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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세계사 / 2015년 7월
평점 :
황산을 읽었다. 모처럼 노는 날이라 신나서 새벽까지 다 읽고 잤는데 기분이 참 그렇다.
뭐, 선전하기 위해 부풀린 것인지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 프랑스의 스타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열네 번째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 <오후 네 시>, <두려움과 떨림> 등 이전의 작품들이 으레 받아왔던 찬사와는 달리, 2005년 작 <황산>을 읽은 프랑스 문단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한쪽에선 '스캔들!' '졸작!'을 외치며 '매년 신작을 내놓지 않아도 되니 힘겨우면 좀 쉬라'고 비아냥거렸고, 다른 쪽에서는 '비판을 위한 비판은 그만!' '프랑스에서는 댓가를 치르지 않고 많은 책을 팔면 으레 미움을 사게 되어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박했다. 논쟁이 격렬해지자 전문 서평지「리르」는 비판과 옹호의 글을 나란히 게재하기도 했다. -
라고 심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장을 선보였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래서 무척이나 기대하고 읽었다. 무조건 아멜리 편 들어줄 마음의 자세를 갖추고 말이다. 그런데…….
확실히 뭔가 다르다. ‘아멜리’ 하면 짧은 글 속에서 보여 줄 것은 다 보여주며 나의 기대치를 100% 충족시키며 게다가 독자를 기분 나쁘지 않게 가르치기까지 하면서도 속 시원하고 후련하게 책을 내려놓게 만드는 내가 아는 유일한 작가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번 황산은 다 읽고 나서 한동안 책을 놓지 못하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게 했다.
정확힌 나의 기분을 말해보자면 ‘어? 이 맛이 아닌데…….’ 라는 거였다. 허전했다. 언제나처럼 글은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그런데 마치 검열 당해 뚝뚝 잘려버린 영화필름처럼 중간 중간 글을 잘라먹은 것처럼 느껴졌다. 음, 무슨 일일까. 내가 몰입이 안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 그런 걸까? 그렇게 많은 설명을 해주는데 대화로만 진행되던 다른 소설보다도 더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행동에 대한 이해가 되질 않는 것이 불가사의하다. 아마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몇 명의 등장인물이 보여주던 소극장 연극 같은 전작들에 비해 황산은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다큐멘터리 영화 같다 보니 ) 설명할 것이 너무 많아 두루두루 보여주려다 그리 된 것인지. 특히나 파노니크에 대해 20% 부족함을 느꼈다. 명백한 주인공인 그녀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마치 이해할 수 없는 방정식을 던져주고 문제 풀라고 한 듯(내가 수학에 관한한 저능아가 아니던가.ㅠㅠ) 황당함만 느껴지던데……. 햇살 좋은 날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럼 ‘대체 얜 왜 이러는 거야? 건방진 거야, 사이코인거야?’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사실 내가 어젯밤에 좀 피곤하긴 했지. 그래서 짜증나서 그랬을 수도-_-
내용 자체는 별로 충격적이지 않던데. 난 차라리 오후 네 시나 머큐리가 더 충격적이었다. 개인에 대한 억압과 폭력이 난 더 무서웠다. 그 대상이 단지 소수의 희생자와 그 외 모든 인간들이 가해자이기에 거부감이 들던가? 대중이 만들어내는 잔인함과 폭력에 대해서는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건만, 왜? 전쟁이 아니라 단지 오락을 위해 벌어지는 것이 더 충격이 되는가?
그것은 아마도 자신이 바로 시청자일수도 희생자 일수도 있기 때문이리라. 잔인한 본성을 가진 인간은 내손을 더럽히지 않고 숨어서, 혹은 남과 더불어 즐길 수 있다면 학대당하고 살해당하는 다른 사람을 보며 쾌감을 느끼고 즐기리라는 것을 아멜리는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희생자가 된다면……?
뭐, 케세라 세라 하자. 아직 세상은 아름답다니까. 단지 아멜리의 호흡이 떨어진 듯해 다음 글이 걱정되는 난 어쩌면 가해자인지도 모르겠다. 하하!
그래서 결론은? 소박하게 발상의 신선함이 변함없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말란다. 제발 다음 글은 바늘로 뇌를 마구 찌르는 듯 한 그 감각을 돌려줘, 제발~