸쳐 상대방을 사랑하거나 혹은 미움을 받거나

다양한 경우에 있어, 우리는 남의 이야기를 하듯 그렇게 보편적인 감정으로 냉정할 수 없다.




누가 자기를 좋아하는 건 잘 몰라도 싫어하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은 누구든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길 바라고,

남들에게 미움을 받는 것에 대해 더 섬세하고 예민한 촉을 발휘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더 많이 잘해주고 더 많이 말 걸고 더 많이 손 내밀기.

그 변화된 과정을 경험하면서 밋밋한 삶을 변화부쌍하게 만들기를 제안하는

작자의 의외성에 난 공감을 너머 감동을 하고야 말았다.




그러면서, 난 또 좌절한다.

싫어하는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변화무쌍한 과정을 맞서 경험하기 보다는,

난 그냥 뒤돌아 외면하는 편이 편하다는 그정도밖에 안되는 얕은 인간임을 깨달아서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노력할 것이다.

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고,

생각을 바꾸면 전혀 불행하지 않으니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것이라는 교훈과 함께

최대한 이르게 후회하고 잘못을 수정하되 내가 불행한 건 아니라고

나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다.





이애경 님의 '그냥 눈물이 나'는 단순히 사랑에 관한, 여행에 관한 수필집이 아니었다.

삶을 관찰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들의 수필집이었다.

오랜만에 마음에 직접적인 울림을 주는 수필집을 만나 행복하다.  




** 출판사 제공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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